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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 인권과 공존 위한 이민정책
    인권과 공존 위한 이민정책

    새해가 시작했다. 2024년 첫 해맞이에 작은 소망을 담아본다. 올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인구집단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이주배경주민(이주민)이다. 우선 역대 가장 많은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체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직전 체류 외국인 숫자는 252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 이후 2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가 2023년 11월 230만명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했다. 게다가 올해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역대 최대’ 규모 이주민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의 저출생과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령인구, 이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등 우리 사회 만성적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대안으로 이주배경인구 증가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와 접근 방법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단기체류만 가능한 순환 형태 노동이민을 늘려왔다면 이제는 장기거주가 가능한 이주민을 ...

    2023.12.31 19:48

  • [시선] 어떤 이야기를 원하십니까?
    어떤 이야기를 원하십니까?

    가장 오래된 옛날 ‘상고시대’를 상상하여 구현한 드라마 <아라문의 검>은 최초의 국가 ‘아스달’을 통해 문명과 인간의 길을 묻는다. 이방인과 소수자를 혐오하고 인간을 착취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문명,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약탈적 전쟁, 공포와 불안을 이용하는 정치와 종교 등 드라마가 보여준 세계는 ‘오늘’이 품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행히도 ‘예언의 아이들’이 나타나 거대한 문명과 맞서 싸워 승리하여 폭력과 공포, 차별과 착취의 세계를 끝내고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며 드라마는 끝난다. 그 결말은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인간의 역사란 갈등과 저항, 퇴행과 진보가 뒤숭숭하게 엮인 이야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는 세계는 그런 이야기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앞으로 쓸 이야기의 첫 페이지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원하는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까?드라마는 각 인물 간의 적절한 갈...

    2023.12.29 19:46

  • [시선] 새해에도 스승님 뒤를 따라
    새해에도 스승님 뒤를 따라

    이 시대 참스승이 누구냐고? 천 번 만 번 물어도 대답은 똑같다. 한평생 농사지으며, 그것도 ‘돈벌이 농사’가 아닌 ‘살림살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산골 할머니이시다. 그분들은 학교 문 앞에도 못 가보고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뭔지도 잘 모르신다. 그러나 자연 순리에 따라 이웃들과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살다보면 반드시 ‘착한 뒤끝’이 있다는 것쯤은 어느 누구보다 잘 아신다. “사람이 그냥 밥 묵고 살다 죽으모 되지. 밥 묵고 살자고 남을 속이고 괴롭히모 쓰겠냐? 돈 좀 벌어보겠다고 집을 두세 채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그렇고. 투기로 땅을 사고파는 것도 그렇고.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할 돈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그게 다 천벌받을 짓이야. 집이고 땅이고 돈이고 누가 많이 가지모 가난한 사람은 우찌 묵고살겠노? 가난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해서 우리 멕이고 재우고 입히는데…. 새와 벌레도 집이 한 채잖아. 그라이 천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야. 씰데없이 많이 갖...

    2023.12.24 19:59

  • [시선] 부산호소인이라는 호소
    부산호소인이라는 호소

    배우 강동원이 인기 유튜브 채널인 피식대학에 출연해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야기를 하자 패널 중 이용주는 자신도 ‘부산인’이라 주장한다. 태어나 3세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다는 그의 어색한 부산 방언에 모두가 그를 놀리며 ‘부산호소인’이라 부른다.부산인 검증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블루베리스무디’를 영화 <친구>의 대사인 “니가 가라 하와이”와 같은 억양으로 읽는다든지, ‘이거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의 억양이 문장의 의미처럼 끝없이 올라가는 것, ‘2 /2 /e /e ’가 모두 다르게 발음되는 것 등이 있다. 부산 방언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쓰는가가 ‘찐부산인’과 ‘부산호소인’을 구분하는 방법인 셈이다.억울하거나 딱한 사정을 남에게 간곡히 알린다는 뜻의 호소.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부산 방언을 잘 쓰지 못하는 이용주가 억울할 만도 하다 싶을 때, ‘호소인’이라는 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았다. 2020년 박원순 성폭력 사건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미...

    2023.12.22 22:05

  • [시선] 여자도 군대 갔다면, 달라졌을까
    여자도 군대 갔다면, 달라졌을까

    76세이신 어머니는 명절을 제외하고도 1년에 여섯 번의 기제사를 준비하신다. 50년째다. 이제는 친척들도 돌아가셨거나 고령이시기에 찾아오시는 분도 거의 없다. 심지어 82세 아버지와 단둘이서 기제사를 지내시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도 등장음식 만큼은 변함이 없다. 절하고 일어나는 것도 벅차하시지만, 새해 달력에는 언제나 제사일부터 적으신다.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자, 해야 된다면 파격적으로 횟수를 줄이자, 하더라도 음식을 간소하게 하자 등등의 논쟁이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아버지 평생의 가치관이 수정되진 않았다. 어머니가 너무 고생하시니 생각을 달리할 때가 되었음을 본인도 아시지만 엄숙하게 여겼던 평생의 기준을 끊어버리는 게 쉽지 않으신 듯하다. 그렇게 ‘성차별’은 일상이 되었다. 할머니 제사에서도 할아버지 술잔부터 따르는 게 원칙인 남존여비 유교행사가 어찌 성별 평등하게 준비되겠는가. 하지만 아버지 입에서 “여자는 군대를 안 가니까, 당연히 해야지”라는 말이 나온 적은 없다....

