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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아, 혁명이여
    아, 혁명이여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이영도 시인의 ‘진달래’에 어김없이 4월은 온다. 1980년대 대학가의 4월은 늘 이 노래로 물들었다. 1960년 4월19일. 남한에서 일어난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에서 일어난 최초의 시민혁명이었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린 역사적 사건이었다.국가보훈처가 앞으로 3년간 46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라 한다. 대한민국의 초대∼3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국가보훈처 지원사업 대상으로 삼을 만한 국가유공자인가? 논란은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이승만 1기 정부(1948∼1952)는 광복 후 친일 청산이 주요한 시기였다. 일제강점기 때 자행된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반민족행위...

    2023.04.19 03:00

  • [공감] 정치학이 쓸모가 있나요
    정치학이 쓸모가 있나요

    “정치학 전공하면 나중에 정치할 건가?” 숱하게 받아온 질문이다. 중·고생들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반 농담으로 “정치외교학과 나오면 정치와 외교 빼고 뭐든 다 잘한다”고 답했다. 실제 선후배 중에 정치나 외교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가끔 정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먹고사는 문제와 무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정치외교학과 진로개발>(이태동·백우열·최선 공저, 2019)의 부제가 “정치학 해서 뭐 해먹고 살래?”다. 정치학이 ‘먹고사니즘’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지금도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학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생활인으로서는 ‘정치학 해서 먹고살기’ 쉽지 않음을 절감하고 있다.교육자로서 강단에 설 때면 더 큰 딜레마를 느낀다. 분명 내가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문인데도 이게 학생들에게 쓸모가 있을까 자조할 때도 있다. 학생들은 로스쿨에 가기 위해 더 좋은 학점을 ...

    2023.04.12 03:00

  • [공감] 방문진료와 트랜스젠더
    방문진료와 트랜스젠더

    얼마 전 의과대학에 가서 본과 4학년 후배들 앞에서 ‘장애인과 거동불편 환자에 대한 지역사회 방문의료’에 대한 강의를 했다. 후배들 앞에 강의를 하기 위해 서자, 이들 중 몇명을 2년 전에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그들이 본과 2학년이었을 무렵 성소수자 의료와 관련한 의과대학 수업이 처음 생길 때 그 수업의 기획과 강의에 나도 참여했던 터였고, 학생들은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료기관의 실제 운영 모습을 보러 실습을 나왔다. 그때 내 강의 주제는 ‘성소수자를 위한 지역사회 1차 의료’였다. 같은 학생들 앞에 전혀 다른 듯 보이는 주제의 강의를 하기 위해 섰지만, 나는 그것이 서로 다른 주제인 듯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에 그 수업에 나를 초청했던 친구부터가 그랬다. 대학병원의 공공진료센터에서 근무하며 방문진료를 맡고 있는 교수로, 우리는 성소수자의료연구회 활동도 같이하고 있으니까. 성소수자 의료에 관심 있는 많은 의료인들이 장애인과 거동불편 환자에 대한 방문진료에도 관심이 있고, 그 ...

    2023.04.05 03:00

  • [공감] 우리가 챗GPT보다 나은 유일한 점
    우리가 챗GPT보다 나은 유일한 점

    부부 모임에서 호스트가 게임을 제안했다. 라벨을 가린 4병의 와인을 시음한 후, 남편은 자신의 부인에게 각각의 특징을 묘사하고 부인은 어떤 병의 술에 대한 표현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설명 방법은 맛과 향, 빛깔 등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제한되었다. 첫 번째 부부는 세계 각지의 와이너리를 여행 다닐 만큼 와인 애호가였다. 남편은 전문가답게 미디엄바디, 버터리, 허베이셔스 등의 표현들을 사용해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눅이 들 정도였다. 두 번째 부부는 모두 문학 교수여서 남편은 한 잔 마실 때마다 짧은 시를 읊었다. 별장에서 바라본 계곡의 물줄기라든가 깊은 사랑의 표현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토록 멋들어진 표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부인들이 맞힌 답은 0~1개 정도였다. 마지막 부부의 부인은 비싸고 좋다는 술이나 싸구려나 구별도 못할 만큼 와인에 문외한이었는데 4개를 모두 맞혔다. 남편이 부인을 잘 알고 있어서, “가장 달다, 두 번째로 달다, 세 번째로 달다, 가장 안...

    2023.03.29 03:00

  • [공감] 당신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나요?
    당신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나요?

    2021년 12월5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김은혜 대변인은 정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의 소통을 강조한 민주주의 소신을 역설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윤 후보를 향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통솔력”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2022년 3월20일. 임기 시작 50일을 남기고,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밝힌다. 군의 심장부가 부랴부랴 이삿짐을 꾸렸고, 측근들의 속도조절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불통과 독주, 독선 정치의 첫 신호탄이었다.2022년 6월8일. 대통령이 된 그는 미국을 예로 들며, 법조인의 정·관계 진출이 법치주의 국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대통령실은 물론 법무부, 법제처, 보훈처, 행정안전부를 돌아 금융감독원장까지 검찰 출신으로 도배한 정당성을 얘기한다. 같은 생각을 지닌 내 사람들이니 술자리는 편할지 모른다. 토론의 정치는 실종되고 충성 경쟁의 피...

