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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칼럼]끝까지 머무는 경험
    끝까지 머무는 경험

    요즘 극장가에 흥미로운 흐름이 감지된다.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집에서 영화를 손쉽게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에 오래된 명작이나 예술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재개봉한 명작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이 중장년보다 2030 세대가 많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궁금증이 커졌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과 CGV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봉한 왕자웨이 감독의 <화양연화 특별판>은 개봉 한 달 만에 누적 관객 5만명을 모으며 저력을 과시한 가운데 20대 관객의 예매율이 30%, 30대가 28%로 2030 관객이 전체 관람객의 60% 가까이 차지했다. 같은 시기 개봉한 타이완의 거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도 마찬가지다. 2030의 예매율이 70%에 달한다.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넘은 20세기 명작들에 젊은 관객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이다.OTT 플랫폼과 스마트폰 중심의 영상 소비...

    2026.02.02 20:02

  • [기자칼럼]지역으로 가는 ‘서울 쓰레기’
    지역으로 가는 ‘서울 쓰레기’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안 심사에서 유독 눈길을 끈 사업이 있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서울 쓰레기’를 태울 공공소각장을 짓는 사업 예산이다. 소각장 부족으로 한계에 다다른 쓰레기 처리 문제를 풀 해법으로 거론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2년 연속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떨까. 예산안 심사 과정이 담긴 회의록을 보면 서울 소각장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지난해 11월13일 국회 기후노동위 예산소위 회의록을 보면, 기후부는 마포 소각장 사업 내용을 설명하면서 서울에 더 많은 공공소각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암뿐 아니라 노원, 양천 소각장도 증설해야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렇다면 이어질 기후부의 결론은 ‘그렇기 때문에 예산이 시급하다’라든가 ‘마포가 안 되면 대체지를 찾아야 한다’는 정도가 자연스러울 텐데, 회의장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이날 금한승 기후부 1차관이 내놓은 결론은 이랬다. “마포 소각시설은 ...

    2026.01.19 19:52

  • [기자칼럼]‘흑백요리사’와 K-AI 서바이벌
    ‘흑백요리사’와 K-AI 서바이벌

    요즘 가장 뜨거운 예능 프로그램은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다. 2024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지난달 16일 첫 공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글로벌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송계에서 서바이벌이 주효한 포맷이 된 지 20년 가까이 됐다. 최근에는 지능이나 체력 등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산업계에도 진행 중인 뜨거운 서바이벌이 있다.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줄여서 ‘독파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쉽게 말해 한국의 대표 AI 모델, 즉 ‘K-AI’를 선정하는 사업이다. 주최자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챗GPT·제미나이·그록·딥시크 등 해외 AI 모델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독자적인 국가대표 AI 모델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선정 방식은 서바이벌이다. 이미 지난해 8월 서면 평가를 거쳐 5개 정예팀이 선정됐다. 이들에게 단계마다 약 6개월의 시간을 주고 그 결...

    2026.01.12 19:54

  • [기자칼럼]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부터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부터

    지난해 11월 말 서울 은평구의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은 자신을 윤 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이라고 주장하는 중1 학생을 만났다. 학생은 “계엄이 왜 내란인지 설명 가능하냐”며 날 선 질문을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보냈고 문 편집장은 “밥이나 한 끼 하자”고 했다. 그들은 마주 앉아 대화했다. 문 편집장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묻고 또 들었다. 알고리즘 속에 갇혀 있던 학생은 3시간 대화 끝에 “계엄은 내란이 맞다”고 인정했다. 불법계엄 이후 극단으로 치닫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2025년이 지나고 2026년이 왔다. 면밀한 사실 확인을 통해 절제된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하지만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극단적인 주장이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 과연 사실의 접점이 자리할 곳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토끼풀 기자들은 보여준다. 접점이 없기에 더더욱 다가가 들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이는 앨리 러셀 혹실드의 책 &...

    2026.01.05 19:48

  • [기자칼럼]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리그

    연말이 되어 문화계 취재원들과 이런저런 덕담을 나누다보면 인사 말미에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내년에는 한국 영화가 살아나면 좋겠네요.” “문화계에 좋은 소식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올해보다 나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새해를 맞이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겠지만 ‘좋은 소식 좀 많이 전해달라’는 말이 유난히 마음에 남는 건 2025년 대중문화계가 힘든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지난 8월 문화부로 자리를 옮겨 대중문화팀장을 맡았을 때만 해도 설렘으로 들떴다. 대중과 예술이 호흡하는 문화계 현장에서 아름답고도 생동감 넘치는 기사를 쓸 수 있으리란 기대였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기대보다 어두웠다.가장 크게 체감한 건 달라진 영화계 분위기였다. 한때 ‘한류 르네상스’라 불리던 영화 산업은 관객 수 급감과 투자 위축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만나는 영화인들마다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코로나19 직후에도 배출되던 천만 영화가 올해 자취...

