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정희진의 낯선 사이
  • 전체 기사 194
  • [정희진의 낯선 사이]‘표현의 자유’는 해방의 언어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해방의 언어가 아니다

    극우가 격정적이라면 가해자는 대개 극도로 분노 상태에 있다. 이는 개인 문제를 넘어선다 기본적으로는 그들은 자신의 가해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생각은 우리 사회의 일상을 구성한다. 혐오 가해자는 당당하지만, 피해자는 용서하기를 강요받으며 고립된다최근 강의에서 내가 “우익 시민사회”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한 청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민사회라는 말은 진보적인 경우에만 쓰는 거 아닌가요?” 나는 이 질문이 나를 포함, 지금 한국 사회를 사는 많은 이들의 혼란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오랜 군사 정권 시절이나 보수 정권이 집권할 때 시민들이 저항의 구호로 사용했던 “표현·집회·출판의 자유”가 이제는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에 의해 열렬히 주장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활동은 예전의 비판적 시민사회 못지않게 지속적이고 헌신적이다. 이들은 보수 정권에서는 “관변단체”로 간주되었지만 민주...

    2시간 전

  • [정희진의 낯선 사이]대화의 목적은 합의가 아니다
    대화의 목적은 합의가 아니다

    모든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어떤 일도 진전이 없을 것이다 특히 약자들의 생존 문제에 사회적 합의 강조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추방의 선동이다 대화가 생산적이기 위해선 합의가 아니라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을 흔히 “사회적 약자·소수자”라고 통칭하지만, 이들은 ‘국민’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이러한 사실은 소수자 개념이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약자는 지배 집단의 필요에 의해 임의적으로 배제된 이들이다. 0.1%(?)의 사람들과 그들의 입장에 주체적으로 종속된 이들이 마치 다수인 것처럼 포장된 것이다.이재명 정부 이전까지 한국 사회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응 중 하나는 “나중에 ~ ”였다.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의 문제는 정권 교체 같은 ‘중요한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다루거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그렇다면, 적당한 시기란 언제이고 ...

    2026.06.23 20:03

  • [정희진의 낯선 사이]무기 수출국의 걱정?
    무기 수출국의 걱정?

    남북관계에서 누가 위협받고 있는가. 한국은 북한 국내총생산의 1.7배를 국방비에 쓰고 있다. 이미 충분한 군사 강국이다 대기업 국제 경쟁력이 반드시 방위 산업으로부터 가능한지, 무기 수출 자체를 검토하는 사회적 여론 형성이 필요하다 살상 무기 수출하면서도 우리에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양한 ‘다른 목소리’로 전환되길 기대한다얼마 전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한국의 무기 수출 점유율이 세계 4위로, 6.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제 무기 시장 규모 등을 장기간 추적해온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조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연도별 무기 수출 점유율을 추출한 결과다. 2015년 한국의 무기 시장 점유율은 세계 20위(0.3%)였다. 2024년 8위(3.6%)였다가 1년 만인 2025년 4위로 상승했다. 미국(42%), 프랑스(10%), 이스라엘(7.8%)에 이어 네 번째다. 5위는 러시아(5.8%), 6위 ...

    2026.05.26 20:03

  • [정희진의 낯선 사이]1980년 광주, ‘그들’이 있었던 곳
    1980년 광주, ‘그들’이 있었던 곳

    광주 공동체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존재였다. 그 공동체는 계급적 열망감으로 고통받았던 이들에게 지키고 싶었던 존재였다. 상대방의 기존 신분을 모를 때 새 공동체의 평등이 가능하다. 혁명은 ‘동지’를 모르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진정한’ 연대는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죽은 자와 대화를 위해 현재의 ‘성취’를 부정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부산 출신이지만 한때 ‘광주 작가’로 불릴 만큼 소설가 정찬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을 많이 썼다. 장편 <광야>, 중편 <슬픔의 노래> <완전한 영혼>, 단편 <새> 등이 그것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매우 다양하지만, 2002년 광주 항쟁을 다룬 장편소설 <광야>가 도드라진 까닭이다. 최근 출간된 은 이전의 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소설이다. 광주 항쟁 발발일인 1980년 5월18일부터 진압일 27일까지의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여 광주 항쟁의 ...

    2026.04.28 20:52

  • [정희진의 낯선 사이]성폭력, 빌 코즈비의 경우
    성폭력, 빌 코즈비의 경우

    성폭력 피해는 개별 여성의 몸에서 감각된다계량화나 법정에서 정확히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가해 남성의 계급에 의해 피해액이 정해지는 것은 성폭력을 성매매화하는 것이다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하지만,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인식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성폭력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의 계급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피해의 성격과 피해자의 상황이 규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 배상금 문제는 성폭력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지난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 법원 배심원단은, 코미디언 빌 코즈비(88)가 1972년 레스토랑 직원을 성폭행했다고 보고 1925만달러(약 287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그는 당시 피해 여성에게 와인과 알약을 건넨 뒤 성폭행했다. 코즈비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코즈비가 성폭행 사건으로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

    2026.03.31 19:54

  • [정희진의 낯선 사이]‘여성의 몸’에서 사람의 자아로
    ‘여성의 몸’에서 사람의 자아로

    거식증을 겪는 이들은 무기력한 환자가 아니다. 주체적으로 먹지 않고, 몸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다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없고 자신이 잠수함의 토끼처럼 느껴질 때, 유일하게 자신의 힘을 사용할 대상은 자기 몸뿐이다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자기 통제는 자신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 몸이 바로 나다섭식장애 ‘당사자’들의 모임인 ‘잠수함토끼콜렉티브’(대표 박지니)가 주최하는 섭식장애 인식 주간(EDAW·Eating Disorders Awareness Week)이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한층 심도 있고 글로컬한 프로그램으로 2월21일~3월1일에 진행되었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라는 단체명은 ‘탄광의 카나리아’ 원리에서 나왔다. 예전 잠수함은 산소측정기가 없어서 산소에 민감한 토끼를 태웠고 토끼가 괴로워하거나 죽으면 즉시 물 밖으로 나와 산소를 공급했다고 한다. 여기서 ‘탄광’이나 ‘잠수함’은 무엇을, 아니, 어디를 뜻하는 것일까. 나는 ‘...

