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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1)‘맛있는 먹이는 못 참아’…기억에 의존하는 미생물의 이유 있는 식탐
    (21)‘맛있는 먹이는 못 참아’…기억에 의존하는 미생물의 이유 있는 식탐

    미생물의 선택 능력‘인생이란 B와 D 사이에 C’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 출신 철학자 겸 작가 사르트르(Jean-Paul Sartre·1905~1980)가 남긴 경구라는데, B와 D는 각각 탄생(birth)과 죽음(death)을, C는 선택(choice)을 뜻하는 영어 단어 첫 글자이다. 거창하게 인생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매일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곤 한다. “오늘 점심에는 또 뭘 먹을까?”와 같은 고민 아닌 고민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오죽했으면 짜장면과 짬뽕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짬짜면’이라는 메뉴까지 등장했을까! 어디 그뿐인가? 큰맘 먹고 시작한 다이어트도 선택을 고민하다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다.21세기를 살아가는 구석기인식탐, 모든 생물의 중요 생존 본능인간은 에너지 과잉공급 탓 비만음식 유혹 못 이겨 건강마저 해쳐가만히 살펴보면, 다이어트는 운동을 게을리해서가 아니라 음식 조절을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대...

    2021.08.05 20:37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0)우뭇가사리가 ‘세균 배양’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20)우뭇가사리가 ‘세균 배양’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우무 가루를 끓인 후 식혔더니거의 100도까지 고체 상태 유지미생물이 먹어치우지 못해배양 ‘고체배지’로 안성맞춤반복되는 일상 속 어느 날 뜻밖의 선물이 도착했다. 제주에 사는 지인이 보내준 천연 생미역이었다. 즉시 휴대전화를 들어 반가움과 고마움을 전했더니, 이번에는 잔잔한 울림으로 화답했다. “요 며칠 바다가 성을 낸 게 미안했는지 파도가 집 앞 바닷가로 미역을 배달했다네. 늘 내주는 바다가 고맙지. 그걸 함께 나누고 싶어서….” 바다와 사람의 베풂을 통해 전해지는 정겨움이 마음을 적셨다. 그날 저녁 밥상은 당연히 미역이 주인공이었고, 급기야 미역 강의(?)도 이어졌다.미역은 ‘해조(海藻)’, 순우리말로 ‘바닷말’의 일종이다. 한자 ‘조(藻)’는 획수가 많아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나무 위에서 입을 벌리고 지저귀는(울 소·) 새들이 물(삼수변·)에 떠 있는 풀(초두머리·)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나름 쉽고 재밌게 익힐 수 있다. 해조를 ‘해초(海草)...

    2021.07.08 20:43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9)고온·고압·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펼쳐지는 ‘생명체의 파노라마’
    (19)고온·고압·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펼쳐지는 ‘생명체의 파노라마’

    뜨거운 물이 솟구치는 심해 열수구 주변엔 물에 녹은 암석이 굳어 굴뚝과 같은 구조물을 이룬다심해저 생태계의 시작점인 이곳엔 햇빛 대신 황화수소로 번성하는 황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이 있다이들은 펄펄 끓는 물에서도 살아남아 관벌레와 조개, 새우 등 다양한 생물들의 낙원을 제공한다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1828~1905)이 1869년에 발표한 공상과학 소설 <해저 2만리>에서 ‘리’는 프랑스어 ‘류(Lieue)’의 번역어이다. 이것은 옛날에 유럽에서 사용하던 길이 단위로 보통 어른이 한 시간 동안 걷는 거리를 말한다. 우리가 익숙한 미터법으로 어림하면, 1류는 4㎞ 정도이다. 그러므로 2만류는 얼추 8만㎞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구 둘레가 4만㎞ 남짓이니까 단순히 거리로만 따지면, 주인공은 잠수함을 타고 지구 두 바퀴를 돈 셈이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우리나라 대표 민요 ‘아리랑’ 노랫말...

