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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 [알고 쓰는 말글]바쁜 와중에
    바쁜 와중에

    ‘바쁜 가운데’처럼 형용사나 동사 뒤에 ‘ㄴ/는 가운데’를 붙여 쓰면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는 범위의 안에서’라는 뜻이 된다. 한데 ‘ㄴ/는 가운데’를 써야 할 곳에 ‘바쁜 와중에’처럼 ‘ㄴ/는 와중에’를 쓰는 것을 적잖게 볼 수 있다.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른 채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을 따라 하다 보니 ‘와중’이란 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흔하다.‘와중’의 ‘와’는 소용돌이를 말한다. 따라서 ‘와중’은 글자 그대로 ‘소용돌이의 가운데’라는 의미다. 바다나 강의 바닥이 팬 자리에서 물이 빙빙 돌면서 원을 그리며 흐르는 현상을 소용돌이라고 한다. 소용돌이가 치는 곳은 물이 세차고 급하게 휘돌아 흐른다. 쳐다보고 있으면 무엇인가에 이끌려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정신이 없고 혼란스럽게 느껴진다.이처럼 ‘와중’은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선 것 같은 어려운 상황을 비유적으로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일이나 사건 따위가 시끄럽고 복잡하게 벌어지는 가...

    2016.10.20 20:32

  • [알고 쓰는 말글]겻불과 곁불
    겻불과 곁불

    따뜻한 햇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말 속담 가운데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궁하거나 다급해도 체면 깎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는 속담과 한뜻이다. 그까짓 체면이 뭐길래, 양반은 체면에 목숨까지 거는 걸까?‘겻불’은 곁에서 얻어 쬐는 불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겨를 태우는 불’이다. ‘겨’는 벼, 보리, 조 따위의 곡식을 찧어 벗겨 낸 껍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겨를 태운 불은 뭉근하게 타오르기 때문에 불기운이 약하다. 해서 ‘겻불’에 ‘불기운이 미미하다’란 의미도 있다.속담 중의 ‘겻불’을 ‘짚불’로 쓰기도 한다. ‘짚불’은 짚을 태운 불을 말한다. ‘겨’나 ‘짚’은 태우면 연기만 많이 날 뿐 불기운은 신통치 않다. ‘겻불’과 ‘짚불’은 불기운이 시원찮기로는 도긴개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한데 ‘겻불’을 ‘곁불’로 잘못 쓰는 경...

    2016.10.13 21:08

  • [알고 쓰는 말글]너무 많잖아
    너무 많잖아

    “가진 게 많지 않다.” 가진 게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지 않다’는 앞말이 의미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게 ‘-지 않다’의 자연스러운 쓰임새이고 본뜻이다. 한데 요즘 ‘-지 않다’가 글말과 입말에선 달리 쓰이기도 한다.“이건 너무 많지 않아?” 많다는 뜻이다. 의문형으로 바꾸었을 뿐인데 반대 의미가 되었다. 의문형으로 끝난 ‘-지 않다’에선 부정의 뜻을 찾기 힘들다. 단순히 ‘많다’를 강조하는 역할만 한다. ‘않다’의 본래 뜻을 잃어버린 것이다.“너무 많잖아.” 이 또한 많다는 소리다. ‘많지 않아’가 줄어든 말이 ‘많잖아’다. ‘많다’의 어간에 ‘-지 않아’가 결합한 말이지만 부정의 뜻은 없다. 이는 ‘-지 않아’가 줄어든 표현인 ‘-잖아’로 굳어져 쓰이면서 새로운 뜻을 얻었기 때문이다. ‘귀찮잖아’ ‘예쁘잖아’ ‘힘들잖아’ ‘이야기했잖아’에서 보듯 ‘-잖아’로 굳어진 표현이 널리 쓰인다. 이 ‘-잖아’는 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

