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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10)‘좀비 인간’ 만드는 미생물은 없다, ‘광란의 춤’ 유발 세균은 있다
    (10)‘좀비 인간’ 만드는 미생물은 없다, ‘광란의 춤’ 유발 세균은 있다

    좀비, 주술사가 조종하는 시체서인도 제도 토속신앙이 원조그 좀비는 사람을 해치지 않아영화 속 좀비, 물리면 급속 전파그런 바이러스는 세상에 없어최근 몇 년 사이 이른바 ‘한국형 좀비(zombie)’를 내세운 영화와 드라마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들이 믿던 토속 신앙 ‘부두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좀비는 주술사가 마법과 약물로 움직이게 만든 시체를 일컫는다. 부두교 좀비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이성과 감정이 없는 꼭두각시가 되어 그저 부림을 당할 뿐이다.보통 영화에서는 멀쩡한 사람이 바이러스 따위에 감염되어 좀비가 된다. 그러고는 목과 사지를 심하게 꺾으며 사람을 물어뜯으러 돌아다닌다. 좀비에게 물리면 몇 분, 길어야 몇 십 분 내에 좀비가 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하지만 감염 후 이렇게 빠르게 발병하는 바이러스는 발견된 바가 없을뿐더러, 존재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영화적 설정에 까탈스럽게 시비를 걸려...

    2020.10.15 20:38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9)지구 온난화에…‘WWW’ 땅 아래 ‘곰팡이 네트워크’가 위험하다
    (9)지구 온난화에…‘WWW’ 땅 아래 ‘곰팡이 네트워크’가 위험하다

    생물 이름을 놓고 비호감 순위를 매기면 곰팡이는 분명 상위권에 들어갈 터이다. 하지만 역시 곰팡이의 한 종류인 버섯은 전혀 다르게 여겨진다. 각종 요리의 풍미를 돋우는 데에 두루 사용될 뿐만 아니라, 영양소가 풍부한 저칼로리 건강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미식가들이 극찬하는 자연산 송로버섯(트러플)의 경우에는 가격도 엄청나다. 2007년, 이탈리아에서 채취한 1.5㎏짜리 흰 송로버섯 한 덩이가 무려 33만달러(약 3억70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그 맛과 값은 차치하고, 송로버섯은 보통 버섯과는 다르게 땅속에서 자란다. 고가인 탓에 ‘땅속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을 얻은 이 버섯을 미생물학에서는 ‘땅속 버섯’이라고 부르곤 한다.송로버섯은 주로 참나무 뿌리에서 자라면서 바람에 의존하지 않고 포자를 퍼뜨리는 비법을 개발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종류의 송로버섯이 자생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그 지역에 사는 동물이 혹하는 냄새를 공기로 발산한다. 자기를 찾아내서 맛나...

    2020.09.17 21:36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8)무성생식의 세균들, ‘수평 소통’으로 유전자 주고받아 다양성 확보
    (8)무성생식의 세균들, ‘수평 소통’으로 유전자 주고받아 다양성 확보

    대장균 O-157의 독소 유전자‘시겔라’에서 들어온 게 확실 생물학적 근묵자흑의 사례 대장균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상편 2020년 7월24일자 14면 참조). 건강 도우미와 산업 역군에서부터 장출혈성 병원균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이런 극과 극의 차이는 유전정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나쁜 대장균은 착한 대장균에 비해 적어도 1000개 이상 더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병원성과 관련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병원성 유전자들이 무작위로 퍼져있지 않고,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모여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성 유전자 섬(pathogenicity island)’이라고 부르는 이들 유전자 무리는 주변 유전자들과 확연히 다르다. 흡사 클래식 선율 중간중간에 재즈 리듬이 들리는 격이다. 다시 말해, 세포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작위 돌연변이로 생겨나기에는 너무나 조직적이고 이질적이다.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 밖에...

