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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민주당
요즘 더불어민주당 상황이 아시안컵에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 클린스만호와 비슷해 보인다. 클린스만호가 스타 선수들에 의존하며 아무런 전술 없이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취해 별다른 노력 없이 시간만 지나면 승리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 예상 밖 졸전을 거듭했고, 우승 확률이 낮아졌다. 과연 민주당은 어떨까.최근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 경종을 울린다.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낮고 정권 견제 여론은 높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은 백중세다. 여야 대표 직무수행 평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밀렸다. 특히 중도와 무당층이 이 대표를 한 위원장보다 박하게 평가했다. 민주당에 불길한 소식이다.물론 어떤 지표가 총선 승패의 결정적 변수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많은 국민이 정권심판 주체로 민주당을 못미더워한다는 점이다. 여론은 그 핵심 사유로 이 ... -
보지 못하는 화가와 미술관람자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가능할까. 시각장애인이 미술을 감상하는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미술관에도 점자로 된 안내문 등이 제공되며 시각장애인의 전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사람’이 시각적 자극의 덩어리인 미술을 감상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남는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경험과 상상 밖의 일이다.<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다다서재)는 그에 대한 훌륭한 답을 내놓는다. 저자 가와우치 아리오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인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전시를 관람한다.그런데 어떻게? 시라토리가 가와우치의 왼쪽 팔꿈치에 살짝 손을 얹고 길을 따라가면 가와우치는 그림에 대해 보이는 정보를 두서없이 설명한다. 피에르 보나르의 ‘강아지와 여자’라는 그림에 대해 “한 여성이 강아지를 안고 앉아 있는데, 강아지의 뒤통수를 유독 자세히 보네요. 개한테... -
축구 ‘첫번째’ 아시아 정상 도전
아시안컵이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 국가대항전이다. 올림픽,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대회), 남미축구국가대항전(코파 아메리카)도 4년에 한 번씩 각 대륙 최강국을 가린다. 각 대륙에서 열리는 가장 큰 축구 국가대항전들이다.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15일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20일 요르단, 25일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를 벌인다. 이변이 없는 한 조 선두로 16강에 오르리라 예상된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이라크, 이란, 호주 중 몇몇 국가와 맞붙는다. 16강부터 결승까지는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만일 한국이 결승에 오르면 상대는 일본이 될 공산이 크다. 일본은 현재 아시아 국가 중 FIFA 랭킹(17위)이 가장 높다. 스포츠 베팅업체들도 일본, 한국, 이란(21위), 호주(25위) 순으로 우승 후보를 전망하고 있다.한국 멤버는 역대 최강이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 -
쓸모없는 아이들
“1899년 남아프리카에서 보어전쟁이 발발하자 영국은 징병제를 실시했는데, 징병 대상자의 3분의 2 정도가 발육부진, 약시, 구루병 같은 영양결핍성 질환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국민의 건강 상태에 충격받은 보수당의 솔즈베리 정부는 아동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성원, <하루 교양 공부> 중)전쟁에 동원할 병사가 없어서 아동 건강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니 끔찍하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히 아이는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기보다 필요에 따라 대우받는다. 지난해 말 미국 방송 CNN은 낮은 출생률로 군 입대자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도하며 “현재 한국 군대의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1899년의 영국과 2024년의 한국은 다르긴 하다. 한국의 영아사망률과 아동빈곤율은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한국 사회에서 아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 물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최근 스타벅스에서 커피가 ... -
16년 전으로 퇴행한 하천정책
국내 하천 정비와 보전 정책의 기본이 되는 법률인 하천법 제1조에는 “하천의 자연친화적인 정비·보전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7월 개정되면서 들어간 ‘자연친화적인’이라는 표현은 이전까지 댐 및 보 건설과 준설 등 파괴적 방식이 주를 이뤘던 하천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2006년 만들어진 정부의 ‘2006~2020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댐 건설을 축소하고 홍수터를 늘리는 등 자연복원의 정신을 담고 있었다. ‘강에게 공간을(room for the river)’이라는 표현에도 일정 부분 부합하는 내용이었다.이 같은 자연복원의 정신을 무시하고, 20세기식 대형 댐 건설과 마구잡이식 준설로 하천 생태계에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힌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2008년부터 추진한 4대강사업이었다. 그런데 이미 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무 효과도 없이 수십조원을 낭비했음이 자명하게 드러난 4대강사업의 축소판 사업을 다시 벌이겠다는 ... -