    2016.10.06 21:15

  • [알고 쓰는 말글]조바심
    조바심

    ‘조바심’은 조의 이삭을 떨어서 좁쌀을 만드는 일이다. 이게 ‘조바심’의 본디 뜻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바심’의 의미와는 많이 다르다.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 그렇다. 대부분 조바심을 이런 뜻으로 알고 쓴다.세월이 변했다. 흔하디흔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가꾸는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오곡 중 하나인 조도 이젠 이 땅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바심의 의미도 달라졌다. 아니 조바심의 본뜻에 새로운 뜻이 추가되었다.‘조바심’은 ‘조’와 ‘바심’이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다. ‘조’는 알겠는데 ‘바심’이란 말은 많이 낯설다. ‘바심’은 요즘 잘 쓰이지 않지만 ‘타작’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즉 조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바심’이라고 한다. 따라서 ‘조바심’은 글자 그대로 ‘조를 타작한다’는 의미다.한데 조는 꼬투리가 질겨서 이삭을 떨어내기가 만만찮다. 너무 세게 떨어...

    2016.09.29 21:26

  • [알고 쓰는 말글]똘기
    똘기

    ‘똘기’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쉽다. 덜 익은 과실을 잘못 먹으면 누구나 그렇다. ‘똘기’는 채 익지 않은 과실을 말한다. 대개 떫은맛이 난다. 풋과일과 같은 뜻이다. 이때 ‘풋’은 ‘덜 익은’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똘기’는 ‘또아기’와도 한뜻이다. 한데 ‘또아기’는 이제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여럿 있을 때,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 탓에 ‘똘기’에 자리를 내주었다.과실은 다 익으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저절로 떨어질 정도로 탐스럽게 잘 익은 밤이 ‘아람’이다. 해서 밤송이가 여물어 저절로 떨어지게 된 것을 ‘아람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과실이 충분히 익은 후 떨어지는 게 아니다.개중에는 운이 나빠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과실도 있다. 이 운 나쁜 과실이 순우리말로 ‘도사리’다. 도사리는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을 일컫는다. 한자말로는 ‘낙과’이...

    2016.09.22 20:52

  • [알고 쓰는 말글]책갈피와 보람
    책갈피와 보람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말한다. 이게 책갈피의 본뜻이다. ‘갈피’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를 가리킨다.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경계를 일컫기도 한다. 해서 사물이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때 ‘갈피를 잡지 못한다’고 한다.책을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쉽게 찾도록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쪽지나 끈을 ‘갈피표’라 한다. 한자말로는 ‘서표’다. 한데 사람들이 ‘책갈피’를 ‘갈피표’란 뜻으로 더 많이 쓴다. 그래서 사전도 ‘읽은 곳을 표시하는 도구’란 뜻풀이를 추가했다. ‘책갈피’는 책의 갈피인 동시에 책갈피에 끼워 두는 도구인 셈이다.‘책갈피’는 곧 ‘보람’이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사실이다. ‘보람’은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해 하는 표적을 말한다. 책 따위에 표지를 하도록 박아 넣은 줄이 ‘보람줄’이다.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긴다는 점에서 책갈피와 보람(줄)은 닮아 있다.‘보...

    2016.09.08 21:11

  • [알고 쓰는 말글]직진남 등극?
    직진남 등극?

    “이준기가 고려 직진남으로 등극했다.” 배우 이준기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마 <달의 여인-보보경심 려>를 다룬 기사다. 물론 글쓴이의 관심은 드라마가 아니라 ‘직진남’에 있다. ‘직진남’은 ‘한 사람만 바라보며 뜻을 굽히지 않고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남자’를 뜻하는 신조어다.이 신조어가 한때의 유행어에 그칠지, 낱말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신조어에 다소 거부감을 느낀다. 아무튼 ‘직진남’은 내버려 두더라도 ‘직진남’과 짝을 이룬 ‘등극’은 살짝 눈에 거슬린다. ‘직진남’과 ‘등극’은 아무리 꿰맞추려 해도 어울리지 않는 짝이기 때문이다.‘등극’은 ‘임금의 자리’나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나 지위’에 오름을 뜻한다. ‘등극’의 뜻이 이러니 ‘직진남 등극’이라 하면 ‘직진남이란 최고의 자리나 지위에 오른다’는 의미가 된다. ‘남자’가 자리나 지위를 일컫는 말은 아닐 터. ‘직진남이 되었다’면 충분할 것을 ‘등...

