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679건의 관련기사

  • [녹색세상]성장의, 성장에 의한?

    성장의, 성장에 의한?

    지난 2월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복과 성장,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머지않아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리고 국정의 혼란이 끝나지 않고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조바심이 이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대국민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니까 그의 국가 비전을 개괄한 것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5년을 꾸려갈 정책 기조도 내비친 것이리라.언론에서는 이 연설에서 최근 이 대표가 보인 ‘우클릭’ 행보,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주 52시간제 근무제 예외 논란에 주목했다. 하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44분간의 연설 동안 20회 언급된 ‘민주’보다도 더 많은 횟수인 29회나 언급된 ‘성장’이었다. 우클릭이라고 하더라도 거의 성장 집착이라 할 만큼 이례적인 강조다.이 대표는 계엄 사태가 초래한 헌정 파괴의 위협을 환기하며 이를 극복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요청했다. 그리고 성...
  • [녹색세상]차 없는 사람을 위한 도시정책

    차 없는 사람을 위한 도시정책

    길고 긴 설날 연휴에 고향에 다녀왔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족들 사이에 정치 이야기가 튀어나왔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평범한 ‘운전’ 이야기도 정치만큼이나 껄끄러운 주제가 돼버렸다. 보자 보자 하니 아주 ‘뚜벅이’를 보자기로 보길래 정색하고야 말았다. 나는 자동차 있는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교적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서울에 살아 자가용 없이 잘 산다. 그런데 정작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한다. 이번 설에도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한다며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 나는 25명이 탄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갔는데, 가성비 높은 민족 대이동이었다. 각자 이동했다면 자가용 25대의 에너지와 공간을 썼을 것이다. 365일 뚜벅이로 교통체증도, 공해도 일으키지 않은 내게 세상은 칭찬은커녕 지하철과 버스 요금 인상만 남겼다. 대중교통이 만성 적자라서 인상해야 했다고 한다. 근데 유류세는 왜 그토록 계속 깎아주는지 진심 묻고 싶다. 13차례나 연장해 유류세를 인하...
  • [녹색세상]새는 인간이다

    새는 인간이다

    1996년 봄, 한강은 조류 충돌을 다룬 단편소설 ‘철길을 흐르는 강’을 발표했다. 국내 언론이 조류 충돌을 처음으로 언급한 시기가 같은 해 9월20일이니, 이 소설은 언론보다 앞서 최초로 국내에 조류 충돌을 소개한 셈이다.소설의 도입부에서 ‘나’는 성당의 유리창에 부딪친 새의 죽음을 사무국 직원에게 알리는데, 직원은 늘 일어나는 일이라며 현실논리를 들이댄다. ‘나’는 죽은 새를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내 손이 새인지 새가 내 손인지’ 알 수 없다고 고백한다. 소설의 제목인 ‘철길을 흐르는 강’ 또한 새 떼의 비유다. ‘나’는 죽은 새를 묻은 철길에서 강의 환영을 보는데, 그 물살은 ‘나’의 몸을 덮쳤다가, 다시 새 떼로 바뀌어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른다.속성이 유사한 두 가지 대상을 ‘A는 B다’라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은유는 대표적인 문학적 수사법이다. 한강은 이 방식을 통해 인간과 새가 다르지 않음을 역설한다. 강은 인간이고, 인간은 새이며, 그러므로 새가 ...
  • [녹색세상]기후위기 그 자체인 트럼프

    기후위기 그 자체인 트럼프

    “몸을 낮추어 온 힘을 다하고, 죽은 뒤에야 멈추겠다.” 제갈량의 출사표다. 충의를 상징하는 고사로 종종 인용된다. 그리고 부디 잊혀야 할 출사표가 여기 있다. “취임 첫날은 독재자가 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사표다. 어찌 감히 공공연하게 독재자를 자임할 수 있을까. ‘첫날’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본질을 넌지시 고백하는 것이리라. 여하간 트럼프의 공언은 현실이 되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 중 절반에 가까운 78개를 철회하는 내용을 포함해 41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면면을 살펴보면 환경, 인권, 다양성 등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의 가치를 깡그리 내팽개친다.1호 명령은 또다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파국의 들머리에 놓인 인류의 발버둥을 단숨에 걷어찬 미국은 이란, 리비아, 예멘 등과 함께 협정에 참여하지 않는 소수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트럼프는 이번 탈퇴 결정의 배경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 보호와 에너지...
  • [녹색세상]카터의 솔라 패널

