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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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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의진의 시골편지]주먹밥 나눔
    주먹밥 나눔

    어떤 영화 탓에 ‘밥은 먹고 다니냐’는 인사말이 유행이었지. 이 동네도 보통 인사가 “진지 자셨재라” “밥은 무거부렀냐잉” 그런다. 경상도에선 “밥 잡샀는겨” 엄니가 백수 아들내미에게 밥상을 봐와선 “문디 자스가. 아나 여있다” 함시롱 코앞에 들이밀겠지. 암만 미워도 내 자슥 아이가. 광주에선 오월이면 주먹밥 잔치가 열린다. 오월 그날을 기억하면서. 나도 후배가 도시락 배달회사를 하는데 행사용으로 100인분 주먹밥 세트를 주문했어. 최고로 맛난 주먹밥을 맹글어달라 했덩만, 샐러드까지 한핀짝(곁)에 놓고 우와 멋져버려. 경상도에서 온 미술관 친구가 있는데, 분명히 “깔롱직이네” 그러겠지. 때깔이 멋지네 뭐 그런 뜻.어머니는 팥도 넣고 찰밥을 가끔 해서 김에 말아 건네시곤 했다. ‘김말이 찰밥’이라 해야 하나. 길쭉해서 형태로는 주먹밥이 아니지만, 갉아먹다 보면 맨 나중엔 주먹밥이 된다.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겠고 그러면 누렁이가 그 틈을 기다리다 낑낑대며 발가락을 부지런히 ...

    2026.05.13 20:10

  • [임의진의 시골편지]집주인
    집주인

    ‘잘 집 많은 나그네가 저녁을 굶는다’는 속담이 있어. 일을 여기저기 벌여놓은 것도 모자라 내 이름 석 자로 계약을 맺어 사용하는 공간이 시내에 두 곳이나 있다. 어떻게 굴러가는지, 화장실은 깨끗하며 물은 잘 나오는지 모를 때가 있어. 집주인, 아니 집주인 양반을 잘 만나 그간 십수년째 별 탈 없이 잘 쓰고 있다. 해외에 사는 벗들 가운데 남의 집과 사무실을 빌려서 쓰기도 해. 쓰빠 씨바~(고맙습니다) 인사말조차 격한(?) 러시아에서 여행 사업을 하는 분 말을 들었는데, 집주인이 걸핏하면 찾아와 잔소리를 늘어놓고 벽에 박은 못의 숫자를 세어놓고 간대. 못이 더 늘지 않도록. 외국인 주재원에겐 재계약 때마다 수리비용을 청구한댄다. 유럽에 가봐도 외국인들은 자국민 텃세에 혀를 내두르게 돼. 나그네 신세 어디나 서럽고, 집 없는 설움은 뼛속까지 한스럽지.부동산 중개업자를 끼고 현지인 명의로 일을 보는 건 돈이 새기 딱 좋은 구도. 해외 선교를 하는 분들이 이런 거미줄에 보통 걸...

    2026.05.06 20:02

  • [임의진의 시골편지]우야돈동
    우야돈동

    문주란의 노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는 “밤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 다음 가사는 ‘삑~ 땡~’ 안 들어도 훤한, 아니라는 소리다. 그래도 늑대들은 구애하며 미더운 약속을 남발한다. 모리 요코의 그림책을 읽었는데 <어느 별의 기차>란 책, 늑대 승객들은 보름달이 뜨자 노래가 절로 나와. “아우우, 아우우, 아우우우~” 외롭고 적적해서, 아니면 본능적으로 ‘아우우 아우우’ 노래를 부른다. 매정한 보름달은 며칠 그러다가 구름 속에 슬쩍 숨지.이 동네는 처자를 가리켜 ‘가스나그’라 하는데, 보통 가시내라 불러. 가시란 옛말에 ‘꽃’이란다. ‘나’라는 말은 집단, 무리를 뜻하는데, 그러니까 ‘꽃무리’가 된다. 남자는 ‘머스마그’라 해. 보통은 머시매. 부인을 아내, 남편을 바데라 했는데, 바데 말고 버시로도 썼대. 그래서 지아비 지어미를 가리켜 ‘가시버시’라 불렀지. 요샌 안 쓰는 말이나 예쁜 우리말이다.도박단도 부부도박단을 이길 수...