    2016.09.01 20:39

  • [알고 쓰는 말글]남짓과 언저리
    남짓과 언저리

    얼마 전 한 독자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남짓’을 ‘오전 10시22분부터 11시11분까지 1시간 남짓 진행된’에서 보듯 ‘언저리’와 비슷한 뜻으로 잘못 알고 쓰는 듯하다. ‘알고 쓰는 말글’에서 ‘남짓’을 한번 다뤄보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참 감사한 편지다.우리말에는 ‘대략, 대강’의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 많다. ‘남짓, 여’(①)와 ‘가량, 약, 언저리, 정도, 쯤’(②)이 그런 말이다. 이들은 품사의 차이는 있지만 뜻은 서로 비슷비슷하다. 하여 ‘약 10일 정도’처럼 쓰면 의미가 겹친다. ‘약 10일’이나 ‘10일 정도’로 쓰는 게 좋다.특히 ①과 ②는 함께 쓸 수 없다. 기준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남짓’은 크기, 수효 따위가 어느 한도에 차고 조금 남는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기준이 되는 수치를 넘어설 경우에만 ‘남짓’을 쓸 수 있다. ‘여’도 마찬가지다. 해서 ‘1시간 남짓’은 ‘1시간이 넘는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독자...

    2016.08.25 20:41

  • [알고 쓰는 말글]말본새
    말본새

    일상생활 속에서 가끔 들을 수 있는 표현으로 ‘말본새’라는 말이 있다. 주로 “말본새가 왜 그래?”처럼 사용된다. 소리는 ‘말뽄새’로 나지만 글로 적을 때는 어원을 밝혀 ‘말본새’로 써야 한다. ‘말본새’는 발음 때문에 일본어 잔재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를 가리키는 우리말이다.말과 관련된 표현 중에 ‘입바르다’와 ‘입빠르다’도 소리가 모두 ‘입빠르다’로 같아 말로 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글로 쓸 때 잘 헷갈리는 말이다. ‘입바르다’는 ‘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주로 ‘입바른 소리’ ‘입바른 말’과 같이 사용되는 ‘입바르다’는 ‘입이 도끼날 같다’와 한뜻이다. ‘입바른 소리’는 자칫 마음에도 없이 겉치레로 하는 말인 ‘입에 발린 소리’와 헷갈리기 쉬운데 뜻이 완전히 다르다.반면 ‘입’과 ‘빠르다’가 합쳐진 ‘입빠르다’는 ‘남에게서 들은 말이나 자신의 생각을 참을성 없이 지껄이는 버릇이 있다’는 의미다. 해서 ‘입빠른 사람...

    2016.08.18 21:24

  • [알고 쓰는 말글]폭염과 선잠
    폭염과 선잠

    혹독한 더위다. 입추가 지났지만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불더위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잠을 자다가도 자주 깨게 된다. 해서 ‘괭이잠’이나 ‘개잠’을 자기 일쑤다. 보통 이런 날은 늦잠을 자 허둥지둥 출근을 서두르게 된다. 잠이 보약이라는데 ‘귀잠’을 자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우리말에는 ‘잠’을 나타내는 말이 많다. ‘귀잠’은 아주 깊이 든 잠을 가리킨다. ‘속잠’ ‘단잠’과 한뜻이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잠을 말한다. 반대로 깊이 들지 않아 자주 깨면서 자는 잠은 ‘괭이잠’이다. ‘괭이’는 고양이의 준말이다. ‘괭이잠’은 다른 말로 ‘선잠’ 혹은 ‘겉잠’이라 한다. ‘개잠’은 일찍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알람이 울리면 끄고 다시 자는 잠을 말한다. ‘개잠’의 ‘개’는 개(犬)가 아니라 고칠 개(改)를 쓴다.찜통더위 탓에 밤잠은 설치지만 올림픽은 반갑다. 브라질 리우에서 전해오는 ‘승전보’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승리 소식을 전하면서 ‘승전보를...

    2016.08.11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