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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와 성찰]종교는 필요한가
    종교는 필요한가

    종교는 불안 감소의 중요 수단으로, 인류가 만든 생존 기제다. 오래전부터 종교는 문화 중심부에서 존재감을 과시해왔으나, 종교에 대한 평가가 늘 좋지는 않았다. 마르크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낙인찍은 이후 종교 무용론자들이 수시로 나타나고, 종교 해체론도 거론된다. 종교 실체를 들여다보면 아편 소리를 들을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무지한 행위다. 종교의 사회적 기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종교가 필요한가요? 미신 아닌가요?’ 종교 무용론자들의 물음에는 인간의 이성과 지성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인간이 열악하고 급박한 환경에서 얼마나 잘 허물어지는지 모른다. 믿음은 태풍처럼 몰아치는 불안 속 자아가 뒤집히지 않게 도와준다. 기도는 암흑 속 길잡이가 되어준다.종교는 인간다운 사회 조성에 기여한다. 종교를 금지한 여러 공산국가를 방문해서 느낀 것은 무언가 썰렁하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구호가 곳곳에 붙고 고위 당원들이 우상화된 모습은...

    2026.01.01 20:30

  • [사유와 성찰]강보에 싸인 희망
    강보에 싸인 희망

    성탄절 무렵, 미국의 생태학자 로빈 월 키머러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고향 마을을 떠나 켄터키로 이주해 살았다. 이웃들은 모두 가난했다. 어느 날 그들은 속칭 샷건 하우스라 불리는 판잣집에 사는 헤이즐 바넷이라는 늙은 이웃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여인은 “밤에 당신네 불을 보는 게 좋아요. 이웃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라고 말하며 그들을 반겨주었다.시간이 흐르며 두 가정은 서로 살아온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까워졌다. 그리고 헤이즐이 몇해 전 성탄절 전날 심장 발작을 일으킨 아들을 돌보기 위해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헤이즐은 두고 온 옛집을 늘 그리워했다. 그러나 차가 없었기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로빈의 어머니는 어느 날 헤이즐을 차에 태워 그의 옛집으로 모셨다.여러 해 방치된 채 퇴락한 집은 쓸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집 안의 물건 하나하나...

    2025.12.25 21:43

  • [사유와 성찰]누가 길 잃은 양인가
    누가 길 잃은 양인가

    십여 년 전, 남도의 작은 암자에 머물 때였다. 지인 몇분과 조촐한 차담을 나누던 중 처음 뵙는 한 분이 케이크 두 상자를 내밀었다. 나는 감사 인사 대신 불평을 쏟아냈다. 혼자 사는 암자에 하나면 충분할 텐데, 두 개나 가져와 소박함의 질서를 흐린다는 핀잔이었다. 쌓이는 음식에 예민해 있던 마음이 거칠게 튀어나온 것이다. 나는 그 일을 곧 잊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날의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수행자라는 외피에 갇혀 사람의 정성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분에게 깊이 죄스러웠다. 말로 꺼내지 못했을 무안함과 상처가 뒤늦게 또렷이 전해졌다.지인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분은 당시의 서운함이 오래 남아 절이나 스님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십 년이 지나 받은 사과에 응어리가 풀렸고,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갈등과 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한...

    2025.12.18 20:07

  • [사유와 성찰]해학으로 전복시킨 12·3 내란
    해학으로 전복시킨 12·3 내란

    지난해 12월3일부터 올해 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4개월간은 대한민국 민중혁명사에 종지부를 찍은 기간이다. 동학농민혁명, 여순 사건 및 제주4·3항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에서 미완된 혁명을 완결 지은 역사인 것이다. 더욱이 민중의 계약에 의해 쥐여준 권력을 사유화한 이상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무상한 권력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형체 없는 마음을 사용하는 것처럼 권력도 민중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때 효용성이 있다. 그러나 부패한 권력은 쉽게 반환되지 않는다. 민중은 12·3 내란을 단죄하기 위해 카니발 같은 축제를 선택했다. 해학과 웃음으로 연대의 끈을 묶었다.광장에는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전국 고양이집사 노동조합’ 등의 깃발이 휘날렸다. 손팻말에는 ‘7세 때 나온 집회가 마지막인 줄 알았다’는 글과 SNS에는 ‘난, 사랑 위해 계엄까지 해봤다’는 글이 대중을 웃음 짓게 했다. 유튜브의 ‘취했나 봄’ 시리즈는 인기 폭발했다. 웹툰에는...

    2025.12.11 20:03

  • [사유와 성찰]칭찬이라는 시험
    칭찬이라는 시험

    번잡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으려고 가끔 산에 오른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걷노라면 가쁜 숨 사이로 노랫가락이 절로 흘러나온다.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다가 흠칫 놀란다. 샘물을 홀로 누리겠다는 심사가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미심쩍어서다. 소중한 것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헤아려져, 이내 그 상황을 수긍하고 만다.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 물은 흐려지게 마련이다.흐려지는 것이 어디 샘물뿐인가? 세상살이에 시달리고 인간관계에 치이면서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귀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 착하게 사는 것이 더 쉬운 세상은 카프카의 ‘성’처럼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인류의 꿈일까? 혐오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타자에게 수모와 수치심을 안겨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