    2026.04.29 20:10

  • [임의진의 시골편지]떠벅수 말본새
    떠벅수 말본새

    경상도에선 ‘그래서’ ‘그리하여’를 ‘그래가’라고 해. ‘그러니까’는 ‘그라이끼네’, ‘그러면’은 ‘그라마’, ‘그렇게 할 거다’는 ‘그랄 끼다’. ‘그렇지?’ 하면서 동의를 구할 때는 ‘그자?’ 한다. 그 나쁜 놈을 가리킨 그자가 아니라 ‘그자?’. 전라도에선 훨씬 늘여 빼는데 ‘그라재잉?’ 잉~ 하고 올리면 아니라고 하기가 여간 곤란해져. 세월 따라 변해가니 초심에서 벗어난 친구도 생기고, 돈독에 낯빛이 누렇게 뜬 이도 보여. 인생이 뒤죽박죽 엉터리로 흐르기도 하지. 친구가 “그자?” 하면 두말없이 “오이야~” 하면서 두둔해주고, “그라재잉?” 하면 “음마 두말허믄 잔소리재!” 눈꼬리와 입꼬리가 올라가서 지지해주는 인생이라면 살맛이 나겠다.말마다 벽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대화 불가능자를 만나는 수가 있지. 저만 ‘킹왕짱’ 혼자서 말을 독차지하는 자를 ‘떠벅수’라 한다. 떠버리 수다쟁이는 남의 말을 눈곱만큼도 들으려 하지 않아. 노사 간 임금협상에서도 상대편 말에 귀 ...

    2026.04.22 20:07

  • [임의진의 시골편지]미운 정 고운 정
    미운 정 고운 정

    노란 수선화, 노랑 나비, 인생은 누리끼리 하다만 파릇파릇 새싹과 함께 노랑의 뿜뿜이다. 이쪽 동네 대덕면에서 레지던시 중인 임동확 시인을 잠깐 뵀는데, 고수와 상추, 쑥갓을 무지하게 뜯어 저녁 만찬. 샘이 잠을 포기하고 봄밤을 즐기자며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후식으로 읽어주신 몇 소절 시를 들었다.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익어가지. 참 이상한 노릇이야. 숨을 고르고 침묵 속에서 시를 나눈다는 건 민간인(?)들이 볼 때 기이한 풍경이겠다. 별도 달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새들조차 숨 죽이며 잠잠해져.지난달 꼬맹이였던 조카 남주가 경향신문에 시인으로 등단을 했는데, 그 아이 친구들을 어디서 같이 만났다. 그 친구들이 뭉쳐 여행을 가면 시를 짓고 시를 나눈다덩만. 같은 장소에서 쓴 시를 두런두런 나눈다니, 참 노는 것도 독특하고 귀엽덩만. 귀여울 나이는 좀 지난 듯싶더라만, 훗~.나는 시와 ‘미운 정’이 살짝 든 거 같아. 시를 쓰려고 하면 시가 한 발짝 잽싸게...

    2026.04.15 19:51

  • [임의진의 시골편지]카프카 서점
    카프카 서점

    아바나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면 체 게바라 서점, 혁명기념관, 체 기념품 가게 등 체로 벌어먹고 살아들 간다. 왈패 미국의 봉쇄로 뱃가죽이 뒤로 달라붙어도 끝내 체가 먹여 살릴 것이다. 두고 보라지. 항복이란 사전에 없다, 그 동네는. 서점엘 가봤는데 역사 관련 책이 주로 있고, 답사할 장소를 소개한 여행 지도, 인물들의 일대기 평전과 사진집이 여러 권. 여기서 그림엽서, 사진엽서를 골라 고국땅에 편지를 쓰고 우체국에 들르면 딱인데, 단체여행 땐 엄두도 못 낼 일. 여행은 혼자 다녀야 제맛이고, 길을 잃으면 배나 흥미진진해진다.한번은 체코 프라하엘 갔는데, 카프카 박물관과 서점이 있어 반가웠어. 수시로 들이부은 필스너 맥주에 불콰해져서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만, 카프카 얼굴이 도배가 된 박물관만큼은 기억이 뚜렷해. 광주에도 카프카 서점이라고 있었다. 김남주 시인이 서점 주인. 사회과학 책을 주로 놓고 팔았는데, ‘물봉’이란 별명처럼 허술하기 짝이 없던 ...

    2026.04.08 19:56

  • [임의진의 시골편지]뽀따시
    뽀따시

    길동무들이랑 광양으로 꽃구경 다녀왔어. 단체여행은 한 차에 같이 타야 재미나지. 큼지막한 승합차를 한 대 빌리고, 운전은 내가 했어. ‘내가 제일 잘났다~’ 설을 좀 풀자면, 남녘교회 목사로 있을 때 당시엔 ‘봉고차’로 통칭하던 교회 승합차를 몰고 씽씽 쌩쌩. 느릿느릿 굼벵이 할매들을 태우고 뛰뛰빵빵 뛰뛰빵빵 달리기 시작하면 다들 레이싱급 속도감에 “와따메 울 목사넘(님 아님)이 우리랑 항꾸네(같이) 천당에 가고 시프신갑서~ 머가 그라고 급하요잉. 싸아쌀 조깐 갑시다잉~” 더 살고 싶으신 할매 권사님이 뒤에서 머리 끄댕이를 잡고 말리셨지.따순 지방에 살다보니 매화 풍경은 일상이고, 마침 가로수 벚나무가 만개해 기다리고 있었다. 동백꽃은 거의 지고 늦잠 꾸러기들만 남았덩만. 그래도 동백숲 무성한 옥룡사지 동백숲을 걸었다. ‘겨우, 간신히’를 이 동네에선 뽀도시, 뽀따시 이렇게 표현해. 뽀따시 만난 동백숲엔 동박새 무리가 기다리고 있다가 어서 옵쇼~ 일제히 합창...