    2023.03.22 03:00

  • [공감] 대표란 무엇인가
    대표란 무엇인가

    대표가 위기다. 거대 양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상대 당대표를 공격한다.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대통령 자격 없다’고 적은 손팻말도 등장했다. 정부 입장을 옹호한 부산시장 역시 시장 자격이 없다고 한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소위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치인 대다수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예로부터 정치는 대표적 안줏거리였다. 기승전결도 뻔하다.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다가(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전운이 감돌고(승), 의견 차이로 술자리가 파투날까 싶다가도(전) “애초에 정치인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고, 그럴 생각도 없다”라는 회의론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다(결).이런 회의론은 갈등의 가능성을 줄이지만 무관심은 증폭시킨다. 골치만 아프고 답도 없는 문제에 괜히 얼굴 붉힐 필요 없으니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시쳇말로 정치가 술자리 3대 금기 중 하나가 된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

    2023.03.15 03:00

  • [공감] 안심하고 진료받고, 안심하고 진료하기
    안심하고 진료받고, 안심하고 진료하기

    원장님, OO 직원이 환자분 주사 놓고 나서 바늘에 찔렸어요. 그 환자분 감염성 질환에 대한 이전 검사 기록은 아무것도 없어요. 환자분께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니 혈액검사에 동의해 주신다고 해요. 어떤 검사를 하면 될까요? B형 간염, C형 간염, HIV, 매독까지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주삿바늘 찔림을 통해 옮겨질 수 있는 질환들이다. 물론 검사비는 모두 환자분이 아닌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고, 모두 비보험이다. 그 질환이 의심될 만한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환자분께 모든 결과가 음성이라는 검사 결과와 함께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2주 전에는 우리 협동조합의 치과위생사 직원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환자분 진료를 마친 후 퇴근해 가서 보니 손가락이 찔려 있더라는 것이다. 환자분이 다른 감염성 질환은 없는 상태라고 하...

    2023.03.08 03:00

  • [공감] 권력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권력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겼다. 아이도 있다고 한다. 언어로는 표현 못할 참담한 나날이겠지만 30여년 결혼생활에 이혼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한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일.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재산분할 결과 6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부부의 총재산은 5억원 정도인데, 유책사유도 없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 내외라는 것이다. 법의 문제일까. 판결의 문제일까. 노소영씨가 수년간의 이혼소송 끝에 받게 된 판결 금액이 부부 재산의 1.2%라고 한다. 남편이 물려받은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분류되어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2022년 기준 가구당 평균자산 5억원 수준으로 환산할 때, 4억8000만원은 개인 유산으로, 공동으로 모은 재산은 2000만원 정도로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결혼 생활 34년간.특정 재벌가의 가정사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재산 형성 과정이나 각자의 기여도를 알지 못하거니와 1.2%도 언감생심의 금액이라 나 같은 서민이 걱정할 생계문제도 ...

    2023.03.01 03:00

  • [공감] 글로벌 대학, 글로컬 대학…뭔 소리니
    글로벌 대학, 글로컬 대학…뭔 소리니

    수도권대학은 살아남는다. 지역 거점 국립대 몇몇을 제외한 많은 지방 대학은 오래전부터 재정 적자에 시달려왔다. 등록금에 목을 매는 영세한 지방 사립대는 등록금 동결이 늘 눈엣가시였고, 학령인구 감소는 장차 이들이 쓸 독박이 될 것이다. 지역 대학의 몰락이 지방 소멸을 가속한다는 말이 언론을 가득 채웠다. 급기야 돈줄을 쥔 교육부가 2027년까지 비수도권대학 3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해 대학당 5년에 걸쳐 1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체 426개 고등교육기관 중 수도권과 거점 국립대를 제외하고 30곳만 살리겠다는 뜻과 별반 다르지 않다.그런데 정작 글로컬 대학의 정체를 모르겠다. 사회학자 롤런드 로버트슨이 198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쓴 이 용어는 세계적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이 존재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어떻게 지방대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 지역 사회와 경제를 이끈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1000억원이면 지방대가 글로벌 대학이 되는...

    2023.02.22 03:00

  • [공감] 세계시민주의는 실패한 걸까
    세계시민주의는 실패한 걸까

    베트남 냐짱에 왔다. 밤늦게 출발해 새벽에 도착하는 고된 비행 일정이었다. 고통 받는 아이들, 불안한 부모들, 그걸 지켜보는 나머지. 승객은 이렇게 세 종류로 나뉘었다. 초등학생 둘에 부모님까지 모신 우리 일행은 이 모두에 해당됐다. 다섯 시간 남짓 공중에서 펼쳐진 ‘혼돈의 카오스 대 환장 파티’가 끝나고 비로소 호텔 침대에 몸을 뉘었다. 피곤이 극에 달했지만, 낯선 온도와 냄새, 오토바이 엔진과 경적 소리에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모든 고통에 이유가 있듯, 온 가족이 사서 고생한 의미가 있길 바랐다.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경험시켜주고 싶다. 즐거운 경험을 다양하게 했으면 한다. 외국어 앞에 주눅들지 않고, 외국인 친구도 쉽게 사귀었으면 좋겠다. 낯선 음식도 가리지 않고, 다른 문화에도 쉽게 적응했으면 한다. 그렇게 자라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자유롭고 멋진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과 욕심이 뒤섞인 잠꼬대를 하며 겨우 잠들었다.지금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

    2023.0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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