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10건의 관련기사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10) 산 고래 보러 와서 죽은 고래 먹고 가는 ‘독특한 공존’

    (10) 산 고래 보러 와서 죽은 고래 먹고 가는 ‘독특한 공존’

    고래를 고기로 먹는 곳은 많지 않다.한국인들의 본격적 고래고기 섭취는 식민지 시절부터다. 일본이 값싼 단백질 공급원으로 장려했기 때문이다. 포경 금지로 사라졌던 고래고기 식당은 현재 100곳이 넘는다. 지금은 아무나 못 먹는 ‘귀한 고기’인데…그 많은 식당의 고래는 어디서 올까.내가 처음 고래고기를 먹어 본 곳은 알래스카도, 아이슬란드도, 울산 장생포도 아니었다. 서울 광화문 뒷골목의 한 횟집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이 그 집 단골이었는데, 주인이 “귀한 게 들어왔다”며 접시 하나를 슬며시 내밀었다. 종잇장처럼 얇게 썬 고래고기 수육 몇 점과 간장이었다. “이 드문 것을 어떻게 구하셨나.” “처음 먹는 사람은 이 맛을 모른다.” 고래고기 한 점에 분위기는 발랄하게 달아올랐다. 간장에 찍어 입에 넣은 고기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낯선 냄새와 질감 때문에 뱉고 싶어 하는 혀의 본능과, 그렇게 귀하다는 고기를 먹고 있다는 이상한 자부심과, 그 거대한 야생동물이 한 점의...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9) 치밀하고 잔인하게…죽음을 전시당한 이 고래

    (9) 치밀하고 잔인하게…죽음을 전시당한 이 고래

    1883년 11월 말, 스코틀랜드 테이(Tay)강과 북해가 만나는 던디의 삼각주로 수컷 혹등고래 한 마리가 흘러들어왔다. 아마도 고래의 역사에서 가장 불행한 고래였을 것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을 잘못 찾아왔다. 당시 던디는 영국의 대표적인 포경항 중 하나였다. 매년 그린란드 북극해로 포경선단을 보내는 곳이었다. 하필이면 북극해 포경이 쉬는 겨울철이었다. 700여명의 던디 포경선원은 근질근질한 몸도 풀 겸 이 고래를 잡기 위해 일어섰다. 4주간의 숨바꼭질 끝에 마침내 포경선 ‘폴라스타’호에서 쏜 작살이 고래의 목에 꽂혔다. 세 척의 포경선이 고래를 바짝 추격했다. 저녁에 시작된 고래 사냥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스물두 시간의 사투를 벌였으나 포경선들은 고래를 놓치고 말았다. 자존심에 금이 간 선원들은 변명거리를 생각하며 빈 배를 돌려야 했다.그로부터 일주일 후, 근처 스톤헤이븐(Stonehaven) 앞바다에서 작살 세 개가 꽂힌 큰 고래 한 마리가 떠올랐다. 몸길...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8) 한반도 포경 100년, 시작과 끝 장생포

    (8) 한반도 포경 100년, 시작과 끝 장생포

    울산 시내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의 장생포는 200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고래관광을 시작한 곳이다. 보트를 타고 울산 앞바다에 나타나는 돌고래 떼와 밍크고래를 본다. 그 전에는 우리나라 고래고기의 ‘메카’였다. 가까운 울산이나, 멀리는 부산이나 포항에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려고, 혹은 ‘별미’를 맛보려고 오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최대의 포경항이었다. 한국 근대 포경은 러시아 포경업자들이 장생포에 포경기지를 건설한 1899년 시작해, 마지막 포경선이 장생포항으로 돌아온 1985년 끝난다.■ 포경이란 이름의 다국적 산업 우리나라의 포경이 언제부터 본격화했는지는 논란거리다. 포경에 찬성하는 이들은 포경이 신석기 시대 반구대 암각화 때부터 이어져온 전통문화라고 주장하고, 포경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고래가 해변에 자주 출몰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적인 사냥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부정한다. 어쨌거나 19세기 말에 이르러 근대적 형태의 포경이 시작됐다...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7) 고래와 한 몸이 되는 삶 에스키모의 ‘생계 포경’

    (7) 고래와 한 몸이 되는 삶 에스키모의 ‘생계 포경’

    긴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인천공항에 들어서면 새삼스럽게 ‘한국’ 냄새가 난다. 공기 입자가 가라앉은 것처럼 촘촘하고, 쌉싸름하고, 살짝 매캐한 냄새. 프로펠러 경비행기가 포인트 호프 활주로에 착륙할 때도 낯선 냄새가 났다. 안개처럼 가라앉아 있는 낯선 비린내. 고래 냄새다. 어떤 장소는 냄새로 기억된다. 포인트 호프가 그랬다. 알래스카 서북단, 바다 건너 러시아 추코트카 반도를 마주 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알래스카의 220여개 마을 중에서 고래잡이가 허용된 11개 마을 중 하나다. 고래잡이가 생계와 문화의 근간이라 지역 주민들에게 제한적으로 고래를 잡을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원주민 생계 포경(Aboriginal subsistence whaling)’ 지역이다. ■생존을 위한 북극고래 포경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대형 고래 13종의 상업적 포경에 대한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포경은 금...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6) 고래관광의 원조…연구·보존 함께하는 ‘이상적 모델’로