    2025.11.27 21:47

  • [사유와 성찰]성장을 돕는 정의
    성장을 돕는 정의

    다산 정약용은 열여덟 해 유배 기간 중 강진읍 동문 밖 주막에서 네 해를 머물며 그곳을 ‘사의재(四宜齋)’라 이름 지었다. 생각(思)·용모(容)·말(言)·행동(行)이 어떠해야 하는지 늘 되새기며 자신을 다스리고자 한 것이다. 생각은 깊고 치밀해야 하고, 용모는 단정하고 경건해야 하며, 말은 부드럽고 겸손하되 경솔하거나 거칠어서는 안 된다. 행동은 신중하고 절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억울한 유배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리며 학문에 전념한 다산의 의지가 드러난다. 용모·말·행동은 모두 밖으로 표현되는 생각이다. 다산은 언행의 정밀함 속에서 품위를 지키고자 했다.살아가며 가장 힘든 일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붓다가 ‘좋아하는 사람과만 함께할 수 없고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도 마주하고 대화해야 하는 것이 괴로움’이라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감정이 상하고 관계가 어그러지는 주된 원인 또한 얼굴 표정과 언행에 있다.지난 시월 중순, 지리산 2박3일 종주에서 ...

    2025.11.20 20:07

  • [사유와 성찰]한빛 1·2호기, 영구정지되어야 한다
    한빛 1·2호기, 영구정지되어야 한다

    원자폭탄을 맞고 패망한 일본이 다시 원전 위기에 처한 것은 안전신화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원전은 안전하다’는 선전은 거짓말이 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1978년 방사선과 열이 급격히 방출되는 임계사고가 났지만 은폐됐다. 남쪽 약 100㎞ 아래 일본 최초의 원전이 건설된 도카이 마을에서 1999년에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담당자들은 ‘예상 밖’이라고 했다. 2011년 후쿠시마에서 체르노빌과 같은 최고 7등급의 원전폭발이 일어났다. 사고 전, 기업은 진도 8 이상의 지진에 의한 초대형 해일 발생 예측을 무시했다.미국 독립선언문에는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원칙에 기반한 기구를 조직한 새 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인민의 권리”라고 했다. 프랑스혁명 또한 왕정의 폭력으로부터 시민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일어났다. 대한민국 헌법의 모든 기본권도 안전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예된 안전이다. 위험을 지방에...

    2025.11.13 21:29

  • [사유와 성찰]우리 내면에 남아 있는 선의 불씨
    우리 내면에 남아 있는 선의 불씨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뻔뻔하게 자기 이익만 챙기거나 누구나 아는 사실을 천연덕스럽게 부인하는 사람을 볼 때 터져나오는 탄식이다. 이 말에는 양심이야말로 사람다움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가치판단이 들어 있다. 문제는 자기 잇속에 매몰되어 사는 사람은 이런 탄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양심을 가리키는 헬라어 ‘쉰에이데시스’와 라틴어 ‘콘스키엔티아’는 공히 ‘함께 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누구와 함께 안다는 것일까? 일단 나와 마주 서 있는 타자가 떠오른다. 중국 후한 시대의 관리였던 양진은 옛 동료인 왕밀이 “밤이 깊어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말하며 뇌물을 바치려 하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단 말인가”라며 그를 엄히 꾸짖었다. 양진은 양심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함께’가 근원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양심은 자기 안에 내재된 도덕 법칙이다. 성찰이 자기와의 대화인 것처럼 양심은 도덕적 ...

    2025.10.30 19:50

  • [사유와 성찰]낯선 규칙을 만들어 보자
    낯선 규칙을 만들어 보자

    사리불은 석가모니 붓다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혜가 뛰어난 수행자였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붓다의 제자는 아니었다. 사리불은 친구 목건련과 함께 산자야라는 수행승의 제자로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스승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했고, 깨달음과 해탈로 이끌어 줄 참된 스승을 간절히 찾고 있었다.어느 날, 사리불은 탁발하러 마을로 갔다가 유난히 맑은 기운을 지닌 한 수행승을 보았다. 사리불은 물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이며, 그분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입니까?”그 수행승은 자신이 붓다의 제자 앗사지 비구라 밝히며 말했다. “나의 스승께서는 ‘모든 법은 원인에 의해 생겨나고, 원인이 다하면 사라진다. 이것이 위대한 사문의 가르침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이 말을 들은 사리불은 전율했다. 그는 곧 목건련에게 이 말을 전했고, 둘은 산자야를 따르던 250명의 동료들과 함께 붓다의 승단에 귀의했다.이 일화의 의미는 단지 붓다의 위대...

    2025.10.23 19:52

  • [사유와 성찰]관타나모 기지에 갇힌 동맹
    관타나모 기지에 갇힌 동맹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구금되었을 때, 정부는 왜 캄보디아 사태 때처럼 자국민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항의하지 않았을까. 미국을 위해 일하러 간 국민이 관타나모 수용소의 전쟁포로처럼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분노와 충격으로 잠 못 이룬 국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울어진 동맹 때문이다. 미국은 애초에 동맹으로 시작된 나라가 아니었다.1866년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1871년 신미양요는 미국의 한반도 침략이 핵심 요인이다. 이후 이 땅은 150여년 동안 미국의 이익을 위한 교두보로 기능해왔다. 1905년 조선에 대한 일본의 종주권과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종주권을 주고받은 가쓰라·태프트 비밀협정이 명료하게 보여준다. 당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러시아를 견제해줄 일본의 조선 지배를 원했다. 해방 직후 점령군으로 들어온 미군정은 상해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친일파 청산과 자율적인 정부 구성을 위한 민족주의자들의 움직임마저 강제로 해산시...

    2025.10.1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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