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바흐의 음악에 흠뻑 빠져 지냈다. 독립적인 다성부(polyphony)가 어울려 음악적 건축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경이로웠다. 하나의 선율을 또 다른 선율이 따른다. 각기 독립적인 선율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때로는 대립하고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어울린다. 음들이 일으키는 긴장이 생동감을 자아내고 마침내 원만한 조화에 이르는 과정은 마치 뒤척이며 흐르던 지류들이 합류해 강을 이루고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 스며드는 광경과 같았다. 바흐의 대위법은 조화로운 대립의 메타포이다.연주회장을 돌아 나올 때마다 우리가 직면한 정치적 난맥상이 떠올라 암담했다.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공존하는 다성적 공간이다. 사람들은 각기 고유한 삶의 서사와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다름 혹은 차이는 필연적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인간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다. 차이를 인위적으로 해소하려 할 때 소외가 일어난다. 산다는 것은 낯선 세계와의 만남을 받아들이는 ...
2025.09.04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