    2020.08.20 21:31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8)‘혈액 응고’ 비타민 K 등 생산…생명공학산업 이끄는 ‘세포공장’
    (8)‘혈액 응고’ 비타민 K 등 생산…생명공학산업 이끄는 ‘세포공장’

    전체 장내 세균의 1% 못 미쳐연구가 가장 많이 된 ‘생명체’자연 서식지는 온혈동물 창자당뇨병 치료제 대량 생산 기여배양 가능해 청결 가늠 지표로번듯하게 동식물의 축에 끼지 못하는 생물을 몽땅 미생물이라고 한다. 대부분 너무 작아 맨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 없어 보이는 것들 가운데 일부가 불쑥불쑥 자기 존재를 과시하곤 한다. 그것도 ‘감염병’이라는 아주 고약한 꼬락서니로 말이다. 최근에는 ‘병원성’ 대장균이 코로나19 고통으로 가뜩이나 힘든 우리에게 발길질을 했다.어림잡아 2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지구에 처음 출현했을 때부터 대장균은 인간의 장속에 자리를 잡고 살아왔다. 하지만 자칭 지혜로운 우리(학명을 이루는 ‘호모’와 ‘사피엔스’는 각각 ‘사람’과 ‘지혜로운’이라는 뜻임)가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 지는 불과 135년밖에 안 된다.1885년 독일의 의사 테오도어 에셰리히(Theodor Escheric...

    2020.07.23 20:33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7)당신의 ‘오복’을 갉아먹는 충치는…설탕과 구강세균의 합작품
    (7)당신의 ‘오복’을 갉아먹는 충치는…설탕과 구강세균의 합작품

    지난 9일은 ‘구강보건의날’이었다. 올해 일흔네 돌을 맞았으니 그 역사가 광복 이듬해인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치과의사회(대한치과의사협회의 전신)는 여섯 살 즈음에 나오기 시작하는 영구치를 잘 관리해 평생 건강하게 사용하자는 의미를 담아 어금니의 한자 구치(臼齒)의 ‘구’를 숫자화해 6월9일을 택했다고 한다. 2016년 정부는 구강보건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흔히 이가 좋은 건 오복에 든다고 한다. 나머지 네 가지가 궁금해 조사를 해보니, 오복이 기록된 가장 오래된 자료는 사서삼경 가운데 하나인 서경이었다. 이 고서에서는 행복한 인생의 조건으로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이렇게 다섯 가지를 말하고 있다. 장수와 부유함, 건강 다음에 나오는 유호덕은 덕을 좋아하여 즐겨 행함, 진정으로 남을 위한 베풂을 이르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고종명은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

    2020.06.25 22:09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6)6·25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 안 가리고 공격한 ‘보이지 않는 적’
    (6)6·25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 안 가리고 공격한 ‘보이지 않는 적’

    1951년 첫 감염 나온 이후 그해에만 미군 환자 1000여명 발생미 의료진, 원인 몰라 비상…서로 ‘상대가 생물학전 감행’ 의심1978년에야 병원체 정체가 들쥐 몸속 바이러스라는 게 밝혀져1953년 10월호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는 제목 위에 이런 내용의 문구가 있다. “이 논문에서는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특이한 감염병을 다룬다.” 그런데 정작 이 질병은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것도 아니었고,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왜 이 병이 미국인의 관심사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자국의 젊은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전장에서 이 괴질로 쓰러져갔기 때문이다.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해를 넘기며 장기전으로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1951년 봄부터 전황은 38선을 중심으로 교착 상태에 놓였다. 한반도 문제를 더 이상 군사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2020.05.28 20:31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5)피부는 미생물의 전쟁터…‘착한 미생물’과 손잡아야 ‘피부미인’ 된다
    (5)피부는 미생물의 전쟁터…‘착한 미생물’과 손잡아야 ‘피부미인’ 된다

    우리 인체의 가장 큰 기관인 피부 미생물에 다양한 서식환경 제공 분만과정·아기 주변환경에 따라 피부미생물 생태계 조성 달라져 피지는 미생물 막는 역할 하지만 기름을 영양분 삼는 세균도 있어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몸에서 이런 환경 변화에 가장 빠르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은 피부이다. 부쩍 푸석해진 얼굴과 잦아진 피부 트러블이 이를 실증한다. 피부는 다양한 신체 기능을 수행한다. 우선 면역계의 제일선으로서 우리의 몸을 감싸 보호한다(면역계에 대해서는 ‘미생물 수다 4회’ 참조). 피부의 단열 및 발한 작용은 체온 조절에 중요한 요소이고, 인간의 원초적 느낌인 촉각도 피부 감각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적당한 햇빛을 받으면 피부는 비타민D를 합성해낸다.얄궂게도 정작 피부 건강과 기능의 완성은 미생물에 달렸다. 피부를 비롯해 인체의 표면은 온통 미생물로 덮여 있다. 생태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몸은 여...