    2021.06.10 20:27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8)지구 생명이란…미생물과 배설물로 엮인 거대한 ‘연결망’
    (18)지구 생명이란…미생물과 배설물로 엮인 거대한 ‘연결망’

    2500년 전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은 원래 드높은 진리와 아름다움의 평원으로 비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런데 그런 영혼이 날개가 꺾여 지상에 추락하고 육체에 갇히면서 지금처럼 작아졌다. 사랑이 그 상처를 치유하여, 인간 영혼을 다시금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플라톤 말대로 인간이 영혼(정신)과 육체라는 두 실체로 이루어져 있다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영혼을 살리는 사랑과 함께 육체를 움직이는 힘이 필요하다. 생물학적으로, 우리가 숨 쉬는 이유가 이런 육체적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호흡은 날숨 ‘호(呼)’와 들숨 ‘흡(吸)’이 합쳐진 말이다. 좀 더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코와 입으로 산소가 풍부한 바깥 공기를 들이마셔 기도를 거쳐 허파로 보내고, 이산화탄소가 많은 몸속 공기를 몸 바깥으로 내보내는 기체교환이다.크게 한번 심호흡을 해보자. 가슴이 팽창하고 윗배가 앞으로 나오는 느낌이 든다. 자칫 공기가 들어오니까 ...

    2021.05.13 20:40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7)생명체 키워온 자양분인데 환경파괴범?…“억울합니다”
    (17)생명체 키워온 자양분인데 환경파괴범?…“억울합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난 지도 어느새 달포, 이제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조상은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이 윤택해진다는 곡우를 농사철의 시작으로 여겼다. 실제로 이 무렵부터 본격적인 모내기 철에 들어간다. 모내기가 끝나고 날이 더워지면서 보통 논에는 물개구리밥이 들어찬다. 비단 논뿐 아니라 연못이나 개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물풀이다. 혹시 언뜻 눈 결정을 연상시키는 잎사귀가 물 위에 많이 떠 있는 걸 보았다면, 십중팔구 물개구리밥이다.주지하다시피 개구리는 벌레를 잡아먹지 풀을 뜯지 않는다. 물개구리밥이라는 이름은 보통 개구리가 많이 사는 곳에 이 물풀이 많아서 붙여진 게 아닌가 싶다.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이 작은 풀이 벼농사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우선 엄청난 번식력으로 논물을 덮어 증발을 더디게 하여 그만큼 물 대는 수고를 덜어준다.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물개구리밥은 논에 천연 질소비...

    2021.04.15 20:28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6)내성균과의 싸움, 죽자고 덤비면 유리한 건 세균이다
    (16)내성균과의 싸움, 죽자고 덤비면 유리한 건 세균이다

    까칠해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고슴도치’에 빗대곤 한다. 어떻게 하면 이들과 함께 잘 살아갈까? <고슴도치 끌어안기>라는 책에는 이러한 지혜가 담겨 있다. 이번 글의 연재 제목은 책에서 빌려왔다. 책에 나오는 방법 가운데 ‘고슴도치 본성을 이해하고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가 항생제 내성균 문제의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다. 1941년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항생제(antibiotic)’라는 용어는 ‘삶(bios)’을 ‘반대한다(anti)’는 뜻으로 미생물이 만들어 다른 미생물, 특히 세균을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죽이는 물질을 이른다. 이 말을 만든 미국 미생물학자 왁스먼(Selman Waksman·1888~1973)은 흙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상대를 물리치기 위한 어떤 공격성 물질을 만들어낼 거로 생각했다.실제로 왁스먼은 1943년, 마침내 ‘방선균’ 가문 소속 토양 세균에서 새로운 항생제를 찾아냈다. ‘스트렙토마이신’이라고 ...

    2021.03.18 20:28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5)항생제 공격을 내성으로 받아친 세균…인류는 승자가 될 수 있을까
    (15)항생제 공격을 내성으로 받아친 세균…인류는 승자가 될 수 있을까

    플레밍, ‘마법탄환’ 페니실린 발견노르망디 작전 때 수많은 목숨 살려항생제 핵심구조 타격 ‘세균의 반격’과학자들 ‘메티실린’ 등으로 재응수결국 내성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어제1차 세계대전에는 그동안 발달한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다양한 신무기들이 일제히 등장했다. 전차를 필두로 전투기와 잠수함은 육·해·공 모두를 격렬하고 거대한 전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에 기관총과 수류탄 같은 신형 개인화기까지 가세해서 이전 전쟁에서는 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다. 4년 남짓한 전쟁 기간(1914년 7월28일~1918년 11월11일)에 900만명에 달하는 장병이 전사했고 2200만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이토록 참혹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프랑스 항구 도시 불로뉴에 세워진 군병원에서 부상 장병을 치료하던 영국 군의관,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1881~1955)은 의사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다친 부위를 소독하고 수술을 잘...