    (6) 고래관광의 원조…연구·보존 함께하는 ‘이상적 모델’로

    뉴잉글랜드의 프로빈스 타운(Province Town)은 나른한 해변 휴양지다. 동성 커플들이 손을 꼭 잡고 바닷가를 거닐고, 바닷물 맛이 나는 태피 캐러멜을 사 먹는다. 세계적인 여행작가 마이클 커닝햄은 이 마을을 몹시도 사랑해 <아웃사이더 예찬>이라는 아름다운 에세이를 썼다. 히피풍의 이 작은 해변 마을은 지금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고래 관광의 ‘원조’ 지역이기도 하다.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거대한 혹등고래를 배 위에서 바라보는 바로 그 관광이 1970년대에 여기서 시작됐다. 부둣가의 ‘돌핀 플리트(Dolphin Fleet)’ 사무실은 고만고만한 기념품 가게처럼 보였다. 할머니 두 명이 창구에 서서 전화도 받고 표도 판다. 배가 출발하는 선착장에 ‘원조(originator)’ 손팻말을 겸손하게 붙여 놓았는데, 정말로 여기가 그 ‘원조’ 여행사다. 이 업체가 1975년 미국 동부에서 고래 관광을 처음 시작했고, 지금은 이 일대에 10여곳이 있고, 멀게는 보...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5) “나랑 놀아요” 먼저 사람에게 꼬리치는 ‘외톨이 돌고래’

    (5) “나랑 놀아요” 먼저 사람에게 꼬리치는 ‘외톨이 돌고래’

    1983년 겨울에는 유난히 청어가 많이 잡혔다. 아일랜드 서쪽 끝 딩글(Dingle) 반도의 어부들은 눈물을 머금고 잡은 청어를 바다에 버려야 했다. 이대로는 청어값이 형편없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어부들은 청어를 한 마리, 두 마리 바다로 던졌다. 그때 뭔가 물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갑판 위에 청어가 다시 나타났다. 다시 던졌다. 이번엔 그 ‘뭔가’가 잽싸게 청어를 낚아챘다. ‘뭔가’는 정확히 갑판 위로 청어를 다시 던졌다. 돌고래였다. 돌고래 한 마리가 배 주위를 맴돌다, 골키퍼처럼 입으로 청어를 받아서 갑판으로 ‘슛’을 쏘는 것이었다. 딩글만에 이따금 돌고래들이 보이긴 했지만, 이만큼 배와 사람에 가까이 다가오는 돌고래는 없었다. 딩글의 지역 작가 션 매니언이 1991년 쓴 에는 이 싹싹한 돌고래에 대한 어부들의 흥분에 찬 증언이 나온다. “반쯤 취해 배를 몰고 돌아오는데 갑자기 이놈이 뛰어올라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는 어부들은 한두...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4) 반기는 사람 반, 외면하는 사람 반…수족관 범고래의 슬픈 귀향

    (4) 반기는 사람 반, 외면하는 사람 반…수족관 범고래의 슬픈 귀향

    베스트만 제도로 향하는 배는 밤 9시30분 정각에 출발했다. 창밖으로는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파도 방울이 얼룩진 창문 위로 내 얼굴만 비쳤다. 운이 좋았다. 떠나려는 배를 가까스로 잡아탔다. 이 마지막 배를 놓치면 다시 2시간을 달려 레이캬비크로 돌아가야 한다. 렌데이야호픈 선착장에는 선착장 건물 한 채뿐. ‘문명’의 흔적이랄 게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레이캬비크 남쪽에서 배로 3시간이 걸렸다는데, 베스트만의 주민들이 열심히 로비를 하셨는지, 베스트만 제도 최대의 섬 헤이마이와 아이슬란드 본섬을 잇는 최단 거리에 선착장이 생겼다. 쾌속선으로 35분이면 간다. 그 덕을 내가 보고 있다. 이렇게 운이 좋으니 어렵지 않게 케이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범고래 케이코는 가수 비요크와 시규어 로스와 함께 아이슬란드가 배출한 몇 안 되는 ‘월드 스타’다. 케이코는 두 살 무렵이던 1979년 아이슬란드 앞바다에서 잡혔다. 미국의 고래 포획 금지 조치로 전 세계 수족관...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3) 수족관의 ‘고래쇼’…우정을 가장한 ‘인간을 위한 쇼’ 였다

