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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칼럼]창릉천에 돌아온 은어, 왜?
    창릉천에 돌아온 은어, 왜?

    지난달 경기 고양시를 지나는 창릉천에서는 처음으로 회유성 어류인 은어가 발견됐다. 창릉천과 함께 한강 수계에 속하는 파주 문산천과 서울을 지나는 당현천, 중랑천, 인천 남동구의 장수천 등에서도 은어가 확인됐다. 모두 과거에는 은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본격적 생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변변한 학술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곳들에서의 발견이었다.몸길이 15㎝ 정도로, 시민들에게도 친숙한 은어는 바다와 하천을 오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긴 댐과 둑, 보 등으로 인해 회유가 어려워지고, 수질까지 오염되면서 크게 줄어들었다.이 같은 은어의 ‘귀환’을 환경단체 활동가, 생태학자 등이 크게 반기고 기뻐한 것은 은어가 확인된 것의 의미가 단순히 어류 한 종이 돌아온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은어는 무엇보다도 맑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민감하며, 강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있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또 은어는 연어처럼 생애주기 동안 단 한 차례만 고향...

    2024.10.28 22:11

  • [기자칼럼]스페이스X 부러워만 할 건가
    스페이스X 부러워만 할 건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우주발사장에서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높이가 120m에 이르는 지구 최대 발사체 ‘스타십’을 쐈다. 스타십은 연립주택처럼 1단과 2단 발사체가 수직으로 붙어 있는데, 1단 발사체인 높이 70m짜리 ‘슈퍼 헤비’가 임무를 마친 뒤 하늘에서 불을 뿜으며 낙하하고 있었다.그런데 이 장면은 ‘추락’이 아니었다. 슈퍼 헤비는 발사대로 후진 주차를 하는 자동차처럼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자신이 이륙하기 전 서 있던 발사대로 칼이 칼집에 꽂히듯 안착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도 등장한 적 없는 황당한 설정이 현실이 된 것이다.우주 개척이 본격화한 1950년대부터 모든 발사체는 임무를 다한 뒤 공중에서 버려졌다. 1회용이었다는 뜻이다. 귀환시켜서 다시 쓰면 이득이었겠지만, 그럴 기술이 없었다. 2010년대 스페이스X는 역추진과 자세 제어 장비를 개발해 임무를 다한 발사체가 바다의 바지...

    2024.10.21 21:14

  • [기자칼럼]이토록 분리된 세계
    이토록 분리된 세계

    두 달간 두 개의 세계를 살았다. 정치부 일과 창간기획 ‘쓰레기 오비추어리’ 시리즈 준비를 병행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지구 전역을 돌며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물건들의 생애를 다루는데, 기획기사와 전시회를 함께 준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을 짚다가 헌 옷 수출선 항로를 확인하고, 한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 결과를 기다리며 전시작을 만드는 일상이었다.당초 기대와 달리 두 업무 사이에는 어떤 접점도 없었다. 완벽하게 분리된 두 개의 세계 같았다. 두 달간 기후위기 등 환경이슈가 핵심 정치의제로 다뤄진 날을 떠올리기 어렵다. 폭염 이유를 설명할 때 살짝, 한국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를 나열할 때 살짝 언급되는 식이었다.윤 대통령이 이 기간 주재한 세 번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 이 주제는 등장하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과제를 설명한 8월27일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거대 양당 지도부의 공식 발언에서도 기후위기 관련 발언은 희귀했다...

    2024.10.14 20:44

  • [기자칼럼]‘육아휴직’ 말고 ‘육아파견’
    ‘육아휴직’ 말고 ‘육아파견’

    “휴직하면서 뭐 했어요?”육아휴직을 했다고 하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들을 때마다 난감했다. 육아휴직 때 ‘뭔가’ 했어야 하나? 난감했던 이유는 정말 ‘육아’만 했기 때문이다. “육아만… 했는데요.” 목소리가 모기 날갯짓만 하다.마이크 타이슨이 그랬다. “누구나 매 맞기 전까진 계획이 있다”고. 물론 계획이 있었다. 휴직 기간에 남들처럼 주식 공부도 하고, 때로는 운동을 하며 방만해진 몸을 돌아보겠다고. 아이가 선사해준 시간인 만큼 시간 날 때마다 놀아주고, 맛있고 영양 많은 집밥도 잔뜩 해주겠다고.계획이 무너지기까지 얼마 안 걸렸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학교에 가면 오전 9시다. 등교 전 약 40분간 ‘집중 육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미 심신이 피곤하다. 커피를 마시며 쉬다가 틈틈이 청소, 빨래 등 가사노동을 한다. 오후 2시부터는 ‘대기 모드’다. 하교하는 아이를 데려오고, 학원에 데려다준다. 또 데려오고, 또 데려다준다. 기다림과 ‘셔틀’...

    2024.10.07 20:11

  • [기자칼럼]정몽규·홍명보, 따로 봐야 할 이유
    정몽규·홍명보, 따로 봐야 할 이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4선 도전 여부, 홍명보 남자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국민적 이슈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정 회장 사퇴는 기본이고 홍 감독까지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됐지만, 별도 사안이라 면밀하게 구별돼야 한다.정 회장 사퇴는 불가피하다. 승부조작 관련자 사면 결정은 상식 이하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선임과 경질, 손흥민·이강인 간 물리적 충돌, 후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 나온 땜질 처방, 그로 인한 올림픽 출전 실패, 국가대표 선수와 서포터스 간 설전 등 협회 수장으로서 책임질 일이 많다. 협회 노동조합도 연임 반대를 피력하는 등 내부 리더십까지 추락했다. 협회 조직과 관행을 쇄신하려면 수장 교체 이외에 답이 없다.홍 감독 선임은 다른 문제다. 감독을 뽑은 주체는 협회다. 협회가 과정을 어겼든, 홍 감독에게 읍소를 했든, 과정과 결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은 협회다. 홍 감독은 협상에 응했고 제안을 수락했다. 홍 감독에게 과정상 문제...

