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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사 건립에 갑자기 ‘가속 페달’ 대구시, 무슨 사연?
대구시가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우선 순위에 두지 않았던 신청사 건립 사업에 갑자기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문화예술허브 사업 예정지를 변경해 달라는 대구시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사업 예정지인 현 청사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다.11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는 행정국장을 단장으로 신청사건립추진단(TF)을 구성했다. 오는 11월까지 설계비를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6년 착공, 2030년 완공하는 게 목표다.시는 비좁은 업무공간과 건물 노후화 등을 이유로 새 청사 건립사업을 추진해 왔다. 전임 시장 때인 2019년 시민 대표단의 토론과 투표 절차 등을 거쳐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을 예정지로 정했다. 대구시는 2012년부터 청사건립기금을 적립해 한때 1765억원까지 모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부분을 사용하면서 착공이 미뤄졌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 이후 신청사 예정지인 옛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 -
청계천 바람과 물, 음악과 책에 몰입… ‘사일런트 ‘야’한 책멍’
해 질 녘 서울 청계천 모전교, 광통교 사이엔 천변을 따라 놓인 빨간 의자에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다. 손에 책을 든 이들은 서울야외도서관 ‘책읽는 맑은냇가’를 체험하고 있다.선선한 바람이 불어 기온이 25도까지 내려간 지난 6일 늦은 오후, 같은 곳에서 본 이들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파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헤드폰이 모두의 머리에 걸려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는 ‘사일런트 야(夜)한 책멍’ 행사가 열린 것이다.서울시는 2022년부터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에 의자와 책꽂이를 놓고 시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한 ‘서울야외도서관’을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는 170만명이 이용하며 시민이 뽑은 ‘서울시 10대 뉴스’ 1위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청계천에서 야외도서관을 시범 운영한 뒤 올해부터는 청계천에도 ‘책 읽는 맑은 냇가’라는 이름을 붙여 지난 4월부터 공식개장했다.‘야한 책멍’ 행사는 더위가 꺾일 무렵 성인들에게 청계천에서 더 몰입도 높게 책... -
“무질서한 원룸촌? 이곳에는 없습니다”···‘마을관리사무소’ 만든 광주 서구
전국 최대 원룸 밀집 지역 가운데 한 곳인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1동과 금호2동 거리에서는 의외로 쓰레기를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골목마다 무분별하게 투기되는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원룸 밀집 동네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음식물 찌꺼기로 악취를 유발하고 거리 미관을 해쳐 골머리를 썩이던 음식물 처리함도 이곳 원룸들은 매일 관리해 청결을 유지한다. 어지럽게 놓여있던 종이상자도 이곳은 넓게 펼쳐 가지런히 쌓아두는 것이 일상이다.잘 관리된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하는 이같은 모습은 지역의 ‘마을관리사무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일어난 변화다.광주 서구와 원룸 밀집지 건물주들이 합심해 출범한 마을관리사무소가 원룸촌 일대 마을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4일 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6월 상무1동과 금호2동 등 2곳에 마을관리사무소를 출범했다. 각 마을관리사무소는 경비원을 자처하는 15명, 27명으로 각각 구성돼 자원봉사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70~80대로 이뤄진... -
의정갈등 장기화·연쇄 이탈에 흔들리는 지역 응급의료
“딸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해 왔는데 하마터면 진료를 못받을 뻔 했습니다.”지난 3일 세종시 도담동에 있는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집이 근처라는 그는 고교생 딸이 증상을 호소해 급하게 이곳을 찾았다. 그는 “야간 진료 중단 사실을 몰랐는데 앞으로 밤에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24시간 운영되던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지난 1일부터 야간 진료를 전면 중단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정상 운영되지만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성인은 진료를 받을 수 없다.이 병원 응급실에는 당초 전문의 15명이 근무했으나 지난달 4명이 그만둔 데 이어 지난 1일 자로 4명이 추가 사직하면서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곳은 세종 유일의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향후 급한 환자들은 대전·청주·천안 등 인근 지역 병원을 찾아야 한다.지역 응급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의대 ... -
배달 시켰더니 다회용기에 담겨 왔다…경기도 일회용품 제로특구 가보니
경기 광명사거리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신윤철씨(64)는 최근 매장 내 일회용 젓가락과 포장 용기, 일회용컵을 대부분 치웠다. 대신 식당 한쪽에는 스테인리스 그릇 등 ‘다회용품’을 쌓아뒀다.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신씨는 일회용품이 아닌 스테인리스 그릇에 음식을 담아 라이더에게 전달한다. 신씨의 식당이 있는 광명사거리먹자골목 내 식당 30여곳의 주방 풍경도 모두 비슷하다.이처럼 광명사거리먹자골목에서는 일회용품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이 거리가 ‘경기도 일회용품 제로특구’로 지정된 이후 지난 8월부터 일어난 변화다.신씨는 “손님들도 처음에는 당황해하시더니 일회용품 안 쓰는 거리로 지정돼서 이런 사업을 한다고 설명하면 모두 좋아하신다”면서 “적은 노력으로 탄소 중립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동참하는 상인들도 모두 뿌듯해한다”고 말했다.2일 경기도에 따르면 ‘일회용품 없는 특화지구’(일회용품 제로특구) 조성사업은 2026년까지 3년간 총 30억 원의 도비를 투... -
