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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1,104
  • [시선]그녀가 퇴직한 이유
    그녀가 퇴직한 이유

    “변호사님 통화 가능하십니까? 아기가 계속 울다 이제야 잠들어 늦게 연락드립니다.” 내 의뢰인은 8개월 된 아기 엄마다. 그녀와 통화하고 싶을 때 문자를 먼저 남긴다. 그녀는 아기가 잠들고 나서야 연락을 준다. 그래서 우리 통화는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아기에게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 그녀는 임용권자인 인천 미추홀구청장과 싸우고 있다.그녀는 미추홀구 보건소 치매 전문 작업치료사였다. 임기제공무원으로 5년 넘게 일했다. 작년 7월 만삭인 그녀는 팀장·과장에게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돌아온 대답은 “아기는 축복이고 좋은데 임용 기간 연장과 아이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예요” “한 사람으로 인해 다수한테 부담이 생기는 것을 감수하기엔 무리가 있어요”였다.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외면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하세월이었다. 결국 같이 임용된 임기제공무원 9명 중 그녀만 유일하게 퇴직 처리됐다. 출산한 지 한 달이 지난 때였...

    2026.05.10 20:07

  • [시선]어린이날, 전문가에게 묻는다
    어린이날, 전문가에게 묻는다

    봄바람과 옆집 꼬마 세 자매가 떠들며 노는 소리를 방으로 들이기 위해 이맘때는 주로 창문을 열어둔다. 이 작은 존재들을 길에서 만나는 동네 사람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들과 잠시 정담을 나눈다. 이 꼬마들 역시 어른들을 순순히 보내지 않는다. 멀리서라도 내가 눈에 띌 때면 “할머니! 어디 갔다 와요?” 한다. 순간, 지쳤던 나의 퇴근길은 경쾌해진다. 그래서 이들이 마냥 고맙다. 텃밭에 방울토마토를 심은 이웃은 그 토마토는 세 자매 것이니, 다른 이들은 얼씬도 말라며 너스레 떤다. 이렇듯 이웃 어른들은 이들에게 마을이 행복한 곳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나름의 공을 들인다. 멀리 아프리카 속담을 빌려올 것도 없이, 아이를 키우는 데는 이처럼 온 마을이 필요한 법이니까.사고로 외출이 힘들어진 어머니를 최근에 ‘밀착 돌봄’한다. 돌봄도 그렇지만, 지루함을 달래려 어머니가 틀어두신 트로트 경연대회의 본방, 재방, n방을 시청하는 건 참 어렵다. 트로트는 남녀 사랑, 이별,...

    2026.05.03 20:04

  • [시선]AI는 과학입니다
    AI는 과학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왜 인공지능(AI)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2016년 알파고 쇼크를 떠올려 본다. 천재 인간을 이긴 AI라니 보통의 인간들에게 무력감을 주기에 얼마나 좋은 이벤트였던가. 10년 전 기계에 졌던 천재 인간은 이제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AI는 신”이라고 외치는 이가 되었다. 그는 수년 전 바둑기사 은퇴를 결심한 데에 알파고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 바 있다.그러나 AI가 모든 바둑기사에게 좌절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특히 AI가 도입되면서 여성 기사와 남성 기사 사이의 격차가 줄고 있다는 말이 있다. 바둑계의 성별 격차는 남성 중심의 도제식 훈련 문화에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AI 덕분에 여성 기사들이 바둑의 수(手)를 익히는 것이 훨씬 수월해져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AI가 대부분 남성인 고수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지식을 밖으로 떼어냄으로써 더 많은 이들이 바둑을 배울 수 있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나의 앎을 우리의 앎으로 만드는 ...

    2026.04.26 19:56

  • [시선]사랑이 마음
    사랑이 마음

    여름방학 동물병원 실습 중에 듀컵 코카투 앵무새를 만났다. 첫눈에 그 새에게 반했고, 실습 동안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앵무새는 한없는 사랑을 퍼부었다. 거침없이 어깨에 올라오고, 다정하게 나를 불렀다. 부르면 멀리서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처음 받아보는 앵무새의 사랑에 얼떨떨했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즐거웠다. 꽤 오랜 고민 후 그 새를 입양해 집으로 데려왔고 ‘사랑이’라고 불렀다.문제는 가족 M과 사랑이였다. 사랑이는 M에게 데면데면했다. “네가 뭔데 여기 있어?”라는 느낌이었다. M이 손을 뻗으면 깊은 상처가 날 정도로 물었다. 날개 골절 상태에서 구조돼 수술 후 오랜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도 많이 물렸다고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녀석은 좁은 새장에 오래 갇혀 있었다. 사랑이의 과거 이야기를 들은 M은 마음 아파했다.곧 시련이 찾아왔다. 졸업 후 나는 임상 수련을 위해 타 지역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사랑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 M과 사랑이는 둘만의 동거를 ...

    2026.04.19 20:07

  • [시선]알바 ‘절도범’ 만드는 점주들
    알바 ‘절도범’ 만드는 점주들

    한 달 전 직장갑질119는 ‘알바 절도 누명 대응팀’을 꾸렸다. 직장갑질119에 도착한 한 편의점 직원의 e메일이 계기였다. 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을 했더니 점주가 절도로 고소하겠다는 것이었다. 폐기 음식물은 먹어도 된다고 해서 먹었는데, 점주는 CCTV를 뒤져 직원이 폐기 음식물을 먹는 장면을 찾아냈고, 그걸 증거로 절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취업준비를 하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한 청년은 한순간에 절도 누명을 뒤집어썼다. 이런 사연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응팀을 꾸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편의점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직원 대처법이 공유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직원에게 폐기 음식물을 먹어도 된다고 알릴 때, 말로 하고 메시지로는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직원이 노동법 위반으로 신고하면, 절도·횡령 맞고소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점주들에게는 CCTV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직원에게는 억울함을 풀 물증이 없으니, 직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고를 취하할 ...

