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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 쓰는 말글]귀 잡수시다
    귀 잡수시다

    “한번 잡솨 봐. 다음날 아침에 반찬이 달라져. 애들은 가라.” 그 옛날 장날이면 찾아오는 ‘떠돌이 뱀장수’가 있었다. 뱀장수의 현란한 말과 차력 쇼에 정신이 팔려 늦도록 장터에서 놀다가 집에서 혼이 나곤 했다. 이젠 다 옛말이 되었지만.‘잡솨 봐’는 ‘잡숴 봐’가 바른말이다. ‘먹다’의 높임말이 ‘잡수다’이고, ‘잡수다’의 존대어는 ‘잡수시다’이다. 우리말은 높임말이 발달해 있다. 한데 공손이 지나쳐 잘못 쓰는 높임말도 많다. ‘귀먹다’를 높여서 말한답시고 ‘귀 잡수시다’라고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귀 잡수시다’는 ‘귀를 음식으로 먹는다’란 뜻이다. 이땐 ‘먹다’에 ‘으시’를 넣어 ‘귀먹으시다’라고 해야 한다. ‘귀먹다’의 ‘먹다’는 ‘막히다’의 뜻을 지닌 옛말이다. ‘귀가 막혀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다’란 의미다. 요즘은 ‘막히다’의 뜻을 지닌 ‘먹다’가 홀로 쓰이는 일은 없다. ‘가는귀먹다’ ‘귀먹다’ ‘먹먹하다’ ‘먹통’에서 보듯 몇몇 단어 속에 ‘...

    2016.05.26 20:52

  • [알고 쓰는 말글]십상과 숙맥
    십상과 숙맥

    보통 그렇게 되기가 쉽다는 뜻으로 ‘쉽상’이 널리 쓰인다. 주로 ‘무엇하기 쉽상이다’ 꼴로 많이 쓴다. 순우리말일 것 같은 ‘쉽상’은 정작 사전에 없다. ‘쉽상’은 한자말 ‘십상’이 바른말이다. 사람들이 한자말인지도 모르고 우리말 ‘쉽다’에서 온 것으로 생각해 ‘쉽상’으로 쓰는 듯하다.‘십상’은 십상팔구(十常八九)의 준말이다. ‘열에 여덟, 아홉으로 거의 예외가 없음’을 이른다. 요즘은 십중팔구(十中八九)란 말을 더 많이 쓴다. 한데 ‘십중팔구’는 ‘십상팔구’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제강점기 이전 문헌에서는 ‘십중팔구’란 표현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십상’이란 말은 지금도 자주 쓰지만 ‘십중’의 쓰임새는 없다. 하여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다.‘십상팔구’를 ‘십상’으로 쓰는 것처럼 사자성어를 두 자로 줄여 쓰는 말이 더러 있다. 흔히 ‘쑥맥’으로 잘못 알고 있는 ‘숙맥’도 그중 하나다. ‘숙맥’은 콩과 보리를 아울러 이른다. ‘숙맥’은 숙맥불변(...

    2016.05.19 20:59

  • [알고 쓰는 말글]푸닥거리
    푸닥거리

    옛날 군대에서 선임들이 후임들의 군기를 잡을 때면 으레 “푸닥거리 한번 하자”고 했다. 그러면 후임들은 바로 표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행동이 재빨라졌다. 최근 아들을 군에 보낸 선배 말에 따르면 요즘은 예전과 달라 일부러 군기 잡는다고 푸닥거리하는 일은 거의 없단다.‘푸닥거리’는 무당이 하는 굿에서 유래된 말이다. 무당이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부정이나 살 따위를 푸는 것을 가리켜 ‘푸닥거리’라고 한다. ‘푸닥거리’를 ‘푸다꺼리’ ‘푸닥꺼리’로 잘못 아는 이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푸닥거리’는 한글맞춤법 규정에서 조금 벗어난 표현이다.‘거리’는 ‘국거리, 반찬거리’에서 보듯 명사 뒤에 붙거나, ‘마실 거리’처럼 어미 ‘을’ 뒤에 쓰여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한다. 이들 쓰임새를 보면 ‘푸닥거리’가 바른말이 되려면 ‘푸닥’이란 명사가 있어야 한다. 한데 어느 사전에도 명사 ‘푸닥’은 없다. 결국 ‘푸닥거리’는 ‘푸닥+거리’ 구조로 이루어진 말이 아니다.우리말...