카르텔과 ‘낙인 찍기’
인터넷에서 타인과 소통하고 싶다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사이버 세상에서 쓸 나만의 이름, ‘닉네임’을 정하는 일이다. 미용실 체험 수기를 작성하든 타인과 정치 토론을 벌이든 닉네임은 필요하다. 요즘에는 남의 닉네임을 컴퓨터 모니터에서 볼 뿐만 아니라 공개 장소에서 들을 일도 많다. 커피 판매점에서다. 커피 판매점 직원들은 “○○ 고객님!”이라고 힘차게 닉네임을 호명하고는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라고 매장에서 외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닉네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한다. 재치 있고, 의미 있는 닉네임을 지으려고도 하지만, 예의 없고 부정적인 닉네임을 짓지 않으려고도 애쓴다.올해 과학계에도 닉네임 하나가 붙었다. ‘카르텔’이다. 카르텔의 정의는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과 생산량 등에 대해 협정을 맺는 일’이다. 우리말로는 ‘담합’이다. 경제 용어지만, 다른 분야로도 확장돼 쓰인다. 확실한 것은 좋은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
김기현을 위한 변명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후인 지난해 11일7일 격노하며 한 발언이다. 이상민 장관 책임론에 대한 반박 성격이었지만 ‘책임’에 대한 대통령의 지론을 알려준 말이기도 하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한 날 대통령의 이 발언이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딱딱 책임론’과 김 대표의 떠밀린 듯한 사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사퇴의 변에서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라 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쓰고 쓸쓸히 퇴장한 그림이 됐다. 총선 공천도 불투명하다. 대통령 순방 기간 그는 출마와 대표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듯했다. 이것이 집권여당 대표에게 책임을 ‘딱딱’ 묻는 합당한 방식이었을까.최근 정부·여당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사건... -
‘소신공양’과 ‘극단적 선택’
지난달 29일 저녁,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죽음은 큰 충격을 던졌다. 사찰의 갑작스런 화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스님의 유구, ‘소신공양 자화장’이라는 조계종의 발표, 정부의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 조계사에서 치러진 종단장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충격과 의혹은 빠르게 가라앉고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자승스님의 열반송만 남았다.‘소신공양’이란 말은 불교신도가 아닌 사람들에겐 낯설다. 기독교에선 자살을 죄악시한다. “개인이 생명을 마음대로 끊는 것은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불교에서도 ‘불살생계(不殺生戒)’에 입각해 자살을 생명경시로 보고 반불교적 행위로 여긴다. 예외적으로 자기 몸을 태워 부처에게 바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란 개념이 있다. 1963년 베트남에서 독재정권의 불교 탄압에 반대하며 길에서 소신공양한... -
흙수저들 희망이 된 광주·김포
우리나라 프로축구는 1, 2부로 나뉘어 운영된다. 1부(K리그1)는 12개 팀이 속해 있다. 최종 순위 1~3위는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다. 이번 시즌 1부 리그 우승팀은 울산 현대다. 2위는 포항 스틸러스, 3위는 광주FC다. ACLE는 아시아 12개국 프로리그 상위 26개 팀만 나서는 아시아 최고 클럽 대항전이다. 거기에 울산, 포항, 광주가 포함된 것이다.광주는 올해 1부로 승격한 팀이다. 지난 시즌 2부 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말이다. 1부 리그 ‘막내’ 광주가 이처럼 잘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쉼 없이 뛰는 강한 체력,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공수에 걸쳐 엮어내는 공격적인 플레이, 포지션에 상관없이 상황에 맞춰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멀티 능력이 무기다. 광주는 16승11무11패를 기록했다. 울산(2승2패), 포항(1승2무1패)과 상대 전적에서 대등했고 모든 1부 팀을 한 번 이상 이겼다. 놀라운 것은 최소 실점이... -
이것은 왜 가짜뉴스가 아닌가
“국정원의 선관위 서버 조사 결과 북한·중국 해킹 및 선거결과 조작 가능!”얼마 전 모 정당이 광화문 한복판 세종대로 사거리에 내건 현수막이다. 서울시내 40곳에 이런 현수막을 붙였다 한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을 점검하긴 했지만 위험성을 지적한 것일 뿐, 실제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럼에도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에선 “노태악(선관위원장)을 구속하라” “조작선거 책임자 처벌” 구호가 난무한다. 근거 없는 선거부정 주장은 사회통합을 해치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다.틈만 나면 ‘가짜뉴스’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런 주장에 잠잠할까. 대통령의 가짜뉴스 셈법대로라면 당장 압수수색과 구속, 소환조사에 들어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불리한 이야기를 ‘가짜뉴스’라며 오히려 역으로 공격하는 게 윤석열 정부의 전형적 패턴”(장혜영 정의당 의원)이기 때문이다. 입맛에 맞으면 조금 틀려도 진짜뉴스로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