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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금옥이들과 금옥의 딸들에게
    금옥이들과 금옥의 딸들에게

    ※이 칼럼은 영화 <그림자 아이> 주요 내용을 포함합니다.최근 개봉한 유은정 감독의 영화 <그림자 아이>에는 서로 다른 세대를 상징하는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품의 제작자이기도 한 임수정 배우가 연기한 금옥, 금옥의 이모, 금옥의 두 딸 수안과 수련, 수안의 친구 재인 등이다. 각 인물의 설정이 아주 흥미롭다. 금옥은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상담사다. 금옥의 부모 중에는 아버지만 등장하며 부재한 어머니 대신 금옥이 의지하는 이는 이모다. 이모는 결혼을 하지 않은 엘리트 여성이다. 금옥의 집안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그림자’ 이야기가 있다. 같은 얼굴을 가진 두 아이 중 한 아이는 그림자가 데려간다는 것이다. 그림자가 아이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다른 집의 닮은 아이를 찾아 죽이는 일은 이 집안 부모에게 주어진 임무다. 금옥의 아버지가 딸을 살리기 위해 금옥을 닮은 아이를 죽였듯이, 금옥 역시 딸 수안과 닮은 재인을 죽이려 한다. 그러나 수안은 재인을, 자신을...

    2026.07.19 20:07

  • [시선]참새의 이소
    참새의 이소

    점심시간, 병원 밖에서 새소리가 크게 들렸다. 좀 이상했다. 날카로운 중저음으로 쉬지 않고 울어댔다. 천적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새가 한곳에 오래 머물며 크게 우는 일은 드물다. 새가 위험에 처한 걸까? 밖을 살피려고 창문을 열자마자 울음소리가 뚝 끊겼고, 창을 닫으니 곧 다시 크게 울기 시작했다. 같은 무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았다. 순간 짧은 생각이 스쳤다. 6월인 지금은 새들의 번식기였지! 자세히 보니 통로 끝 어둠 속에 작은 털 뭉치가 보였고 그 안에서 반짝 눈이 깜빡였다. 어린 참새였다.참새들은 봄철에 번식을 시작한다. 둥지에 알을 낳아 2주가량 품으면 부화한다. 그때부터 새들은 하루 종일 먹이를 물어와 새끼들을 키운다. 약 15일 동안 성장하면 어린 새들은 둥지를 떠나는데, 이것을 이소(離巢)라고 한다. 이소가 시작되면 부모들은 먹이를 물고 새끼들 코앞까지 갔다가 주지 않고 다시 둥지 밖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둥지를 떠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새끼 새가 망설이고...

    2026.07.12 20:01

  • [시선]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오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오해

    태움에 시달린 간호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괴롭힘에 시달린 그녀는 작년 4월 퇴사했다. 그러고 나서 노동청에 진정했는데, 노동청은 그녀가 가해자로 지목한 세 명 중 한 명에 대해서만 괴롭힘을 인정했다. 병원은 그 한 명을 훈계하는 것으로 사건을 끝냈다. 그 사실에 그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그녀가 살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애초에 병원이 가해자들을 단속했더라면 그녀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병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고, 인정하고, 조치했더라면 그녀는 계속 병원에 근무했을 것이다. 노동청이 전체 상황을 종합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했더라면 그녀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한 명만 가해자로 인정되었지만, 그 한 명에 대해 병원이 징계하는 ‘시늉’만 하지 않았어도 그녀는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사실 그녀가 겪은 과정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이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

    2026.07.05 20:07

  • [시선]교권, 교사 스스로 세운 ‘권위’
    교권, 교사 스스로 세운 ‘권위’

    학교교육이 계층 상승 통로로 거의 유일했던 때의 부모는 자녀에게 늘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했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대가 끝나가던 1990년대 초부터 절대적 교권은 ‘교실붕괴’로 흔들렸다. 1990년대 후반에 본격화된 기업 구조조정으로 직업전망이 어두워지자, 부모들은 사교육 투자로 자녀의 직업안정성을 추구했고, 그 노력이 통해 학원이 학교보다 중요해진 지금이 됐다. 이 과정에서 교육소비자로 진화한 부모는 이제 ‘선생님 말씀’을 원치 않는다. 다만 교사에게 자녀의 대학입시에 필요한 내신, 수행평가 등을 요구할 뿐이다.사교육의 ‘보조’가 됐을 뿐인 공교육 안에서 어떤 부모와 학생은 교사를 하대하고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2023년 서울에서 진행된 대규모의 질서 있는 교사집회는 추락한 교권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그 결과 법과 제도 개선이라는 해법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교사의 ‘권위’가 교사의 ‘권리’로 둔갑해, 상식과 문화가 아니라 법과 제도로만 ‘겨우’ 보호...

    2026.06.28 20:06

  • [시선]그들은 왜 떠나는가
    그들은 왜 떠나는가

    지역의 청년들은 서울로, 한국의 청년들은 해외로 떠난다. 특히 이공계 청년 인재들의 이동이 두드러진다. 2023년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산에서만 2만여명의 이공계 졸업생이 다른 지역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였다. 한국은행이 2025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국내 20~30대 이공계 연구자의 62%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는 더 나은 보상과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취업의 기회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그런데 올해 초 경기도가 주최한 청년 대상 해외 대학 연수 프로그램에서 지원자의 81%가 여성이라는 보도를 접하며 의문이 들었다. 7년 전 한 조사를 보면 한국에 거주하는 2030 여성의 행복지수는 가장 낮은 반면, 해외에 거주하는 여성의 행복도는 크게 높아졌다. 이 정도면 해외로 떠나는 청년들의 성차(性差)를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참고할 만한 사례가 튀...

