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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31)부족한 유전자 ‘품앗이’하는 세균들…서로 의지하며 번성한다, 인간처럼
    (31)부족한 유전자 ‘품앗이’하는 세균들…서로 의지하며 번성한다, 인간처럼

    기생하지 않고 독립 생활하는데필수 영양소 없이 살 수 있을까북대서양에 서식하는 ‘유비크’생존 비법은 동료들과의 ‘나눔’자신의 물질을 넉넉히 만들어타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북대서양에 있는 ‘사르가소해’는 육지 대신, 네 개 해류(카나리아 해류, 멕시코 만류, 북적도 해류, 북대서양 해류)로 둘러싸여 있다. 그 결과, 지구에서 유일하게 해안선이 없는 바다가 되었다. 대양 한가운데에 있는 호수 격이라 물결이 잔잔한 데다 버뮤다 삼각지대를 품고 있어 사르가소해는 예로부터 신비롭게 여겨졌다. 여기에는 대형 해조류, 특히 모자반이 풍부하다. 실제로 그 이름도 ‘모자반’을 뜻하는 스페인어 ‘사르가소(sargasso)’에서 유래했다. 이 모자반 초원은 어린 물고기의 보금자리이자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오는 어류의 산란 장소로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사르가소해를 비롯한 먼 바닷물은 보통 맑고 깨끗하다. 물이 맑을수록 그만큼 유기물 ...

    2022.05.12 20:21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30)감염병 창궐 시대…박쥐는 인간의 각성을 촉구하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30)감염병 창궐 시대…박쥐는 인간의 각성을 촉구하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5000만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유일한 비행 포유류 ‘박쥐’기회주의자를 상징하고 신종감염병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억울할 수도 있지만…사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기회주의적’ 면역 체계는 무증상 감염 상태로 질환을 전파한다‘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박쥐의 비밀을 푼다면 역병 걱정도 사라질 텐데…‘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어릴 적 울 할머니 옛날이야기는 늘 이렇게 시작했다. 한글을 깨치면서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던 그림 동화책에서도 곰방대를 입에 물고 근엄하게 앉아 있는 호랑이를 자주 보았던 기억이 난다. 흡연의 건강 위험성을 알리는 섬뜩한 공익 광고와 함께 금연 캠페인이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분명 부적절한 내용이다. 천진난만한 새싹들이 자칫 흡연을 거리낌 없이 좋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나친 노파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에 접한 인상이...

    2022.04.14 22:14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9)‘표적 치료제’를 가능하게 해준 세균의 ‘생물나침반’
    (29)‘표적 치료제’를 가능하게 해준 세균의 ‘생물나침반’

    만약 휴대전화가 사라진다면, 사람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게 분명하다. 길 찾기 앱에 목매는 길치인 내게는 당장 어딘가를 찾아가는 거 자체가 큰 도전이 된다. 거기가 어디든 실시간으로 목적지까지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 참 신통하다. 도대체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할까? 핵심은 바로 ‘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곧 GPS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GPS는 인공위성에서 위치 정보를 받아 내가 지구상 어디에 있더라도 그곳을 정확히 파악해 헤매지 않고 길을 갈 수 있게 해준다.GPS는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되어 미 해군에서 1964년부터 운영했다. 1983년 구소련에 의한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사건 직후, 당시 미국 대통령 레이건이 민간 목적으로 GPS 사용을 허용하면서 이 기술이 대중의 일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어, 급기야 GPS는 인류 문명사 내내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나침반을 뒷...

    2022.03.17 20:59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8)생명 연장을 꿈꾸던 메치니코프가 유산균을 먹으라고 강권한 까닭
    (28)생명 연장을 꿈꾸던 메치니코프가 유산균을 먹으라고 강권한 까닭

