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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생명·안전권을 법으로
    생명·안전권을 법으로

    재난에 앞서 존재해야 할 법이 재난이 발생한 후에야 발의되고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있어야 할 법으로 꼽는 것이 ‘생명안전기본법’이다. 대형 재난·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이 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그때뿐이다.“이태원참사가 나고 유가족이 되니, 가장 뼈아픈 것이 생명안전기본법이 없다는 것이에요. 피해자 권리를 위한 기본적인 법이 없다 보니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조차 유가족들이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다.” 몇해 전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싸우는 와중, 불쑥 건넨 말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심 놀랍고 반가웠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없으니 재난·참사 유가족들은 당장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먼저 요구하게 되고, 정치권은 당장의 사안만 해결하려고 하니 생명안전기본법은 자꾸만 뒤로 밀리게 되는 일이 반복됐다. 법안이 5년째 국회에서 표류하는 사이 2022년 이태원참사,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20...

    2025.11.30 20:06

  • [시선]미등록 단속 정책 손봐야
    미등록 단속 정책 손봐야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청년이 추락해 숨졌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색출하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을 피하려다 벌어진 참사다. 희생된 뚜안은 ‘불법체류자’가 아니었다. 25세의 여성, 한국 대학을 막 졸업하고 구직 체류자격을 받아 취업을 준비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는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지 2주 만에 사망했다.법무부는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한 후 단속을 마쳤다”고 주장한다. 지난 10월2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오후 4시 단속을 종료하고 오후 6시 이전 철수했으며, 사망 시각은 오후 6시30분 이후”라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뚜안의 SNS 기록을 살펴보면 오후 6시26분에도 출입국(단속반원)이 명단을 가지고 있고, 아직 못 찾은 사람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음이 드러난다.법무부가 ‘적법절차 준수’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간 출입국 단속 과정에서...

    2025.11.23 21:31

  • [시선]나누고 비우는 겨울
    나누고 비우는 겨울

    들판이 순식간에 속살을 드러낸다. 추수 마친 검은 논바닥을 홑이불처럼 덮었던 볏짚은 며칠 버티지 못하고 공룡알로 변태되며 싹쓸이당했다. 느릿하게 보이던 수확 작업도 거의 마무리되고 사람의 손끝이 필요한 갈무리가 남았다. 털고 때리고 모으고 쟁이는 일이다. 그러고 나면 비로소 겨울 휴식이다. 보통은 두 달 남짓, 김장 마치고 이듬해 입춘까지는 농한기를 보낸다. 옛날 같으면 사랑방에서 새끼 꼬고 화로에 고구마 꽂아두던 그때다. 새끼 안 꼬아도 된다고 해서 놀거나 자빠져 있기를 즐기는 농민은 없다. 과일나무 가지치기도 해야 하고, 화목난로를 때는 집은 쉴 새 없이 나무도 마련해야 한다. 양파 마늘밭도 손길을 부른다.이민 가듯 서울을 떠난 뒤 열다섯 번째 맞는 겨울이다. 매년 겨울이면 프로야구 선수들 동계훈련하듯이 몸도 만들고 체력도 키워서 봄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품는다. 많은 시간을 채웠던 노동을 운동으로 교체하려는 계획도 세운다. 메모지를 붙이며 다짐을 상징하고, 화엄사 계곡을...

    2025.11.16 21:43

  • [시선]위험한 ‘초짜’ 포퓰리스트
    위험한 ‘초짜’ 포퓰리스트

    “주문하는 게 맞나 싶지. 일자리도 좋지만, 과로는 안 되니까. 근데 새벽배송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 새벽배송 활용 경험에 관한 질문에 돌아온 답인데 관련자들의 일자리, 노동권, 편익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사실 이 고민은 정치의 몫이다. 다양한 입장과 요구, 상충하는 권리들 사이에서 균형을 기대받지만, 정치인들은 요즘 한쪽에만 편승하는 ‘두 개의 국민체제’를 부추겨 포퓰리스트가 된다.한 ‘초짜’ 정치인의 정치적 수사(修辭)로서의 “동료 시민”과는 달리, 실제 ‘동료 시민’은 상대와 나의 권리 사이에서 타협과 양보를 고민하며 균형을 찾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양보하고 양보받는 등 서로를 동등한 협상 주체로 여기기에 ‘공존’하며 관계를 지속한다. 공존의 다른 이름, 평등 역시도 관계의 지속성을 추구하며, 구성원들의 평등한 공존으로 동료 시민들의 공동체는 지속 가능해진다.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협은 단지 세계 최저 출생률 때문만은 ...

    2025.11.09 22:02

  • [시선]모두를 위한 새벽배송
    모두를 위한 새벽배송

    지난 8월12일 쿠팡의 배송 자회사 쿠팡CLS의 택배기사가 업무 중 쓰러져 사망했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보도됐다. 숨진 50대 택배기사는 종종 7일 연속 근무를 하거나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물류·택배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늘고 있다. 사망한 10명 가운데 7명이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으로 인한 과로사다. 2024년 택배업 사망현황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쳐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시기에는 쿠팡이 주도하는 새벽배송과 빠른배송이 물류·유통 산업의 초고속 성장을 견인했다. 이후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e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한국 사회의 소비습관 자체를 바꾸어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마트에 가서 쇼핑하는 대신 가까운 편의점에 있는 물건조차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는 데 익숙하다. 쿠팡은 이제 물류산업의 절대강자가 되었다. 하나의 기업이 모든 사람의 ‘습관’을 바꾸었을 때, 사회는 그 기업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2025.11.02 19:55

  • [시선]미등록 이주민의 ‘국제 수가’
    미등록 이주민의 ‘국제 수가’

    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간다. 몸이 아픈 상태는 그 자체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생명을 위협한다. 다행히 현대 의학의 발달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커진다.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인간 기본권으로 받아들여진다. 누구나 경제적 형편과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했다.우리 사회는 사회연대 원리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국민과 일부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필요한 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 보험에 가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어 국가 지원으로 치료를 받는다.이러한 건강권 보장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다. 장기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민들이다. 체류자격이 있더라도 정부가 건강보험 가입 시기를 ‘입국 후 6개월’로 제한하면서 입국 직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국민건강보험제도에서 병원이 받는...

