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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낯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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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며 국민의힘에 입당,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12월26일부터 비대위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 정치는 언제나 비상(非常)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아무리 위기라고 해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낯설지 않고 비상사태라는 느낌도 별로 없다. ‘비대위’가 상시적으로 필요하다면, 비상 상태는 상례(常例)가 된다.문제는 어떤 상황이 비상 상태이고, 누구에게 무슨 문제가 위기인가이다. 지금 여당의 비대위는 당 조직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만든 기구인가 아니면 단지 ‘권력자 물갈이’를 위한 형식적인 이름인가.어쨌든 “비상사태가 상례가 된 것이다”. 내용은 완전히 다르지만, 익숙한 말 아닌가. 다음은 발터 베냐민의 마지막 저작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역사철학테제) 중 테제 8의 일부이다. “억압받는 자들의 전통은 우리가 살고 있는 비상사태가 상례임을 가르...

    2024.01.16 20:06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인간의 조건, 국민의 조건
    인간의 조건, 국민의 조건

    이 글은 사회학자 오찬호의 글 “여자도 군대 갔다면, 달라졌을까”(경향신문, 2023년 12월18일자)에 대한 부연이다. 나는 그의 글을 금태섭 전 의원과 류호정 의원의 신당 추진 과정에서 나온 “여성 징병제 vs 남성 돌봄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읽었다. 정책 영역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남성은 군대에 가고 여성은 출산한다”는 통념은 막강하다. 일상에서도 마치 자연의 이치인 양 회자되고, 징병제 문제가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야기다. 물론 이는 어불성설이다. 실현되어야 할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일단, 돌봄과 병역은 어느 성별이 수행하는가를 떠나, 자명한 인간사가 아니다. 두 가지 모두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다. 특히 징병제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제도이다.용어 사용부터 징병제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국가의 구성 요소 중 군대는 독자적 자위력을 가진 독립국가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대표적인 모병 방식으로 징병제와 지원병제(...

    2023.12.26 20:1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접경 지역 50미터?
    접경 지역 50미터?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업무 추진비를 문제 삼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고위 검사들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 성남시 청계산 유원지에 있는 유명 한우집을 여섯 차례 방문해 943만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흥미로운 점은 당시 회식에 참가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음식점 장소에 대한 개념이다. 한 장관은 한우집이 “서초구에서 50m 떨어진 접경 지역”이어서 “공직 수행 과정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 건물에서 객관적으로 10㎞ 떨어진 유원지”여서 “소고기 파티가 검사의 업무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공식 업무냐 소고기 파티”냐의 판단은 근무처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한 것 같은데, 이 점에서는 양측 모두 어불성설이다. 온라인상에서도 같이 업무를 볼 수 있고, 외국에 나가서도 회의를 할 수 있다. 특히 행정 ...

    2023.11.28 20:2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뉴스는 빨라야 할까
    뉴스는 빨라야 할까

    신문(新聞)에 대한 오랜 개념 중 하나는 ‘새로운 소식을 신속, 정확하게 널리 알리는’ 정기 간행물이다. 신문은 이미 아는 이야기, 즉 구문(舊聞)과 대비되는 속도의 매체라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호외(號外)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윤전기를 세웠다”는 표현이 긴급한 뉴스를 대신하던 시절 역시 비슷한 시기의 일이다. 이런 맥락 때문에 종이 신문과 인터넷 신문은 경쟁이 안 되고, 종이 신문은 사양 산업이라는 통념이 생겼다.정말, 신문 산업의 미래는 신속성의 문제일까. 주지하다시피 현실이 모두 뉴스가 되지는 않는다. 무엇이 현실이고 사실인가 자체가 논쟁거리다. 뉴스에는 ‘가짜 뉴스 vs 진짜 뉴스’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두 종류가 있다. 뉴스로 선택받은 현실과 그러지 않은 현실이 그것이다. 이처럼 가시화된 현실과 드러나지 않은 현실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신속성은 중요한 특성이 아니게 된다. 빠른 보도는 신문 발생 초기, 1883년 한성순보(漢城旬報) 시절부터 불과 몇...

    2023.10.31 20:23

  • [정희진의 낯선 사이] ‘희망’은 무엇을 하는가
    ‘희망’은 무엇을 하는가

    “정치인과 지식인 모두가 기후위기를 심각하다고 부르짖지만, 뒤돌아서는 평소대로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소비한다. 로이 스크랜턴은 우리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문명과 인류를 이어갈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드러낸다. 혁신이 이어지고 경제가 성장해도 미래는 암울하다. 아니, 더 암울한데,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는 바로 이런 자본주의적 혁신과 성장에서 오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과장되어 있다. 우리는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품위 있게 살아야 하는데, 그 길은 죽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애착이 가는 것, 사랑하는 존재, 확실한 미래, 자아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구원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한다. 죽음 직전에 주변을 정리하듯, 우리는 지금 살아서 버려야 한다. 인류세 시대에 제대로 죽는 법을 배우는 게,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대안도 ...

