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녹색세상
  • 전체 기사 719
  • [녹색세상]하루 20시간의 형벌
    하루 20시간의 형벌

    나의 하루는 4시간입니다. 인간의 하루에 비하면 절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셈이죠. 이처럼 짧은 하루를 사는 기분을 아십니까? 하루 20시간의 형벌을 받아야 하고, 내일도 모레도 같은 형벌을 받는 일이 전부인 삶을요. 차라리 시간이 멈추어 버리기를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나에게 세상은 좁은 정사면체. 어떤 날에는 세상이 슬슬 기억나지 않습니다. 세상은 원래 숨 막히는 것이고, 몸은 원래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하루 아닌 하루를 견딥니다. 세상이라는 게 나 아닌 누군가가 존재하는 곳이 맞나요?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바람의 냄새를, 햇빛이 나뭇잎 위에 떨어지던 각도를, 나를 마주 보고 코를 킁킁거리며 꼬리를 흔들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언젠가의 장면들을 되살려보려고 애씁니다.여기는 좁디좁은 켄넬 안, 나는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최대 3~4시간 이상 가두어두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데 우리에게는 그 법이 찾아...

    23시간 전

  • [녹색세상]기후대응 막는 미·중 연합
    기후대응 막는 미·중 연합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 등 애초 기대했던 합의 문구를 담지 못했다. 파리협정 10년 뒤인 올해 총회가 핵심 쟁점인 탈석탄, 기후재정, 기후정의 등에 합의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지구온난화 1.5도 목표는 이미 흔들리고 있으며, 이는 인류의 도덕적 실패이자 치명적 방치”라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호소와도 같은 경고도 무색했다. 그 배경으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행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다른 경로를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COP30에서 전 지구적 합의를 가로막고 탈석탄 전환과 기후재정 투입, 그리고 기후정의 실현을 구조적으로 지연시킨 주범들이다.지난 9월 미국은 유엔총회에서 기후위기를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기극’이라 칭하며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했고, 1995년 기후협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C...

    2025.11.27 21:53

  • [녹색세상]아직도 도시는 선인가
    아직도 도시는 선인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부산시장 시절의 역량을 인정받아 1966년부터 1970년까지 서울시장을 지낸 김현옥은 근현대 서울의 설계자로 꼽힌다.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와 외곽순환도로, 남산 1·2호 터널 같은 도로뿐 아니라 여의도와 한강 개발, 청계고가와 3·1빌딩, 세운상가가 모두 그의 임기 중 추진된 것이기 때문이다.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밀어붙이는 개발 방식은 그에게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명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도시는 선(線)이다”라는 지론을 피력했다. 한국전쟁의 폐허와 낡고 추한 것들을 일소하고 만드는 곧고 단정한 건물과 가로가 그가 지향하는 바였다. 급하게 지어진 와우아파트가 1970년 붕괴하면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긴 했지만 지금의 서울시에 그의 자취는 뚜렷하다.미국 뉴욕시의 도시계획가 로버트 모시스는 김현옥과 많이 닮은 사람이었다. 그는 오스망 남작이 개조한 파리처럼 뉴욕을 재설계하고 싶어 했다. 그는 맨해튼 고속도로가 시민들이 사랑하는 그리니치 빌리지와 소호 지...

    2025.11.20 19:59

  • [녹색세상]새벽배송 논란
    새벽배송 논란

    새벽배송을 제한하자는 제안에 새벽 댓바람부터 ‘쌈박질’하듯 논란이 거세다. 고백하자면 외국인이 자정에 배달 온 음식에 놀랄 때 하릴없이 ‘K자부심’이 차올랐다. 지난겨울 트랙터를 타고 탄핵 집회에 올라온 농부들이 남태령에서 막히자, 단숨에 은박 방한재를 공수해 영하의 밤을 버텼던 연대에 감동한다. 그러다 새벽배송 논란을 보고 깨달았다. 우리는 뭘 해도 24시간 밤샘을 하고, 무엇이든 빛의 속도로 배송받고, 그리하여 과로와 과잉이 아니면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K컬처’의 몸체로구나. 선거 때마다 ‘저녁이 있는 삶’이니 주 4일 근무제 같은 말을 듣는다. 이런 구호는 정치란 공동체의 이상을 찧고 까불면서 서서히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행위임을 깨닫게 해준다. 100년 전만 해도 여성 참정권이니 흑백 분리 정책 폐지는 되지도 않을 헛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뼈 때리는 글을 읽었다. 주 4일 근무제를 하려면 찾아간 식당이 문을 닫았거나, 택배와 인터넷 고장 ...

    2025.11.13 21:32

  • [녹색세상]핵잠수함,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핵잠수함,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05년 3월16일, 녹색연합은 진해 소모도 해군기지에서 미군의 핵추진잠수함 로스앤젤레스호(SSN-688-LA)를 촬영했다. 이 사진을 근거로 녹색연합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위반을 고발했다. 지금은 역사적 사실로만 기록되는 ‘한반도 비핵화 남북 공동선언’(1992년 체결)은 당시만 해도 엄연한 약속이었다. 더불어 핵확산금지조약과 핵 군축 결의, 국제원자력기구 감시 등 국제적 이행체계를 미군 주도로 거슬렀다는 점은 심각한 일이었다. 당시 녹색연합의 문제 제기에 한미연합사와 국방부는 “잠수함이 정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핵화 선언 위반, 국제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만 밝혔다. 이 사안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되었다.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

