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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와 성찰]교권 회복을 위하여
    교권 회복을 위하여

    학교는 이제 전쟁터가 되었다. 교사는 범법자로 취급당하고 있다. 민원과 소송이 난무하며, 교실은 무질서한 감옥으로 변했다. 불면으로 날을 새우다 명예퇴직으로 천직이라던 교직의 끈마저 놓아버린다. 원인은 멀리 있지 않다. 교육을 자본시장의 소비재로 보기 때문이다. 교사는 콜센터의 직원처럼 소비자의 호출명령에 따라야 한다. 학교는 자본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를 양산하는 공장이 되었다.교권은 소멸될 것인가. 공동체로부터 교육전문가에게 아이들의 심신 성장을 돕기 위해 부여된 권한과 권위가 협의의 교권이다. 교실은 가정의 연장이며, 학교는 사회의 모판이다. 교육이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된 한반도의 오랜 교육사에 비해 교권 강화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최근이다. 1991년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과 개정들을 거쳐 마침내 2023년에 교권보호 5법이 탄생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효행을 강조하는 까닭은 그것이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법들은 폭주하는 악성민원...

    2026.05.28 20:23

  • [사유와 성찰]적당한 불안감은 삶에 활력을 줍니다
    적당한 불안감은 삶에 활력을 줍니다

    몇해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였다. 어느 자매님이 상담을 청해와서는 아이가 시험을 망쳤다며 어쩌면 좋겠냐고 통곡하듯 말했다. “자매님, 그게 그렇게 울 일인가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신부님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부모 마음을 모르시는군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만 시험 좀 못 봤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 너무 울지 마세요.” “인생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예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어디 취직이나 하겠어요. 취직도 못하는데 결혼은 어떻게 해요. 이 일 저 일 전전하며 혼자 근근이 먹고살다가 나이 들고 기운 없어지면 일거리도 없어서 지하철에서 노숙이나 하며 살겠죠. 그러다 병을 얻어 죽어도 아무도 찾지 않을 겁니다. 이래도 인생이 끝난 게 아니라고요?” 그 자매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이어 붙이며 비극 영화 한 편을 만들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를 끝없이 상상하며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불안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

    2026.05.21 19:53

  • [사유와 성찰]가르치는 사람, 가리키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가리키는 사람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나이 든 이들이 은사를 모시고 이 노래를 부를 때, 그 공간은 돌연 따뜻해진다. 추억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신산스러운 삶의 굴곡을 통과해온 이들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시름을 내려놓고 삶의 원형 같은 기억 속으로 달려간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가슴 한쪽이 쓸쓸해진다. 우리 시대가 우러러볼 ‘어른의 뒷모습’을 잃어간다는 상실감 때문이다.우리 인식은 정글처럼 뒤엉켜 모호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손에 든 마체테로 덤불을 툭툭 쳐서 길을 내어주던 분들이 있었다. 흔히 스승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하지만, 진정한 스승은 가르치기보다 가리키는 사람이다. 그들은 말이 아니라 태도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다그치기보다는 기다려주고, 채우기보다는 깨우려 한다. 우리 마음속 씨앗 형태로 숨겨져 있는 가능성을 호명해 마침내 현실이 되게 한다.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2026.05.14 20:24

  • [사유와 성찰]사실과 해석의 경계에서
    사실과 해석의 경계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는 ‘갈등’이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깊은 균열을 드러낸다. 정치적 진영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규정하고 배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혐오와 낙인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현실에서도 편 가르기는 낯설지 않다. 이러한 분열은 단순한 정치적 차이를 넘어, 상대를 온전한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가 결여된 탓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한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의 충돌로만 볼 수 있을까. 이는 사실 위에 ‘나’와 ‘내 편’이라는 기준이 개입되며 해석이 과잉 증식하는 정신 작용, 즉 ‘망상분별(妄想分別)’의 집단화에 가깝다.망상분별은 객관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가령, 사법부의 판단과 교차 검증을 통해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한 선거 결과조차, ‘내 편이 졌다’는 결과 앞에선 ‘부정하게 조작되었다’는 거대한 음모론의 해석으로 덧씌워진다. 이러한 자의적 해석은 곧 확고한 신념이 되어 근거 없...

    2026.05.07 20:14

  • [사유와 성찰]사드를 철수시켜야 할 이유
    사드를 철수시켜야 할 이유

    지난 25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철폐를 위한 제20차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이 있었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사드가 들어간 진밭교 앞길을 변함없이 가득 메웠다. 사드가 들어간 2017년 4월26일과 9월7일, 완전무장한 1만여명의 경찰이 휘두른 무자비한 공권력으로 무너진 심신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사드 가야 평화 온다!”는 시민들의 함성이 골짜기 위의 사드기지로 뿌연 송홧가루를 헤치며 퍼져 올라갔다.사드가 철수되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무엇보다도 거짓말이다. 당시 트럼프 정권은 세계의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한 오바마 정권의 재균형 정책을 계승했다. 미국의 2014년 ‘4개년 국방보고서’에선 사드가 포함된 미사일방어체계 등 첨단무기들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중국 또한 반(反)접근 전략을 펼치며, 동아시아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개발, 배치해나갔다. 사드체계의 일부인 X밴드 레이더는 2000㎞에 달하는 전진배치모드가 가능한 미국 정...

