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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와 성찰]전쟁 신학에 포위된 이스라엘
    전쟁 신학에 포위된 이스라엘

    전쟁은 물질이 인간의 정신을 소멸시키는 행위다. 아무리 찬란한 철학·문학·역사인들 폭탄 하나로 사라진다. 전쟁에서 인도적 대우에 관한 국제협약인 제네바협약도 종잇장에 불과하다. 국가는 형법으로 개인의 복수를 금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국가나 단체의 복수를 금지시킬 힘이 없다. 이·팔전쟁은 이러한 약육강식의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이제는 헤즈볼라와 레바논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유엔평화유지군 공격도 불사하며 폭주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서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언설에는 전쟁의 광기가 서려있다. 신정국가 건설을 위해 무소불위의 패권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지중해와 유럽을 제패한 로마제국의 멸망처럼 힘으로는 결코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교훈을 그는 잊어버린 것 같다. 이스라엘은 증오와 말살의 전쟁 신학에 기대어 자신들이 당한 홀로코스트를 재현하고 있다.이스라엘이 폭주하는 동력은 두 가지다. 먼저...

    2024.10.17 21:13

  • [사유와 성찰]다시 평화의 노래를 부를 때
    다시 평화의 노래를 부를 때

    청명한 가을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잠자리와 저 멀리 편대비행을 하는 헬리콥터가 겹쳐 보인다. 거리 때문인지 둘의 크기가 엇비슷하게 보인다. 비현실적 광경이다. 강남에서 제일 높은 빌딩 주변을 선회한 수십 대의 헬리콥터는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본다면 멋진 광경이다. 제76주년 국군의날 행사에 참여하는 부대의 예행연습이었을 것이다. 며칠 동안 전투기가 날면서 내는 굉음이 우리 일상을 뒤흔들었다. 국군의날 오후 첨단 무기를 탑재한 차와 병력이 서울의 도심 한복판을 행진했다.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하 벙커 깊은 곳에 숨은 적을 타격하는 능력을 갖췄다 한다. 당국자는 이 행사가 국군의 위용을 보여주는 동시에 대북 억지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행사를 보고 가슴이 벅찼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려는 것 같아 불편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포성이 멎기도 전에 헤...

    2024.10.03 20:30

  • [사유와 성찰]‘AI 디톡스’
    ‘AI 디톡스’

    챗GPT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된 인공지능(AI)의 상용화는 누구나 AI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로 탈바꿈시켰다. 그 변화 양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변화의 가속도는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이다. 자고 일어나면 AI 뉴스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연이어 등장하는 새로운 AI 기술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버거울 정도이다. AI는 연예, 스포츠, 쇼핑, 금융, 여행 등 일상생활 영역에서부터 심지어 전쟁뿐만 아니라 범죄 수단으로까지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손쉽게 이용하는 배달 앱이나 쇼핑 앱 이면에 작동하는 거대 AI에서부터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 업무 자동화 시스템,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AI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과도한 AI 의존으로 인한 고용 불안뿐만 아니라 정보 과부하, 독창성 상실, 맹목적 효율성 추구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2024.09.26 20:48

  • [사유와 성찰]여순사건과 미완의 국가
    여순사건과 미완의 국가

    추석 명절을 경주에서 지내고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익산으로 차를 몰며, 문득 이 산하가 무덤 아닌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자들이 묻힌 거대한 공동묘지다. 얼마 전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영혼이 떠도는 여수 만성리 용골에서 느낀 감정은 이를 더욱 생생하게 했다. 종산국민학교에 수용되어 있던 부역 혐의자 수백 명을 필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학살되었다. 여수·순천만 해도 이런 곳이 50여 군데나 있다. 한 달 뒤인 10월19일이면 여순사건 76주기다. 과연 이 사건은 한반도 역사에서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건의 여파는 지금도 미치고 있으며, 완성되지 못한 국가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는 점이다. 희생자 수가 1200명에서 1만명일 것이라는 불명확한 통계처럼 이 사건의 정체성 또한 정치동향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분명한 것은 이승만이 이 사건을 발판 삼아 잔혹한 독재정권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과 계엄법 제정은 물론, ‘...

    2024.09.19 20:49

  • [사유와 성찰]옹두리가 전해주는 말
    옹두리가 전해주는 말

    문득 익숙하던 세계가 낯설어질 때가 있다. 명료하다 여기던 것들이 모호해지고, 가깝다 생각하던 것들이 멀어지고, 질서정연하다 여기던 세상이 뒤죽박죽인 것 같고, 든든하다 여기던 것들이 속절없이 흔들릴 때, 나 홀로 세상에서 단절된 것 같은 느낌에 아뜩해진다. 부조리의 경험이다. 예기치 않은 죽음과 맞닥뜨릴 때가 특히 그러하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 일상의 흐름을 폭력적으로 단절시킨다. 단절은 고립이다. 세상이 부빙처럼 멀어져 갈 때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죽음과의 불쾌한 대면을 애써 연기하거나 피하려 한다. 하지만 죽음의 자각은 우리 삶을 근원에서 돌아보라는 일종의 초대이다.영혼의 창에 드리운 어둠은 우리 삶의 부박함을 돌아보게 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고속열차를 타고 질주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고, 우리를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이 무한히 신비한 세계에 속하고,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선물임을 자각하게 된다. 죽음과의 대면은 역설적으로 우리 삶이 기적이...

