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바람 쐬러 한양에 댕겨왔는데 그새 강력한 한파로 집이 땡 얼었네. 방심하고 모터기를 감쌌던 온열기 전원을 껐다가 낭패를 본 셈. 알려진 바 영험한 목사라고도 하덩만 신내림은 고사하고 물내림도 못하게 생겼네. 수세식 변기가 얼어 물이 안 내려가. 그렇담 비상용 바깥채 푸세식이 있지. 생태변소 이름이 거창하게도 ‘수양각’. 고드름이 언 한데에서 엉덩이를 깐 채 쪼그리고 있노라면 전신이 오돌돌, 수양은커녕 볼일도 못 보게 된다.반나절이 되어서야 집에 온기가 돌아왔다. 심폐소생술 끝에 시퍼렇던 입술이 붉은 핏기가 감돌 듯 간신히 죽다 살아났다. 생텍쥐페리의 글 ‘바람과 모래와 별들’에 나오는 한 구절을 오늘 내 몸으로 살아낸 것 같더라.기요메가 안데스산맥을 행군하다가 조난당했던 때의 일을 들은 적이 있다. 4박5일 동안 밧줄도 없고 식료품도 없이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무려 4500m의 절벽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사투를 벌였다고 해. “발을 한 발자국씩 앞으로 옮기는 게...
2026.02.04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