    2025.12.29 21:04

  • [기자칼럼] 폭탄보다 어린 아이의 죽음
    폭탄보다 어린 아이의 죽음

    팔레스타인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그곳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셈법으로 삶의 시간에 구획을 짓는다 1936년생 팔레스타인의 대표적 저항작가인 가산 카나파니에겐 1948년 ‘나크바’(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인 75만명이 강제 추방된 사건)를 경험했던 열두 살이 삶의 구획점이 됐다. 그의 작품들은 나크바의 트라우마와 난민의 험난한 삶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열림원)에 수록된 ‘슬픈 오렌지의 땅’엔 고향 집에서 쫓겨나 피란길에 오른 아이가 자신의 유년기가 끝났음을 깨닫는 장면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대변인으로 저항운동에 나섰던 카나파니는 1972년 이스라엘이 설치한 차량 폭탄으로 암살됐다.1992년생 가자지구 출신 시인 모사브 아부 토하의 셈법은 다르다. 전쟁과 폭탄이 자신의 나이를 어림하는 기준이 된다. <팔레스타인 시선집>(접촉면)에 수록된 ‘전쟁보다는 어리고’에서 그의 유년 시절은 전투기, 탱크, 기관총으...

    2025.12.22 20:09

  • [기자칼럼]서울, 쓰레기 처리는 셀프입니다
    서울, 쓰레기 처리는 셀프입니다

    “인구 밀집 지역이라 원자력발전소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 인구 밀집 지역은 사고 시 대피가 어렵고…” 2012년 부산 기장 고리1호기 사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은 수도권에 원전을 세우면 안 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동남권 주민들은 ‘우리는 위험해도 괜찮다는 말이냐’며 반발했지만 그뿐이었다.대한민국 원전은 모두 비수도권에 있다. 경북과 전남, 울산, 부산 지역 주민들은 위험을 감내하며 전기를 만들고 그렇게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낸다. 올해 1~7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전력 자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월성원전이 있는 경북(262.6%)이다. 반면 전국 전력량의 9%를 소비하는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7.5%에 그친다. 앞으로 수도권에 들어설 데이터센터를 감안하면 지역은 더 많은 전기를 올려 보내야 하고, 전기를 실어 나를 초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을 지역에 더 만들어야 한다.전기와 반대로 쓰레기는 지역에 몰린다. 충북 청주 북이면에...

    2025.12.15 20:34

  • [기자칼럼]‘누리호 키즈’ 잘 키우려면
    ‘누리호 키즈’ 잘 키우려면

    지난달 27일 새벽, 남해안의 한 어촌에서는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다. 아파트 16층 높이의 로켓이 꽁무니에서 거대한 화염을 뿜으며 새카만 어둠을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4번째 누리호 발사 순간이었다. 누리호는 떠오르는 태양 같았다. 밝고, 크고, 아름다웠다. TV와 인터넷으로 중계된 이 모습에서 가장 눈을 떼지 못한 이들은 강한 지적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었을 것이다.우주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일은 ‘아폴로 계획’이 시행되던 1960년대 미국에서도 있었다. 사람이 월면을 걷는 경이로운 화면이 각 가정 안방에 생생히 전달됐고, 여기에 깊이 감동한 당시 어린이와 청소년을 미국 사회는 ‘아폴로 키즈’라고 불렀다. 아폴로 키즈는 우주 분야는 물론 이공계 전반에서 활동하는 ‘어른 연구자’로 성장했고, 지금은 미국 과학기술을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한국에서도 ‘누리호 키즈’가 바탕이 된 연구자 집단이 탄생할 수 있을까. 걸림돌이 많다. 가장 현...

    2025.12.08 19:55

  • [기자칼럼]국민의힘이 꼭 답해야 할 질문
    국민의힘이 꼭 답해야 할 질문

    공교롭게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는 12·3 불법계엄 1년이 되기 하루 전인 2일 열린다. 영장의 발부 여부는 3일 새벽쯤 나올 것이다.그러나 영장 발부 여부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 불법계엄 후 1년여 탄핵, 대통령 선거 등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일이 복잡하게 흘렀을수록 질문은 간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수많은 의원,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추경호 의원이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이다. “당신들은 왜, 그날 국민의힘 당사 혹은 국회에 있었는데도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는가?”추 의원은 불법계엄 당시 의원총회 장소를 바꾸며 혼선을 초래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그 결과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18명뿐이었다. 추 의원은 “그 누구에게도 계엄 해제 표결 불참을 권유하거나 유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왜 국민의힘 다수 의원이 표결에 불참했는지 명확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

    2025.12.01 19:51

  • [기자칼럼]AI와 목소리
    AI와 목소리

    지난달 13년 만에 부활한 MBC 대학가요제에는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다. 어느덧 사망 11주기를 맞은 신해철의 목소리가 AI(인공지능)로 복원돼 등장한 것이다. “잘 지내셨나요”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가 실제 그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익숙한 울림이 그리움으로 되살아나며 심장이 크게 덜컹거렸다. 무대 뒤 어딘가에서 신해철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고 김성재의 목소리도 AI로 되살아난다. 오는 27일 공개되는 듀스의 신곡 ‘라이즈’는 김성재의 음색과 창법을 AI 기술로 복원해 완성된 곡이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힙합 듀오 듀스의 신곡이 발표되는 건 1997년 베스트 앨범 수록곡 ‘사랑, 두려움’ 이후 무려 28년 만이다. 거기다 올해는 김성재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니 팬들에겐 여러모로 뜻깊은 노래가 아닐 수 없다.이제는 들을 수 없는 가수들의 목소리를 AI로 되살리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AI는 존 레넌의 목소리...

    2025.11.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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