    2026.04.12 19:57

  • [시선]‘청년’ 정치인의 존재 이유
    ‘청년’ 정치인의 존재 이유

    문인들은 청년을 봄과 여름으로, 중년과 노년을 가을이나 겨울로 묘사하곤 한다. 어떤 철학자에게 청년은 펄펄 뛰는 심장이며, 희망, 용기, 기쁨, 곧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그러니 젊은 그가 세상에 대한 냉소와 비겁한 태도를 갖는다면, 그는 청년이 아닐 것이다. 반대로 일상에서 희망, 용기, 기쁨을 나누는 노년이 있다면, 그는 두근대는 심장의 아름다운 청년일 수 있겠다.2024년 12월14일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추운 광장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1947년생 어떤 한국 “할아버지”를 외신이 포착해 전 세계로 전한 것은 가을빛 그에게서 봄빛 청년을 발견한 흥분과 감동 때문이었으리라. 한국전쟁, 4·19 혁명, 민주화 투쟁 등 험한 한국 현대사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을 더 좋은 사회에 대한 희망,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고령에도 한겨울 광장으로 담대하게 나섰을 용기, 그리고 마침내 날아든 희소식에 요동쳤을 그의 심장은 청년의 심장 바로 그것이었을 테니까....

    2026.04.05 19:56

  • [시선]생리대와 AI
    생리대와 AI

    생리대와 AI는 닮았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닮은 점은 둘 다 곧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쓸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작년 말 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 문제를 처음 언급한 이후 ‘100원 생리대’가 등장하더니 올해 7월부터 공공시설에 무료 생리대가 시범적으로 비치된다고 한다. 본격적인 공공생리대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이다. ‘모두의 AI’는 지난 2월 발표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의 주요 과제로 실려 있다. 최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구나 AI를 한글처럼 쓸 수 있도록” AI를 전 국민에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전 국민 AI 경진대회가 연말까지 계속되며, 8월에는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오픈소스가 공개될 예정이다.두 번째로 닮은 점은 아직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2017년 여성환경연대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생리대 파동’ 이후 1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유...

    2026.03.29 19:53

  • [시선]준동 준우
    준동 준우

    작은 강아지의 이름은 준동이었다. 준동이는 준우 동생의 줄임말이라고 준우 아빠가 말해주었다. 준우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어 했다. 강아지를 잘 돌보겠다는 굳은 약속을 하고 준우가 오랫동안 부모님을 설득해온 이 가족은 드디어 일주일 전 강아지를 입양했다. 준우의 부모님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어린 강아지를 데려오셨다고 했다. 가족에게 첫 반려동물이었고, 그날은 강아지의 첫번째 예방접종 날이었다.청진하고 체온을 잴 때 준우는 작은 강아지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준동이가 떨어지지 않게 진료대 주변을 자기 팔로 막았고, 준동이의 움직임을 따라 팔도 같이 움직였다. 강아지의 귓속 상태를 보기 위해 검이경을 준동이의 귀에 가까이 대니 준우는 옆에서 “준동아~ 괜찮아. 형아 옆에 있어”라고 말하며 강아지를 달래주었다. 그 진지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준동이에게 좋은 보호자가 되고 싶어 하는 준우의 진심을 응원하기 위해 나는 ...

    2026.03.22 19:52

  • [시선]내일이 없는 사람들
    내일이 없는 사람들

    정부가 쪼개기 계약 근절에 나섰다. 기사를 본 순간, 나는 제일 먼저 아파트 경비원들을 떠올렸다. 언젠가부터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기간은 3개월로 줄어들었다. 3개월 일하고 나서 사용자 눈 밖에 나지 않으면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이다. ‘그 경비원, 잘라버려요’라는 입주민의 말 한마디에도 계약은 끝난다. 관리소장의 마음에 안 들어도 계약은 끝난다. 노동조합이나 노동청 진정은 상상할 수 없다. 시키는 일은 모두 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일할 수 있다.사용자로서는 이보다 좋은 방편이 없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용자에게 무조건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 쪼개기 계약이다. 3개월 계약을 반복하다가 1년이 되기 전 계약을 끝내면 연 15일의 연차휴가를 줄 필요가 없다. 퇴직금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입주민들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퇴직적립금은 용역업체의 몫이 된다.그다음 떠오른 사람은 중소제조업체 파견노동자들이다. 이들의 계약기간도 3개월이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은 근로자 파...

    2026.03.15 19:54

  • [시선]여성의날, 국격을 묻다
    여성의날, 국격을 묻다

    1908년 3월8일 수많은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더 나은 노동환경과 정치참여를 요구했다. 당시 그들은 밀폐된 공장에서 남자 동료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했다. 이들의 구호는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였는데, 빵은 평등한 임금을 통한 생존권을, 장미는 투표를 통한 참정권을 뜻했다. 이미 1898년 한반도에도 익명 ‘김소사’·‘이소사’가 발표한, 지금 시각으로도 여성교육과 노동에 관한 매우 진보적인 선언문 ‘여권통문’이 있었다. 또한 일제 착취가 극에 달한 1930년대 높은 지붕에 올라 ‘체공녀’(滯空女·공중에 머무는 여성)라 불리며 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한, 독립투사이자 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도 있다. 당시 여성은 일본 남성노동자의 25%, 한국 남성노동자의 60%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 그러므로 여성의 생존권 투쟁이, 그 투쟁의 방향을 제시한 사상 페미니즘이 서구의 것이고, 한국은 이를 전수(傳受)한 것으로 왜곡한다면 그건...

    2026.03.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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