    카터의 솔라 패널

    지난 연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00세를 일기로 서거한 직후 미국의 몇몇 언론 매체는 그가 설치했던 태양광 패널의 행방을 알려주는 기사로 추모의 뜻을 보탰다. 미국의 39대 대통령으로 1977년에 임기를 시작한 카터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환경 파괴 문제를 진지하게 대했다. 취임 직후 집무실의 난방기 온도를 내리면서 국민에게 호소한 에너지 절약 연설과 1979년 백악관 서쪽 지붕에 32장의 솔라 패널을 올린 행사는 그의 의지를 잘 보여준 역사적 장면들로 꼽힌다. 이 솔라 패널은 정확히 말하자면 전기가 아니라 온수를 생산하는 장치였는데, 당시로서는 제법 첨단 기술에 속했다. 카터는 개막 행사에서 해외 석유에 대한 의존을 벗어날 필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아무도 태양 빛이 내리쬐는 걸 금지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을 백악관이 직접 실험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솔라 패널은 성능이 나쁘지 않았지만, 카터가 재선에 실패하고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7년 만에 철...
  • [녹색세상]입틀막 된 K-에코디자인

    입틀막 된 K-에코디자인

    실제 겪어봐야 아는 진실이 있다. ‘보수’가 딴 건 몰라도 경제랑 안보만큼은 잘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윤과 효율이 우선인 경제는 아무래도 ‘보수’가 더 잘할 것이라고 믿어왔다. 이번 계엄령 사태에 장점이 있다면 이런 근거 없는 생각을 사정없이 내리쳤다는 점이다. 보수적 경제지인 ‘포브스’는 계엄의 대가는 한국인 5100만명이 장기적으로 갚아야 할 할부금이라고 평했다.미래의 성장동력을 말아먹는 전조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때부터 확실했다. 과학기술계 예산 삭감에 쓰레기 덕후인 나조차 영향을 받았다. 이게 뭔 소리냐면, 유럽연합(EU)은 마구 쓰고 버린 후 재활용만 깔짝대는 지금의 대응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두 가지 근본적인 정책을 도입한다. 하나는 물건 생산 시 자원과 에너지 투입량을 줄이고, 사용 시 최대한 오래 쓰고, 폐기 시 재사용 혹은 재활용되게 하는 에코디자인 규정(ESPR)이다.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물건...
  • [녹색세상]진짜 바다와 만나야 한다

    진짜 바다와 만나야 한다

    환경재단이 15회째 추진하고 있는 그린보트가 그린워싱(green washing·친환경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을 파괴하는 위장환경주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거대한 오염물질을 내뿜는 크루즈에 그린보트라는 이름이 붙고, 관광사업에 가까운 운항을 환경단체에서 주최한다는 점은 출항을 재고해야 할 중대한 사안으로 보인다. 크루즈에서 진행되는 인문학 강연이 사치와 휴양을 힐링과 휴식으로 둔갑시켜, 인간과 바다의 진짜 만남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두 번 위장하는 것이다. 크루즈는 나쁘다. 환경을 파괴한다. 그린보트는 더 나쁘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환경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한다. 그린보트에서 인문학 강연을 듣는 것은 훨씬 더 나쁘다. 환경을 파괴하고, 이를 친환경이라고 위장하며, 그 위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합리화까지 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휴식은 단절된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쳐 있는 이유는 기계문명이 기속화한 속도를 따라잡...
  • [녹색세상]윤 정부가 잘못 세운 세 기둥

