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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산불 재난’과 그림자 이주민
    ‘산불 재난’과 그림자 이주민

    고온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2025년 3월, 전국적으로 크게 일어난 산불이 비로소 진화됐다. 31명의 사망자, 5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불이 진화된 이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은 3200여명에 달한다. 경남 산청군, 경북 의성군 등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들 역시 산불 피해를 입었다.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은 거주하던 경북 영덕군 마을에서 주민들을 직접 대피시키는 등 인명 구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태풍·홍수·지진과 같은 ‘자연재난’뿐만 아니라 화재·붕괴·폭발·다중운집 인파사고 등 ‘사회재난’ 역시 재난으로 규정한다. 정부와 국민에게는 재난을 막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부여된다. 특히 정부에는 재난 대응과 응급조치, 재난 복구 계획의 수립 및 시행 등 각종 의무가 있다. 이번 산불로 재난 사태가 선포돼 피해 지역에 긴급 지원이 가능하게 됐고, 특별 재난 안전 보조금 지급, 재난 구호 기금 지원 등이 이뤄질 예정...

    2025.04.06 20:35

  • [시선]세상 쉬운 정부의 쌀 대책
    세상 쉬운 정부의 쌀 대책

    뭘 했다고, 3월이 끝났다. 온 나라가 아프고 아침저녁으로 북풍이 남아 있는데 속없이 새로운 4월이다. 태생적 게으름으로 할 일만 태산이고 한 일은 미약하다. 감자 두둑이 곱게 늘어서고 고추 고랑을 다듬는 어머니들의 괭이질이 분주하지만 나는 텃밭 정리도 마치지 못했다. 나의 지지부진과 관계없이 형님들의 트랙터는 진흙을 하늘로 날리며 달리고 어르신들 논 한편에 내려앉은 못자리가 곱다. 여지 없이 씨나락을 준비할 시기다.얼마 전 농업인 실용교육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올해는 좀 잘해보겠다’는 각오의 첫걸음이다. 100년 넘게 유행하는 연말연시 금연 각오랑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된다. 마찬가지로 실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농업기술원에서 연구하는 분은 수업을 시작하면서 의외의 얘기를 했다. “제가 지금 이 강의를 하는 게 맞나 싶네요. 사실 이러면 안 되는데.”강의 제목은 ‘고품질 쌀 재배기술’이었지만 강의 내용은 쌀 생산 감축의 필요성이었다. 쌀 소비량이 감소했고, 재배...

    2025.03.30 20:53

  • [시선]‘제자리’를 찾는 풍경
    ‘제자리’를 찾는 풍경

    부패한 독재자 타도가 곧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1970~1980년대를 지나는 동안,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독재 타도!”에만 투영했기에 민주주의의 장애물이 오직 독재(자)인 줄로만 알았던 탓이다. 독재(자) 종식 후에 올 일상과 관계에서의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해 상상하지 않았기에, 민주화의 ‘주역’이자 ‘586 가부장’ 정치인들은 2017년 광장에서 그들과 함께 촛불정권을 탄생시킨 여성들의 목소리를 법과 정책에 반영하기보다, 집권기 내내 집안을 망하게 할 ‘암탉의 울음’쯤으로 치부했다. 당 지지율이 흔들릴 때면 자신들의 부족한 정치력을 돌아보기보다 여성가족부와 산하 기관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며 으름장 놨다. 그랬기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황당한 주장과 ‘여.성.가.족.부.폐.지’라는 더 황당한 공약 앞에 겨우, 그러나 당연하게도 5년 만에 무너졌다.지금은, 여성혐오로 호기롭게 출발한 대통령이 벌인 계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

    2025.03.23 20:45

  • [시선]특별히, 연장근로에 반대한다
    특별히, 연장근로에 반대한다

    또다시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큰 구멍이 뚫렸다. 반도체 연구·개발직 특별연장근로를 한 번에 최대 6개월까지 허용해주는 행정지침이 지난 14일부터 시행됐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입법의 경우 오래 걸리지만, 행정조치는 한 달도 안 걸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한 것이 지난 11일이다. 바로 다음날 정부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방안’을 마련했고, 이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확정·발표했다.놀랍도록 빠르게 처리된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위한 ‘릴레이 경주’는 애초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쏘아 올린 ‘반도체특별법’에서 출발한다. 반도체특별법안의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두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정부와 국민의힘이 입법 대신 시행령을 선택했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에서 윤석열식 ‘시행령 정치’가 여당과 야당, 정부 사이의 기가 막힌 삼각패스로 부활했다. 이뿐일까? 최상목 대행의 발 빠른 ‘말’...

    2025.03.16 20:54

  • [시선]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가 답?
    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가 답?

    정부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4000명을 각 가정의 육아, 가사 등 돌봄노동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올해 허가할 예정이다. 장기 체류자 가운데 취업이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 결혼이민자의 가족,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이수 후 취업활동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이는 서울시에서 시행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정부의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에서는 가구 내 고용 형태로 일하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 시범사업의 경우,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입국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돼 각 가정으로 파견되는 형태로, 해당 기관이 고용 사업주로서 근로기준법상의 책임 주체가 됐다. 그러나 정부 사업은 이미 장기 체류자격을 보유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허가하는 것으로 체류자격의 유지는 취업 활동이 아닌 유학이나 가족...

