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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1,106
  • [시선]전기는 평등한가
    전기는 평등한가

    “1984년부터 30여년간 서울의 짜장면은 14배가 올랐고, 버스요금도 10배가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9배 오르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연간 호당 정전 시간도 9.08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 품질을 유지한다.” 한국전력의 소식지(2019년 5월)에 실린 자부심 어린 소개글이다.어릴 적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이나 양초가 구비됐던 때를 생각하면 요즘의 전기는 참 고르다. 고르게 흐르는 전기를 저렴하게 보급한다는 한국전력의 자랑 이면에는 정규직의 반값도 안 되는 임금으로 하루 12시간씩 주간과 야간노동을 번갈아 하는 발전소 하청노동자가 있다.고른 전기를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석탄을 나르고, 석탄 저장고에 일정한 수준으로 석탄이 채워져야 한다. 이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하청노동자는 안구건조증과 치질, 허리디스크를 달고 산다.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지는 석탄은 수분 함량이 많아 묽은 죽 같다. 이는 기계의 잦...

    2025.08.03 21:21

  • [시선]또 다른 강제이주 ‘해외입양’
    또 다른 강제이주 ‘해외입양’

    가장 어린 나이에 자신의 국적국에 의해 강제이주를 당한 이주민들이 있다. 한국 출신의 해외입양인들이다.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 대부분은 아동복지시설을 거쳐 입양알선기관에 의해 외국의 양부모에게 인도된다.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에는 외국인이 한국에 방문해 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지 않아도 입양이 가능했다. 1980년대 해외 언론은 한국의 입양 시스템을 비판하며, 마치 홈쇼핑하듯 아기를 선택해 입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우편배달 아기(mail-order baby)’라는 표현을 썼다.해외입양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 및 미혼모 자녀가 대거 발생하자 정부는 이들을 보호할 수단을 찾지 못한 채 외국으로의 입양을 적극 추진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을 미국으로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것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아동복지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곧 구조화됐고 점차 산업화됐다...

    2025.07.27 21:14

  • [시선]귀농·귀촌 후배들에게
    귀농·귀촌 후배들에게

    가끔 귀농·귀촌 계획을 가진 분들의 연락을 받는다. 유행처럼 쏟아져 내려올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까지는 자신이 없지만 ‘나 혼자 산다’ 정도는 해보고 싶은 딱 그 정도인 듯하다. 빈집도 찾고 내놓은 땅도 둘러보다가 차 한 잔 앞에 두고 살아온 내력을 털어놓는다. 듣다 보면 이후의 흐름과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상담차 찾아오신 분들도 그렇고, 이곳 어르신들도 여전히 내게 물으신다. “여가 고향이요?” 아니라고 답한 이후 문답은 천편일률이다. 부모님 고향이 이짝이요? 아뇨, 두 분 다 경기도 분이세요. 구례에 친척이라도 있소? 아뇨, 서울에서만 살았어요. 그 전에 농사는 지어봤소? 아니요. 농촌활동 가본 게 다예요. 근디 왜 내려와서 이 고생을 허시까.14년 전 이맘때 야반도주하듯 새벽 이삿짐을 싸서 내려왔다. 탈출이었다. 20대 후반 입사 첫날 훈련소 교관 같은 한 선배의 “절이 싫으면 ...

    2025.07.20 21:04

  • [시선]정부 내 야당 같은 여가부이길
    정부 내 야당 같은 여가부이길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대통령 파면의 교훈은 모두 ‘제자리’를 찾는 이때 되새김직하다. 1995년 베이징 유엔 세계여성대회 성 주류화 채택에 따른 한국의 2001년 여성부 신설은 유엔의 성평등 확산 의지에 대한 동참 약속이다. 국가의 약속을 깨려던 그 공약은 그러므로 ‘틀렸다’. 현재 여가부의 확대·개편이 논의 중이라니 반갑기만 하다.2001년 여성부는 페미니즘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장관이 되든, 2025년 여가부는 페미니즘에 입각한 부처임을 명시하고, 그간 인터넷 게임 셧다운 등 이해 불가한 수많은 결정은 페미니즘을 포기했기에 나온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무지한 정치인들이 페미나치로 페미니스트를 멸칭한 지 오래고, 페미니즘이 왜곡돼 일부 남성들의 여성혐오 동기가 된 지도 꽤 됐다. 그러니 제한된 지면 위 짧은 페미니즘 소개에도 ‘악플’이 따를 테지만, 기사회생한 여가부가 유엔에 약속했듯 한국 사회 성평등 확산을 위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페미니즘 정치를 해...

    2025.07.13 21:05

  • [시선]트라우마, 2차 산업재해
    트라우마, 2차 산업재해

    중대재해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노동자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의 동료들도 그렇다. 고인이 사망한 ‘공작설비동’ 건물 2층에는 한전KPS 2차 하청업체의 사무실이 있다. 동료들은 일하러 나가는 길에,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기계에 끼여 죽음에 이른 동료의 시신을 그대로 목격했다. 관리자들은 ‘보지 말고 사무실로 들어가라’고 했지만 사고 현장에는 어떤 가림막도 설치되지 않았다.동료의 마지막을 본 뒤, 사무실로 들어간 동료들의 시간이 아득해졌다. 시신이 수습되고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세 시간. 이 세 시간이 각자의 몸과 정신에 어떤 상처를 남겨 놓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김충현의 동료들은 3주째 트라우마 상담 치료 중이다. “처음에는 잠도 못 잤어요. 자꾸 생각나고… 그래도 이젠 많이 좋아졌어요”라고 이야기해주는 동료가 있지만, 그도 나도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 잠정적임을, 언제라도 다시 그를 사고 현장으로 데려다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