    2024.09.30 21:58

  • [기자칼럼]자연복원, 한국과 유럽 엇갈린 길
    자연복원, 한국과 유럽 엇갈린 길

    ‘6년 후인 2030년까지 육지와 바다 면적의 최소 20%를 복원하고, 2050년까지 복원이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복원한다’. 지난 7월13일 유럽연합(EU) 의회가 최종 통과시킨 ‘EU 자연복원법’의 핵심 내용이다.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처음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를 설정한 이 법안은 EU 집행위가 2020년 제시한 탄소중립 정책 패키지인 그린딜의 일부다.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EU가 내놓은 야심찬 정책이기도 하다.EU의 자연복원법 제정 취지는 훼손된 자연을 회복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별개 문제가 아니며 훼손된 생태계를 그냥 두고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도 EU 자연복원법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연기반 해법에 따른 생태계 복원을 탄소중립 달성의 중요한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EU가 이처럼 생태계 복원을 통한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에 힘...

    2024.09.23 20:42

  • [기자칼럼]어른의 역할은 죽는 것이다
    어른의 역할은 죽는 것이다

    “인류 모두에게 300년의 생명을 주소서!”카렐 차페크의 희곡 <마크로풀로스 사건>에서는 불로불사의 약을 두고 논의가 벌어진다. 법무사 비테크는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이 약을 모두에게 주자고 한다. 그는 인생이 너무 짧아서 기뻐할 틈도 사색할 틈도 없다고 말한다. 사람이 300년을 살 수 있다면 처음 태어나 100년 동안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누구나 현명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면 “빵 한 조각을 위해 악착같이 달려드는” 데서 해방된 인간은 더 정신적인 일에 애쓰게 된다. 공포도 사라지고, 전쟁도 없어진다.<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영생의 존재 ‘스트럴드블럭’은 좀 다르다. 스트럴드블럭은 여든 살이 되면 평범한 다른 노인들처럼 늙는다. 오히려 절대로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보다 더 많은 결점을 보여준다. 독선적이고 탐욕스럽고 심술궂다. 아는 건 젊은 시절 배우고 본 것이 전부다. 아흔이 넘으면 식욕도 없으면...

    2024.09.09 20:27

  • [기자칼럼]왜 자꾸 ‘처리수’라고 부르나
    왜 자꾸 ‘처리수’라고 부르나

    친구의 정의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다. 동료는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한 사람’이다. 비슷한 느낌이 있기는 해도 두 말의 의미는 헷갈리지 않는다. 사용 대상이 달라서다. 일상에서 “코흘리개 시절부터 50년 동안 우정을 나눈 고향 ‘동료’입니다” 또는 “업무적으로 손발이 잘 맞는 직장 ‘친구’입니다” 같은 어색한 문장을 쓰는 사람은 없다.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최근 어떤 용어 선택과 관련해 어색하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대변인 논평의 첫 문장은 ‘오늘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였다. 오염수가 아니라 ‘오염처리수’라는 용어를 썼다. 지난달 22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방류된 지 1년 정도 지났다”고 말했다. ‘처리수’가 등장했다. 오염처리수나 처리수는 최근 국민의힘에서 일상 용어가 됐다.하지만 야당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표현을 예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사용한다...

    2024.09.02 20:40

  • [기자칼럼]‘AGAIN 1988’의 조건
    ‘AGAIN 1988’의 조건

    뜨거운 여름, 17일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남긴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리며 2036년 올림픽 서울 유치에 대한 새로운 논의에 불을 붙였다.다시 서울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는 48년 만이라는 역사성과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달라진 시대정신만큼이나 다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지 않아야 하며, 비용과 자원 투입은 합리적 효용성을 갖춰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오버투어리즘 등을 견딜 명분 등도 제시해야 한다.2020 도쿄 올림픽은 폐휴대전화 등에서 추출된 금속으로 메달을 제작하는 데 그쳤지만 파리는 경기장·건축물 건설까지 지양했다. 미완으로 끝났으나 ‘에어컨 없는 여름나기’도 시도했다. 하지만 올림픽의 탄소배출은 70% 이상이 선수단·관람객 등의 이동에서 발생한다. 이에 특정 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는 식으로 올림픽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때 서울로 사람들이 모여야 할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2024.08.19 20:28

  • [기자칼럼]주연 만들어낸 수많은 조연들
    주연 만들어낸 수많은 조연들

    양궁은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여자 단체전 10연패, 3관왕 두 명. 3관왕 임시현은 “제대로 쉰 날이 없다”고 말했다. 금메달 5개 싹쓸이는 철저한 준비와 훈련, 치열하고 투명한 경쟁, 현대차그룹의 든든한 지원이 엮은 합작품이다.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세계 1위 프랑스를 꺾고 은메달을 따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을 3연패했다. 단신의 한계, 노출된 전력을 많은 땀으로 극복한 결과다. 태권도는 금 2개, 동 1개로 도쿄 올림픽 ‘노골드’ 충격을 씻었다. 도전자 자세로 철저하게 준비했고 겸손하게 훈련한 덕분이다. 세계 5위, 4위, 1위, 2위 순으로 꺾고 우승한 세계 24위 김유진은 “고된 훈련을 견딘 나를 믿었다”고 말했다.탁구는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수확했다. 신유빈 등은 “언니, 동생, 지도자, 협회 모두 한마음으로 노력한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독하게 훈련한 유도는 은 1, 동 1개를 따냈...

    2024.08.1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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