    2016.05.12 21:02

  • [알고 쓰는 말글]볼 장 보다
    볼 장 보다

    ‘볼 장 보다’는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다’란 의미다. 일상생활에선 부사 ‘다’가 붙은 ‘볼 장 다 보다’꼴이 더 많이 쓰인다. ‘일 때문에 잠은 다 잤네’에서 보듯 ‘다’는 실현할 수 없게 된 앞일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반어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볼 장 다 보다’는 ‘일이 더 손댈 것도 없이 틀어지다’란 뜻을 담고 있다. 주로 부정적인 상황일 때 쓴다. 그런데 ‘볼 장’을 ‘볼 짱’ 또는 ‘볼짱’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볼 장’의 발음이 ‘볼 짱’이기 때문일 터다. 우리말에 ‘볼짱’이나 ‘짱’이란 명사는 없다.어떤 말의 형태를 살려 적을 특별한 근거가 없을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혼’을 강조해 이르는 말인 ‘혼쭐’을 ‘혼줄’이 아니라 ‘혼쭐’로 적는 이유는 ‘쭐’이 어디에서 온 말인지 유래를 알 수 없어서다. 한데 ‘볼 장’의 ‘장’은 한자 ‘場(시장)’의 뜻으로 쓰인 말이다. 해서 ‘짱’으로 소리 나지만 원래 형태를 밝혀 ‘장’으로 적는 것이다....

    2016.05.05 20:53

  • [알고 쓰는 말글]왕호감에서 급호감
    왕호감에서 급호감

    ‘가희에게 급호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의 제목이다. ‘급호감’은 젊은이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호감이 간다’란 뜻으로 통하는 말이다. 10대들의 통신언어로 쓰이던 ‘급호감’ ‘급실망’ ‘급당황’ ‘급피곤’과 같이 접두사 ‘급’을 붙여 만든 말이 최근 신문·방송에 자주 나온다. ‘급짜증’ ‘급궁금’처럼 순우리말과 결합한 말도 눈에 띈다.‘급짜증’처럼 ‘급’이 포함된 신어는 대체로 기분이나 감정을 표현할 때 즐겨 쓴다. 한때 ‘왕호감’ ‘왕짜증’ ‘왕궁금’ ‘왕실망’ ‘왕피곤’ 등으로 많이 쓰이던 ‘왕’의 자리를 이젠 ‘급’이 꿰찬 듯하다. ‘급’은 ‘급상승’ ‘급회전’에서와 같이 ‘갑작스러운’이란 의미로 쓰이거나, ‘급경사’ ‘급환자’에서처럼 ‘매우 심한’이나 ‘매우 급한’의 뜻을 더해주는 말이다. ‘호감’ ‘짜증’ 등에 붙은 ‘급’은 ‘갑작스러운’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따라서 ‘급호감’ ‘급실망’ ‘급짜증’과 같은 말은 우리말법에 어긋나는 표현은 아니다...

    2016.04.28 21:00

  • [알고 쓰는 말글]님과 함께?
    님과 함께?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 백년 살고 싶어~.” ‘임’이나 ‘님’은 귀하거나 높은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임금’의 ‘임’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임’이 그렇다. ‘회장님, 해님, 공자님’처럼 명사 뒤에 붙여 쓰는 ‘님’도, ‘홍길동 님’과 같이 이름 뒤에 띄어 쓰는 ‘님’도 그러하다. ‘님’은 ‘씨’보다 높임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첫 문장 ‘사랑하는 님’은 ‘사랑하는 임’이 맞는 표현이다. ‘니’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이’로 적는다는 두음법칙 규정 때문이다.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경우 시적 자유가 적용되어 예외로 해야 하지만, 5월의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맞는 표기다. ‘님’은 항상 명사 뒤에서만 ‘님’으로 쓰인다.여기서 질문 하나. 인터넷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님이 보내준 메일 잘 받았습니다’의 ‘님’도 ‘임’으로 써야 하나? 이때 ‘님’은 이름을 생략한 ‘님’이다.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2016.04.21 20:43