    2025.07.06 20:54

  • [시선]아리셀 참사 1년, 바뀐 것은
    아리셀 참사 1년, 바뀐 것은

    경기 화성시의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아리셀 공장에서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었다. 이 사고로 23명의 작업자가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추진했고, 대형 폭발 발생 전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조치 없이 작업이 재개됐다. 아리셀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 심사를 거쳐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위험 요소들이 방치된 곳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도, 유증기를 막을 환기시설도 없었다. 비상구 문은 정규직만 열 수 있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탈출할 수 없었다.피해자들은 불법 파견과 도급 형태로 고용된 이주노동자였다. 이들은 기본적인 안전 교육도 받지 못했다. 대피로 안내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일했다. 외국국적동포 체류자격을 가진 이들이 다수였다. 단순노무직에서 일할 수 없는 자격이지만, 피해자들은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를 포장·...

    2025.06.29 20:55

  • [시선]친환경 농사의 딜레마
    친환경 농사의 딜레마

    담장의 능소화가 바닥으로 흐른다. 먼 산은 봄 단풍 블라우스를 벗고 진초록 패딩으로 갈아입었다. 반복되는 변화지만 늘 새롭다. 자연에 반해 시골로 오는 사람들이 있다. 15년 전 나도 그랬다. 지켜보면 늘 곱기만 하던 자연이지만 더불어 살다 보니 좀 달랐다.벼농사는 모내기 두 달 전 볍씨를 물에 담그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판이 못자리에서 자라는 동안 메뚜기 이마보다 빤지르르하게 논두렁을 깎는다. 논을 갈아엎고, 흙을 잘게 부수고, 물을 쏟아붓고 진흙을 만들어 화투판 담요처럼 빤빤하게 펼쳐야 한다. 거기에 약 10㎝ 깊이로 물 높이를 유지하며 새는 곳을 찾아 미장하듯 손으로 처발라도 물은 꾸준히 샌다. 기계가 작업하기 편하도록 물을 뺐다가 이앙기가 6줄로 예쁘게 똥을 싸듯 모를 꽂으며 돌아다니면 모내기가 끝난다. 그리고 바로 물을 다시 대고 풀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사실 모든 작업이 자연에 반(反)하는 과정이다.농사라는 게 하나하나 사람 손이 가야 하고, 어울려 자라는 ...

    2025.06.22 21:08

  • [시선]동덕인 여러분, 고맙습니다
    동덕인 여러분, 고맙습니다

    성별, 세대, 신체조건 등의 ‘다름’으로 구성원을 가르고, 그중 약해 뵈는 편을 향한 멸시로 다른 한편의 표를 주워 온 그가 이번 대선의 후보까지 됐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게다가 무려 8%대의 지지를 얻었으니 머잖아 트럼프 같은 괴물을 한국도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계엄 전 명태균과 엮여 이름이 오르내리자, 동덕여대 학생 시위를 ‘비문명’으로 낙인찍으며 관심을 피하려 했지만, 그것 역시도 여성에 대한 폄훼로 남성 청년의 표를 낚으려는 속셈임을 아는 이들은 다 안다. 동덕여대 시위는, ‘쥐뿔도 모르면서’ 권력에만 눈이 벌게진 마흔의 정치 선동가에 의해 날조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지난해 11월 이사회의 공학 전환 논의가 학생 시위를 촉발했고, 언론은 사안의 배경과 본질보다 ‘과격한’ 학생들이 ‘착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뺏고 학교에 피해를 줬다며 연일 1980년대식 보도를 해댔다. 그러나 당시의 비장한 구호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진 않는다”는, 공학 전환이 그 정도의 저항...

    2025.06.15 20:57

  • [시선]김충현의 이재명은 다른가
    김충현의 이재명은 다른가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를 100% 수용하겠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낙연이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원을 위촉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당시 조사위원 모두 국무총리의 말을 듣고 놀랐다. 이 정부가 ‘김용균 사망사고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구나’ 했다. ‘김용균 특조위’는 이례적일 만큼 정부의 지지를 받으며 출발했다. 2019년 9월 특조위는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를 폐지하고 평등한 안전을 강화할 22개 권고안을 제시하고 특조위가 참여하는 이행점검기구를 권고했다.그러나 보고서 제출 후 정부 태도가 바뀌었다. ‘이행은 정부의 몫이다’라며, 이행점검에 특조위원 참여를 배제했다. 김용균 특조위가 조사 내내 우려한 것은 보고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정부 캐비닛 안에 잠자는 것이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22개 권고안은 모두 각 정부부처가 이해한 대로, 입맛대로 바뀌었다. 권고안은 시작도 전에 누더기가 됐다.그러는 사이 발전소의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2025.06.08 21:05

  • [시선]표 없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표 없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했다.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출해야 하기에, 대통령 선거일은 6월3일로 결정됐다.사전투표는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전국 곳곳에서 치러졌다. 점심시간 무렵, 사무실 근처 사전투표소에는 병원 유니폼을 입은 청년부터 보행 보조기를 짚은 노인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 일터에서 잠시 짬을 내온 이들도, 천천히 한 걸음씩 움직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자란 이렇게 각양각색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 불린다. 사람들이 모이고, 토론이 벌어지며 방송사들은 투표율과 개표 상황을 밤늦게까지 생중계한다. 그러나 이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 국적의 이주민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누구도 뽑을 수 없다. 일부 영주권자에게만 지방선거 투표권이 제한적으로 주어지지만, 이마저도 박탈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2025.06.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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