    2026.03.03 20:12

  • [정희진의 낯선 사이]‘혐중’에 대처하는 ‘강한 객관성’
    ‘혐중’에 대처하는 ‘강한 객관성’

    ‘강한 객관성’은 주체와 대상 간의 관계를 알고, 충분히 인지하고, 의식하고, 쓰고, 연구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강한 객관성’은 ‘강한 성찰성’을 동반하는데, 자기가 하는 말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것이다. “중국개입, 선거부정”을 외치는 이들과 ‘우리’가 인식해야 할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표현의 내용과 표현의 책임이다.몇달 전부터 전국의 거리에 갖가지 민망한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내일로미래로당(黨)’이 내건 “중국개입, 선거부정”도 그중 하나다.사실 혐중 사태는 20년 전부터 진행 중이었다. 2000년대 초반 나는 자주국방 담론을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군과 우익 시민단체 관련자들을 인터뷰했는데, 그때도 그들은 “미국을 이용해 한반도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우리는 남아도는 역량으로 중국을 타격하고 옛 광개토대왕 영토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국방’이라며 나를 설득했다.선거부정도 불가능하지만, 왜 하필...

    2026.01.27 20:05

  • [정희진의 낯선 사이]교제 폭력, 남성 개인의 변화가 관건
    교제 폭력, 남성 개인의 변화가 관건

    올해 출간된 책 중에서 <헤어지다 죽은 여자들-가장 조용한 참사, 교제 폭력을 말하다>(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 지음, 동녘)는 저자들의 문제의식과 간절한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다. 여성 기자들이 쓴 이 집단 창작물은 여성으로서 정체성과 기자로서의 정체성이 잘 융합된, 글쓰기의 모델이다.‘교제 폭력’은 그간 “데이트 폭력”으로 낭만화, 사소화되었던 폭력과 살인 사건을 재명명한 것이다. 교제 폭력은 일상화된 폭력이지만 분석이 쉽지 않다. 성폭력(rape)이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해석과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남성의 권리 구조에서 발생한다면, 그리고 아내 폭력이 가정 내 성역할에 대한 성차별적 해석에서 발생한다면(남편은 아내의 ‘잘못을 손봄으로써’ 가정을 유지한다는 이데올로기), 교제 폭력은 성폭력과 아내 폭력의 특징이 교차하는 경우다.교제 폭력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경험하고 상처받는 폭력의 대부분은 아는 사이나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영어의 친밀...

    2025.12.30 20:03

  • [정희진의 낯선 사이]종묘 앞 고층 건물 발상의 서울 중심주의와 식민주의
    종묘 앞 고층 건물 발상의 서울 중심주의와 식민주의

    서울 종로구 소재 종묘(宗廟) 앞에 145m가량의 건물을 짓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계획과 이에 반대하는 논리는 ‘보존 대 개발’의 이분법일까. 보존과 개발의 의지가 대칭적이지 않다는 의미에서 두 가지 가치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 논쟁에는 어떤 형태로든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의 개발 논리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보존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은 부분적 개발, 유네스코의 권고 수용, 절차적 민주주의, 종묘 주변 건물들의 재생 계획을 이야기한다(‘주간경향’ 1655호, 박송이 기자, “‘녹지축’ 포장하면 종묘 일대 개발 가능?” 기사 참조).오세훈 시장은 기존의 규제를 2분의 1로 완화하며 강한 개발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를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내외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오 시장의 꺾이지 않는 의지가 한강버스 사업에 이은 건축업계와의 ‘협력’일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짐작일까. 토건 국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적 의심 아닐까.나는 이 문제가...

    2025.12.02 20:10

  • [정희진의 낯선 사이]여성주의의 ‘쓸모’
    여성주의의 ‘쓸모’

    경기 용인시 최초의 독립서점인 ‘책방 우주소년’을 방문했다. 이 서점은 용인시 동천동 주민들의 마을 만들기 중심 공간으로, 여러모로 감탄할 만한 훌륭한 공간이었다.그러나 나의 감동은 같이 간 지인이 “왜 하필 ‘소년’이냐, ‘우주소녀’는 없나?”라고 지적하면서 작은 논쟁으로 이어졌다. 나는 페미니즘이 ‘소년’을 ‘소녀’로 대체하는 사유가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남성 명사가 인간을 대표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언어를 포함해 모든 명명(命名)은 누군가/무엇인가를 배제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다.그즈음 지역 문예지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대학의 강의실에서는 ‘페미니즘’이나 ‘젠더’라는 기표 자체가 마치 ‘얼음땡’ 놀이의 ‘얼음!’ 같은 단어로 작동하는 듯 보입니다. 앞선 단어들이 발화되는 순간 모든 학생이 눈만 크게 뜬 채로 굳어버리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는데요. 이런 상황은 20...

    2025.11.04 20:15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