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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무겁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무겁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아니, 트럭이 이렇게 화려하고 예쁠 수가 있는 건가?” 인도, 파키스탄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형형색색의 컬러와 독특한 문양, 장식 등으로 꾸며진 트럭들을 볼 수 있다. ‘트럭 아트’로 불릴 만큼 높은 수준이라 산업도 번창 중이다. 이들이 차량꾸미기에 이토록 정성을 쏟는 이유는, 거대한 영토를 장시간 오가는 운전자들에겐 트럭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안식처이자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서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신체와 영역을 가꾸고픈 본능이 있다. 몸에는 문신이나 타투를 하고 손발톱을 치장하고 머리카락을 물들이거나 묶고 꼬고 볶는다. 패션과 주거공간, 자전거나 차량 역시 확장된 신체여서 나다움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몸과 마음이 오래, 깊이 머무르는 장소나 물건일수록 자아를 투영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나 폰꾸(폰 꾸미기) 같은 문화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이 자연스러운 본능이 도외시되는 영역들이 있다. 노약자나 취약계층이 사용하는 ...

    2022.07.20 03:00

  • [공감] ‘법대로’ 3인방
    ‘법대로’ 3인방

    ‘법대로’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법대를 졸업했으니 그들이 다녔던 길 역시 ‘법대로’였을 것이다. 사법시험을 보고 검사가 되었으니 삶 대부분을 ‘법대로’ 보냈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에서 계속된 보수 단체의 시위에 대해서도 ‘법대로’를 외친 대가는 현직 대통령 사저에서 벌어진 데자뷔 시위였다. 징계받던 검찰총장은 검찰의 독립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이 되자 복사하듯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식물 총장은커녕 검찰총장은 아직 공석이다. 지난달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법대로’의 대응을 강조했다. ‘법대로’의 테두리에 갇힌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강해 부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고, 후로도 계속되었다.법은 개인의 자유를 갹출해 만든 사회 강제규범이다. 법과 도덕이 함께 사회를 유지한다. 법을 너무 내세우면 도덕은 땅에 떨어진다는 공자의 격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법치는 필요하나, 지나치게 강조하면 부러진다. 한비자도 너무 강해 부러...

    2022.07.13 03:00

  • [공감] 기억과 반기억의 역사, 그리고 ‘황사영백서’
    기억과 반기억의 역사, 그리고 ‘황사영백서’

    조선이 남긴 방대한 국가 기록 중 특히 역모와 같은 중죄인들을 심문한 기록인 <추안급국안>에는 흥미로운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1801년 신유사옥의 기록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황사영백서>이다. <황사영백서>는 신유사옥 당시 황사영이라는 27세의 천주교인이 북경 주교에게 보내는 편지로, 당대 조선의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서, 유럽의 전함을 불러들여 조선의 문호를 열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게 해야 하며, 조선을 중국의 속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 반국가적인 언술로 채워져 있는 글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가와 정치가 종교에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글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황사영백서>의 전부일까? <황사영백서>의 특징을 반국가적 요소로 성급하게 규정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이 북경 주교에게 청탁하는 편지의 형식을 띠고 있다 보니 자주 망각하게 되는 것은 황사영이 서신의 대부분...

    2022.07.06 03:00

  • [공감] 비난받아 마땅한 환자는 없다
    비난받아 마땅한 환자는 없다

    만 12세 여자 아이들에게 일명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알려져 있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예방주사를 무료로 접종하는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에 2016년부터 참여해 오고 있다. 이 사업에는 무료 예방주사만이 아니라 성적인 발달 상태를 체크하고 생식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2015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피임과 관련한 구체적인 교육내용이 모조리 빠졌다는 것에 분개하던 나는, 그렇다면 내가 만나는 친구들에게라도 필요한 내용을 전달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는 사마귀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사마귀 바이러스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떤 건 피부 사마귀를 만들고, 어떤 건 자궁경부암, 항문암, 구강암 같은 암을 일으키지.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는 게 좀 이상하지? 하지만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암은 많아. 간암도 간염 바이러스가 일으키거든. B형 간염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비...

    2022.06.29 03:00

  • [공감] 자신이 진보 혹은 보수라는 착각
    자신이 진보 혹은 보수라는 착각

    나이들수록 좋은 것이 참 많다. 부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도 그중 하나다. 나에게 좋은 부모였는가를 넘어 한 인간의 입체성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청년 시절 바라본 아버지는 꽤나 보수적이고 완고해 보여서 반항을 많이 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 만화는 유해한 것이라 믿던 시절, 책과 함께 양질의 만화를 자주 사다주셨다. 지금 보니 명작 반열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늘 바쁜 중에도 가족 생일엔 작은 이벤트라도 했고, 정기적으로 맛집, 영화 등 문화경험을 시켜주셨다. 쉬는 주말엔 직접 레시피를 궁리하며 요리를 하셨다. 의견이 달라도 강요보다는 경청하고 토론하셨다. 20세기 중반세대의 고루한 남성성 속에 놀랄 만큼 진취적인 면이 공존했던 분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니, 일본에서 나고 자라셨다. 당시 일본은 경제만큼 문화적으로도 한국보다 100년 이상 앞선 나라였다. 아버지는 근미래에서 오셨던 것이다. 내 ...

