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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낯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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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대통령이 해야 할 말…“오염수 방류는 지구 침략이다”
    대통령이 해야 할 말…“오염수 방류는 지구 침략이다”

    이 글을 마감할 무렵, 18일자 경향신문 1면 보도다. “일본은 7개국(G7) 환경장관 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환영 성명을 내려다 참가국 반대로 실패했다. (중략)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장관은 ‘오염수 방류에 관해서는 환영한다고 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니시무라 일본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자신의 발언에 실수가 있었다며 정정해야 했다. 한편 독일은 지난 15일 자정을 기점으로 원자력(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의 거짓말을 그 자리에서 반박하는 외교는 ‘독일’만 가능한가. 전통적으로 국제정치는 상급 정치(high politics)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매체의 발달로 사람들은 국가 대표지도자의 실체를 깨달았다. 불이익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자국 지도자 대신 다른 나라 시민과 연대한다. 1980년대부터 생태주의, 여성주의 국제정치학은 “개인적인 것(the personal)이 국제적인 것이다”라는 인식에서 기존의 국제정치에 도전해...

    2023.04.19 03:0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계급 세습권으로서 학교폭력
    계급 세습권으로서 학교폭력

    지금 한국 사회를 맹렬히 작동시키는 이 새로운 자본주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학교폭력은 한국 사회의 결과일까. 원인일까. 나는 학교폭력이 그 자체로 문제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어른 문화의 부수적인 문제로 여기는 발상에 반대한다. 그런 면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문제도 나이가 아니라 죄질로 논의 구도가 이동해야 한다. 노예무역 당시 백인 사냥꾼들에게 잡힌 흑인들은 ‘상품 운반’ 과정에서 기아와 폭력으로 이미 반 이상 사망했다. 주지하다시피 초기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였다. 서구는 자원 약탈과 점령으로 세계를 자기 땅으로 만들었다. 특히 미국사는 선주민과 흑인에 대한 학살, 그 자체이다. 우리는 매일 이 역사를 이어간다. 올해 1월 미국 테네시주에서 일어난 29세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 사망 사건의 가해자는 다섯 명. 모두 흑인 경찰이었다.노예무역과 글로벌 플랫폼 자본주의는 다른 시대인가. 흑인 사냥은 야만이고 현재는 갈등인가? 어쨌든 이...

    2023.03.22 03:00

  • [정희진의 낯선사이] 중구난방과 횡설수설을 다시 생각함
    중구난방과 횡설수설을 다시 생각함

    지구의 역사는 약 45억년. 그중 4억5000만년 전, 따뜻한 바닷속에 오스트러코덤(ostracoderms)이라는 턱과 이빨이 없는 물고기가 살았다. 등뼈를 가진 동물로는 가장 오래된 생물이다. 인간의 귀는 이 원시 어류의 평형기관에서 진화했다. 귀는 남성의 성기와 함께 인간의 인체에서 가장 부드러운 조직이다. 미생물에게 좋은 먹을거리다. 자본주의 출현 이후 최악의 종(種)이 된 인간이 지구에 속죄하는 방식은 단 하나,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흙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귀는 물리적으로 엷고, ‘부화뇌동(附和雷同)’에 귀는 없지만 “귀가 얇다”는 의미다. 하지만 귀는 약하지도 수동적이지도 않다. 머리, 손발, 눈 등 신체 부위는 상징적이다. 청각 ‘장애인’들은 자신의 상태를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농인은 장애가 아니라 정체성이다. 농인 사이에 청인이 태어나면, 실망하는 농인 부모들도 있다. 자녀가 자신의 커뮤니티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어(手語)...

