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뛰고 있어요.” 지난 5월28일 쿠팡의 배송전문 자회사 쿠팡CLS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던 정슬기씨(41)가 사망하기 전 남긴 쿠팡 측과의 문자메시지다. 전국택배노조는 심근경색의증이라는 사인을 근거로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사망 전 하루 10시간이 넘는 야간 고정노동을 수행했다.그는 1t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로, 건당 수수료를 받고 배송하는 쿠팡의 간접고용 노동자다. 대부분의 배송기사들은 특수고용직으로 ‘위장된 자영업자’의 삶을 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자는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도 일하는 남다른 ‘결심’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 ‘월급쟁이’만큼 벌 수 있다. 특수고용직, 간접고용과 같이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들은 모두 노동자가 자영업자의 신분을 뒤집어쓰고 일하는 불안정한 노동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소비자들의 ‘중단 없는 소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야간노동과 주말노동이...
2024.06.30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