  • [알고 쓰는 말글]깜깜이
    깜깜이

    포커 게임에서 자기 패를 보지 않고 아무 패나 손 가는 대로 뒤집는 것을 흔히 ‘깜깜이’라고 한다. 도박판의 은어처럼 쓰일 법한 이 ‘깜깜이’가 신문·방송에 자주 등장한다. ‘깜깜이 선거’ ‘깜깜이 인사’ 등에서 보듯 명사 앞에 수식어처럼 붙는다.의미도 ‘마구잡이’ ‘예측하지 못하는’ ‘꼭꼭 숨기는’ 등 한두 가지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쓰임새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깜깜이’는 포커판에서 쓰는 용어여서인지, ‘깜깜하다’가 연상되어서인지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경향이 있다.‘깜깜이’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지만 국어사전엔 없다. 하지만 ‘깜깜이’가 우리말법에 어긋나는 말도 아니다. 까맣게 어둡다거나 희망이 없는 상태에 있다를 일컫는 ‘깜깜하다’의 어근 ‘깜깜’에 명사화 접미사 ‘이’가 붙은 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을 이르는 ‘깜빡이’도 ‘깜빡하다’의 어근 ‘깜빡’에 ‘이’가 붙어서 된 말이다.‘답답하다’나 ‘깔끔하다’에서 나온 ‘...

    2016.04.14 22:27

  • [알고 쓰는 말글]‘존영’이 뭐길래
    ‘존영’이 뭐길래

    대통령 ‘존영’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방송사 진행자는 ‘존영’을 ‘영정’으로 잘못 말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린다. 일상생활에서 보통 사람들이 쓰지 않는 단어를 선택해서일까? 왕조시대의 사고, 심지어 ‘어진’을 들먹이는 이도 있다. 도대체 ‘존영’이 뭐길래. ‘영정’이 아니라 ‘존영’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영정’은 제사나 장례를 지낼 때 위패 대신 쓰는, 사람의 얼굴을 그린 족자를 일컫는다. 고인의 사진에나 쓸 수 있는 말이다. 한데 ‘존영’은 남의 사진이나 화상 따위를 높여 이르는 말일 뿐이다. ‘존영’은 특별히 대통령의 사진을 지칭하는 말도, 지체 높은 사람의 사진을 가리키는 말도 아니다. 해서 ‘어진’에 비할 수는 없다.‘어진’은 임금의 화상이나 사진을 일컫는다. 또한 ‘어진’이란 말은 임금에게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존영’은 자신의 사진을 지칭하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우리말법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사...

    2016.04.07 20:54

  • [알고 쓰는 말글]‘초접전’과 ‘접전’
    ‘초접전’과 ‘접전’

    총선 판세를 전하는 기사가 부쩍 눈에 띈다. 이번 선거는 ‘초접전’ 지역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접전’은 ‘서로 힘이 비슷해 승부가 쉽게 나지 아니하는 경기나 전투’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 접두사 ‘초’가 붙어 ‘초접전’이 되었다.‘초접전’은 무슨 뜻일까? ‘초’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어떤 범위를 넘어선’ 또는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접두사 ‘초’는 생산성이 높다. 하여 ‘초대형, 초만원, 초고가, 초당파, 초고속, 초음속, 초호화’처럼 명사와 결합하여 수많은 단어를 만들어낸다.일반적으로 범위나 정도와 관련 있는 말에는 모두 ‘초’를 붙여 쓸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초’가 들어가는 말을 즐겨 쓰는 듯하다. 다소 막연하거나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초’를 붙여 말하는 이도 있다. 실제보다 부풀리고 싶거나 상대의 주의를 끌 필요가 있을 때 ‘초’를 이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2016.03.31 20:33

  • [알고 쓰는 말글]‘막장’ 공천
    ‘막장’ 공천

    ‘막장 드라마, 막장 국회, 막장 정치, 막장 공천….’ 요즘 신문·방송에 ‘막장’이란 단어가 자주 오르내린다. ‘막장’은 어디에서 온 말이며 무슨 뜻일까? 문맥상으로 그 뜻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때의 ‘막장’은 ‘갈 데까지 간’이란 의미다. 부정적인 뜻이 강하다.한데 ‘막장’의 사전적 의미는 이와 다르다.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한다. ‘갈 데까지 간’이란 뜻과는 관련이 없다. 사람들이 캄캄한 ‘막장’의 이미지만 떠올려 부정적인 상황에 쓰는 듯하다. 하나 ‘막장’은 폭력이나 불륜, 부정이 난무하는 곳이 아니다. ‘막장’은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자식이 일하는 삶의 터전이다.해서 누구는 ‘막장’ 대신 접두사 ‘막’을 붙여 말하는 게 옳다고 한다. ‘막국회’ ‘막정치’ ‘막공천’ ‘막드라마’처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막’은 일부 명사나 동사 앞에 붙어 ‘품질이 낮은’ ‘닥치는 대로 하는’ ‘함부로’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저...

    2016.03.24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