    2023.10.03 20:25

  • [정희진의 낯선 사이] 한국 밖에서 터지는 손흥민의 해트트릭
    한국 밖에서 터지는 손흥민의 해트트릭

    지난 2일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토트넘 홋스퍼는 랭커셔카운티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열린 번리와의 원정경기에서 5-2 대승을 거뒀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27분까지 뛰며 올 시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특히 첫 번째 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렵다는 ‘둔한’ 발끝과 회전하는 공, 수비수들과의 싸움에서 얻어낸 성과였다. 손흥민은 마치 손에 리모컨을 쥔 듯 너무나 ‘쉽고’ 우아하게 리오넬 메시 등 최고 선수들만이 가능하다는 칩슛을 성공시켰다. 주지하다시피 손흥민은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고, 올 시즌에는 토트넘에서 141년 만에 선임된 최초의 비유럽인 주장으로 플레잉 코치 역할을 겸하고 있다. A매치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성적과 경기 내용은 누가 감독을 맡느냐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문제는 자주 도마에 오른다. 히딩크가 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겠는가.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축구 ‘선진국’에 비하면 초라한...

    2023.09.05 20:22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북극곰과 나의 공통점, ‘지구를 구할 수 없다’
    북극곰과 나의 공통점, ‘지구를 구할 수 없다’

    류준열 배우가 전하는 ‘그린피스’의 목소리다. “나는 북극곰입니다. 나는 기후 변화가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뽀얀 털을 갖고 있어서, 귀여운 까만 코를 갖고 있어서, 당신은 나를 걱정하고 안타까워 하지만 당신이 걱정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닙니다. 이미 당신에게 계절은 의미가 없어졌고, 이상기온은 더 이상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 북극곰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 북극곰과 우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끔찍한 변화를 멈춰주세요.” 이 공익광고는 기후 위기를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환경 운동은 미래 세대를 위한, 지구를 지키기 위한, 동물을 살리기 위한 과제가 아니다. ‘환경(環境)’은 “인간을 둘러싼”이라는 의미에서 이미 인간 위주의 단어다. “나를 둘러싼 무엇을 위해서”라는 발상. 주체(인간)와 대상(지구)의 이분법을 버리지 않은 한, 답은 없다...

    2023.08.08 20:28

  • [정희진의 낯선 사이] ‘극단적 선택’, 극단도 선택도 아니다
    ‘극단적 선택’, 극단도 선택도 아니다

    1803년 미국 의회는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 준주(準州)를 사들였다. 당시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미시시피강에서 로키산맥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을 탐사할 책임자로 29세의 메리웨더 루이스(1774~1809) 대위를 임명했다. 타고난 총명함과 추진력을 갖춘 루이스 대위는 지리학, 자연사, 의학, 식물학, 천문학을 공부하여 미국 지도를 만들었다. 그는 선주민 부족수, 그들의 언어, 전통, 기념물, 농업, 유행병, 법, 관습 등 각 지역의 토양과 지형, 식물과 동물, 광물과 화산 지형까지 성공리에 조사를 마쳤다. 적절한 조증(躁症), 성실성, 진취력, 판단력, 용기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탐험 이후 주지사까지 지낸 그는 사망 전까지 2~3년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 늘 술에 취해 있었으며 아무 데나 돈을 쓰고 넋이 나간 듯 실수와 무례를 반복했다. 무엇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책임감 그 자체’였던 루이스는 가장 중요...

    2023.07.12 03:0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안전 여부가 오염수 방류 기준이 되면 안 되는 이유
    안전 여부가 오염수 방류 기준이 되면 안 되는 이유

    지난 12일부터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물질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위해 2주간 시운전을 시작했다. 이날자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오염수 방류, 사형 선고” 어민들 피눈물’이었다. 어부 일은 끝났다는 제주 어민들, 소금값이 한 달 동안 30% 넘게 오른 전남 신안, 수산물 소비절벽을 확신한다며 사형수 심정이라는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들의 소식이 이어졌다. 원고 마감 중 틈틈이 살펴본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에는 오염수 소식이 거의 없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다른 세상이 되었다. 자국 산업이 죽어가는데 안전이 검증되면 마시겠다는 국무총리. ‘우리 대통령’은 이미 도쿄전력의 대변인을 자처한 바 있다. 방류를 찬성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텐데 왜 이런 문제에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조차 없는가. 그나마 홍준표 대구시장이 정부에 ‘반대 입장’을 주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시운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 통보하지 않는 나라가 문제인가, 통보도 받지 못한 ...

    2023.06.14 03:0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새로운 동맹의 풍경, 한·미 동맹을 다시 생각한다
    새로운 동맹의 풍경, 한·미 동맹을 다시 생각한다

    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 1953년에 조인, 1954년 11월8일부터 발효된 이 ‘동맹’의 정식 이름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구한말부터 한반도는 외세와의 상호 방위(mutual defense)가 무엇인지에 골몰해왔다. 그만큼 한·미 동맹의 전후 맥락은, 우리 근현대사를 상징한다. 1866년 제너럴셔먼호(號)사건과 1871년 신미양요(辛未洋擾)를 모두 물리친 조선은, 이후 “일정 때보다 더한 미군정”을 거쳐 지금은 미국과 “글로벌 파트너”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파트너십은 유동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이익에 달려 있지만, 미국 중심의 ‘유연성’도 불변은 아니다. 미국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에 패배한 나라다. 한국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 정부의 강력한 협상 태도와 이에 걸맞은 미국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국익’의 선(線)을 다르게 그을 수 있다. 국익은 하나가 아니라 게리맨더링 같은 것이다. 국익은 동질적이지 않다. 미국을 이롭게 하면 피해는 서...

    2023.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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