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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가 답?
    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가 답?

    정부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4000명을 각 가정의 육아, 가사 등 돌봄노동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올해 허가할 예정이다. 장기 체류자 가운데 취업이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 결혼이민자의 가족,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이수 후 취업활동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이는 서울시에서 시행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정부의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에서는 가구 내 고용 형태로 일하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 시범사업의 경우,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입국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돼 각 가정으로 파견되는 형태로, 해당 기관이 고용 사업주로서 근로기준법상의 책임 주체가 됐다. 그러나 정부 사업은 이미 장기 체류자격을 보유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허가하는 것으로 체류자격의 유지는 취업 활동이 아닌 유학이나 가족...

    2025.03.09 21:50

  • [시선]아무튼 봄
    아무튼 봄

    굳이 봄이다. 엊그제 눈 치우느라 애먹었고 계곡엔 살얼음도 남아있지만 달래, 냉이가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거부할 수 없는 봄이다. 움트고, 피어나고, 깨어나는 봄이 이곳 남도에서는 느낌이 좀 다르게 다가온다. 요맘때면 이유 없이 두통이 빈번해지고 경운기 시동 소리에 맞춰 심장이 요동을 친다. 고혈압이나 심부전의 문제가 아니라 계절성 정신질환에 가깝다. 몇년 새 증상이 악화하는 추세에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일단, 꽃으로 온통 난리가 난다. 어느 한 번 예외가 없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꽃은 ‘속씨식물의 유성생식기관’ 혹은 ‘종자식물의 번식기관’이다.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려고 화려한 편이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는 곤충처럼 환장한다. 보통 상춘객들 차량의 유랑 속도는 딱 시속 40㎞. 그나마 그대로 계속 가면 좋겠지만 편도 1차선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영 포인트가 아닌 곳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불쑥 내리곤 한다. 이렇게 저렇게 밭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가 무호흡 상태인 ...

    2025.03.02 20:43

  • [시선]스스로 생각 않는 청년의 의미
    스스로 생각 않는 청년의 의미

    ‘스카이’로 추켜세워진 대학교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어깨 펴고 다녔을 그 캠퍼스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성명서를 읽고 시위했다. 민주사회 시민에게 지금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수개월의 재판 시간도 아까울 만큼 간명한 문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그대로, 불콰해진 얼굴의 그가 TV에 나와 별안간 계엄을 선포하고, 여의도 하늘로는 연신 헬기가 날아들더니, 곧이어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쳐들어가는 ‘난리’를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뒤이은 포고령은 정적에 대한 ‘종북몰이’를 일삼던 자들이 오히려 북한을 ‘추앙’하듯 써 내려간 망나니의 언어로 꽉 차 있었다. 어떤 말로 정당화해도 이 목불인견은 곤히 잠든 한밤중에 들이 닥쳐진 흉포한 몽둥이질이다.쪼개져 ‘적’이 된 혈육을 머리에 얹은 채 살아온 모진 운명의 국민이기에 더 나은 의료, 더 편한 노후, 무상 공교육 등 더 좋은 삶을 희생하며 묵묵히 국방비를 감당해왔다. 이렇듯 혈세로 무장된 군인들이...

    2025.02.23 21:07

  • [시선]그래도 민주당은 다르다는 말
    그래도 민주당은 다르다는 말

    “이제부터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다 같다는 말 하지 마세요.” 12·3 계엄 이후 인문학 연구자들의 작은 공부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게. 그때는 윤석열이 계엄을 할 줄 몰랐지”라며 이어지던 말들 사이에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다수가 윤석열이 탄핵되면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한가. 2017년 박근혜 탄핵 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광장은, 시민들은 무엇을 기대했었나. 5·18 유가족 앞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 ‘비정규직 제로시대’ ‘저녁이 있는 삶’을 호기롭게 외치던 것과 달리 어떤 정책이든 빠르게 포기하거나 절충했다. ‘공약대로’ 추진하되, 여러 우회로를 만들어 제도를 내부로부터 허물어버렸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더니,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산입범위를 확대해 ‘올랐지만 오르지 않은’ 월급봉투를 들고 어리둥절해했던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기억할까.2017년 법 개정으로 주 52...

    2025.02.16 21:28

  • [시선]‘중국인 혐오’를 멈춰라
    ‘중국인 혐오’를 멈춰라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 자신이 선포한 계엄령에 관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의 군사시설 촬영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계엄의 발동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부정선거 및 중국의 선거개입설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국이 탄핵 촉구 집회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유상범 의원)는 등 사실 확인도 되지 않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정치권이 중국·중국인 혐오를 극우세력 결집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이주민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한남동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 중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임신했음을 호소하는데도 욕설하며 폭행을 가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또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공간에서는 “한국인 아니냐, 한국말 해보라” “말 안 하는 것을 보니 화교다”라는 등 검열 행위를 하며 욕설하는 무리...

    2025.02.09 20:56

  • [시선]경우가 없는 사람
    경우가 없는 사람

    “거 아주 경우가 없는 사람이여. 상종을 말어.” 농장 뒤편 아저씨의 느닷없는 말씀이다. 바른 말씀 잘하시는 아저씨는 방금 지나친 김씨를 가리켰다. “저놈이 몸 아픈 즈그 어매 모시기 싫어 요양원 델따놓고는 생전 가보도 않고…”로 시작해 마을 일에 협조 안 해 애먹었던 일, 자녀들이 속 썩여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고 욕먹던 일, 핥아놓은 개밥 그릇 같은 얼굴로 아줌마들깨나 꼬셨던 일까지 이어졌다. 어르신의 장광설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 지금도 차가 마주쳤는데 나보고 후진하라고 버팅기는겨. 지는 조금만 뒤로 가면 비켜설 데가 있고 나는 쩌어그 감밭 위에꺼정 빠꾸로 올라가야 허는디. 이건 경우가 아니잖어. 안 그런가?” 아저씨가 앞자락을 깔았던 건 단지 양보 문제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와 살아온 내력을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시골에 내려와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가 ‘경우’다. “사람이 경우가 밝아” 하는 말씀은 최고의 칭찬이지만 “경우가 없다”라고 평가되면 ...

