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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와 성찰]철학 없는 한국 교육의 위기
    철학 없는 한국 교육의 위기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참된 교육 철학을 가진 사람이 교육 수장에 오른 것을 보지 못한 이 나라의 현실이다. 교육의 공공성·자율성은 교육 행정의 당연한 역할이다. 지도자들이라면 그 위에 ‘어떤 교육이어야 하는가’라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또한 페스탈로치나 방정환처럼 아이들을 진정 사랑한다면, 자본과 권력의 사다리를 향한 숱한 사교육과 그 카르텔을 보고도 묵인할 수 있을까. 청소년의 10% 이상이 자살 충동을 느끼고, 매년 수백명이 자살하는 이 고통의 현실을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무엇보다도 교육의 이상은 유한한 인간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 있다. 하여 무(無)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교양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묻는다. “여러분들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아는가. 모른다면 왜 이 교실에 앉아만 있는가. 들판을 뛰어다니며 해답을 구해야 하지 않는가...

    2025.07.24 21:37

  • [사유와 성찰]어긋나는 말들에 대하여
    어긋나는 말들에 대하여

    언젠가 읽은 우화다. 수사자와 암소는 뜨거운 사랑에 빠졌고 둘은 한 가정을 이루었다. 수사자는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매일 사냥을 해서 신선한 고기를 대접했다. 암소는 싫었지만 남편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고기를 먹었다. 암소는 날마다 남편을 위해 신선한 건초를 준비해 대접했다. 사자는 건초를 먹는 게 고역이었지만 끝까지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참을성은 곧 바닥을 드러냈고 서로 헤어지기로 했다. 그때 그들이 서로에게 한 말은 “나는 최선을 다했어”였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최선이 어리석은 최선이었다는 사실이다. 에리히 프롬은 진정한 사랑은 ‘지식’을 내포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지식은 특정한 정보를 뜻하지 않는다. 사랑에 내포된 지식은 자기 욕구를 상대에게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가리킨다. 그의 고통, 슬픔, 기쁨, 불안, 내밀한 상처를 알아채고 그것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말이다.어긋나는 말들이 ...

    2025.07.10 21:14

  • [사유와 성찰]AI 교육의 철학적 전제
    AI 교육의 철학적 전제

    영민한 젊은 수행자가 도력이 높다고 소문난 스승을 찾아갔다. 절 마당에 들어설 무렵, 스승이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수행자는 마당 위를 날던 새 한 마리를 낚아채며 물었다. “스승님, 이 새를 놓아줄까요, 아니면 계속 붙잡고 있을까요?” 스승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내가 지금 방으로 들어갈까요, 아니면 마당으로 나갈까요?”이 일화는 미래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 의지와 선택에 따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민주화, 자본주의 등 문명의 전환점마다 단순히 저항하기보다 더 나은 선택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왔다. 인공지능(AI) 시대라는 문명적 갈림길에 선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본래의 목적을 잃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유용한 도구가 아니라 잠재적 위협이 된다. AI는 유례없이 예측이 어렵고, 삶의 거의 ...

    2025.07.03 21:14

  • [사유와 성찰]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단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단

    군사 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적을 굴복시키는 폭력행위”라고 정의했다. 욕망에 기반한 감정을 내세워 적과 아군으로 나눠 싸움을 일으키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아마도 인간 존재는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성의 철학자 칸트 또한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고, 국가가 해야 할 최고의 정치적 선은 영원한 평화 수립이라 했으며, <영구평화론>이라는 책을 쓰기까지 했다. 전쟁은 정치적 도구라는 말은 그저 수사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인간의 추악한 모든 면을 발산하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분단 80주년, 6·25전쟁 75주년이다. 미국이 기획하고 소련이 묵인한 한반도 분단은 해방과 동시에 이뤄졌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질서를 모색한 카이로 선언, 얄타 회담, 포츠담 선언에 한반도 백성은 어떠한 발언권도 없었다. 모스크바의 미·영·소 삼상회의에서 결정한 신탁통치안도 우리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2025.06.26 21:38

  • [사유와 성찰]듣는 마음, 정치의 시작
    듣는 마음, 정치의 시작

    성경은 두 여인의 분쟁을 지혜롭게 해결한 이야기로 솔로몬 왕의 통치를 소개한다. 아기를 두고 서로 자신의 자식이라 주장하던 두 여인 앞에서, 왕은 신하에게 “아이를 둘로 나누어 주라”고 명령한다. 그 말에 한 여인은 울부짖으며 말한다. “살아 있는 이 아이를 차라리 저 여인에게 주십시오. 아이를 죽이지 마십시오.” 다른 여인은 왕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말한다. 솔로몬은 아이를 살리려 한 여인이 진짜 어머니임을 간파하고, 아이를 그 여인에게 넘긴다.이 판결 이야기는 솔로몬의 지혜를 소개하기 위해 자주 인용된다. 솔로몬이 왕이 된 직후 하나님은 “내가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솔로몬은 자신이 어린아이 같고 백성을 다스릴 능력이 없음을 고백하며 ‘지혜로운 마음’을 달라고 간청했다. 이 말의 히브리어 표현인 ‘레브 쇼메아’의 문자적 의미는 ‘듣는 심장’ 혹은 ‘듣는 마음’이다.듣는 마음이란 단순히 타인의 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내면을 식별하고 고통...

