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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일어나 앉으면 달라지는 것들
    일어나 앉으면 달라지는 것들

    뇌경색으로 3년 동안 누워만 지내시던 환자분을 일으켜 앉도록 하기 위해 수동 관절운동을 진행하던 우리에게 보호자가 물었다. 환자분은 의식은 있었지만, 3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지낸 탓에 모든 관절이 굳어져 있어 일어나 앉기가 쉽지 않았다. “아파하시는데, 꼭 해야 해요? 어차피 못 움직이시는데 앉는 게 그렇게 중요해요?”“네, 중요해요. 누워 계시는 것보다 앉으시는 게 훨씬 건강해요. 돌보시기도 편하고요. 그러니까 저희가 알려드리는 걸 매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일어나 앉으면 생활하는 데 여러 이점이 있다. 누워만 있으면 꼬리뼈 뒤쪽에 욕창이 생기기 쉽다. 꼬리뼈는 피부가 얇고 지방이 없는 부위이기 때문에 조금만 눌려져도 욕창이 잘 생긴다. 게다가 한번 욕창이 생기면 대변과 소변이 흘러내려 고이는 위치라 잘 낫지 않는다. 일어나 앉으면 대개는 좌골에 압력이 가해진다. 좌골만 해도 근육과 지방층이 도톰하게 자리 잡고 있어 꼬리뼈보다 훨씬 낫다. 자세 변화(체위 변...

    2023.08.22 20:33

  • [공감]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 정책, 이대로 좋은가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 정책, 이대로 좋은가

    민간 및 공공 연구·개발비 투자 선도 국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불균형의 사회. 이를 진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혁신 정책에 관한 OECD 리뷰 코리아 2023’이 지난달 출간됐다. 올해는 대한민국 ‘제5차 과학기술 기본계획(2023~2027)’이 시작하는 해로, 이 검토 보고서는 한국의 과학기술혁신(STI) 정책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평가자들은 먼저 정부가 그리는 STI 정책의 비전이 부처 간 ‘따로국밥’임을 꼬집는다. 일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채택한 2045년 과학기술 미래전략이 기획재정부의 중장기 경제사회 정책 로드맵과 엇박자임을 지적한다. 정부 부처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수레바퀴를 함께 굴리는 정책 수립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책자는 한국이 반도체와 정보통신(ICT) 등 일부 분야에서는 뛰어나지만, 인공지능(AI)·생명공학은 추격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고, 여전히 중소기업과 재벌, 제조업과 서비스업, 도시와 농촌 간에 불평등이 놓여 있다고 진단한...

    2023.08.08 20:36

  • [공감] 인공지능시대, 문과가 필요할까
    인공지능시대, 문과가 필요할까

    초등학교 4학년 첫째의 꿈은 요리사다. 우주비행사, 조향사였다가 또 바뀌었다. 르 꼬르동 블루에 가겠다니 큰일이지만, 문과는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다. 1학년 둘째의 꿈은 백수다. 아빠가 인체를 개조해서 200년 동안 먹여 살리라는데, 잘 타일러서 100년 정도만 할 생각이다. 어차피 문과는 백수라고 하니, 그냥 처음부터 백수인 게 낫겠다 싶었다. 문과가 ‘문송’한 지 이미 오래다. 인문학은 ‘사회에 쓸모없는, 일종의 유희’로 여겨진다. 의대 못 가면 이과 가고, 이과 못 가면 문과 간단다. 문과 나와 취직하려면 코딩을 배워야 한단다. 문과대 앞에는 대학에서 급여 일부를 지원하는 정보기술(IT) 회사 인턴십 홍보물이 걸려 있다. ‘문과라서 죄송하지만 받아 주시면 안 될까요’ 같은 느낌이다.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자료를 취합해 번역하거나 글을 쓰고, 이를 정리해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수월해졌다. 열 명의 문과생이 ...

    2023.08.01 20:31

  • [공감] 해석의 힘
    해석의 힘

    아이들의 아빠는 내게 자신의 양손 손바닥을 펼쳐 보여주었다. 여기저기 붉은 수포가 어지럽게 돋아 있는 손바닥. 엊그제 진료실에서 얘기한 대로 아이들에게 수족구를 옮았나보다. 연달아 수족구에 걸려서 힘들어했던 아이들이 겨우 좋아진 후, 그 아이들의 아빠가 인후통이 심하다고 진료실에 왔었다. 나는 감기일 수도 있지만, 수족구일 수도 있겠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이틀 후 손바닥에 돋은 붉은 수포로 수족구가 확진되었다. 수족구의 원인 바이러스가 콕사키바이러스에서 엔테로바이러스로 바뀐 후 간혹 수족구에 걸리는 성인들이 있다. 수족구에 걸렸던 성인들이 많지도 않지만, 그 대다수는 아이들의 엄마이거나 어린이집 교사였다. 내 진료실에서 수족구에 걸린 성인 남성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 남성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면역력이 낮아 아이들이 걸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아플 때 많이 돌보셨나봐요. 멋진 아빠시네요.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고열에 힘들...

    2023.07.26 03:00

  • [공감] 예민함에 대한 오해와 이해
    예민함에 대한 오해와 이해

    여러 커뮤니티에서 ‘예민함 테스트’가 화제다. 생각보다 예민하게 나왔다거나 둔감하게 나왔다거나, 우울·불안증 항목에 가까워 보인다거나 하며 수다꽃을 피운다. 정확성과 상관없이 성격테스트는 늘 관심의 대상이라 유행처럼 돌고돈다. 무수한 성격표현 단어들이 그렇듯이 ‘예민함’의 의미도 간단치는 않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고, 정상 범주라면 모든 일에 예민하거나 둔감할 수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불안할 때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에 민감하고 까다로워진다. 평소와 달리 과민해진 모습을 느낀다면, 비난이나 자책 이전에 상황과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특정 분야의 예민성은 재능과 관련이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청각에 민감해야 음악을 할 수 있고, 미각에 까다로워야 요리사가 되고, 소외된 음지의 사람살이까지 통찰해야 좋은 정치가나 리더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민함이란 ‘느끼는 수준만이 아니라 대응과 표현의 수...

