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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열전]난파선의 쥐, 외딴 섬 토착종들에게 ‘저승사자’가 되다
    난파선의 쥐, 외딴 섬 토착종들에게 ‘저승사자’가 되다

    1788년 2월17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시드니 북동쪽 700㎞ 떨어진 곳을 항해하던 HMS 서플라이호는 섬 하나를 발견하였다. 너비 1.6㎞, 길이 11㎞에 불과하지만 높이 900m의 험준한 산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선장은 당시 해군성 제1제독이었던 리처드 하우의 이름을 따서 로드 하우(Lord Howe)라고 섬 이름을 정했다. 로드 하우섬 남서쪽에는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엘리자베스 리프와 미들턴 리프라고 하는 세계 최남단 대산호초가 있어서 해양생물이 아주 다양한 곳이다. 1982년 유네스코는 로드 하우섬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주민 약 300명이 살고 있으며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처음 발견된 후 한참 동안 섬은 보급항로에 위치한 외딴섬에 불과했다.1918년 보급선 SS 마캄보호는 로드 하우섬 주변 암초에서 좌초했다. 난파선에서 가장 먼저 도...

    2024.07.31 06:00

  • [멸종열전]댐 건설 능력 없어…‘기후 적응 실패’로 죽어간 거대 설치류
    댐 건설 능력 없어…‘기후 적응 실패’로 죽어간 거대 설치류

    1986년 10월28일 오후, 26개 대학의 학생 2000명이 건국대학교에 모여 애학투련 발족식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진압작전에 당황한 학생들은 학교를 점거하고 준비 없는 농성에 들어갔다. 그들의 구호는 ‘반외세 자주화, 반독재 민주화, 조국통일’. 정부는 반독재 민주화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의 구호를 근거로 학생들을 빨갱이 또는 좌경용공분자로 몰아갔다.농성 3일째인 10월30일 정부는 금강산댐 건설 계획을 멈추라는 대북성명을 발표했다. 국민들에게는 금강산댐이 완공되면 북한강을 통해 휴전선 이남으로 흘러가는 물 18억t이 차단될 것이며, 만약에 북한이 금강산댐을 붕괴시킨다면 한꺼번에 쏟아내린 200억t의 물이 63빌딩 중간 높이까지 차오를 수 있다고 그래픽 효과를 동원하여 설명했다.농성 4일차인 10월31일은 점거 학생을 진압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금강산댐 공포에 빠진 국민들은 데모꾼 학생들을 걱정하거나 편들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찰...

    2024.07.17 06:00

  • [멸종열전]‘티블스’라는 반려묘 발톱에 영원히 사라진 ‘라이얼굴뚝새’
    ‘티블스’라는 반려묘 발톱에 영원히 사라진 ‘라이얼굴뚝새’

    신비로운 우아함과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은 포유류가 있다. 소리 없는 권위로 집 안을 지배하며 온갖 아양과 거만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또한 사랑받는다. 고양이다. 영장류가 3300만년 전 등장했는데, 고양잇과 동물은 2500만년 전에야 등장했으니 비교적 신참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양잇과 동물은 크게 표범아과(亞科)와 고양이아과로 나뉜다. 호랑이, 사자, 재규어, 표범, 눈표범 같은 무서운 고양잇과 동물들은 모두 표범아과 소속이다. 스라소니, 치타, 살쾡이,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고양이라고 부르는 집고양이는 고양이아과 소속이다.고양잇과 동물들이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신생대 마이오세(2400만~520만년 전)에 지구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구가 점차 시원해지고 건조해졌다. 숲은 줄어들고 대신 초원이 늘었다. 풀을 먹는 초식동물들에게는 낙원과도 같았다. 초원은 먹이가 풍족하거니와 포식자가 몸을 숨기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

    2024.07.03 06:00

  • [멸종열전]숲 때문에 춤추다, 숲 때문에 날개 꺾인 ‘하늘의 지배자’
    숲 때문에 춤추다, 숲 때문에 날개 꺾인 ‘하늘의 지배자’

