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사람이나 사물이 처음 생길 때는 진실로 각자가 구별되지 않았다. 남이나 나나 다 사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를 남과 마주 놓고서 ‘나’라 일컬으며 구분을 짓게 되었다. 이에 천하의 사람들이 분분히 일어나 자기를 말하고 일마다 ‘나’라 일컫게 되었으니, 이미 그 사심(私心)을 이겨낼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말까지 스스로 덧붙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중략)아, 터럭 하나도 ‘나’라고 하여 이미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된다면, 나의 몸에서 겨우 터럭 하나를 사이에 둔 가까운 대상이라도 모른 척하고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제 터럭 하나를 뽑아 천하 사람에게 이로움이 돌아간다 해도 하지 않는 자들이 있다. 그리되면 사랑하기를 지극히 두텁게 한다는 것이 도리어 천하에 지극히 박한 것이 되고 만다. 이는 다름 아니라 내 한 몸을 사유물로 여기고 자기를 사랑하기를 지나치게 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나와 남, 인간과 비인간, 정...
2008.10.28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