    2022.06.22 03:00

  • [공감] 교수 식당이 대학을 죽인다
    교수 식당이 대학을 죽인다

    한국의 대학 건물 중 괴물 같은 명칭은 단연 교수 식당 내지는 교직원 식당이다. 밥 먹을 때도 신분 직함을 따져 장소를 갈라놓았으니, 갈라치기의 원조 격이다. 한적한 교수 식당에 비해 학생 식당은 늘 많은 사람으로 긴 줄을 서야 한다. 허기를 달고 사는 학생들은 낮은 가격의 학생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서너 시간 뒤 시장기로 뒤틀린 창자의 교향곡을 들으며 공부하고 연구한다. 미국 대학에 오니, 교수나 학생 구분 없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에 줄만 서면 되었다. 먹는 장소의 차별이 신분에 따라, 그것도 지성을 대표한다는 대학에 버젓이 존재하는 나라였다. 저명인사 초청 세미나. 컵과 음식물에 엑스 표시를 한 스티커가 강당 앞에 붙어 있다. 세미나실에서는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교수들이 대부분 강당 앞부분에 앉고, 학생들은 주로 뒷자리부터 메운다. 교수만을 위한 지정석을 표시하는 때도 있다. 미국은 세미나 시간에 따라 점심 또는 간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자기가 가...

    2022.06.15 03:00

  • [공감] 사회적 비판의 맥락을 들여다봐야 할 이유
    사회적 비판의 맥락을 들여다봐야 할 이유

    소응천이라는, 삼남(三南)에서 이름을 떨쳤던 선비에게는 첩이 한 명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나타나 그에게 자신을 첩으로 삼아달라고 부탁한 뒤 같이 살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어느 양반집의 종이었는데, 아홉 살이 되었을 때 그 집이 권세가에 의해 멸문을 당했다. 가족 중 아가씨와 자신만이 겨우 목숨을 건진 뒤 검술을 배워 원수를 갚기로 맹세한다. 이 어린 소녀들은 남장을 하고 헤매다가 겨우 자신들을 가르쳐줄 검객을 찾았고, 열일곱이 되자 검술은 물론 공중을 날아다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녀들은 도시를 다니며 검술공연으로 돈을 벌어 무기를 사고 원수의 집안을 찾아내어 모두 죽인 뒤 멸문시킨다. 복수가 끝난 뒤 아가씨는 그녀에게 뛰어난 남자를 찾아 결혼해서 잘 살라고 말한다. 자신은 남자가 아니므로 집안을 이을 수도 없고, 검술의 대가가 된 지금 어떤 사람도 마음에 차지 않아 결혼할 수도 없으니 자신에게 남은 것은 죽음...

    2022.06.08 03:00

  • [공감] 존재에 정당한 이름 붙이기
    존재에 정당한 이름 붙이기

    살림의원으로 온 흉부엑스선촬영 판독지를 읽던 중이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인 내 친구는 판독지에 “31세 남성 OOO, 24세 남성 OOO에게서 유방의 음영이 관찰되니, 혹시 다른 여성의 필름과 바뀐 것인지, 아니면 트랜스젠더인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써 놓았다. 나는 이 친구가 써 준 판독지를 읽고 반가웠다. 존재를 알아준다는 느낌에. 그는 병무청에서 복역하고 있으며 내게 연락을 해온 적이 있었다. 나에게 병사용 진단서를 받아간 트랜스여성의 판정을 맡았다고 했다. 6개월 이상의 호르몬 치료로 고환이 위축되고 유방이 충분히 자랐는지를 영상 검사를 통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일이었다. 트랜스여성의 진단서에서 낯익은 내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그는 군면제를 받기 위해 트랜스젠더도 아닌데 6개월 이상 여성호르몬을 투여받는 사람이 어디 흔하겠느냐며, 하지만 자신은 병무청 군의관이니 영상검사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CT를 찍어야 할...

    2022.06.01 03:00

  • [공감] 너네, 자랑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너네, 자랑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가수 장기하의 신곡 ‘부럽지가 않어’의 가사다. 재기발랄한 가사에 똘끼 넘치는 영상까지 절로 웃음이 나는 중에, 부러운 게 없다는 말이 진심일지 치기어린 반어법일지 궁금해진다. 철학자들조차 인간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라고 규정하는데 말이다.그런데 나 역시 언젠가부터 비슷한 생각을 한다. 정말 웬만한 것은 부럽지가 않아졌다. 노래 가사처럼 자랑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어서다.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또 자랑을 하고.” 맞는 말이다. 자랑은 대개 심리적인 허기의 표현이지만, 자랑질을 당한 자는 그게 억울하고 부러워 맞자랑을 한다. 그렇게 자랑과 부러...

    2022.05.25 03:00

  • [공감] 다시 써본 취임사
    다시 써본 취임사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함께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제게 위임해주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오랜 기간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적·경제적 고통과 기후, 식량, 에너지 등 다양한 위기가 지구촌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가 간 분쟁은 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으며, 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자산 양극화의 심화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현안들의 궁극적 해결은 지혜로운 정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은 정치란 바르게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백성이 기울지 않고 고르게 살도록 하는 것이 정치라 했습니다. 정직과 청렴을 겸비한 정치인만이 이를 실현할 적임자라 하였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도덕성과 전문성에 바탕을 둔 탕평의 인사를 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립니다. 과거를 들추던 검...

    2022.05.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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