    2026.04.30 20:09

  • [사유와 성찰]짜증도 잘 풀어야 건강해집니다
    짜증도 잘 풀어야 건강해집니다

    복음을 읽다 보면 나자로가 아주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죽었을 때 온 동네 사람들이 슬퍼할 뿐 아니라 예수님까지 눈물을 보이실 만큼 애정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몇명의 사람들이 슬퍼할까? 모쪼록 성당 식구들과 가족은 슬퍼해주기를 기대해본다.복음에 특별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인물이었을 나자로가 그토록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평범한 인생을 살아도 주위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반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다. 신경질이 많고 짜증을 잘 내는 까칠한 사람들이다.신경질은 신경 쓸 일을 스스로 사서 만드는 바람에 생긴다. 신경을 쓰는 것에는 한도가 있다. 그 한도를 넘어서면 정신적으로 마비가 와서 자신의 상태를 통제하기 어려워 신경질을 부리게 된다. 따라서 신경질을 안 내려면 신경 쓸 일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믿을 수가 없어...

    2026.04.23 20:05

  • [사유와 성찰]죽은 나무에 숨을 불어넣다
    죽은 나무에 숨을 불어넣다

    우리에게 4월은 기억의 시간이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옅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연하게 날이 서는 기억도 있다. 안산의 4·16 목공소가 떠오른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음 둘 곳 없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여 만든 공간이다. 그곳은 단순히 나무를 깎는 작업장이 아니다. 상실 이후의 시간을 견디고 부서진 존재의 파편들을 다시 이어 붙이는 수행의 장소다. 이전을 앞둔 목공소에서 만난 한 유가족의 말이 화인처럼 남았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고사목을 가져다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그것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라고 했다. 도시 한편에서 안간힘을 다하여 살다가 죽은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어 쓸모 있는 것으로 바꾸는 일. 거친 나무 표면을 매끄럽게 문지르는 목수의 마디 굵은 손가락 끝에는 슬픔을 어루만지는 조심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상실을 다루는 그들만의 방식이었다.나무를 다듬으며 그들은 스스로의 상처도 함께 어루만졌을 것이다. 삶은...

    2026.04.16 19:51

  • [사유와 성찰]클라라와 맹자의 만남
    클라라와 맹자의 만남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의 시선을 통해 현대 사회가 맹신하는 ‘능력’의 실체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작품 속 아이들은 상류 계급에 진입하기 위해 지능을 유전적으로 조작하는 ‘향상(Lifted)’ 시술을 받는다. 주인공 조시는 이 위험한 선택의 대가로 언니 샐을 잃고, 자신 또한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린다. 반면 ‘향상’을 선택하지 않은 친구 릭은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향상되지 않았다(Unlifted)’는 이유만으로 주류 사회 진입 장벽 앞에서 좌절한다.심지어 조시의 어머니는 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인공지능 클라라에게 조시를 학습시켜 그녀를 완전히 대체하려는 섬뜩한 계획까지 세운다. 소설이 그려내는 성공 신화는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잔혹함이며, 인간을 등급 매기는 능력주의가 초래할 파국을 예고한다.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실의 철학적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2026.04.09 19:58

  • [사유와 성찰]권력을 꿈꾸는 자들에게
    권력을 꿈꾸는 자들에게

    두 달 뒤면 지방선거다. 지자체장이나 의원 입후보자는 수천명에 달할 것이다. 권력은 중독성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한때 인기 있었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잘 보여준다. 카드를 쌓아 만든 위태로운 집이라는 뜻이 말하듯 백악관을 둘러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모습은 지옥의 현실판이다. 타자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권력의 쾌락은 마약만큼이나 강렬하다. 주변의 인간과 사물이 자신을 신으로 받든다는 환상은 극도의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역으로 권력을 상실했을 때 밀려오는 금단현상은 죽음만큼이나 쓰리다.권력은 자기중심을 확대하는 마법이다. 군사정권시대에 권좌에 있던 자들의 무소불위 행태가 그것이다. 백성을 폭압하고 경제 이권을 갈취하며 온갖 향락을 추구했다. 민주화를 쟁취했음에도 현재 지방에서는 정계·관가·기업·언론·학계의 이권 및 권력동맹이 대형행사, 토건사업, 특화전략을 내세우며 혈세를 갉아먹고 있다. 오죽하면 분노하는 시민들이 지방자치 무용론을 외치겠는가.국제투명성...

    2026.04.02 20:10

  • [사유와 성찰]화는 만병의 근원
    화는 만병의 근원

    어느 날, 세 명의 수도자가 같은 날 세상을 떠나 하느님 앞에 섰다. 수도 생활을 잘해 ‘성인’이라 불리던 이들이라 하느님은 반갑게 맞이하며 한집에서 함께 지내자고 했다. 그런데 한 달 뒤, 하느님은 인사 발령을 내렸다. 한 사람은 화장실로, 한 사람은 천당 교도소로, 또 한 사람은 비서실장으로 보낸 것이다. 화장실과 교도소로 발령받은 두 사람은 강하게 항의했다. “하느님, 너무하십니다. 우리가 비서실장이 된 수사보다 기도도 희생도 더 많이 했는데, 왜 이런 한직을 주시는 겁니까?”항의를 잠자코 듣고 있던 하느님이 말씀하셨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넌 화를 너무 참아서 마음이 변비에 걸렸느니라. 늘 똥 마려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 널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서 화장실로 발령을 낸 것이다. 또 넌 말로는 남을 용서한다고 하면서 눈은 부라리고 다니니, 누가 무서워서 가까이하겠느냐? 넌 교도소가 적격이니라.” “하지만 하느님, 저 친구는 왜 비서실장을 시켜주신 건가요?...

    2026.03.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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