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운명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갖게 된다면 아마도 인간의 노력과 무관하게 운명이 흘러가는 상황에 직면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운명의 존재를 굳게 믿고 실패를 막을 구체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때때로 개인의 기도를 넘어서 부적이나 굿, 그 이상의 것을 통해 운명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만약 이러한 인간의 노력을 미신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조선은 이런 노력의 성상들을 파괴하며 건국한 국가이다. 고려는 정치적으로 풍수지리와 점사 등에 크게 의존했고, 왕과 관료들은 민란이 생기거나 국정에 문제가 생기면 도읍을 옮겨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고려의 정치인들은 ‘운명’을 조절함으로써 국가를 유지하려 했다면, 조선의 건국자들은 이런 생각이 정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유학자들은 구체적인 정치, 행정, 사회질서의 구축을 추구했고, 미신으로 정치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비판하였다. 인간이 운명에만 매달리게 되...
2022.09.28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