    2025.03.09 21:50

  • [시선]아무튼 봄
    아무튼 봄

    굳이 봄이다. 엊그제 눈 치우느라 애먹었고 계곡엔 살얼음도 남아있지만 달래, 냉이가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거부할 수 없는 봄이다. 움트고, 피어나고, 깨어나는 봄이 이곳 남도에서는 느낌이 좀 다르게 다가온다. 요맘때면 이유 없이 두통이 빈번해지고 경운기 시동 소리에 맞춰 심장이 요동을 친다. 고혈압이나 심부전의 문제가 아니라 계절성 정신질환에 가깝다. 몇년 새 증상이 악화하는 추세에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일단, 꽃으로 온통 난리가 난다. 어느 한 번 예외가 없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꽃은 ‘속씨식물의 유성생식기관’ 혹은 ‘종자식물의 번식기관’이다.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려고 화려한 편이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는 곤충처럼 환장한다. 보통 상춘객들 차량의 유랑 속도는 딱 시속 40㎞. 그나마 그대로 계속 가면 좋겠지만 편도 1차선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영 포인트가 아닌 곳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불쑥 내리곤 한다. 이렇게 저렇게 밭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가 무호흡 상태인 ...

    2025.03.02 20:43

  • [시선]스스로 생각 않는 청년의 의미
    스스로 생각 않는 청년의 의미

    ‘스카이’로 추켜세워진 대학교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어깨 펴고 다녔을 그 캠퍼스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성명서를 읽고 시위했다. 민주사회 시민에게 지금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수개월의 재판 시간도 아까울 만큼 간명한 문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그대로, 불콰해진 얼굴의 그가 TV에 나와 별안간 계엄을 선포하고, 여의도 하늘로는 연신 헬기가 날아들더니, 곧이어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쳐들어가는 ‘난리’를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뒤이은 포고령은 정적에 대한 ‘종북몰이’를 일삼던 자들이 오히려 북한을 ‘추앙’하듯 써 내려간 망나니의 언어로 꽉 차 있었다. 어떤 말로 정당화해도 이 목불인견은 곤히 잠든 한밤중에 들이 닥쳐진 흉포한 몽둥이질이다.쪼개져 ‘적’이 된 혈육을 머리에 얹은 채 살아온 모진 운명의 국민이기에 더 나은 의료, 더 편한 노후, 무상 공교육 등 더 좋은 삶을 희생하며 묵묵히 국방비를 감당해왔다. 이렇듯 혈세로 무장된 군인들이...

    2025.02.23 21:07

  • [시선]그래도 민주당은 다르다는 말
    그래도 민주당은 다르다는 말

    “이제부터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다 같다는 말 하지 마세요.” 12·3 계엄 이후 인문학 연구자들의 작은 공부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게. 그때는 윤석열이 계엄을 할 줄 몰랐지”라며 이어지던 말들 사이에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다수가 윤석열이 탄핵되면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한가. 2017년 박근혜 탄핵 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광장은, 시민들은 무엇을 기대했었나. 5·18 유가족 앞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 ‘비정규직 제로시대’ ‘저녁이 있는 삶’을 호기롭게 외치던 것과 달리 어떤 정책이든 빠르게 포기하거나 절충했다. ‘공약대로’ 추진하되, 여러 우회로를 만들어 제도를 내부로부터 허물어버렸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더니,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산입범위를 확대해 ‘올랐지만 오르지 않은’ 월급봉투를 들고 어리둥절해했던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기억할까.2017년 법 개정으로 주 52...

    2025.02.16 21:28

  • [시선]‘중국인 혐오’를 멈춰라
    ‘중국인 혐오’를 멈춰라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 자신이 선포한 계엄령에 관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의 군사시설 촬영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계엄의 발동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부정선거 및 중국의 선거개입설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국이 탄핵 촉구 집회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유상범 의원)는 등 사실 확인도 되지 않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정치권이 중국·중국인 혐오를 극우세력 결집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이주민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한남동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 중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임신했음을 호소하는데도 욕설하며 폭행을 가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또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공간에서는 “한국인 아니냐, 한국말 해보라” “말 안 하는 것을 보니 화교다”라는 등 검열 행위를 하며 욕설하는 무리...

    2025.02.09 20:56

  • [시선]경우가 없는 사람
    경우가 없는 사람

    “거 아주 경우가 없는 사람이여. 상종을 말어.” 농장 뒤편 아저씨의 느닷없는 말씀이다. 바른 말씀 잘하시는 아저씨는 방금 지나친 김씨를 가리켰다. “저놈이 몸 아픈 즈그 어매 모시기 싫어 요양원 델따놓고는 생전 가보도 않고…”로 시작해 마을 일에 협조 안 해 애먹었던 일, 자녀들이 속 썩여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고 욕먹던 일, 핥아놓은 개밥 그릇 같은 얼굴로 아줌마들깨나 꼬셨던 일까지 이어졌다. 어르신의 장광설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 지금도 차가 마주쳤는데 나보고 후진하라고 버팅기는겨. 지는 조금만 뒤로 가면 비켜설 데가 있고 나는 쩌어그 감밭 위에꺼정 빠꾸로 올라가야 허는디. 이건 경우가 아니잖어. 안 그런가?” 아저씨가 앞자락을 깔았던 건 단지 양보 문제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와 살아온 내력을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시골에 내려와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가 ‘경우’다. “사람이 경우가 밝아” 하는 말씀은 최고의 칭찬이지만 “경우가 없다”라고 평가되면 ...

    2025.02.0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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