    2023.12.17 20:19

  • [시선] 함께 상을 차리자
    함께 상을 차리자

    동네 마을활동 성과공유회에서 오랜만에 남성 발언자를 만났다. 인사하러 온 기관장이나 담당공무원이 아니고 정말 마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중장년 남성분은 사실 만나기 쉽지 않다. 이분도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껴 집 밖으로 동년배들을 끌어내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이에 대한 소감을 나눠주셨다. ‘집집마다 오도카니 있는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며 이들이 왜 고립되는지 또래 입장에서 나름의 분석을 유쾌하게 해주셨는데, 결론은 ‘남자들은 남의 집 밥상에 밥숟가락을 놓을 줄 몰라서’라고 하셨다.내 집도 아니고 남의 집에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니, 재밌는 이야기에 저절로 귀가 쫑긋해졌다. 그러면서 몇가지 기억이 되살아났다. 몇년 전까지 평일 늦은 시간에 진행하는 공부모임에 참여했는데, 간단한 식사를 곁들이는 자리였다. 그런데 매번 식사를 차리고 설거지하는 사람은 항상 여성들이었다. 내가 어려서인가 생각해봤지만, 내가 물러난대도 싱크대를 이어받는 쪽은 언니들이었지 남성들은 아니었다. 모두...

    2023.12.15 20:17

  • [시선] 열사의 산업재해
    열사의 산업재해

    택시운전사 방영환에게 견딜 수 없었던 것은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보다 사장의 모욕과 무시였다. 21개의 택시회사를 소유한 사업주가 제공한 불결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은 무시의 물질적 표현이었다. 방영환은 2019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원 2명으로 시작해 7명이 되자 사측의 무시는 괴롭힘으로 변했다. 승객이 구토한 차량을 세차도 하지 않은 채 배차했고, 한여름에 에어컨이 고장난 차량을 내주기도 했다. 사측은 방영환을 괴롭히고 탄압하다 해고했다. 방영환은 홀로 싸웠다.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1·2심을 거쳐 대법원 해고무효 선고까지 3년의 질긴 싸움 끝에 결국 복직이 되었다. 2022년 당시 방영환의 싸움이 짤막하게 기사화되었다. “나는 이기고 돌아온 택시운전사” 기사 제목이 이제야 눈에 밟힌다.다시 돌아온 택시노동자 방영환을 사측은 더 잔혹하게 괴롭혔다. 사측은 계약직으로 전환, 8종 이상의 ‘각서’,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깎을 수 ...

    2023.12.10 20:42

  • [시선]비자폐인의 ‘결핍’
    비자폐인의 ‘결핍’

    내가 보람과 효능감을 느끼는 일은 젠더, 빈곤, 장애, 불평등에 대해 사회적 의미를 생산해내는 말하기와 글쓰기, 그 의미를 구현하는 공동체를 위한 프로젝트 기획이다. 고연봉은커녕 풀타임 고용도 안 되니까, 생계 노동도 병행해왔다. 후자를 할 땐 뭔가를 ‘꺼둬야’ 했다.올해 주된 생계 노동은 서울대형 RC(기숙형 대학) 사업을 개시하는 LnL시범사업단 근무였다. 거의 신입생 270여명의 생활, 학습 지도를 맡은 대학원생 조교로 일했다. 처음엔 충실한 직장인으로 일할 작정이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업단의 수족이에요.학기 초에 꼬마 퀴어 커플이 찾아와 말했다. 여긴 안전하지 않은 느낌인데, 조교님은 어른이잖아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고. 여긴 다양성이 멸종한 공동체니까 그렇지. 결국 소수자 관점의 서사(김초엽), 이성애 결혼-가족 제도 밖 늙음과 죽음(한채윤), 의료 보건 중심 양적 연구의 한계(김새롬), 장애운동의 역사와 ...

    2023.12.08 23:10

  • [시선] 이주노동자 존재 선언
    이주노동자 존재 선언

    고용허가제, 사용자에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용자의 ‘고용’을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다. 2003년 8월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그 다음해인 2004년부터 시행되어 올해로 20년이 되었다.고용허가제 도입 전 외국인 노동자는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1994년 도입된 산업연수생 제도는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를 개발도상국에서 우리나라에 일을 배우러 온 ‘연수생’으로 부르며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 달 평균 276시간, 하루 종일 일을 시키면서 월급 대신 ‘연수비’, ‘훈련수당’이란 이름으로 월 30만~40만원을 지급했다. 임금 체불,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도 전혀 받지 못했고, 사업장에서 위험한 일은 모두 연수생들 몫이었다. 법의 탈을 쓴 노예제도와 다르지 않았다.제도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제도 밖으로 빠져나간다. 2003년 기준 산업연...

    2023.12.03 20:34

  • [시선] 사랑은 두려움을 넘어섭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넘어섭니다

    몇주 전, 개신교 주요 교단의 성소수자 차별적 법과 제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 참여했다. 발제자들의 발표를 듣는 동안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들렸다. 꼼꼼하고, 집요하고, 악랄하게 성소수자를 차별하자는 의견을 ‘뜨거운 사명감’에 도취된 신앙의 언어로 기록한 것을 보고 있노라니, 저들과 내가 믿는 신이 과연 같은가 의심이 되었다. 그 의심은 절망에 가깝다. 내가 믿고 따르는 신앙의 언어가 누군가를 혐오해도 된다는 확신으로 활용될 때 나는 절망한다.물론 그들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해서 성소수자들이 죄에서 돌이키길 원한다고. 나는 그걸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으로 포장된 두려움이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세계가 무너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들이 두려움을 상쇄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삭제’다. 눈앞의 성소수자를 삭제하고, 그 성소수자를 지지하거나 축복한 목회자를 삭제하고, 그런 결정에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을 삭제하는 것.한 목회자가 ‘출교...

    2023.12.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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