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항은 갈 때마다 시끌벅적했다. 전을 펴고 앉은 사람들은 지나가는 나에게 온갖 것을 다 권했다. 반 건조 오징어, 말린 가자미, 황태, 개불, 조개, 대게, 여러 종류의 활어들. 그런데 이상했다. 그동안 대포항에 갈 때마다 그 아주머니들은 억척스러운 데다 닳고 닳아 보였는데, 그날 따라 하나같이 다정해 보일뿐더러 심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비로소 나는 그들의 본질을 꿰뚫은 걸까. 나도 닳고 닳은 구매자 같지는 않았는지 아주머니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선량하게 웃어주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아주머니들이 퍼질러 앉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소음은 엄청난데, 그들이 등지고 앉은 바다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요해 보였다. 격랑과 평화가 눈꺼풀 하나 정도의 망막을 공유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눈앞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그러다 다시 눈길을 돌리자 그 북새통 속에서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이면수 몇 마리를 앞에 놓고 앉아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할머니도 보였다....
2009.02.23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