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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칼럼]‘후쿠시마 오염수’ 없는 총선
    ‘후쿠시마 오염수’ 없는 총선

    조용하다. 한 달도 안 남은 총선에서 온갖 이슈가 터져 나오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얘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처음 바다에 방류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당시에는 이 문제가 올해 총선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일례로 첫 오염수 방류를 한 주 앞둔 시점에 한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와 여당 내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하다면 총선에 악영향이 적도록 방류를 빨리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당시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일본 측에 조기 방류를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해당 보도를 적극 부인했다. 지난해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야당과 ‘과학적인 대응’을 주장하는 여당의 대립 전선은 한국의 삼복더위보다 뜨거웠다.이랬던 상황이 무색하게도 지금 국내 정치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얘기를 꺼내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다. 이유가 뭘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이 생기는 한국 정치 풍토 속에...

    2024.03.18 20:19

  • [기자칼럼]“혁명적” 공천, 서대문갑
    “혁명적” 공천, 서대문갑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20년간 대결로 유명하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두 사람은 16대부터 21대 총선까지 6차례 맞붙었다. 우 의원이 4번, 이 구청장이 2번 이겼다.이번 총선에서는 두 맞수의 정면승부를 볼 수 없다. 우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 구청장은 기초단체장으로 변신했다. 터줏대감이 물러나면서 서대문갑은 무주공산이 됐다. 여야 공천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렸다.민주당은 놀라운 방식으로 서대문갑 공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준과 절차를 수시로 바꿨다. 민주당 안에서조차 “이런 공천은 난생처음”이라는 한탄이 나온다.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23일 서대문갑을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대국민 오디션을 하겠다며 ‘슈퍼스타 K 방식’을 언급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국민투표를 통해 후보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이해됐다.지난 2월26일 발표된 기준은 예상과 ...

    2024.03.11 20:19

  • [기자칼럼] 푸바오의 마음
    푸바오의 마음

    푸바오가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분홍색 살덩어리였던 탄생의 순간부터 100㎏가 넘는 건장한 판다가 되기까지 전 국민이 푸바오를 지켜봤다. 푸공주, 용인 푸씨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며 ‘국민 판다’가 됐다. 이번엔 푸바오 때문에 눈물바람이다. 4월 중국 반환을 앞두고 비공개 상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푸덕이’들은 푸바오로부터 “위로와 감동을 얻었다”며 이별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푸바오는 곧 중국에 송환된다. 이것은 사람의 관점이다. 푸바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나고 자란 집을 떠나 정든 사육사와도 이별한 채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떠나는 것이다. 생이별, 낯선 곳으로의 이주다. 사람의 마음이 아닌 ‘푸바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긴 이동을 거쳐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푸바오의 마음은 어떨까. 쓰촨성은 ‘판다의 고향’으로 불리지만, 한국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푸바오에겐 생면부지의 땅이다.로렐 브레이트먼의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

    2024.03.04 20:08

  • [기자칼럼]이강인, 더 아파야 한다
    이강인, 더 아파야 한다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에게 지난 2주는 지옥이었을 게다. 팬들의 비판이 상상외로 무서웠다. 이강인이 아시안컵 4강전 전날 손흥민(토트넘)과 몸싸움을 벌인 게 화근이 됐다. 탁구를 자제하고 경기에 집중하라고 말한 손흥민에게 이강인은 거칠게 대들었다. 팬들의 분노가 거세졌고, 이강인은 지난 19일 런던에서 손흥민을 만나 용서를 구했다. 손흥민도 “이강인을 용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이강인이 대면사과했고 손흥민도 용서를 구했지만, 팬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이강인의 행동을 하극상으로 간주하는 팬들도 많다.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축구계에서 퇴출하라” “병역 혜택을 박탈하라” “국가대표로 영원히 뽑지 말자”는 분노가 존재한다.이강인은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뛰어난 재간이 팬들을 매료시켰다. 한국 축구의 약점인 테크니션 부족을 해결할 재목으로 꼽혔다. 그는 10세 때인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으로 갔다. 스페인은 독일, 잉글...

    2024.02.26 19:54

  • [기자 칼럼] 집중하는 AI, 흩어지는 인간
    집중하는 AI, 흩어지는 인간

    ‘Attention is all you need.’(당신이 필요한 건 집중이에요.)이 한 줄의 문장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챗GPT 같은 놀라운 인공지능들 말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뜯어보면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구조로 돼 있고 그 핵심은 어텐션(Attention·집중/주의)이라는 기술이다. 비틀스의 노래 제목을 패러디한 이 문장은 이 기술을 최초로 발표한 구글의 논문 제목이다.어텐션은 기계가 ‘무엇을 집중해서 볼 것인가’를 배우도록 설계하는 기술이다. 언어 모델이 다음으로 생성할 단어를 계산할 때 어떤 부분을 더 집중해서 참조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트랜스포머는 그중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 ‘셀프 어텐션’을 수행해 놀라운 성과를 냈다. 최근 오픈AI가 공개한 동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도 트랜스포머가 주요 축이다.인공지능이 ‘집중’이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인류의 집중력은 반대로 역사상 가장 낮아...

