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소설가 정찬의 열 번째 장편소설 <발 없는 새>의 배경 중 하나는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다. 제목 <발 없는 새>는 <패왕별희>의 주인공 장뤄룽(張國榮)의 <아비정전>의 대사에서 나왔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해. 날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는 때지.” 세상에는 ‘발 없는 새’도 있지만 ‘발 디딜 곳 없는 새’도 있다. 운명은 같다. 둘 다 날갯짓을 멈추는 순간 죽는다. 내가 일곱 살 때쯤 <마징가 Z>와 <캔디>가 유행하던 시절, 우연히 TV에서 만화영화를 보았다. 홀로 바다 위를 나는 새. 그 장면만 반복된다. 아무리 날아도 새가 앉을 곳은 나오지 않고 결국 새는 바다에 빠져 죽는다. 얼마나 지쳤을까. 이후 그 새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았다.나이 든 후의...
2022.07.1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