부르면 30분 만에 도착…AI가 호출하는‘광주투어버스’
“잘 놀다 갑니다.”지난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KTX 송정역 앞에서 김창석(68)·박임정(62) 부부가 타고 온 버스를 향해 감사 인사를 건넸다. 차량이 출발하고 멀어지는 순간에도 계속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경기도에서 여행을 온 김씨는 “마치 개인 가이드와 차량을 타고 구석구석을 둘러본 것처럼 편안했다”라고 말했다.부부를 안내한 15인승 분홍색 승합차 ‘광주투어버스’는 광주시가 지난 23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수요응답형(DRT) 버스다. 이용자가 원하는 정류장으로 부르면 버스가 찾아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버스를 이 같은 방식으로 운행하기도 하지만 관광버스에 적용한 것은 광역지자체 중 광주시가 처음이다.광주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해 668만명를 기록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지역 방문객 규모는 매년 30만명 이상 꾸준히 늘고 있으나 투어버스를 타고 광주를 둘러보는 비율은 저조했다. 최근 3년간 하루 평균 탑승객이 10여명에 불과한 수준이다.버스가... -
“리뾰시카, 샤슬릭 드셔보셨나요?”···중앙아시아 문화 체험으로 재조명받는 고려인마을
“즈드라스브이쩨(안녕하세요)” “쓰바시바(감사합니다)”지난 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고려인마을 내 마을해설사의 집. 처음 소리 내 보는 발음이 어색한 듯 관광객들이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마을해설사인 정진산씨(58)는 “지금 알려드리는 러시아 인사말들을 기억했다가 다니면서 써보셔야 한다”면서 “그래야 고려인 마을을 더 잘 이해하고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려인 동포 7000여명이 거주하는 국내 유일의 고려인 집단 거주지역인 광주고려인마을이 항일운동 유산과 이색적인 중앙아시아 문화 체험으로 각광을 받으며 새로운 지역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평일인 이날도 고려인마을 거리 곳곳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부터 중·고등학생들까지 다양한 관광객들이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었다.관광버스에서 내린 중학생 30여명은 곧장 홍범도 공원을 찾아 흉상을 둘러본 뒤 헌화하고 한참동안 고개숙여 묵념했다. 봉오동 전투의 주역인 홍범도 장군 흉상은 장군이 묻혀있던 카자흐스탄 홍범도 공원 ... -
노래방·게임방·사진관·북카페가 한 곳에?···청소년 공간 ‘재미나 zip’
“피시방 말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었는데, 이곳에선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내일 또 올 거예요.”지난달 29일 광주 북구 서림마을 ‘재미나 zip’에서 만난 박민우군(11)은 쓰고 있던 가상현실(VR) 기기를 내려놓으며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가는줄 몰랐다”고 아쉬워했다. 맞은 편 무인 사진실에는 토끼 머리띠를 한 김민정양(10)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고, 바로 옆 노래연습실에는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이곳은 광주 아동·청소년 친화도시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광주의 첫번째 ‘청소년 자율공간’이다. 북구가 지난해 초 광주시 공모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사업비 3억7000만원이 투입됐다.공간은 아파트 1층 광주도시공사 소유 유휴공간을 활용했다. 이곳은 주변에 서림초와 북성중 등 교육시설과 대단지 아파트 4곳이 자리하고 있어 청소년의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도서관 등 기존 공부방 형식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
새 학기 끝났는데도 광주서 중고 교복이 잘 팔리는 이유
“내년까지 입을 수도 없는데 비싸기만 한 새 교복을 뭐 하러 삽니까.”지난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진월동 교복나눔공유센터을 찾은 학부모 A씨(38)는 잘 다려진 교복 한벌을 집어들었다. 아이의 덩치가 커져 새 교복을 구매해야 할지 고민하던 A씨는 이곳에서 꼭 맞는 치수의 중고 교복을 찾았다.이날 오전 상·하의 4벌의 교복이 팔렸다. 맞는 치수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학부모도 2명 있었다.광주지역에서 ‘중고 교복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새학기 직전 ‘반짝 인기’를 끌었던 예년과 달리 학기 중에도 중고 교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례적인 상황이다.17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남구에서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교복나눔공유센터는 올해들어 지난 1일까지 365벌의 교복을 팔았다. 그동안 1년에 평균 500벌 안팎이 팔렸는데 올해는 여름 교복을 팔기 전인데도 예년 판매량의 73%를 달성했다.광주 북구와 새마을회가 2015년부터 운영하... -
한 달에 이불 1200채 빨았다…‘빨래방’ 만드는 지자체들
지난 9일 찾은 전남 화순군 사평면 ‘사평빨래방’에는 두꺼운 이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50㎏의 대용량 세탁기 5대와 건조기는 쉴새 없이 돌아갔다. 직원들은 세탁이 끝난 이불을 밖으로 옮겨 건조대에 널었다. 세제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일정 시간 자연 건조를 한 이불은 다시 대형 건조기에서 완전히 말린다.뽀송뽀송해진 이불은 네모반듯하게 접혀 포장됐다. 포장지에는 이불을 맡긴 주민 이름이 적혔다. 빨래방에서 공공근로를 하는 한 주민은 “봄이 되면서 이불을 맡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 “몇 년 묵은 이불들도 있는데 깨끗하게 빨아서 가져다주면 너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사평빨래방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해 운영하는 전국 첫 ‘공공 빨래방’ 이다. 화순군은 집에서 이불 같은 큰 빨래를 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빨래방을 열었다.화순군의 65세 이상 노인은 1만8100여명으로 전체 주민(6만1000여명)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