    2025.06.12 20:27

  • [사유와 성찰]대통령에게 이 한 권의 책을
    대통령에게 이 한 권의 책을

    우리나라 명산대찰을 찾은 이들은 절 입구 마당에 놓인 기와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절의 지붕을 얹기 위한 기와들인데, 불자들은 이름과 소원을 적어 보시를 올린다. 가장 많은 소원은 ‘가족의 건강과 화목’이다. 단순하지만 삶의 본질이 담긴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다. 그다음으로는 자녀의 취업과 결혼을 기원하는 글이 많다. “손주를 안아볼 수 있게 해주세요” “투자한 곳에서 꼭 대박 나게 해주세요” 같은 소원도 보인다. 한국 사회가 마주한 취업, 결혼, 출생의 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타깝고 씁쓸한 현실이다.수능이 다가오면 전국 사찰에는 수험생을 위한 백일기도 현수막이 걸리고, 스님들의 목탁 소리도 분주해진다. 어떤 절에는 ‘수능 고득점 기원’이라는 문구까지 등장한다. ‘부모 찬스’로 부족해 이제는 ‘부처님 찬스’에 기대는 부모들의 마음은 절절하다.해마다 반복되는 입시철 풍경은 우리 교육과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수능 고득점, 명문대 진학, 정규직 취업, 결혼...

    2025.06.05 20:54

  • [사유와 성찰]‘파사현정’ 투표가 돼야 한다
    ‘파사현정’ 투표가 돼야 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윤석열이 ‘비상대권’을 언급해 아연실색했다. 그것은 일본이 1889년에 선포한 ‘대일본제국헌법’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제31조가 바로 왕의 비상대권 조항이다. 제2장 ‘신민의 권리와 의무’ 중 제31조는 “본장에 게재된 조규(條規)는 전시 또는 국가사변의 경우에 천황대권의 시행을 방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제1장(천황)의 제1조부터 제17조까지 명시한 무소불위 권력이 비상시에도 그 권한을 침해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연히 비상대권은 시행된 적도, 필요도 없었다. 근대 일본은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났다. 그 사이 헌법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고, 국민들만 전쟁터로 끌려나갔다. 식민강권통치를 당한 우리야 말해 무엇하랴.대권이든 비상대권이든 왕의 권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윤석열이 진짜 왕이 되고 싶은 심리를 읽을 수 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싶었던 것이다. 민주주의가 왕권통치로부터 독립된 역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백성의 생살여탈권을 맘...

    2025.05.29 20:57

  • [사유와 성찰]오동나무에 꽃 필 때
    오동나무에 꽃 필 때

    오동나무에 핀 연보라색 꽃이 5월의 산하를 물들이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품이 있고, 줄기가 곧아 선비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의 어느 선비는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그 곡조를 간직한다”고 노래했다.오동나무를 볼 때마다 아주 오래전 고향 마을 풍경이 떠오른다. 마을 사람들은 고단한 하루의 노동을 마감하고 간략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서둘러 우리 집에 오곤 했다. 트랜지스터라디오가 있던 우리 집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다. 라디오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하려고 마당가 오동나무 가지 위에 올려놓았다. 시시껄렁한 농담이 오가다가도 연속극이 시작되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숨을 죽인 채 라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은 함께 감탄하고 웃고 눈시울을 적셨다. 연속극이 끝나면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고 그들이 비운 자리를 마치 우유를 쏟아놓은 것 같은 은하수가 채웠다. 공동체가 살아 있던 시절의 풍경이다. 결혼, 출산, 장례와 노동의 모든 과정이 마을의 일이었...

    2025.05.15 20:14

  • [사유와 성찰]사유와 성찰에 길이 있다
    사유와 성찰에 길이 있다

    연초록 산빛이 싱그러웠던 지난해 4월, 나는 대중이 머무는 남원 실상사를 떠나 햇볕 좋은 화순의 작은 절에 자리를 잡았다. 신도가 거의 없는 이 산골 절에서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했다. 비록 가난한 절이지만 소박하게 부처님 생신상을 마련하고 몇몇 불자들과 함께 그분이 이 땅에 오신 뜻을 되새겼다.올해 부처님오신날 불교계는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이라는 봉축 표어를 내걸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문구는 석가모니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드러낸다. 평안과 자비. 익숙한 말이지만, 인간 삶에서 이보다 더 본질적이고 소중한 가치는 드물다.문득 <법구경> 말씀이 떠오른다. “모든 생명은 죽임을 두려워하고,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이 사실을 자신에게 견주어, 다른 생명을 죽이거나 때리지 말라.” 자명한 말씀이지만, 인류 역사의 그늘을 돌아보면 그 의미는 더욱 깊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우열 경쟁과 약육강식, 독점과 패권으로 ...

    2025.05.08 20:47

  • [사유와 성찰]불교는 자본주의 폭주 막아야 한다
    불교는 자본주의 폭주 막아야 한다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한 해인 2013년 <복음의 기쁨>에서 배제와 불평등, 화폐 숭배, 금융투기 등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새로운 형태의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듬해 한국의 미사 강론에서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라고 했다. 불교가 태어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500년 전 석존은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고 앞으로 다가올 불행을 막기 위해 평생을 길에서 보냈다.자본주의는 수만년 동안 일궈왔던 공동체를 일거에 해체하고, 자신의 탐욕 원리에 따라 발전해왔다. 16세기부터 상업, 산업, 금융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로 변신해오면서 전 세계에 자본제국을 건설했다. 이로써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 유행병 확산을 가져와 마침내 6번째 인류 대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핵과학자회는 핵전쟁, 인공지능 위협 등의 요인을 더해 최근 지구 종말시계를 ...

    2025.05.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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