    2025.10.26 20:09

  • [시선]몸이 녹는 한마디
    몸이 녹는 한마디

    더 바빠지기 전에 날을 잡아야 했다. 1년에 단 한 번, 온 동네가 함께 떠나는 가을 나들이 날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갈 수 있는 날을 잡으니 그날이었다. 장을 보고 떡을 맞추고 술을 받아놓는 일은 전날 마쳤다. 인원 점검도 끝났다. 날씨만 받쳐주면 되는데 그건 하늘의 뜻이었다.경험상 마을의 나들이는, 가면서 버스와 휴게소에서 취하고 점심 회 한 접시에 취하고 바닷바람 쐬면서 취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신을 잃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목적지도 여수 목포 순천 남해 거제 통영 등 해안 도시뿐이었다. 좀 바꿔보자고 우겼다. 맨날 보고 사는 게 노고단 자락이지만 지리산 건너편이 어찌 생겼는지 아시냐고 물었다. 허리 구부러지고 다리 휜 어르신들에게 모노레일이라는 거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보자며 경남 함양으로 향했다.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고 했다. 양도 적고 와봤자 약하다는 뜻이다. 더 이상 쓸모없기 힘들다는 가을비가 사선으로 내렸다. 여름 장마 때 대강 지나갔...

    2025.10.19 20:44

  • [시선]남성 ‘역차별’에 대응 지시?
    남성 ‘역차별’에 대응 지시?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여러 현안으로 골몰하실 때, 공개서한 드리게 됐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께도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 시사 후 발뺌한 문제로 글을 썼었지요. 이처럼 민주당 출신 대통령께만 공개서한을 적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어떤 희망에서일 겁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님의 시각이, 진보 측 정치인이 자기 진영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했던 ‘해일 오는데 조개 줍냐’ 같은 것은 아닐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대통령 지시로 성평등가족부가 남성 ‘역차별’에 대응한다고 하기 때문입니다.“남자는 여자가 무시할까봐, 여자는 남자가 죽일까봐 두려워한다.”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오래전 했던 이 말은 한국 사회 현재의 젠더 위계를 적확히 포착합니다. 그러나 동서양 여자 공히 남자의 ‘기분’을 망쳐 삶의 ‘기본’,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점이 같아 뵈지만, 실상은 아주 다릅니다. 한국 여성사에는 ‘환향녀’ ‘위안부’ ‘기생관광’ ‘기지촌’ 등 서구 여성사에는 없는 특이점이 있...

    2025.10.12 21:57

  • [시선]잔혹한 언론과 현대제철
    잔혹한 언론과 현대제철

    35도가 넘는 정오였다. 그늘 하나 없는 무자비한 8월27일 대검찰청 앞에서 현대제철 1892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인 현대제철을 상대로 ‘집단고소장’을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수 언론은 ‘노조법 2·3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이어질 것이며, 기업이 ‘휘청’하고 국가 경제가 ‘흔들’ 할 거라는 식의 보도를 내보냈다. 노동조합은 이른바 ‘노란봉투법 공포 마케팅’에 자신들의 집단고소 건이 빌미가 될까봐 취재기자들에게 “노조법 2·3조가 통과되어서 집단고소를 진행한 것이 아니다. 오래전 우리의 투쟁이 먼저였다. 우리 투쟁의 효과로 법이 통과된 것일 뿐”이라는 해명 아닌 해명을 반복했다. 당사자도 아닌 내가 다 억울했다. 왜 이들이 언론에 해명해야 하는가.2018년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불법파견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넣었다. 근로감독 결과 노동부는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 749명에 대해 원청이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현...

    2025.09.28 21:41

  • [시선]대림동에 간 혐중 시위대
    대림동에 간 혐중 시위대

    중국 출신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천멸중공(天滅中共)’ 집회가 열렸다. 명동 중국 대사관 인근에서 매주 열리던 이 집회는 상인들이 소음·욕설, 외국인 관광객 이탈 피해를 호소하자 경찰이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고, 그 장소가 대림동으로 옮겨졌다. 중국 공산당 비판을 내세웠지만, 중국인 혐오와 모욕이 난무했다.차이나타운 입구인 대림역 10번 출구에 집회가 신고되었으나 경찰은 상권 피해를 이유로 4번 출구로 제한했다. 4번 출구는 상가는 거의 없으나 학교가 인근에 있어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이다. 중국 국적을 포함한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집회 참가자들의 상스러운 혐오표현이 울려 퍼졌다. 일본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에 의한 ‘교토조선 제1초급학교 습격 사건’을 연상케 한다. 수업시간 중 커다란 확성기로 조선인들을 욕하는 일본인들의 목소리에 학생들은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에서도 보장하...

    2025.09.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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