    (3) 수족관의 ‘고래쇼’…우정을 가장한 ‘인간을 위한 쇼’ 였다

    범고래쇼가 열리는 ‘샤무 스타디움’은 야구장 비슷했다. 잠실 야구장을 3분의 1 잘라 세워놓고, 그 안에 대형 수조를 갖다 놓은 것 같았다. 바로 여기가 그 유명한, 혹은 악명 높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해양동물 테마파크 시월드다. 범고래(killer whale)로 하루 두 번 쇼를 한다. 범고래는 몸길이 5~9m, 몸무게 4~7t의 대형 고래로, 몸에 검고 흰 얼룩이 있다. 영화 에 나온 바로 그 고래다. 시월드 올랜도는 2010년 그 범고래들 중 한 마리가 조련사를 익사시킨 사고의 현장이기도 하다.낮 쇼를 30분 앞둔 12시. 상인들이 팝콘과 콜라와 함께 타월도 팔았다. ‘조련사도 범고래도 물 튀기기를 두려워하지 않아’ 앞쪽에 앉으면 흠뻑 젖는단다. 무대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시월드의 자연보전 노력을 홍보하고 있었다. 시월드가 다친 동물, 불쌍한 동물을 다 구조해 잘 보살펴서, 6만마리에 달하는 시월드 해양동물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상물 제목은...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2) “향고래 잡으면 인생역전” 아메리칸 드림이 된 ‘양키 포경’

    (2) “향고래 잡으면 인생역전” 아메리칸 드림이 된 ‘양키 포경’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에 낚싯바늘처럼 길게 휘어진 케이프 코드라는 곳이 있다. 보스턴 중산층의 휴양지다. ‘라이프’ 잡지에 나오는 것처럼, 삼색 스트라이프 패턴의 비치 하우스 사이로, 꽃무늬 셔츠를 입은 은퇴자와 동성애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다닌다. 이 나른한 케이프 코드 초입에 뉴 베드퍼드(New Bedford)라는 작은 도시와 낸터킷(Nantucket)이라는 섬이 있다. 이 지역을 거쳐 간 주민 가운데 아주 유명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모비딕>을 쓴 허먼 멜빌이다. <모비딕>은 19세기 낸터킷과 뉴 베드퍼드를 중심으로 한 미국 포경, 소위 ‘양키 포경’ 격동의 한 시대를 한 권의 소설로 영원히 남겨 놓았다. 고래에 ‘미친’ 에이허브 선장이 필생의 맞수 흰 고래 ‘모비딕’을 쫓아다니는 이야기다. 스포일러라서 죄송하지만, 주요 등장인물, 아니 등장동물 모비딕은 684쪽의 책 647쪽에 처음 등장한다. 이 연재 시리즈의 제목도 이 소설의 첫 문장에서...
  • [콜 미 이슈마엘 - 최명애의 고래 탐험기] (1) 돌고래가 인간을 길들이는 기묘한 해변

    (1) 돌고래가 인간을 길들이는 기묘한 해변

    “다음 안내까지 270㎞ 직진입니다.” 제랄드턴(Geraldton)을 빠져나오자 내비게이션은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를 남기고 조용해졌다. 우리는 서호주 북부의 아웃백 지대를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몽키마이어(Monkey Mia). 아침마다 돌고래가 해변으로 찾아오는 곳. 창 너머로 들려오는 돌고래의 끽끽 소리에 아침잠을 깬다는 거짓말 같은 곳이다(진짜였다). 서호주의 주도 퍼스에서 자를 대고 줄을 그은 것 같은 직선 도로를 1박2일 900㎞ 달리면 나온다. 고래 보려고 거기까지 가셨어요? 고래가 도대체 왜 좋아요? 아, 이런 질문은 참 대답하기 어렵다. 물론 입사 면접이라면 사력을 다해 고래의 생태적 문화적 중요성과, 고래 관광을 통한 생태 교육과 동물 보호에 대해 어떻게든 설명해 보겠지만, 사실은,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고래가 안개처럼 내 생활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여행을 하다 고래라는 대형 야생동물의 존재를 알게 됐고, 보고 싶어졌다. ...
1
Today`s HOT
애들레이드 사이클링에 참가한 선수들과 우승한 다니엘 헨겔드 프랑스의 해안선 후퇴를 막는 산림청과 어린이들의 노력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상하이 EH216-S 헬리콥터 고베 대지진 30주년 된 일본, 희생자들을 기억하다.
모잠비크 다니엘 샤푸 대통령 취임식 100주년 파트너십 맺은 영국-우크라이나의 회담
산불 피해 학생들, 타 학교로 이동하다. 카불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휴정 기념회
주간 청중의 날, 서커스 공연을 보는 교황 아르헨티나까지 이어진 겨울 산불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 기념과 희생자 추모식 이란-타지키스탄 공화국 대통령의 만남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