    낙원이라고 하면 어떤 풍경을 상상하게 되는가? “사자가 어린 양과 뛰놀고, 독사 굴에 어린이가 손 넣고 장난쳐도 물지 않는, 참 사랑과 기쁨의 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황량한 벌판보다는 울창한 숲, 춥고 건조한 환경보다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지구에 그런 시대가 있었다. 대략 3억5900만~2억9900만년 전의 일이다. 우리는 그때를 석탄기라고 부른다. 석탄기의 지구는 동물과 식물에게 낙원이었다.요즘 대기 중 산소 농도는 21%다. 그런데 석탄기 산소 농도는 35%에 달했다. 어떻게 산소 농도가 이렇게 높을 수 있었을까? 숲이 산소를 활발히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전에는 숲이 뭘 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때부터 산소를 뿜어내기 시작했단 말인가? 그 전엔 뭘하고 있었을까? 설마 숲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태업하면서 산소 만드는 일을 게을리했을 리는 없다. 숲이 없었다! 아예 나무가 없었다.익룡·새가 등장하기 전 석탄기날개 길이...

    2024.06.19 06:00

  • [멸종열전]기린 만했던 ‘거대 익룡’ 0.6초 만에 하늘로 슝~ 어찌 날아올랐을까
    기린 만했던 ‘거대 익룡’ 0.6초 만에 하늘로 슝~ 어찌 날아올랐을까

    천상의 위대한 창조주 오메테오틀에게는 아들이 넷 있었다. 이들 가운데 대지의 세계를 다스리는 테스카틀리포카와 바람의 세계를 다스리는 케찰코아틀은 엎치락뒤치락 싸우면서 서로의 세계를 멸망시켰다. 모두 망치고 난 다음에야 두 형제는 마침내 화해하여 치고받고 싸우기를 멈추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한다. 지상에!케찰코아틀은 저승의 신 믹틀란테쿠틀리에게 얻은 죽은 인간의 뼈에 자신의 피를 흘려 새로운 인류를 창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옥수수 씨앗과 용설란을 주었다. 아즈텍 신 가운데 가장 인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신이 바로 케찰코아틀이다. 그는 바람과 비의 신이면서 책과 달력의 발명가이며 죽음과 부활의 상징이다.케찰코아틀은 마치 인간에게 불과 고기를 선사한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같은 존재다. 아즈텍 문명은 케찰코아틀을 자신들의 달력 안에 보존하고 섬긴다. 아즈텍인들은 케찰코아틀을 깃털 달린 뱀으로 그려 기록했다. 케찰코아틀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감을 담...

    2024.06.05 06:00

  • [멸종열전]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거대 조류 ‘로크’의 현실판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거대 조류 ‘로크’의 현실판

    신드바드와 그의 선원들은 항해 중 어떤 무인도에 상륙했다. 낯선 섬을 탐험하다 그들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매우 크고 빛나는 거대한 흰색 알을 발견했다. 집채만 한 알을 발견한 선원들은 공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호기심 많고 대담한 모험가였던 신드바드는 완전히 매혹되어 알에 다가갔다. 신드바드와 그의 선원들은 곧 이것이 평범한 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배고픔과 절망에 빠져 알을 먹기로 결심한 선원들이 알을 깨뜨리자 복수심에 불타는 거대한 맹금류 로크의 어미가 날개로 태양을 가리고 공중으로 배를 들어올린 후 바다에 떨어뜨려 침몰시켰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생생한 이미지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집 크기의 알이라는 개념으로 수세기 동안 독자들을 사로잡아왔다. 세상에 이렇게 큰 새와 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거대한 알이 단순히 신화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어떨까?‘천일야화’라고도 알려진 <아...

    2024.05.22 06:00

  • [멸종열전]코끼리만한 느림보 동물은 왜 100m 땅굴을 팠을까
    코끼리만한 느림보 동물은 왜 100m 땅굴을 팠을까

    백악기 후기 몽골에는 매우 희한한 모습을 보이는 거대한 공룡이 살고 있었다. ‘낫 도마뱀’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테리지노사우루스가 그것이다. 몸길이 10m, 체중 3~5t으로 추정되는 테리지노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도 훨씬 키가 큰 공룡이었다. 낫 도마뱀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이유는 1m까지 길게 자라는 앞발톱 때문이다. 육식공룡에서 출발하였지만 초식공룡으로 진화한 테리지노사우루스는 발톱을 낫처럼 사용하여 풀을 베어 먹었다. 커다란 덩치와 낫처럼 생긴 기다란 발톱 덕분에 초식공룡으로 살 수 있었다.몸길이 10분의 1쯤 되는 거대한 발톱이 있는 거대한 동물이 또 있었다. 200만년 전에 등장하여 1만년 전에 멸종한 메가테리움(Megatherium)이 바로 그것. 그리스어로 거대한(mega) 짐승(therium)이라는 뜻이다. 몸길이 6m, 몸무게는 4t에 이르렀으며 뒷다리를 들고 서면 키가 현대 코끼리만큼 컸으니 이름값을 하는 셈이다. 인간과 같은 시대를 ...