    메치니코프는 장내 미생물에 천착불가리아 농민들의 건강 장수 비결그들이 즐겨 먹는 ‘사워 밀크’ 주목프로바이오틱 이론의 시조가 된다1880년대 중반, 러시아(현재 우크라이나 지역) 출신 생물학자 일리야 메치니코프는 이탈리아 시칠리섬에 머물며 불가사리의 먹이 소화 과정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불가사리 유충에게 주입한 붉은색 염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곧이어 특정 세포가 염료를 먹어 치운다는 사실을 알아낸 메치니코프는 이를 ‘식세포’라 칭하고, 이런 세포가 몸 안에 들어온 해로운 세균도 삼켜버린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대 생물학 용어로 말해서, 비특이적(선천성) 면역이 알려지는 순간이다. 여행지에서 시작한 뜻밖의 연구는 그를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으로 이끌었다. 다른 한 명은 ‘항원-항체 반응’으로 대표되는 특이적(후천성) 면역을 발견한 독일 의사 파울 에를리히였다.노벨상을 받을 무렵, 메치니코프...

    2022.02.17 21:49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7)생태계 순환 주도하며 지구상 모든 삶을 부양하는 ‘작은 존재’
    (27)생태계 순환 주도하며 지구상 모든 삶을 부양하는 ‘작은 존재’

    2021년 12월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10년(2023~2032년)에 걸쳐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분야는 지난 20여년 동안 빠르게 발전해왔다. 특히 인간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 나아가 치료에까지 잠재적 응용성이 날로 커지면서, 이제는 관련 분야 연구자는 물론이고 대중도 큰 관심을 두는 주제가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가?나만 그런지 몰라도 이상하게 ‘○○이란 무엇인가’로 끝나면 해당 질문이 갑자기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걸 명쾌하게 정의하기 쉽지 않다면 그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그래서 먼저 정확한 정의를 알아보는 것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마이크로바이옴, 그 이름의 탄생마이크로바이옴이란‘마이크로바이오타+게놈’ 합성특정 서식지에 사는 미생물을총칭하기 위해 만...

    2022.01.20 20:41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6)미생물이 소를 키우듯, ‘공생’은 지구 생명체의 과거이자 미래
    (26)미생물이 소를 키우듯, ‘공생’은 지구 생명체의 과거이자 미래

    어느덧 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세밑이다. 이맘때 아쉬움이 언젠들 없었으랴마는,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에 떠나는 흰 소의 뒷모습은 아쉽다 못해 야속하다. 과학적 근거는 접어두고,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기에 혹시나 걸었던 기대와 소망이 사뭇 달랐던 탓인가보다. 어떻게든 씁쓸함을 달래보려는데 뜬금없이 꽤 오래전부터 한 개그맨이 에피소드 중에 불쑥 던지곤 하는 말이 떠오른다. “소는 누가 키울 거야?” 맥락 없어 보이는 질문이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져 종종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설정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그 답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묻지 않은 정답을 제삼자가 공개한다.소는 바로 다양한 미생물이 힘을 합쳐 키운다. 말하자면 미생물이 소를 먹여 살린다. 여물은 농부가 쑤는데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그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농부가 제아무리 정성껏 여물을 주어도 소는 그걸 소화할 능력이 정작 없기 때문이다. 여물, 곧 마른풀의 주성분은 섬유소이다. 그...

    2021.12.23 21:17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5)21세기 감염병의 주인공 된 바이러스…인간이 초래한 건 아닐까
    (25)21세기 감염병의 주인공 된 바이러스…인간이 초래한 건 아닐까

    언제부턴가 11월11일을 막대 모양 과자를 건네며 정을 나누는 날로 여기는 이들이 적잖아졌다. 사실 이날은 엄숙하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역사적 이유가 있다. 인류 최초의 대량살상전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니 말이다. 1914년 7월28일 울린 첫 총성이 1918년에 멈추기까지 4년여에 걸쳐 치른 전쟁에서 군 전사자 수만 무려 900여만명에 달했고, 부상 장병 수는 2300만명을 넘었다. 그 가운데는 총칼을 든 적군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적들로 인한 사상자도 상당했다.미 군함에 올라탄 독감 바이러스미 펀스턴 기지서 시작된 질병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참전하며병원성 미생물 유럽으로 건너가네 차례 ‘대유행’ 5000만명 숨져제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미국은 외형상 중립을 표방하며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1915년 5월7일, ‘루시타니아(Lousitania)호 사건’이 발생했다. 독일의 잠수함 공격으로 비운의 영국 여객선이 격침되어 승객과 선...

