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가 되면 늘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수록된 엽편소설 ‘벽 - 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다. 소설은 작가인 ‘나’가 의사인 친구에게 가볍게 하소연하며 시작한다. 그럴싸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써서 신문사의 편집장에게 주기로 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어떤 영감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벽에 부딪힌 것 같다니까!” ‘나’는 탄식한다.그러자 의사인 친구가 말한다. “벽이라고? 그렇다면 자넨 이미 멋진 주제를 찾아낸 것 같구먼.” 친구는 어느 해 12월31일 빈민가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해준다.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따뜻함이 필요한 연말이었다. 그만큼 홀로인 사람은 더욱 사무치게 외로워지는 날이기도 했다. 의사는 슬프게도 일찌감치 생을 마감한 젊은 청년의 사망 확인을 위해 가난한 동네를 찾아간다.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는 밤이었다. 도착한 방은 너무나 초라하고 싸늘했고 그날...
2024.01.02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