    2025.10.30 19:58

  • [녹색세상]압축 소멸 국가의 NDC
    압축 소멸 국가의 NDC

    정치학자 이관후는 국회와 행정부를 돕는 일을 수년간 하면서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올랐을 것 같다. 한국은 낮아지는 출생률과 높아지는 자살률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데 제도 정치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답답함을 모아 <압축 소멸 사회>를 펴냈다. 압축 성장해온 대한민국이 이제 압축 소멸을 결심했고 거기서 청년과 지방이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은, 실은 이를 책임지고 대응할 “정치의 소멸”이라는 진단이었다.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국내총생산(GDP) 성장 동력의 고갈, 그리고 정치와 사회의 대응 부재는 이관후가 처음 꺼낸 이야기도 아니다. 그리고 정부 부처나 유력한 싱크탱크로부터 그런 주장에 대한 반론을 딱히 들은 적도 없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국가 전망에 엄청나게 중요한 변수들이고, 예상이 조금만 달라져도 전체 전망뿐 아니라 대응에도 큰 차이를 만들게 되는데 정치권은 대통령 임기 5년만 바라보며 관성...

    2025.10.23 19:47

  • [녹색세상]더 많이, 다르게 욕망하라
    더 많이, 다르게 욕망하라

    우리 때는 여행 갈 때 백과사전처럼 두툼한 여행책을 샀다. 요즘 2030 나이대의 내 친구들은 낯선 도시로 떠나기 전 숙소 근처의 요가원이나 수영장, 러닝하기 좋은 곳을 찾는다. 우리 때는 술 마시고 해장국을 먹은 후 아침 첫 전철로 귀가했다면, 내 젊은 친구들은 저속노화 식단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비건 식당을 찾아다니고 ‘텍스트 힙’이라며 도서박람회에서 산 책을 에코백에 넣어 다닌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도저히 으스댈 수가 없는 것이다.얼마 전 나는 MZ세대인 내 친구로부터 헬스장 이용권을 선물받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적금처럼 등 근육을 적립해놓아야 굽은 등이 펴진다나 뭐라나. 갱년기에 필요한 건 근력과 체력인데 시든 오이처럼 근육이 물렁물렁한 내가 걱정이 된다나 뭐라나. 걔들은 웬만해서는 생일 선물을 물건으로 주지 않는다. 내 시간을 벌어주거나 일을 해준다. 옥상 텃밭에 산발한 깻잎대 정리, 고장 난 피아노 수리, 시민단체 후원 같은 선물을 안겨주는 식이다. 올해에는...

    2025.10.16 20:17

  • [녹색세상]죽음에도 등급이 있다
    죽음에도 등급이 있다

    소설을 쓰다가 가장 반가운 순간은 애초에 계획하지 않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면서 예정에 없던 인물을 만날 때다. 작가가 예상하지 못한 소설은 좋은 소설이 될 확률이 높은데, 소설이 소설을 쓰는 작가의 시야를 넘어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바다 오염을 다루고 싶어서 시작한 원고에 애초 주인공쯤으로 생각해둔 인물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김민수씨다. 그는 동료들에게 폭행을 당해가면서 선상의 쓰레기 투기를 영상에 담아 세상에 고발했다.‘김민수’를 쓰는데, 인도네시아인 ‘우당’이 나타났다. 그는 최희철의 에세이 <포클랜드 어장 가는 길>에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등장했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화자의 자리를 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돈을 벌러 왔다가 기계처럼 일만 하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하다 병들고, 목숨을 잃고, 배상은커녕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이들이…...

    2025.10.09 20:57

  • [녹색세상]이런 실용이라면 불용해야
    이런 실용이라면 불용해야

    실용만 있는 정치라면 ‘그 정치’는 불용해야 마땅하다. 행정은 기술적 효율성과 절차에 집중하고, 정치는 공동체의 방향과 가치를 설정하는 일이라고 막스 베버는 규정한다. 해나 아렌트가 강조한 공적 영역과 행위 개념에서도 정치가는 공론장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가는 불확실한 가치의 영역을 개척하며 공공성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고, 행정가는 정해진 틀과 절차 안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역할에 머문다. 결국 여론과 효율, 절차적 규정만을 고집하는 ‘실용주의자’라면 그는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다. 지독한 실용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대통령이라면 안타깝게도 우린 걸맞은 자리에 걸맞은 사람을 들이지 못했다.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강원도 타운홀 미팅에서 대통령은 거침없는 언변과 실무적 역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춘천의 레고랜드 사업과 양양의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거수로 찬반을 묻는 모습에서 그가 말하는 ‘실용주의 ...

    2025.10.02 21:35

  • [녹색세상]‘플래닛 아쿠아’ 속 서울
    ‘플래닛 아쿠아’ 속 서울

    제러미 리프킨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석학이다. 세상에 그를 널리 알린 <엔트로피>를 1980년에 펴낸 이래로 23권에 이르는 그의 저서들은 대부분 큰 반향을 불러왔다. 그의 책들이 처음 나왔을 땐 시대에 대한 과도한 단정이나 지나친 예상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십수년이 흐른 뒤쯤에는 그의 주장의 상당 부분이 현실화하거나 적어도 그의 식견에서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고 인정받았다.그런데 리프킨의 생각 흐름도 상당히 바뀌어왔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그를 3차 산업혁명과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떠올리면서 기술주의적 미래학자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책들을 쓸 때도 리프킨은 그냥 첨단기술과 시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게 아니었고, “노동의 종말” 상황을 어떻게 지혜롭게 맞이하고 만들어갈지, 그리고 이를 “유러피언 드림”과 “글로벌 그린 뉴딜”로 갱신하고 확대할지를 고민했다. 더구나 기후위기의 상황에 접어들면서 그의 이야기는 “수소 혁명”을 거쳐 “공감”...

    2025.09.25 20:29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