    2026.06.21 20:10

  • [시선]훼손되는 ‘숨겨진 보물’
    훼손되는 ‘숨겨진 보물’

    얼마 전 내장산국립공원 초입 내장호에서 흰목물떼새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지역 시민생태조사단을 따라간 자리였다. 도요목 물떼샛과인 흰목물떼새는 예전에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하천 준설 공사와 하천을 곧고 넓게 만드는 직강화 사업으로 서식지가 감소해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보호받고 있다. 호수 옆에 자리를 잡고 새를 기다렸다. 후다닥 조용하고 빠른 움직임이 보였다. 쌍안경 화면으로 자갈 사이 알을 품는 새가 보였다. 동그란 머리에 이마는 흰색이었고 눈 사이를 연결하는 검은색 띠가 선명했다. 잠시 생각이 멈췄고 평화가 찾아왔다.최근 내장산에 파크골프장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가 알을 품던 곳 근처였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내 골프장 조성은 엄격히 금지된다. 잔디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엄청난 농약과 비료는 땅과 하천으로 스며들어 오염과 부영양화를 유발하고 생태계를 교란한다. 게다가 골프장 규모가 축구장 10개에 달하는 초대형이었다. 도시공원 내 파크골프장도...

    2026.06.14 19:54

  • [시선]비정규직이 당연한 세대
    비정규직이 당연한 세대

    직장갑질119에는 매일 열 통이 넘는 메일이 도착한다. 나는 그 메일들을 모두 읽는다. 읽을 때마다 나쁜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쁜 일자리가 상수다. 비정규직이 기본값이다. 노동자는 괴롭힘과 차별을 당하지 않을 권리·적정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데, 비정규직이 이런 권리를 침해당하면 도무지 가망이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매달 50만원을 받으며 6개월 넘게 일했다는 한 청년과 전화 상담을 했다. 영업을 따내면 성과급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받은 성과급은 6개월 통틀어 총 300만원이 안 되었다. 그는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했는데, 자기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그 회사에 많다고 했다. 업무 과부하와 팀장의 닦달을 호소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고, 그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다. 정규직 채용 공고를 보고 입사했는데 1년짜리 근로계약서를 썼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러고 보니 30년이 흘렀다.외환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2026.06.07 20:04

  • [시선]어떤 유머는 저열한 다큐다
    어떤 유머는 저열한 다큐다

    딴엔 농담이라고 한 말에, 정색하는 사람을 희화할 때 “유머를 다큐로 받는다”거나,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한다. 상대의 농(弄)에 기분이 상하거나 심각해질 때 센스 없다며 ‘퉁박’ 주는 이 표현들은 숨겨진 의도를 알아차린 이에게 주먹질 없이도 침묵을 강요하기에 ‘조용한 폭력’이 된다. 웃는 낯에 침 뱉을 수 없는 노릇이라, 이 조용한 폭력 앞에 어떤 사람은 불쾌하더라도 어설피 함께 웃기도 한다. 학교폭력 피해자 역시, 폭력 사실을 들킨 가해자가 키득거리며 하는 한마디, “장난친 거예요, 선생님!” 때문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쉽게 말할 수 없다. 조용한 폭력은, 이처럼 실제로 행사된 폭력에 더해 그 폭력을 말할 수 없게끔 ‘입틀막’까지 하는 계산된 폭력이자, 이중의 폭력이고, 그러므로 가장 저급하고 잔인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양아치 짓이다.2014년 9월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는 유가족 앞에서 벌인 ‘일베’...

    2026.05.31 20:10

  • [시선]왜 여성은 AI를 덜 사용할까
    왜 여성은 AI를 덜 사용할까

    인공지능(AI) 시대에 여성이 남성보다 생성형 AI를 덜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연구진이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의 조사 자료(영국 성인 약 8000명 대상)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사용에서 5.3%의 성별 격차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AI의 사회적 위험을 걱정하는 집단에서 이 격차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격차는 정신건강 위험을 우려하면서 동시에 AI 활용 역량이 높은 이들에게서 나타났는데 성별 격차가 무려 45.3%에 달했다. 업무 목적 사용에서는 29.4%로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연령과 성별에 따라 생성형 AI 사용 빈도를 예측한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모든 연령대에서 AI 위험 인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영향을 미쳤고 여성의 생성형 AI 사용 빈도를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18~35세 여성에게 AI 위험 인식은 두 번째로 중요한 변수였지만 같은 나이의 남성에게는 여섯 번째에 불과했다는 점이 매우 의...

    2026.05.24 20:04

  • [시선]살아있는 돼지
    살아있는 돼지

    수의과대학 3학년, 대동물 내과학 마지막 시간은 농장 견학이었다. 같은 조 다섯 명이 탄 자동차는 도시를 벗어나 한 시간을 달렸다. 국도를 지나 밭 사이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길 끝에 서너개의 건물이 보여 창문을 내리자 뜨거운 공기와 햇살에 실린 분뇨 냄새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곳은 무창 돈사, 개방식 축사에서 나오는 악취를 해결하기 위해 창문을 없애고, 환풍 시설로 모든 돈사의 악취를 중앙 집중식으로 걸러내는 곳이었다. 농장 관계자는 당시 무창 돈사가 최근에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선진 축사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직사각형 축사는 창이 없어서 언뜻 보면 지붕에 큰 환풍기가 달린 창고나 공장 같았다.멸균복과 덧신 착용 후 일렬로 돈사 안으로 들어갔다. 앞선 조원들이 차례대로 기침을 했다. 눈이 따갑고 화끈거렸다. 넘어질 것 같아서 억지로 눈을 뜨니 눈물이 흘렀다. 숨을 들이쉬자 기침이 터져나왔다. 진하게 농축된 매캐한 암모니아 냄새였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돼지들이 눈에 들...

    2026.05.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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