    윤 정부가 잘못 세운 세 기둥

    대통령 윤석열이 이끌던 정부는 여러모로 기이했다. 보수정부 범주에 들어가긴 하지만 일반적 보수정부는 아니었다. 장기적 국가 비전은 없었고 대통령 부부의 개인적 관심사가 즉흥적 정책과 조치로 발표되는 일이, 주어진 임기의 절반 동안 내내 되풀이되었다.이제 우리는 이번 사건의 충격과 여파 속에서 비로소 윤 정부의 정체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에 그런 말과 일들이 있었겠다는 이해다. 그럴 정도로 윤 정부는 어떤 균형 있고 체계 있는 정책 기조를 갖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에는 대략 세 개의 핵심 기둥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학술적인 분석은 아니고, 기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사상누각에서 도드라진 꼭짓점들일 수도 있겠다.첫째 기둥은 보수정부에 공통적인 친기업·친시장 기조다. 하지만 윤 정부가 이 기둥을 치밀하게 세운 것은 아니었고 크게 공들인 것 같지도 않다. 전 정부와의 차별화 의도 속에서 소득 주도 성장 자리에 기업 경쟁력 위주 성장을 ...
  • [녹색세상]쓰레기 줄이는 집회

    쓰레기 줄이는 집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비상계엄령 뉴스를 접하는 와중에 충격적인 일이 터졌다. 얼마나 황당한 가짜뉴스가, 얼마나 삽시간에 퍼지는지 <체험 삶의 현장>처럼 겪는 중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날 우리 상점은 일찍 문을 닫고 국회로 출동했다. 재사용 용기에 리필하는 리필숍뿐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용기가 필요하니까. 한 명이라도 더 모여 민주주의를 위한 용기를 채워야 한다. 당일 국회 근처 지하철역이 무정차라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탔다. 국회 앞에 도착하니 실물 초는 거의 안 보이고 LED 촛불이나 응원봉이 대세였다. 하지만 우리는 아날로그 초를 꺼내 들었다. 화석연료 찌꺼기인 파라핀 양초 대신 밀랍초를, 초에 꽂는 종이컵 대신 종이팩을 사용했다. 우리 상점은 재활용을 위해 종이팩 등 10여종의 폐기물을 수거하는데 그 양이 월 500㎏ 정도 된다. 그래서 쓰레기 재료가 많다. 현수막 대신 자투리 천으로 깃발을 만들고 고장 난 우산의 봉 대에 깃발을 고정했다. 바짓단을 ...
  • [녹색세상]못생긴 사과가 필요하다

    못생긴 사과가 필요하다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하면서 가장 바꾸기 어려웠던 생각은 ‘벌레 먹은 사과가 맛있다’는 사실이었다. 크기가 똑같고 상처 하나 없이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사과란 자연 상태에서 불가능하며, 못생기고 울퉁불퉁하고 벌레 먹은 사과야말로 건강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이유는 상품을 고르듯 자연을 대했기 때문이다.<지구의 철학>에서 이진경, 최유미는 경제학의 식민주의에 빠진 세태를 비판한다. 생태적 가치, 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공동체적 가치 등 다양한 척도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경제적 가치, ‘얼마나 돈이 되는가’만을 기준으로 선택되고 도태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과학적 형식으로 구성된 지식일 뿐 과학적이지 않은 미신에 가깝다면서, 경제학의 미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반시대적 사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제학과 다른 척도의 다른 계산의 방법을 찾아, 생산과 구매로 인해 파괴되는 것들의 가치를 계산해야 한다고 말이다. 경제성만을 유일한 가치로 여기...
Today`s HOT
뮌헨 베르디 시위 중 일어난 차량 돌진 사고..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10억 라이징' 캠페인 홍수와 산사태 경보 발령된 미국 캘리포니아 여자 싱글 프리 금메달 주인공, 한국의 김채연
맨유의 전설 데니스 로, 하늘의 별이 되다. 남세균으로 인해 녹색 물이 든 살토 그란데 호수
부처의 가르침 되새기는 날, 태국의 마카부차의 날 대만의 한 백화점에서 벌어진 폭발 사건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대만 풍등 축제 미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계획,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 파키스탄 여성의 날 기념 집회 2025 에어로 인디아 쇼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