    2026.04.01 19:59

  • [임의진의 시골편지]사랑해 프로젝트
    사랑해 프로젝트

    엊그젠 이매진 도서관에서 이 고장 출신 서효인 시인의 시낭독회를 가졌어. 우리 식구들이 귀호강을 했지. 중간엔 가끔 레게 가수 김반장과 프로젝트 밴드를 하곤 하는 김세형군이 새 음반을 발표하고 두어곡 선물. 앨범에 실린 곡을 통기타를 두들기며 들려줬지. 방송국 피디였던 누나를 참사로 잃고, 그 아픔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젊은이야. 세형군은 나주에서 엄마랑 둘이 사는데, 배밭 한가운데 집이 있다. 서효인 시인이 쓴 ‘나주’란 시도 있지. “치약공장에 다니는 아줌마 중에 고모는 키가 작은 축에 속했고, 팔자 또한 땅꼬마 같아서 기를 쓰고 일어나도 중간 이상은 아니었다. 치약공장 옆에는 국회의원의 본가가 있는데, 허황된 자세의 기와집이었다.”마치 땅꼬마가 살 것 같은 배밭의 컨테이너 부스에 들어가 녹음을 마친 세형군의 새 음반 첫 곡 제목이 ‘사랑해 프로젝트’. 사랑도 계획을 짜고, 혼신을 다해 덤벼들어야지. 세형군은 음반을 내면서 조건 없는 사랑과 위로를 전하겠노라 다짐했다. ...

    2026.03.25 19:55

  • [임의진의 시골편지]귀싸대기
    귀싸대기

    ‘지맘대로 지멋대로’ 일으킨 전쟁. 이젠 제 편에 동참하라면서 겁박을 일삼고 뺨을 후려칠 기세다. 전쟁 반대 반씨, 반 고흐 귀가 떨어져 나갈 듯 아파라. 이 산간벽지까지 전쟁 후유증, 기름값에 허덕대는 중이다.“비너스 동상을 얼싸안고 소근대는 별 그림자, 금문교 푸른 물에 찰랑대며 춤춘다. 불러라 샌프란시스코야 태평양 로맨스야~ 나는야 꿈을 꾸는 나는야 꿈을 꾸는, 아메리칸 아가씨” 가수 장세정이 1952년에 부른 노래 ‘샌프란시스코’. 이 노래를 친구들과 같이 들은 주막집 풍경이 생각나. 누구네 미국으로 유학 간 딸네 돌잔치를 아기도 없는 하늘 아래 했었는데, 내가 신중하게 고른(?) 신청곡에 모두 배를 쥐었었다. 좋은 세상 꿈꾸면서 찾던 자유의 땅 아메리카, 요샌 찬바람이 쌩쌩 부는 동네. 샌프란시스코란 ‘성인 프란시스코’란 뜻. 최근 교황은 전쟁하는 기독교인들은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그러셨담서. 전쟁을 좋아하는 죄가 하늘에 쌓이고 있는 중이다.귀싸대기를 맞...

    2026.03.18 20:01

  • [임의진의 시골편지]사랑과 명예
    사랑과 명예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윤상원 열사 생가 마을에 기념관이 들어섰는데, 건축위원장을 맡아 도왔었다. 그때부터 여태껏 인연을 잇고 산다. 고인은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분. 그해 봄날 도청에서 낡은 카빈총을 들고 공수부대와 맞서 싸우다 총상을 입고 산화한 분. 전남 땅에선 보통 아이들이 수능 치고 들어가 댕기는 학교가 전남대학교. 줄여 ‘전대’라고 불러.가끔 뵙는 광주 광산구 외딴 동네 통장님이 나를 전대 나온 고인의 후배로 알고 전대 무슨 학과 몇 학번이냐 묻덩만. “전대 아니고 서울법대 출신입니다만.” “진짜로요?” 내가 겁나게 공부를 못하게 생겼나 너무 놀라시는 눈치네. “서울에서 제법 먼 대학교요.” “오메오메 목사님이 학벌 사기를 칠라고 그라시요잉.” “다음해 재수를 해서는 서울약대에 들어갔죠.” “옴마나야 한술 더 뜨네요잉~” “서울에서 약간 먼 대학교요.” 둘이 웃고 만다. 누가 최근 서울대 계절학기, 그러니까 ‘계엄 절망 학기’를 수강했다는 학벌...

    2026.03.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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