    2021.02.18 21:36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4)수천년 전부터 가축처럼 길들인 ‘효모’…인류에 술과 빵 선사하다
    (14)수천년 전부터 가축처럼 길들인 ‘효모’…인류에 술과 빵 선사하다

    흰 소를 앞세우고 신축년(辛丑年)이 찾아왔다. 지난해가 너무나 힘들었기에 새해에 거는 기대와 소망이 여느 해와는 사뭇 다르다.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흰 소의 해에는 상서로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띠를 나타내는 열두 동물 가운데에는 소 말고도 여섯(토끼, 말, 양, 닭, 개, 돼지) 가축이 더 있다. 야생을 누비던 동물이 인간과 동거를 시작한 건 최소 1만5000년 전쯤으로 보고 있다. 첫 상대는 살가운(?) 늑대였다. 인간 영역에 들어와 주거와 배고픔을 해결하고, 그 대가로 인간을 보호하며 사냥을 도왔다. 그리고 이 둘 사이 유대감이 나날이 커져갔다. 절친 동물, 개의 탄생 과정을 추정하는 가설의 핵심 내용이다.그 이후로 수천년에 걸쳐 인간은 들짐승을 키워 일을 부리고 식량으로 사용하는(가축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소는 대략 8000년 전에 가축화되었다고 여겨진다. 또한 야생식물을 재배하는(작물화) 데에도 성공했다. 이른바 ‘...

    2021.01.14 21:33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3)한 남자의 열정, 미지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시의 세계를 열다
    (13)한 남자의 열정, 미지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시의 세계를 열다

    미생물은 심해 화산 분화구에서 동물 소화관에 이르기까지 지구에 사는 생물 가운데 가장 널리 퍼져 있다. 미생물 다양성은 지구상 다른 모든 생물 다양성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또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생명체 화석은 38억년 전쯤에 존재했던 세균의 것이다. 최초 생명체가 정확하게 언제 탄생했는지 모르지만,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이 적어도 38억년 동안 막후 실력자로 군림해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미생물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불과 500년이 채 안 된다.현미경을 정확히 누가 언제 발명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현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형태의 현미경은 1600년대 초반 네덜란드 출신 안경 제작자 얀선(Jacharias Janssen, 1585~1632)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65년 영국 과학자 훅(Robert Hooke, 1635~1703)은 자신이 제작한 현미경으로 주변의 다양한 생물과 사물을 수십 배 확대하여 본 것을 직접 그린 그림들을 모은...

    2020.12.17 20:51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2)동화 피터 래빗 작가가 발견한 ‘지구 최강 생명력’의 존재
    (12)동화 피터 래빗 작가가 발견한 ‘지구 최강 생명력’의 존재

    어느덧 계절은 입동을 지나 만추를 뒤로하고 겨울로 향하고 있다. 옷을 껴입는 우리와는 반대로 나무는 옷을 벗으며 겨울을 맞이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땅에게 겨울옷을 입히려나 보다. 가을 타는 추남(秋男)의 감성적 상상이다. 본시 땅은 옷을 입고 있다. 숲길은 물론이고 동네 산책길에서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땅옷’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돌과 나무 표면에 있는 푸릇한 것들을 흔히들 이끼로 여기는데, 이들의 정체는 ‘지의류(地衣類)’(작은 사진)이다. 정식 과학 용어는 아니지만, 이 한자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땅옷이다. 이끼는 잎과 줄기 구별이 분명치 않고, 관다발이 없는 식물이다. 반면 지의류는 전혀 다른 두 종류 미생물, 곰팡이(진균)와 미세조류가 얽혀 있는 공생체다.■동화 속에 남긴 지의류‘곰팡이·미세조류’ 얽힌 공생체동화 ‘피터 래빗’ 작가가 첫 발견한 세기 지나서야 학회서 인정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 주인공 피터 래빗(P...

    2020.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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