    2024.05.08 06:00

  • [멸종열전]따뜻하고 습한 지구에서 번성한 ‘역사상 가장 큰 뱀’
    따뜻하고 습한 지구에서 번성한 ‘역사상 가장 큰 뱀’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 내 그림은 코끼리를 삼키고서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 뱀을 그린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나는 어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보아 뱀의 속이 보이도록 다시 그림을 그렸다. 어른들에게는 언제나 설명이 필요하다.”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 이용한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은 터무니없이 크다. 그래서 두렵지 않다. 하지만 영화 <아나콘다>에서 제니퍼 로페즈를 잡아먹으려 했던 뱀은 무섭다. 충분히 있음 직한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속의 아나콘다보다 훨씬 더 큰 뱀이 있었다. 관광버스처럼 길고 승용차만큼 무거운 뱀과 맞닥뜨렸다고 상상해보자. 복도에서 만난다고 하더라도 도망치면 살 수 있다. 문이 좁은 방으로 들어가면 살 수 있다. 쫓아 들어오려면 말 그대로 문을 비집고 들어와야 할 정도로 뱀의 몸통이 굵기 때문이다.다행히 이 뱀을 직접 본 사람은 없다...

    2024.04.24 06:00

  • [멸종열전]새들의 ‘조상님’은 아니지만, 진화론 ‘조력자’는 맞습니다
    새들의 ‘조상님’은 아니지만, 진화론 ‘조력자’는 맞습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불과 2년 후인 1861년 시조새가 발견되었다. 다윈 자신도 놀랐을 정도로 절묘한 시점에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깃털 달린 날개와 파충류 꼬리를 모두 가진 시조새는 공룡의 세계와 현대의 새를 잇는 살아 있는 다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새의 조상’이라는 시조새에게 바친 찬사는 결국 오해로 밝혀지고 말았다.1억5000만년 전 쥐라기 말기에 형성된 독일 솔른호펜 석회암 지층에서 깃털 화석 하나가 발견되었다. 그렇다. 단 하나의 깃털이었다. 깃털은 깃봉을 중심으로 양쪽 폭이 다른 비대칭형이었다. 단 하나의 깃털에 불과하지만 곤충, 박쥐, 익룡과는 다른 방식, 바로 비행용 깃털이 달린 날개로 나는 새의 존재를 알려주는 강력한 존재였다. 깃털의 주인에게 아르카이옵테릭스(Archaeopteryx)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고대의 날개’ 또는 ‘고대의 깃털’이라는 뜻이다.깃털이 있...

    2024.04.10 06:00

  • [멸종열전]‘장비목’ 코끼리의 조상…짧은 코로 하마처럼 물에서 살아
    ‘장비목’ 코끼리의 조상…짧은 코로 하마처럼 물에서 살아

    “비록 성씨는 다를지언정 의형제를 맺은, 즉 마음을 함께하고 힘을 합하여, 어렵고 위험할 때 서로 도울 것이다. 위로는 나라에 갚고, 아래로는 뭇사람을 평안케 할 것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나지 않았으나 한날한시에 죽기를 바라며, 하늘과 땅의 왕이 우리 마음을 굽어 살피어, 의와 은혜를 저버리는 자는 하늘과 사람들이 벌하여 죽을 것이다.”복숭아 밭에서 취할 때까지 마신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내가 이렇게 다짐하였다고 하여 도원결의라고 한다. 이날 검은 소와 흰 말을 제물로 바친 데 그치지 않고 소를 한 마리 더 잡았다고 한다. 도원결의에는 돈이 제법 든 셈이다. 그런데 복숭아 밭이 누구 소유인지 아시는가? 나이가 벼슬인 시대라 결국 막내가 된 장비(張飛)다.장비만큼이나 억울하게 알려진 사람도 없다. 일자무식과 문무겸비를 장비와 관우에게 배당하라고 하면 대부분 장비는 일자무식, 관우는 문무겸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우리가 오해하는 데는 이...

    2024.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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