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순서가 있다는 말은 형용모순이다. 사랑은 저절로 싹틀뿐더러, 통제하기도 어렵다. 사랑이 순서대로 착착 이뤄지는 것이라면, 세상의 수많은 사랑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물론 사랑이 싹트는 데 순서가 있을 수 있다. 가까운 사람,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 취향이나 신념이 비슷한 사람….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이일수록 사랑이 싹트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종교는 이런 협소한 사랑의 개념을 타파하고자 한다. 나와 멀고 가깝고를 떠난 보편적인 인류애를, 나아가 이 지구상 생명·비생명 모두에게로 사랑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 종교적인 사랑이다.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를 오해했다. 밴스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랑의 순서’(ordo amoris)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가톨릭 신앙으로 합리화하려고 했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다음 이웃을 사랑하고, 그다음 나라를 사랑하라”며 가장 마지막에 ‘나’와 관계없는 세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2025.05.19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