    2023.02.22 03:00

  • [정희진의 낯선사이] 대통령의 주적, 국민의 주적
    대통령의 주적, 국민의 주적

    올 명절에도 정치인들은 전통시장을 찾았다. 시장마다 정세(政勢)가 달라서, 누가 어디를 가는가에 따라 ‘완전(?) 환영, 반만 환영, 계란 세례’까지 반응이 다양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마포구 망원 시장 방문은 지지자는 좋아하고 상인에게는 영업 방해였다. 그럭저럭 평균점이지만 그렇다면 안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여성 민방위 훈련”을 발의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 모임에 갔다면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여성은 민방위 훈련을 안 받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남성의 민방위 훈련도 재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민생 무지에서 나온 발상이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얼마나 바쁜지 정말 모르는 듯하다. 기혼 직장 여성, 부모님 간병하는 여성, 아르바이트하면서 취업 준비하는 여성…여성은 시간이 없다. 김 의원은 여성의 “전시 무방비 상태”를 걱정하는데, 그런 걱정도 고맙지만 더 급한 것은 평상시 안전 보장이다. 김 의원처럼 이번 정권의 돌발적인 젠더 정책들의 이...

    2023.01.25 03:00

  • [정희진의 낯선사이] 나의 사랑이 사회악의 동력이 된다면?
    나의 사랑이 사회악의 동력이 된다면?

    2018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버닝썬 게이트는 젠더폭력의 종합세트였다. 이 글에서는 마약 유통, 정치인 개입, 경찰과 소방 공무원 간 유착, 재벌가 자녀의 누적 범죄는 논외로 한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동영상을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유포한 이들은 가수 승리, 정준영 등이다. 마약 유통 및 성폭력 혐의로 수차례 피소된 박유천까지,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죄질이 ‘독특하기에’ 이들은 이후 공적인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그냥 ‘일반인’으로 살면 된다. 미국처럼 몇백년형을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특권을 누리고 있다. 피해 여성의 고통을 즐기며 “○○ 냠냠 쩝쩝, ○맛?” “(군)위안부급” 등의 ‘토크’를 나눈 이들은 ‘재능 많고 열정에 가득 찬 미남’ 연예인이었다. 키 크고 돈 많고 외국어에도 능하다. 사건이 드러나자 팬들의 일상은 무너졌다. 동료의 속임수에 넘어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등 여전히 현실...

    2022.12.28 03:00

  • [정희진의 낯선사이] 사진과 총, 캄보디아에서의 대통령 부인
    사진과 총, 캄보디아에서의 대통령 부인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고전으로 간주되는 <현대국제정치론>(1987·법문사판)의 저자 한스 모겐소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폴레옹의 모자 에피소드를 예로 든다.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나폴레옹은 1813년, 오스트리아의 외상 메테르니히와 9시간 동안 만났다. 전쟁의 양상이 프랑스 대(對) 러시아·프로이센·영국·스웨덴 동맹군으로 변화하자,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에 반(反)프랑스 동맹에 참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메테르니히는 나폴레옹을 무시했고, 여전히 유럽의 지배자처럼 행동했던 나폴레옹은 상대방을 떠본다. 그는 일부러 모자를 떨어뜨려 메테르니히가 집어주길 바랐지만, 메테르니히는 못 본 척했다 . 모겐소는 의전이 곧 국력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흥분했지만’, 200여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두 인물 모두 유치해 보인다. 당대 상황은 ‘모자를 떨어뜨리고, 안 주워주고’ 이런 수준이 아니다. 푸틴은 아베 전 일본 총리와의 회의 일정에 3시간씩 늦었다...

    2022.11.30 03:0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일상을 가능케 하는 권력을 생각함
    일상을 가능케 하는 권력을 생각함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구호 중 하나는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이다. 이 말은 용감했지만, 저잣거리에 넘쳐나는 남성문화의 일부이자 30년이 넘은 신자유주의 통치 패러다임일 뿐이다. 물론 ‘구조도 구조적 문제도 없다’는 비현실이다. 우주에서 혼자 사는 것도 증류수 같은 현실도 불가능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사회 구조적 문제다. 구조와 구조주의는 다르다. 구조는 사회의 물리적, 정치경제적, 심리적 관계들을 의미하고 이런 상황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개인은 없다.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개인은 사후에도 성립되지 않는다. 기억되기 때문이다.반면, 문제의 원인을 개인 몸 외부에서 찾는 사고가 구조주의이다. 성별이든 계급이든 구조적이지 않은 문제는 없지만 구조에 대한 개인의 인식, 반응(reaction), 대처, 행위는 다르다. 그래서 포스트(후기) 구조주의가 등장했다. 포스트 구조주의는 개인과 구조 사이의 저항, 충돌, 협상 등을 중...