    2021.11.25 20:52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4)식중독 주범이던 ‘보툴리눔 독소’, 이젠 인류 주름살 펴준 묘약
    (24)식중독 주범이던 ‘보툴리눔 독소’, 이젠 인류 주름살 펴준 묘약

    역사 교과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백년 전쟁’을 승리로 끝낸 15세기 중반부터 일찍이 안으로는 왕권 강화를 통한 중앙 집권화를, 밖으로는 정복 전쟁을 통한 팽창을 추구했다. 프로이센과 영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 이런 프랑스는 늘 경계 대상이었다.그러던 차에 ‘프랑스 대혁명’(1789년)이 일어나 절대군주 루이 16세가 폐위되어 단두대에서 처형되자, 주변국들은 프랑스를 공격할 명분과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영국을 중심으로 1793년부터 1815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군사 동맹, 이른바 ‘대(對)프랑스 동맹’이 결성돼 프랑스 대혁명의 여파를 막는 동시에 나폴레옹의 대륙 지배에 대항했다.나폴레옹은 대프랑스 동맹을 격파하고자 전쟁을 벌여 오스트리아·프로이센·러시아를 연이어 격파하고 신성 로마 제국을 해체했다. 이렇게 육전에서 연전연승하던 프랑스는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영국에 패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후 나폴레옹은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유럽 대륙과 영국 간 ...

    2021.10.28 20:59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3)헬리코박터를 들이켜 ‘맹신’을 깨버린 학자…의과학은 그렇게 발전했다
    (23)헬리코박터를 들이켜 ‘맹신’을 깨버린 학자…의과학은 그렇게 발전했다

    고정관념과 미생물‘백문이 불여일견’이라든가 ‘Seeing is believing’과 같은 동서양 속담은 미생물학에 꼭 들어맞는 말이다. 현미경이 발명되고 나서야 비로소 미생물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후 직간접적으로 이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한 이해가 나날이 깊어져 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고정관념이었다.나쁜 공기, 미아즈마‘병 원인은 나쁜 공기’ 2000년간 믿음의사들 시신 다루며 손 안 씻고 진료19세기까지도 서양에선 비일비재19세기에 이르기까지도 서양에서 질병은 개인이 저지른 죄악과 악행의 대가로 받는 천벌이라는 고정관념 속에 마을에 전염병이 돌면 시궁창에서 악취 형태로 나온 악마의 소행이라고 믿기 일쑤였다. 상당수 의사도 사체나 배설물, 쓰레기 따위가 썩을 때 나오는 ‘나쁜 공기’, ‘미아즈마(miasma)’가 감염병 원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1840년대 헝가리 출신 의사...

    2021.09.30 20:25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2)오염물 먹고 자라는 먹성 좋은 미생물도 ‘플라스틱은 정말 낯설어’
    (22)오염물 먹고 자라는 먹성 좋은 미생물도 ‘플라스틱은 정말 낯설어’

    환경을 지키는 미생물더러운 유기물 먹는 청소부 역할로흐르는 물을 썩지 않게 하는 미생물인공합성 물질 분해 능력은 떨어져‘줄이고·재사용·재활용’ 3R에 더해바이오기술로 미생물 ‘재설계’ 필요플라스틱을 더 잘 먹는 미생물이나미생물이 잘 먹는 플라스틱 연구 중유수불부(流水不腐).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환경 변화에 대응을 게을리하고 마냥 안주하면 도태되기 쉬우니, 자기 계발에 부단히 힘쓰라고 독려할 때 흔히 인용하는 말이다.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미생물학 관점에서 보면 이 경구의 주인공은 미생물이다. 우리가 볼 때 ‘썩지 않음’은 물에 있는 유기물을 미생물이 말끔히 먹어치운, 곧 완전히 분해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염된 자연환경이 저절로 깨끗해지는 이른바 ‘자정 능력’의 실체가 바로 미생물이다. 흐르는 물은 미생물 청소부가 숨 쉴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한다. 그런데 청소량이 많을수록 ...

    2021.09.0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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