    2025.02.02 20:58

  • [시선]몽매한 망상이 활보 못하게
    몽매한 망상이 활보 못하게

    학생들에게 줄곧 상상력이 지성이라고 말해왔다. 독서와 토론, 경험과 성찰을 토대로 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위해 풍부하고 구체적인 상상력을 기르는 것이 고등교육 수혜자의 시민적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부, 경험, 성찰로 구체화되는 상상력의 반대편에는 무지한 망상이 있다. 망상을 장착한 사람은 당면한 문제 앞에서 곧잘 자신을 피해자로 착각하는 자기연민에 빠지고, 자기보다 취약한 존재를 발명하듯 찾아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자주 비열해진다.트럼프는 유명해진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중임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이번 취임식에서 자국민 보호는 못하면서 불법 이민자에게만큼은 피난처를 제공해왔기에 미국의 사회적 질서가 무너진 것이라는 거짓 선동과 자기연민을 쏟아냈다. 이것은 저임금과 제도적 보호 밖에서 일해온 수많은 이주노동자 덕분에, 20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엄연한 사실에 대해 무지한 발언이다. 다 가졌으면서도 다 뺏긴 자...

    2025.01.26 20:36

  • [시선]무안공항으로 가는 길
    무안공항으로 가는 길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죽음’과 관련된 피해자는 두 번의 피해를 경험한다. 개별의 ‘사건’은 저마다 다르다. 일하다 죽거나 재난·참사의 피해자가 되는 각각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첫 번째 ‘사건’ 이후, 진실에서 소외되는 체계적인 박탈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의 피해가 발생한다. 이들은 ‘피해자의 가족’에서 ‘피해자’가 되는 경험, 살아서 ‘유가족’이 되었지만, 그 ‘사건’의 피해를 ‘사건 이후’ 겪어낸다는 점에서 또 다른 당사자이자 주체가 된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자 기존의 재난·참사 피해자들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다 꼬리만 남은 비행기의 잔해를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 비행기 꼬리는 각자 자신들이 겪은 ‘사건의 원점’과 포개어진 것 같다. 무너진 백화점의 철골이 튀어나온 그을린 벽 앞에, 가라앉는 배 위에, 불에 타다 못해 녹아내린 지하철 안에 자신의 삶을 묶어놓은 유가족들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고 ...

    2025.01.19 20:45

  • [시선]미등록 이주아동에 체류권을
    미등록 이주아동에 체류권을

    “어릴 때, 여동생이랑 같이 계속 집 안에만 있었어요. 부모님은 일 나가셔야 하는데 우리가 밖에 나갔다가 길 잃어버릴까봐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걸어잠그고 나갔어요. 집에만 있으면 너무 심심하고 할 것도 없었어요. 반지하 창문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용을 썼던 것 같아요.”그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말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와 이주인권단체들이 함께한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 실태조사’를 위해 아이들과 부모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던 중 나온 이야기였다. 국립대 박사과정 학생이 되어 한국에서 이주아동과 어머니들을 돕는 활동을 열심히 해 온 그녀도 ‘미등록 이주아동’이던 시절이 있었다.당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체류자격이 없는 어린아이들은 집 안에서 조심조심 숨어 자랐다. 경찰의 눈에 띄어 신분이 탄로 나면 부모님이 잡혀간다고 했다. 잡혀서 출국되면 한국에는 5년이고 10년이고 못 돌아온다. 한 아이는 아버지가 잡혀갔다고 해 출입국사무소로 엄마와 함께 달려갔지만 ...

    2025.01.12 21:18

  • [시선]염화미소
    염화미소

    바람이 칼처럼 날아다녔다. 회색 구름은 움직이는 성처럼 산성봉에서 노고단으로 내달리고 트럭 열 대는 주차하고 남을 노인회관 앞뜰엔 팽나무 낙엽만 몰려다녔다. 회관 입구 난간에 보행보조기와 지팡이가 늘어서 있었다. 그 끝에 그보다 썩 커 보이지 않는 대평댁이 허리를 뒤로 젖힌 채 화엄사 쪽을 바라보고 있다. 고정화면 같았다. 나는 점심약속이 있어서 읍내로 가려다가 차에서 내렸다. “엄니! 추운데 뭐 할라고 나와 서 계신대요. 옷도 얇게 입고.” 대평댁의 답은 짧았다. “간전성이 안 와요”잠시 설명을 끼우자면, ‘간전성’은 ‘간전댁 형님’의 줄임말이다. 택호(宅號)인 ‘○○댁’으로 부르지만 나이가 많은 분에게는 어머니들 간에 ‘형님’의 방언인 ‘성님’이나 ‘성’을 덧붙인다. 택호 어미인 ‘댁’의 발음이 야박하게 들리는지 ‘덕’으로 바꿔 불러서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는 떡이 넘친다. 일천떡, 용강떡, 오봉떡식이다.마을회관에선 주민들이 보통 점심을 같이 드신다. 식사 준비 담당...

    2025.01.0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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