    2024.02.19 20:06

  • [기자칼럼] 과학과 흰수마자 저버린 환경부
    과학과 흰수마자 저버린 환경부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뒤부터 이 사업이 일으킨 재난들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어류들이 있다. 바로 흰수마자와 꾸구리, 돌상어 등이다. 모두 잉엇과 꾸구리속에 속하며, 아래턱에 3쌍의 수염이 있고, 한반도에만 산다는 등의 공통점을 지녔다. 이들 어류가 4대강 사업 이후 주목받는 이유는 보와 댐 건설, 하천 준설 등의 파괴 행위로 인해 멸종위기가 심화되고 있어서다.4대강 사업 이후 위기에 처한 수많은 생물 중에서도 이들 어류는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횡액을 겪었다. 낙동강, 금강, 내성천 등에서 이들이 주로 살아가는 얕은 여울들이 대부분 사라진 것이다. 흰 수염이 특징인 흰수마자에게, 국내 담수어류 중 유일하게 고양이처럼 빛의 밝기에 따라 눈동자를 조절하는 특징이 있어 여울고양이 또는 고양이물고기란 별명이 있는 꾸구리에게, 돌이 많은 곳에 사는 돌상어에게 4대강 사업은 대학살이었다. 물이 정체되고, 유기물질로 인해 모래여울이 펄밭으로 변한 곳에...

    2024.02.12 20:09

  • [기자칼럼] 일본 달 착륙, 바라만 볼 건가
    일본 달 착륙, 바라만 볼 건가

    “2024년 1월20일 0시20분, 달 착륙선이 월면에 성공적으로 착륙을 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이 짤막한 문장의 의미는 컸다. 일본이 세계 5번째 달 착륙국가에 오른 순간이었다. 최근 한국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처럼 3만달러대를 유지한다는 점을 들면서 우리 국력이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보는 기류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주개발 분야에서 한국은 아직 일본의 적수가 못 된다.일본은 1970년대부터 우주기술의 핵심인 로켓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01년부터는 ‘H-2A’라는 대형 로켓을 안정적으로 쏘고 있다. H-2A는 올해까지 48번을 쏴서 단 한 차례를 빼고 모두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 달 착륙선을 실은 로켓도 H-2A이다. 한국의 대표 로켓 ‘누리호’는 2021년 처음 쐈다. 첫 발사는 실패했고, 2번째(2022년), 3번째(2023년) 발사는 성공했다. 누리호 덩치와 힘으로...

    2024.02.05 20:29

  • [기자칼럼] 쿠오바디스 민주당
    쿠오바디스 민주당

    요즘 더불어민주당 상황이 아시안컵에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 클린스만호와 비슷해 보인다. 클린스만호가 스타 선수들에 의존하며 아무런 전술 없이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취해 별다른 노력 없이 시간만 지나면 승리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 예상 밖 졸전을 거듭했고, 우승 확률이 낮아졌다. 과연 민주당은 어떨까.최근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 경종을 울린다.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낮고 정권 견제 여론은 높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은 백중세다. 여야 대표 직무수행 평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밀렸다. 특히 중도와 무당층이 이 대표를 한 위원장보다 박하게 평가했다. 민주당에 불길한 소식이다.물론 어떤 지표가 총선 승패의 결정적 변수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많은 국민이 정권심판 주체로 민주당을 못미더워한다는 점이다. 여론은 그 핵심 사유로 이 ...

    2024.01.29 20:20

  • [기자칼럼]보지 못하는 화가와 미술관람자
    보지 못하는 화가와 미술관람자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가능할까. 시각장애인이 미술을 감상하는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미술관에도 점자로 된 안내문 등이 제공되며 시각장애인의 전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사람’이 시각적 자극의 덩어리인 미술을 감상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남는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경험과 상상 밖의 일이다.<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다다서재)는 그에 대한 훌륭한 답을 내놓는다. 저자 가와우치 아리오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인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전시를 관람한다.그런데 어떻게? 시라토리가 가와우치의 왼쪽 팔꿈치에 살짝 손을 얹고 길을 따라가면 가와우치는 그림에 대해 보이는 정보를 두서없이 설명한다. 피에르 보나르의 ‘강아지와 여자’라는 그림에 대해 “한 여성이 강아지를 안고 앉아 있는데, 강아지의 뒤통수를 유독 자세히 보네요. 개한테...

    2024.01.22 20:15

  • [기자칼럼] 축구 ‘첫번째’ 아시아 정상 도전
    축구 ‘첫번째’ 아시아 정상 도전

    아시안컵이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 국가대항전이다. 올림픽,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대회), 남미축구국가대항전(코파 아메리카)도 4년에 한 번씩 각 대륙 최강국을 가린다. 각 대륙에서 열리는 가장 큰 축구 국가대항전들이다.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15일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20일 요르단, 25일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를 벌인다. 이변이 없는 한 조 선두로 16강에 오르리라 예상된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이라크, 이란, 호주 중 몇몇 국가와 맞붙는다. 16강부터 결승까지는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만일 한국이 결승에 오르면 상대는 일본이 될 공산이 크다. 일본은 현재 아시아 국가 중 FIFA 랭킹(17위)이 가장 높다. 스포츠 베팅업체들도 일본, 한국, 이란(21위), 호주(25위) 순으로 우승 후보를 전망하고 있다.한국 멤버는 역대 최강이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

    2024.01.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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