    2024.09.05 21:02

  • [사유와 성찰]만행을 떠나며
    만행을 떠나며

    여름 한 철 안거가 끝났다. 길고 긴 장마에 유난히 덥고 힘들었던 하안거였다. 결제(結制)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항상 그렇듯 시간은 속절없이 잘도 흘러갔다. 안거를 마무리하는 해제일(解制日) 무렵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분주해진다. 스님들은 저마다 다음 철 수행처를 알아본다든지, 은사 스님이 계시거나 인연 있는 절로 돌아가기 위해 분주해진다. 어른 스님들은 결제와 해제가 다르지 않음을 매번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다들 매번 안거가 끝나면 수행의 진전과는 상관없이 나름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문을 나서게 된다. 해제 날 산문을 나서는 순간, 마치 자신이 구름이 된 듯 강물이 된 듯한 자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선원, 강원, 율원이 모두 모여서 수행 안거에 동참하는 총림은 수행기관마다 특색 있는 마무리 풍경이 그려진다. 특히 이제 막 출가해서 사미 과정인 강원(승가대학)에서 정진하는 학인 스님에게 해제일은 산문 밖으로 치자면 한 학기가 마무리가 되고 일종의 방학이 시작되...

    2024.08.29 20:15

  • [사유와 성찰]정의의 역사는 결코 지배될 수 없다
    정의의 역사는 결코 지배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진보세력이 계승되는 와중에 등장한 것이 뉴라이트다. 그들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2008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발간을 통해서였다. 학문의 자유를 빙자한 식민지근대화론의 등장이었다. 반역사적인 뉴라이트 언설의 근원지다.‘대한민국 성립의 역사적 의의’의 장에서 그들은 1948년 건국 이후의 역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60년간 세계사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존중하고, 그것을 국가체제의 기본 원리로 채택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체제가, 인간의 물질적 복지와 정신적 행복을 증진하는 올바른 방향이었음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골고루 잘산다는 공산주의 이상은 자유와 합리적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나라의 약진은 1960년대 박정희 개발독재의 혜택이며, 근대화 기반은 일제에 의해 축적된 자본과 기술에 있었다. 경제와 군사력은 세계 5%에 속하고, 한류로 문화의 세계화도 이뤘으니...

    2024.08.22 20:18

  • [사유와 성찰]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며칠간 좋은 교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임에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학교 현장이 점차 황량하게 변해가는 현실 속에서 교사의 사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리였다. 방학 중인데도 많은 교사가 참여한 것은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오늘의 교육 현실 속에서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에 대한 언어적, 정서적, 신체적 폭력이 항다반사로 일어나는 현장에서 교사들은 자괴감을 느낀다.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존경은 철회된 것처럼 보인다. 많은 교사들이 현장에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다린다. 교육의 귀중한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다.의대 진학 열풍이 교육계를 휩쓸고 있다. 모든 질서정연한 것들을 거침없이 휩쓸어가는 쓰나미처럼, 학부모들의 조급한 열정이 교육이란 배를 파선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낮잠을 자다 사과가 떨어지는 소리를 세상의 종말이 온 줄 알고 달아나기 시작한 토끼를 영문도 모른 채 따라 ...

    2024.08.08 20:58

  • [사유와 성찰]산사의 소방 훈련
    산사의 소방 훈련

    “불이야, 불이야!” 스님들의 고함이 연이어 울려 퍼진다. 산사의 적막과 고요가 일순간에 깨진다. 각 처소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이 방에서 부리나케 나와 불이 난 곳으로 뛰어간다. 참선하는 선원, 경전을 공부하는 강원, 계율을 공부하는 율원 대중 할 것 없이 전 대중이 모두 나온다. 10대의 어린 스님부터 주지 스님을 비롯한 어른 스님들까지 예외는 없다. 멀리 수미정상탑 근처에서 불이 났음을 알리는 연막이 하얗게 피어오른다. 스님들의 손에는 곳곳에 비치되었던 소화기가 들려 있고 능숙한 동작으로 언제든지 분사할 준비를 마친다. 연막이 피어오르는 수미정상탑은 다름 아닌 팔만대장경이 봉안된 장경판전 뒤! 장경판전과 수미정상탑까지 가는 길이 가파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스님들이 괴력을 발휘하면서 한달음에 내달린다. 이내 각 법당에서 화재 발생을 알리며 난타당했던 소종 소리가 멈추고, 종각에서 대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해인사 경내뿐만 아니라 가야산 전체에 흩어져 있는 암자에도 화...

    2024.08.01 20:43

  • [사유와 성찰]원전 수명연장 철폐를
    원전 수명연장 철폐를

    핵발전소(핵전)는 과학과 자본의 총아다. 수백만개에 달하는 부품이 자본 힘으로 조립되고, 청정한 무공해와 안전 불패라는 신화를 두른 에너지로 둔갑한다. 과연 그럴까. 핵전은 가장 비자본적 산업이다. 원료인 우라늄 채굴과정의 환경 훼손, 막대한 원전 건설비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공동체 파괴, 핵폐기물 처리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과 후대로의 전가 등을 생각하면,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는다는 자본의 논리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무엇보다 신비한 자연을 파괴한 죄과는 흘러넘친다. 자연의 품에서 꺼낸 우라늄을 강제 분열시켜 얻은 열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동안 발생한 독성물질인 방사능은 지구 속을 돌고 돌며 자연계나 인간을 병들게 한다. 방사능이 중화되는 기간은 길게는 수백만년 걸린다. 붕괴된 후쿠시마 핵전을 식힌 방사능 오염수는 바닷물에 희석되고 있지만, 삼중수소 등 복잡한 이름의 방사능들이 먹이사슬을 거쳐 지금도 인류의 몸속에 쌓이고 있음은 ...

    2024.07.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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