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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쿠팡 영업비밀 ‘블랙리스트’
    쿠팡 영업비밀 ‘블랙리스트’

    쿠팡이 지난 7년간 일용직, 계약직으로 일한 노동자들의 재취업 ‘걸러내기’용으로 작성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이 공개됐다. 쿠팡은 무려 1만6450명의 명단을 만들어 관리해왔으며, 여기엔 취재 제한을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70여명의 언론사 기자 명단도 포함돼 있다. 쿠팡은 정당한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하지만 퇴직자를 포함해 계약해지돼 더 이상 인사관리가 필요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인사평가는 들어본 적 없다. 특히 쿠팡은 비공개 자료인 경찰청 출입기자 등의 명단을 어떻게 입수해 블랙리스트에 올렸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그동안 쿠팡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노동자들의 입을 통해 알려져왔다. 때로는 ‘소문’으로, 때로는 관리자의 입을 통해 확인된 사실로 존재했으나 명백한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증언과 경험은 ‘허위사실’로 치부됐다. 그러다 2021년 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졌다. 마켓컬리도 블랙리스트 관리를 인정했고, 노동부 역시 마켓컬리를 기소해...

    2024.03.10 20:05

  • [시선]다양성 보장되는 국회를 바란다
    다양성 보장되는 국회를 바란다

    국회의원을 뽑는 제22대 총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회의원은 4년 동안 국민의 대표로서 법을 만들고 정부의 예산을 심사하여 행정부를 견제하는 커다란 권한을 가진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따른 민주주의 정신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가장 구체적인 과정이 바로 선거이다. 그래서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자 축제라고 부른다. 평소와 달리 각양각색의 점퍼를 입은 국회의원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지하철 입구나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 ‘축제’라는 표현이 아주 틀린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선거는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선거기간이 끝나면 선출된 권력은 또 현실에서 멀어진다. 대의제가 등장했던 근대국가 시절 정치 철학자 루소는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오직 선거하는 동안만 자유롭고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다시 노예가 된다고 지적했다. 화려한 선거가 끝나고 노예의 삶을 남기지 않으려...

    2024.03.03 20:02

  • [시선] 봄이 와서 참 좋다
    봄이 와서 참 좋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지구가열화로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렸다. 이러한 기상 환경이 봄철로 이어지면 작년 늦가을에 심어 둔 양파에 노균병 같은 병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선 지금부터 여러 가지 약제(농약)를 바꿔가며 뿌려야 한단다. 한 종류 약제를 뿌리면 그 약제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독한 농약을 뿌리면 양파는 살아날지 모르지만 흙은 병들고 지하수도 오염될 것이다. 농약은 개울로 흘러 강으로 바다로 갈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몸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앞으로 병든 농작물을 살리려고 서너 번 뿌리던 농약을 대여섯 번 뿌려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이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쓸쓸하다. 아무튼 겨울이 지나가고 산골 마을에도 봄이 오고 있다. 지난겨울엔 집과 마을회관에서 움츠리고 계신 마을 아지매(할머니)들과 ‘몸살림운동’을 함께해 보았다. 말 그대로 스스로 몸을 살리는 운동이다. 머리를 들고 허리를 세우고 가슴...

    2024.02.25 20:12

  • [시선] 인구 말고 사람을 말해야 바뀐다
    인구 말고 사람을 말해야 바뀐다

    내가 사는 면의 어린이집에 올해 새로 들어온 원생은 한 명이다. 어린이집 관계자인 이웃은 작년 내내 이 걱정을 했다. 어린이집이 폐원되면 곧 초등학교로 영향이 가고 결국 폐교가 되면 이어 거주민이 줄어들고 행정서비스와 의료서비스 기관들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일상생활이 더 불편해지고 거주민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일어나 삶의 질이 악화된 여러 마을의 경우를 봤다고 했다. 이 마을이 얼마나 살기 좋은지 보여주면 다른 곳에서 이주를 해오지 않겠냐며 마을 홍보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큰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다는 말이 이어졌다. 불과 50여년 전인 1970년대 한국 정부는 온갖 정책을 동원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했다. ‘덮어놓고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정책 표어를 당시 사람 중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10년마다 10억명씩 사람 수가 늘어 2086년에는 세계 인구가 104억명까지 되어서 지구수용한계를 넘는 ...

    2024.02.18 19:58

  • [시선] 애도폭력과 애도시위
    애도폭력과 애도시위

    어떤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행위가 폭력이 될 수 있을까? 애도행위가 아무리 부적절하고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폭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최근 벌어진 일련의 소동을 나는 ‘애도폭력’이라 부르고 싶다. 지난 1월23일 충남 서천시장 화재를 배경으로 이뤄진 윤석열·한동훈 회동이 비판받는 이유는 단지 ‘정치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쇼가 재난 현장을 주목하게 하는 대신 재난을 지워버렸다. 서천시장 292개 점포 중 227개가 불에 타, 80%가량의 생존터가 사라진 대규모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터진 정치적 갈등, 그러니까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연기만 수십대 카메라 앞에서 선보이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지금까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찾은 재난 현장 중 이렇게까지 재난이 삭제된 경우가 또 있을까. 차라리 그 둘이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시커먼 잿더미 위에서 눈물짓는 늙은...