    2023.07.19 03:00

  • [공감] 용산 정치의 카르텔
    용산 정치의 카르텔

    2023년의 대한민국은 마치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노태우 정권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중앙 부처 차관으로 보내 범죄와의 전쟁 선발대 인사를 마쳤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신임 차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반카르텔 정부”임을 자처하고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다 할 국정철학이 보이지 않던 정부의 운영 기조가 ‘이권 카르텔의 해체’라는 공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검사의 시각에서 본 범죄자와 피의자 인식은 공직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에 응답하듯, 지난 9일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 출신인 임상준 환경부 차관 취임 후 신설한 레드팀 첫 회의에서 반드시 혁파해야 할 대상으로 이권 카르텔을 꼽았다. 문제는 이권 카르텔을 규정하는 인식이다. 윤석열 정부의 자유는 규제산업과 신산업 등 시장과 기업의 자유에만 몰두했지, 사회적 약자의 자유는 철저히 외면...

    2023.07.12 03:00

  • [공감] 임금 노릇 하기도 어렵고 신하 노릇 하기도 쉽지 않다
    임금 노릇 하기도 어렵고 신하 노릇 하기도 쉽지 않다

    잠자리에 누웠던 첫째가 대성통곡했다. 쪽지 시험을 쳤는데 아무래도 0점 같단다. 예전에 20점 받고 혼난 일도 끄집어냈다. 그 점수를 받고도 공부할 생각이 없어 보여서 한 소리였다. 선생님은 ‘킬러 문항’ 없이 초등학교 4학년에 맞는 문제를 냈을 터다. 좋은 경험했으니, 방학 동안 아빠랑 복습하자. 이렇게 한참을 달래 겨우 재웠다. 선생 노릇도 어렵고 학생 노릇도 쉽지 않다. 생각해보면, 사회적 역할 중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 통치자는 그중 가장 심할 것이다. “사람들의 말에 ‘임금 노릇 하기도 어렵고 신하 노릇 하기도 쉽지 않다(爲君難爲臣不易)’고 합니다. 만일 임금 노릇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 이 한마디 말이 나라를 흥하게 하는 것을 기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마디로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논어 자로편).핵심은 그 역할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있다. 통치자라는 역할의 무게를 깨닫고 겸허한...

    2023.07.05 03:00

  • [공감] ‘안심’을 처방하기
    ‘안심’을 처방하기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아, 이런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에요”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다. 설명하기 힘든 증상으로 인해 막연한 불안감이 스칠 때, 잘 설명하여 안심하시도록 하는 것은 주치의의 역할이다. 어찌 보면 1차 의료 주치의의 핵심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안심’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거나,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우선은 위중한 질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의학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뿐만 아니라 주치의인 나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훌륭한 설명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명확한 처치나 약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래서 우리 1차 의료 주치의들끼리는 이것을 두고 ‘안심을 처방한다’고도 한다.안심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유가 필요할 때가 많다. 총콜레스테롤이 너무 높은 것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상담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HDL...

    2023.06.28 03:00

  • [공감] 자랑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들
    자랑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들

    자랑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인정욕구의 발현이다. 과하면 흉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상호인정 품앗이’는 사회적 윤활유로 기능하는데, 굳이 안 해도 되는 자랑이 있다면 운동과 독서가 아닐까 싶다. 과시하지 않아도 전달되고, 때론 타인이 더 정확하게 노력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라서다. 어떠한 성분과 품질의 식재료를 섭취하고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자랑하지 않아도 혈색이나 신체의 상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몸 관리를 해 본 사람이라면 더욱 잘 파악할 것이다. 몸은 몹시도 정직해서 단 1g도 이유 없이 증감하지 않으며, 물만 먹고 찌는 살이나 운 좋게 생기는 근육 같은 것은 없다. 독서도 비슷하다. 과시하지 않아도 언어와 태도를 보면 알 수 있고, 지식과 통찰력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잘 파악할 것이다. 정신도 몸만큼 정직해서 꾸준한 학습과 자기성찰의 노력 없이는 성장과 성숙에 한계가 있고 도태되기도 쉽다.어린 시절 왕성하게 뛰놀며 생성된 근력이 평생 건강의 중추가 되...

    2023.06.21 03:00

  • [공감] 붕 떠버린 복지국가
    붕 떠버린 복지국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이 민주화라는 날개를 장착할 때만 해도 우리는 복지가 다른 날개 한 축이 돼 행복한 대한민국을 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항쟁 30여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망은 옅어지고,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은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복지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국가는 복지정책이 모든 구성원의 건강권, 안락한 환경권, 삶의 행복권 추구를 목표로 해야 한다. 지난 5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사회보장 전략회의’가 열렸다. 윤 대통령은 현금 복지와 관련해 보편적 대신 선별 복지를 언급했다. 사회보장 서비스의 경쟁을 통한 시장화·산업화를 강조했다. 범위를 넘어선 사회보장은 사회를 갉아먹는다는 그의 생각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사회보장만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 내용이 2024∼2028년에 걸친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의 기본 틀이 될 것이라 하니, 이 정부의 인식에 우려가 앞선...

    2023.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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