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앞서 존재해야 할 법이 재난이 발생한 후에야 발의되고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있어야 할 법으로 꼽는 것이 ‘생명안전기본법’이다. 대형 재난·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이 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그때뿐이다.“이태원참사가 나고 유가족이 되니, 가장 뼈아픈 것이 생명안전기본법이 없다는 것이에요. 피해자 권리를 위한 기본적인 법이 없다 보니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조차 유가족들이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다.” 몇해 전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싸우는 와중, 불쑥 건넨 말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심 놀랍고 반가웠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없으니 재난·참사 유가족들은 당장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먼저 요구하게 되고, 정치권은 당장의 사안만 해결하려고 하니 생명안전기본법은 자꾸만 뒤로 밀리게 되는 일이 반복됐다. 법안이 5년째 국회에서 표류하는 사이 2022년 이태원참사,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20...
2025.11.30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