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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가정 임종의 행운을 더 많이 누리자면
    가정 임종의 행운을 더 많이 누리자면

    사람의 출생과 사망은 반드시 신고해야만 하는 사건이다. 특히나 사망은 ‘어떤 이유로 사망했는지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이 함께 있어야만 완성되는 ‘의료적/법률적 사건’이다. 무슨 이유로 돌아가셨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있어야 하니, 우리는 적어도 죽을 때는 의사를 만나야만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전공의 시절 병원에서 일할 때, 이미 돌아가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응급실로 들어오시는 이들이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돌아가신 지가 한참은 지났다는 거다. 어떤 경우는 병원에 남겨져 있었던 평소 의무기록을 참고하여 시체검안서를 받아 가시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아무런 기록이 없어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흉부촬영이나 두부CT 검사를 받기도 했다. 모두 병원에서 사망하지 못하여, 즉 의사의 사망선언을 받지 못해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기 쉽지 않아 무작정 응급실로 오는 경우들이었다.방문진료를 ...

    2023.11.14 20:34

  • [공감] 유서 깊은 나라의 천박한 정치
    유서 깊은 나라의 천박한 정치

    사주에 역마살이 들었나 싶었다. 어린 시절엔 군인 아버지 따라 전국을 떠돌더니, 직장에 들어가서도 대도시는 물론 웬만한 군단위 지역까지 출장을 다니며 잦은 여관살이를 했다. 서울과 경상도 일부를 제외한 지역발전 격차를 체감한 시간이었다. 다양한 나라의 사회와 역사, 문화에 관심이 많다보니 배낭여행도 이른 나이에 시작했다. 바쁜 생활 중에도 꽤 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녔고, 해외출장이나 파견연수도 세상 보는 눈을 넓혀주었다. 야간열차나 밤버스로 장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광활한 국가들은 도착하는 곳마다 전혀 다른 기후와 풍광으로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문명과 종교의 교류, 왕조의 흥망성쇠가 활발했던 곳들은 수도만이 아니라 지방 도시들도 이국적인 매력의 거리와 유적, 예술품들이 넘쳐났다. 마을도 사람과 같아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자신만의 개성과 스토리가 풍부하고 자부심도 강하다. 파견근무로 한동안 머물렀던 일본이나 영국도 그랬다. 도쿄, 런던만이 아니라 작은 도시도 볼거리...

    2023.11.07 20:27

  • [공감] 박정희를 왜 또 부를까
    박정희를 왜 또 부를까

    산업화와 민주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추모식에 참석해 그가 이룬 “산업화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되었다”고 말한다.첫 번째 질문.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주역은 박정희였나? 일찍이 손호철은 동아시아 네 마리 용의 고도성장은 박정희 등 개발 독재 지도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산업자본가를 키우게 된 농지개혁(한국과 대만) 혹은 지주계급의 부재(홍콩과 싱가포르), 그리고 자본주의 우월성을 보이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지원이 핵심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근호 역시 <박정희 경제신화 해부>를 통해 미국의 자본주의 ‘쇼윈도전략’이 한국 경제성장의 원인이라고 언급한다. 한국의 베트남 파병을 기회로 긴밀한 관계가 된 미국은 공업화 경제개발 모델로 한국을 선택한다. 모델이 된 한국의 성공을 위해 미국 주도의 ‘바이 코리아 정책’은 한국을 수출지향형 공업화 국가로 만드는 계기가 된다.두 번째 질문. 산업화는 한국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었...

    2023.10.31 20:33

  • [공감] 적대주의를 넘어 서로 함께 살아가기
    적대주의를 넘어 서로 함께 살아가기

    우리 집에는 매일 전투가 벌어진다. 히어로와 악당, 로봇과 괴물, 해적과 해군이 온 집 안을 파괴한다. 아들만 둘인 집이라 어쩔 수 없다. 오늘도 편을 나눠 놀다가 한쪽이 울고, 둘 다 혼나는 엔딩이 반복되고 있다. 첫째가 특히 편 가르기를 잘한다. 민초파와 반민초파, 부먹파와 찍먹파뿐만 아니라, 아이폰과 갤럭시, 남자와 여자, 한국(인)과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에 편을 가른다. 물어보니 편 가르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짜뉴스나 헛소리다. 가급적 하나하나 바로잡아 보려 노력하지만, 귀찮을 땐 그냥 혼내고 넘어가기도 한다. 편 가르고 노는 건 좋지만, 상대방을 깎아내리기보다 우리 편을 칭찬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말이다.문득 우리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의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대’는 일상이다. 그 작동원리인 반지성주의 역시 뿌리가 깊다. 서로를 반지성주의라고 ...

    2023.10.24 20:27

  • [공감] 방문진료와 스마트폰
    방문진료와 스마트폰

    얼마 전 내가 일하는 곳에 의대를 지망한다는 고등학생들이 견학을 왔다. 사전 학습으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미래 의료의 모습에 대한 얘기들을 나눴다고 한다. 역시 이과생들. 우리가 방문진료도 하는 의료기관이라고 했더니, 현재 방문의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기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기술과 기기의 발전이 방문진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질문, 혹은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방문진료를 위해 어떤 기기가 더 필요할 것인가 하는 질문.방문진료에 우리가 들고 가는 기기들을 떠올려 봤다. 혈압계, 혈당계, 손가락 2개 크기의 산소포화도 체크기, 욕창의 진물을 빨아내는 작은 모터가 달린 거즈, 심지어 손바닥 크기의 초음파기기까지, 참 많은 것들을 들고 다니지만, 사용 횟수나 의존도 면에 역시 압도적이라고 느껴지는 건 스마트폰이다.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방문진료의 모습은 어땠으려나. 미리 유선전화로 진료 약속을 다 잡고 출발해야 했겠지. ...