    2022.11.02 03:0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김건희 논문’, 논란 종식을 바란다
    ‘김건희 논문’, 논란 종식을 바란다

    표절은 맥락이 필요한 문제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먼저 발표했다면, 타인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일까? 어떤 지식도 사회의 자장 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페미니즘도 마르크스주의도 시작은 자유주의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 언어로 연결된 문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2015년, 신경숙의 표절 논란 즈음 나는 관련 글을 썼다가 장정일로부터 비판받은 바 있다(한겨레, 2015년 9월3일자 인터넷판). 그는 “당신(나)이 쓴 글 중에서 순수한 당신만의 생각이 얼마나 되는가”를 질문하면서, “영향과 모방은 물론 패스티시·인용·비유·패러디가 혼재된 문학 자체에 대한 논의 없는 표절 논쟁”은 문제라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살펴볼 때 ‘진짜 표절’도 없지는 않지만,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표절 논란은 문맥이 생략된 채, 소동으로 끝나는 퇴행의 반복이 되기 쉽다. 이래저래 쉽지 않는 문제다.글쓰기가 생계이다보...

    2022.10.05 03:0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1997년 7월30일 경향신문, 9월6일 한겨레, 7일 연합통신
    1997년 7월30일 경향신문, 9월6일 한겨레, 7일 연합통신

    이 글의 목적은 어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20년 전 나는 처음 일본을 방문했다. 동아시아 지역 제노사이드 주제의 학술대회 일정이었다. 가장 크게 놀란 장면은 교토 거리 곳곳에 붙은 공산당 선전 포스터였다. 共産黨. 박정희 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내게, 세 글자는 충격이었지만 곧바로 이성을 찾았다. 일본 좌파는 천황제를 의식, 대중노선을 채택하고 국가사회주의를 주도했다. 국가는 소수자 배제를 통해 자랑스럽게 대표되어야 하므로 일본 공산당이 자이니치, 오키나와 사람을 차별하는 ‘단체’로 타락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진보는 특정한 집단이 아니므로 내부도 다양하고 주류 사회의 서열이 그대로 반영되기도 한다. 주요 모순이 실재하고 자신이 사회운동의 주류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나머지 사람’(여성, 지방 사람, 장애인,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불편하다. 이들이 인권을 주장하면 “나중에”를 외친다. 이런 인식에 인성까지 나쁘면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걸어다니는 재...

    2022.09.07 03:00

  • [정희진의 낯선 사이] ‘헤어질 결심’, 군 위안부, 김건희님의 다운로드
    ‘헤어질 결심’, 군 위안부, 김건희님의 다운로드

    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 중 해외 연출작 외에는 모두 보았다. <복수는 나의 것>(2002)과 <헤어질 결심>을 가장 좋아한다. <복수는 나의 것>은 보기 힘들어서 두 번 보지 못했지만 꿈에 나타났으므로 ‘여러 번 봤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가장 뛰어난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헤어질 결심>은 세 번 보았다. 주·조연은 말할 것도 없고 독립영화 <들꽃> 시리즈의 스타 정하담 배우까지 멋진 배우들의 기막힌 연기, 언어의 차이가 작품의 깊이로 전환되는 각본과 연출, 이야기 구조…. 이 영화의 매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작품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날을 꿈꾸지만, 불가능한 일임을 안다. 정치적이지 않은 텍스트는 없다. 이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탕웨이)은 젠더 폭력 피해자다. 그녀가 남편을 죽였다면, 당연히 정당방위다. 남편은 지갑, 가방… 모든 물건에 자기 이름을 새기는 인간이다. 중국 출신 이주...

    2022.08.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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