    2024.02.04 20:36

  • [시선] 사람 사고파는 계절노동자제
    사람 사고파는 계절노동자제

    농어촌 지역의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를 목적으로 농번기에 외국인 노동자를 잠깐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계절노동자’ 정책이 있다. 계절노동자들은 3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국내에서 일한 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초단기간 외국인력 정책으로 설계되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정책으로 법무부 등 정부 부처로 구성된 배정심사협의회에서 지자체별 인원만 정해주고, 그 이후부터는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인력을 모집하고 관리한다.전문가들은 계절노동자 정책 초기부터 이런 민간송출 방식의 초단기 순환형 인력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외국인 노동자가 오직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해 3개월 동안만 일하고 돌아가는 정책은 외국인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입국하는지 현실을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는 인권을 침해하는 강제력을 동원한다. 출국을 담보하기 위해 여권을 빼앗거나, 거액의 보증금을 납부토록 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기존 고용허가제...

    2024.01.28 20:16

  • [시선] 밥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밥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누어 먹을 곳이 없어 애태우다, 2019년에 마을회관을 지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이 봄날 연둣빛 새순처럼 새록새록 떠오른다.농촌 마을은 몇가구 이상 모여 살면 나라에서 마을회관을 지어 준다. 그런데 마을회관 지을 터는 마을에서 구해야만 했다. 그런데 내가 이 마을에 들어오고 13년이 지나도록 그 터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2017년 어느 날, 마을회관 지을 수 있는 터를 하동 할머니가 내어 주셨다. “갈수록 마을 사람들이 나이 들고 몸도 불편한데 함께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그냥 내어 주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기쁜지 밥을 먹지 않고도 배가 부르고 잠까지 설쳤다. 그러나 마을회관 지을 터에 언덕이 있어 굴착기로 평탄 작업을 하고, 언덕 쪽에는 큰 돌을 쌓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큰비가 와도 언덕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평생 농사밖에 모르고 살아온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기쁜 마음으...

    2024.01.21 20:15

  • [시선] 새해엔 셈법 바꿔보기로 했다
    새해엔 셈법 바꿔보기로 했다

    물가가 자꾸 올라 걱정들이 많다. 안 오르는 건 월급밖에 없다고들 한다. 물가가 올라도 농산물은 여전히 헐값이라 살기 막막한 건 매한가지라는 얘기도 들린다.어린 시절, 물가와 월급의 관계가 궁금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먹고살아야 돈을 벌러 나갈 수 있다. 그러니 물가가 오르면 밥 사먹을 월급도 올라야 한다. 그런데 월급이 오르면 생산비가 오른다. 기업은 오른 생산비를 충당하고 이윤도 챙기기 위해 다시 물건값을 올린다. 그러면 또 물가가 오른다. 꼬리를 문 문제를 생각하다가 머릿속만 복잡해진 어린 나는 그만 흥미를 잃고 질문을 관두었다. 요즘 강연이나 회의 때문에 종종 고속열차를 탄다. 그때마다 열차 내 모니터에서 기업유치를 위해 지자체들이 만든 홍보영상을 보게 된다. 자기 지역이 ‘기업 하기 좋은 곳’이라고 앞다퉈 주장한다. 기업 하기 좋은 곳이란 어떤 곳을 말하는가. 결국 생산비용이 덜 들어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곳을 말할 것이다. 일찍이 한...

    2024.01.14 20:14

  • [시선] 누가 중대재해법 무력화하나
    누가 중대재해법 무력화하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으나 마나 한 종이호랑이법이 될 처지에 놓였다. 중대재해법은 문재인 정부 때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한 채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당선 초기부터 경제계의 입장을 대변하듯 중대재해법을 과잉입법으로 몰아세웠다. 1월27일이면 3년간 유예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적용시기를 2년 더 늦추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총 등 경제 6단체도 이달 27일로 예정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해달라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예를 요청하는 주요 논리는 “중소영세 사업장의 취약성, 준비부족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중대재해법의 범위를 축소하고 유예했던 논리이기도 하다. 이는 과거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란과 닮아 있다. 지금까지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스스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나 불합...

    2024.01.07 20:15

  • [시선] 인권과 공존 위한 이민정책
    인권과 공존 위한 이민정책

    새해가 시작했다. 2024년 첫 해맞이에 작은 소망을 담아본다. 올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인구집단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이주배경주민(이주민)이다. 우선 역대 가장 많은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체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직전 체류 외국인 숫자는 252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 이후 2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가 2023년 11월 230만명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했다. 게다가 올해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역대 최대’ 규모 이주민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의 저출생과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령인구, 이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등 우리 사회 만성적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대안으로 이주배경인구 증가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와 접근 방법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단기체류만 가능한 순환 형태 노동이민을 늘려왔다면 이제는 장기거주가 가능한 이주민을 ...

    2023.12.3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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