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죽음’과 관련된 피해자는 두 번의 피해를 경험한다. 개별의 ‘사건’은 저마다 다르다. 일하다 죽거나 재난·참사의 피해자가 되는 각각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첫 번째 ‘사건’ 이후, 진실에서 소외되는 체계적인 박탈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의 피해가 발생한다. 이들은 ‘피해자의 가족’에서 ‘피해자’가 되는 경험, 살아서 ‘유가족’이 되었지만, 그 ‘사건’의 피해를 ‘사건 이후’ 겪어낸다는 점에서 또 다른 당사자이자 주체가 된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자 기존의 재난·참사 피해자들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다 꼬리만 남은 비행기의 잔해를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 비행기 꼬리는 각자 자신들이 겪은 ‘사건의 원점’과 포개어진 것 같다. 무너진 백화점의 철골이 튀어나온 그을린 벽 앞에, 가라앉는 배 위에, 불에 타다 못해 녹아내린 지하철 안에 자신의 삶을 묶어놓은 유가족들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고 ...
2025.01.19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