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의 가톨릭 신부이자 학자인 앨버트 놀란이 쓴 <기독교 이전의 예수>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 있다. 이 책의 주안점은 기독교 성립 이전의 상황, 즉 로마제국의 변방 식민지였던 팔레스티나에 살던 한 인간을 “진지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동시대인의 눈을 통해서” 묘사하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 독자들이 보는 것은 메시아, 구원자, 삼위일체의 신(神) 등등 기독교 신앙이 전제된 예수상이 아니라 가난한 식민지 땅에서 이웃들과 나날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면서 살았던 ‘목수의 아들’의 실존적 삶과 그 내면이다.앨버트 놀란의 문제의식은, 태생으로 보나 교육으로 보나 중류계급 출신이며 삶의 조건이 별로 불리하지 않았던 예수가 “하층민 중에서도 최하층 사람들과 어울려 사귀고 또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즉, 예수는 왜 스스로 버림받은 자들과 함께 있기를 ‘선택’했던가? 이에 대한 간명한 답변은, 예수가 엄청난 연민의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연민이...
2013.10.09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