    2023.10.17 20:43

  • [공감] “안 돼”와 “하지 마”를 회피하는 부모들
    “안 돼”와 “하지 마”를 회피하는 부모들

    초등학교 4학년 때 잠시 틱증상을 겪었다. 물건을 만질 때, 예를 들어 전기 스위치를 켜거나 끌 때도 반드시 세 번을 두드려야 마음이 놓였다. 스스로도 이상 증세를 감지했지만 원인은 성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엄마는 늘 학기 초가 아닌 종강날 학교를 찾아가 답례 인사를 하셨는데 담임은 원하는 게 많은 사람이었다. 욕구불만에 찬 교사의 교묘한 차별과 냉기가 아이에겐 불안감의 원천이 됐던 것 같다.얼마 전 유사한 방송 사연을 듣다가 그 시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난 사람이어서 엄마도 알고 계셨다고 한다. “발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나이에 그런 일을 겪어 더 자신감 있게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는 나의 반농담 반진담 하소연에 엄마는 태연한 척 답하셨다. “그런 위축된 경험도 있어서 이만큼이나마 사람이 된 거 아니겠니?” 어이없지만 웃음이 나왔다. 겪지 않는 게 좋았을 일이고, 그 일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해악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

    2023.10.10 20:34

  • [공감] 교수, 지식 장사꾼인가
    교수, 지식 장사꾼인가

    침묵하는 대학이 대다수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에 8개국 15개 도시에서 215만명이 반대 서명하고 대응을 촉구할 때도 한국의 대학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국 사회가 ‘죽은 지식인의 사회’라 한다. 지식인은 누구이며, 그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장 폴 사르트르를 다시 불러본다. 그가 본 지식인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중간자적 위치다. 지배계급은 지배와 통제를 위해 효율적 수단을 개발할 중간자의 지식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국가 권력에 봉사하고, 체제 옹호자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이 즐비한 곳이 교수 사회다. 지식을 무기 삼는 그들은 특권 의식이 강하고, 지배계급에 가깝다. 교수들은 왜 지식인 위치에서 멀어졌을까?체제 옹호자의 지식 품팔이에서 벗어나 사회적 모순을 깨닫고, 피지배 계급의 고통을 실천적 운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지식인이 된다. 사르트르가 본 지식인의 의무는 지배계급의 착취를 폭로하고,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지...

    2023.10.03 20:33

  • [공감]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지난 주말, 한국에서 공부하는 미국·일본·중국 대학원생들과 부산에 다녀왔다. 1박2일 동안 을숙도 생태공원, 북항, 영화의 전당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버스로 왕복 12시간이 걸렸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른 학교, 학과에 소속돼 만날 일 없던 대학원생들은 금세 절친이 되어 일정 내내 붙어 다녔다.3개국 대학원생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의 공식 언어는 한국어였다. 방문지에 대한 설명이나 특강 역시 한국어가 기본이었다. 자국 출신이 아닌 사람과 대화할 때도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사용했다. 대학원생들은 공식적인 행사 일정이 끝난 뒤 늦은 시간까지 한국어를 중심으로 영어·일본어·중국어에 손짓발짓까지 섞어가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과 학문에 대한 열의, 낯선 타국에서 공부하는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다.사회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인 해외유학생보다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이 더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해외유학생은 2017년 2...

    2023.09.26 20:23

  • [공감] 여러분, 국가검진 잘 받읍시다
    여러분, 국가검진 잘 받읍시다

    올해도 가을 바람이 선선해지기 시작했으니 건강검진센터가 더 바빠지는 시기가 돌아오고 있다. 20~30대 젊은 세대들의 국가검진 수검률이 낮은 것이 걱정이라는 1~2년 전 기사를 읽은 뒤부터 나는 우리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20~30대들이 국가검진을 잘 받고 있는지 열심히 챙기기 시작했다. 우리 의료기관을 찾아오는 20~30대 환자들 중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많다. 자연스레 젊은 트랜스젠더들의 국가검진을 챙기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올해 국가검진 대상자라는 사실은 둘째치고, 국가검진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분들도 많다.어차피 트랜스젠더 성별 확정을 위한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호르몬 수치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3개월에 한 번씩, 안정적이 된 후에도 최소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은 전반적인 신체검진을 포함해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 검사를 위해 내원한 분들에게 국가검진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오늘 혈액검사 중 일부를 국가검진으로 돌려서...

    2023.09.19 20:34

  • [공감] 무도한 세상 속 무해한 세계의 상상
    무도한 세상 속 무해한 세계의 상상

    “가장 든든한 노후대책은 결혼 안 한 딸”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런 것 같다. 내 주위를 둘러봐도 미혼의 친구들이 노부모의 삶에 실제적인 도움과 활력을 주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딸들이다. 아들이 부모님을 모시던 시대에도 사실상 며느리들의 일이었던 것을 보면, 돌봄 노동은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건 여성과 약자들의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노동에서 자유로운 이들 또는 남성들이 부럽다거나 억울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갈수록 가사·돌봄 노동의 중요성과 가치를 크게 인식하게 되었기에 의무교육이나 군대처럼 모든 사회 구성원의 필수과정이 되는 세상을 상상해 보는 중이다. 어떤 존재도 예외가 없는 생로병사를 온몸으로 체화하며 깨닫는 인생 이해능력이야말로 핵가족, 노령화, 디지털 시대의 기본 역량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다. 아이·노인·환자 등 취약하거나 소외된 존재의 신체와 정서, 생활을 접하고 보살피는 경험. 느린 발걸음과 어눌한 말투와 서툰 행위들에 눈 맞추고 ...

    2023.09.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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