    2020.04.30 22:23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4)인체미생물, 인간에 기대어 살지만 바이러스 막는 최전선의 동맹군
    (4)인체미생물, 인간에 기대어 살지만 바이러스 막는 최전선의 동맹군

    |인간은 좋은 서식지따뜻한 집이자 식량 공급원기를 쓰고 들어와 살려고 해몸에서 자라는 게 치명적 감염|홈그라운드 ‘텃세’본능적으로 공간·먹이 선점 외래 미생물 접근 못하게 막아선천성 면역에 큰 힘 보태바깥세상에는 우리 몸으로 침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미생물들이 널려 있다. 물론 우리도 이에 맞서 강력한 다중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부는 침입 자체를 봉쇄하도록, 어떤 것은 침입자를 제거하고 그 특징을 기억해 다음을 대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렇게 침입자에게서 우리 몸을 지키는 능력을 면역,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세포와 기관을 일컬어 면역계라고 한다.면역은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태어날 때부터 완비된 선천성 면역의 체계는 성벽 안쪽에 해자가 있고 거기에 사나운 악어가 살고 있는 성에 비유할 수 있다. 좀 더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제1 방어선(성벽)은 피부와 점막이 맡고 있으며, 그 뒤를 백혈구(악어)가 주도하...

    2020.04.02 20:38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3)경각심을 갖되 두려워 말자, 우리 모두가 방역요원이 되어야 한다
    (3)경각심을 갖되 두려워 말자, 우리 모두가 방역요원이 되어야 한다

    마마는 과거에 천연두를 일컫던 속칭이다. 천연두는 가장 오래된 인간 감염병 가운데 하나이고, 박멸되기 전까지 3억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옛날에는 이 병에 걸리면 셋에 하나꼴로 죽어나갔고, 살아남아도 얼굴에 보기 흉한 마맛자국이 남았다. 원래 마마는 임금을 비롯해서 왕족에게 붙이던 존칭이다. 극한 공포의 대상을 지극 존엄으로 높여 부르면, 무자비한 병마가 혹시라도 자비를 베풀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천연두를 마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마 박멸1796년 영국 출신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1749~1823)가 시도한 우두접종이 성공하기 전까지 인간은 천연두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그 당시 우유를 짜는 사람들은 소에서 나타나는 훨씬 약한 천연두인 우두에 걸리기 때문에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제너는 이런 생활 속 경험을 역사적인 임상실험(?)에 적용했다. 우두에 ...

    2020.03.05 21:24

  •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2)연약한 지구 피부에 생기를 불어 넣는 흙 속 ‘질소고정’ 세균
    (2)연약한 지구 피부에 생기를 불어 넣는 흙 속 ‘질소고정’ 세균

    새해를 맞아 몸만들기를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지 옷태가 아니라 건강이 살아나는 몸을 위해서 말이다. 이런 각오가 현실이 되려면 올바른 식단 조절과 함께 적절한 운동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아울러 본격적으로 근육운동을 시작한다면 (특히 중년 이후), 아미노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만드는 기본 재료이고, 단백질은 근육의 주성분이다. 따라서 충분한 아미노산 공급으로 체내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면 근육의 손상 방지 및 운동 후 근육통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고기와 계란, 두부 같은 음식에서 아미노산을 얻는다. 반면 식물은 필요한 모든 아미노산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미생물도 이런 자급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미노산을 합성하려면 질소가 많이 필요하다. 질소는 공기의 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그러나 식물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미생물도 이 기체를 직접 이용하지는 못한다. 대신 이들은 보통 토양에서 질산염 같...

    2020.02.0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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