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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차별 정당화하는 신문 논설에 대한 시골 부인의 반박
    차별 정당화하는 신문 논설에 대한 시골 부인의 반박

    1898년 11월7일, ‘제국신문’에는 여학교 교육에 관한 흥미로운 논설이 실렸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조선의 계급 간의 차별, 남녀 차별이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는 비판으로 시작하는 이 논설이 실제 주장하는 바는 여학생들의 입학 조건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1898년 가을에 일어났던 일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898년 가을은 북촌 벌열가의 부인들, 외국인, 귀화인, 기생, 평민, 과부 등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모여 만든 찬양회라는 여성단체가 형성되어 정치, 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서 운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찬양회는 <여권통문>, 즉 여성의 교육권, 정치권, 경제권을 명시한 ‘여학교 설시 통문’을 발표한 뒤 연명 상소를 올리는 등 관립 여학교 설립을 위해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벌인다.그들은 남성이 중심인 단체들의 집회, 연설회, 토론회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조직하기도 하고, 정치 사건이 발생하면 나가 다른 ...

    2022.10.26 03:00

  • [공감] 한국의 트랜스젠더들, 참 건강하다
    한국의 트랜스젠더들, 참 건강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해 쓴 지난 칼럼을 보고 누가 물었다. 한국에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젠더퀴어)가 적어도 10만명에서 20만명은 있을 것이라 썼더니,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고 한다. 맞다. 나도 잘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으니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외국의 조사 자료들이라고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겠지만 트랜스젠더 인구수를 추정하는 데 이용할 정도는 되겠다. 이런 외국 자료들, 그리고 내가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나고 있는 전국 각지에서 내원한 트랜스젠더들을 만나며 추정한 인구수를 나는 말했을 뿐이다. 트랜스젠더들의 암 발병이 더 많을지 누가 물었다. 외국 자료를 보면 트랜스젠더들의 암 발병이 많은데, 한국에서도 그럴까 질문했다. 암 발병이 트랜스젠더에서 더 많다면, 트랜스젠더들의 건강 상태가 더 안 좋다는 얘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조사하고, 어떻게 하면 건강을 증진할 수 있을지 논의를 시작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암은 ...

    2022.10.19 03:00

  • [공감] 결핍을 모르는 이들의 결핍
    결핍을 모르는 이들의 결핍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늘 에너지 넘치는 오랜 친구가 있다. 연고주의 팽배한 사회에서 별다른 학맥·인맥 없이 오로지 성실성으로 경제적 안정을 이룬 데다, 과도한 욕망이나 허영도 없고 부모님 봉양과 가족 돌봄도 남다르다. 한길로 달리기보다는 샛길과 골목길에 흥미가 많은 나와는 참 다르지만, 달라서 잘 맞고 배울 점도 많은 사람이다. 그런 친구가 얼마 전 평소와 다르게 누군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즐기는 사교모임에 자주 오는 여성이 있는데, 늘 남들 신세만 지며 먹고 놀다 간다는 것이다. 평소 인색하거나 없는 사람 무시하는 인격이 아니라 처음엔 함께 호응했지만, 듣다보니 궁금한 점이 있었다. 혹시 우울 증세가 없는지 물으니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한다. 열심히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 즐기는 모습도 아니고 무력해 보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얘기했다.그 여성이 우울증이라면, 공짜로 얻어먹거나 분에 넘치는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 나오...

    2022.10.12 03:00

  • [공감] 대통령 윤석열과 임금 세종
    대통령 윤석열과 임금 세종

    임금의 장인을 모함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장모를 천민의 신분으로 전락시켜 관가의 노비로 삼았음은 물론, 왕비를 폐위시키려 한 신하가 있다면 왕의 친정체제 아래서 이런 신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선의 임금 세종은 이런 행위를 한 박은, 유정현, 이직 등의 신하를 정치 보복하는 대신 고위 관료로 기용했다. 아버지 태종의 가혹한 정치 사슬을 끊음으로써 세종은 위대한 그의 시대를 스스로 열었다. 위대한 시대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로 나타난다. 대통령의 비속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통령의 언행은 국가의 얼굴이다. 사태의 본질은 비속어이지 외교 성과나 동맹관계 훼손이 아니다. 국민 누구나 성공적 외교 성과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실이 발끈하고, 국민의힘이 문화방송을 고발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진상이 상세히 밝혀져야 함을 피력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은 이런 진흙탕 싸움을 더 이상 보고 싶어 하지 ...

    2022.10.05 03:00

  • [공감] 미신 타파하던 조선 정치가들의 미신
    미신 타파하던 조선 정치가들의 미신

    누군가가 운명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갖게 된다면 아마도 인간의 노력과 무관하게 운명이 흘러가는 상황에 직면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운명의 존재를 굳게 믿고 실패를 막을 구체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때때로 개인의 기도를 넘어서 부적이나 굿, 그 이상의 것을 통해 운명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만약 이러한 인간의 노력을 미신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조선은 이런 노력의 성상들을 파괴하며 건국한 국가이다. 고려는 정치적으로 풍수지리와 점사 등에 크게 의존했고, 왕과 관료들은 민란이 생기거나 국정에 문제가 생기면 도읍을 옮겨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고려의 정치인들은 ‘운명’을 조절함으로써 국가를 유지하려 했다면, 조선의 건국자들은 이런 생각이 정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유학자들은 구체적인 정치, 행정, 사회질서의 구축을 추구했고, 미신으로 정치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비판하였다. 인간이 운명에만 매달리게 되...

    2022.09.28 03:00

  • [공감] 두려움을 느껴본 이들 사이의 연대감
    두려움을 느껴본 이들 사이의 연대감

    원래 나는 공대생이었다. 과에 단 한 명도 없었던 여자 선배들을 찾아 공대 여학생 모임에 드나들던 나는,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을 때 그 언니들과 함께 NGO 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일종의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여러 사회단체들 중에서 나는 한국성폭력상담소로 신청해서 가게 되었다. 자원활동이라 해서 뭔가 큰 도움이 되는 일을 했던 건 아니었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상태라 일은 많은데 활동가는 부족하고 성폭력전문상담소도 턱없이 부족한 때였다. 그때 활동가 선생님들의 얘기를 들으며 꽂힌 얘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증언해줄 의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성폭력 사건 해결에서는 의료 지원이 절실한데, 너무 부족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진료하고 증거를 채취해 줄 의사, 법정에서 증언을 해 줄 의사, 다가올지도 모를 임신이나 성병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의사, 심리적 외...

    2022.09.21 03:00

  • [공감] 21세기 가족과 시누이 페미니즘
    21세기 가족과 시누이 페미니즘

    추석 무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며느리들이 공동구매하자는 셔츠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 세계 각국의 욕이 쓰인 듯한 디자인인데 그중 가장 크고 선명한 한국어 ‘씨발’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엔 제사 회피용 가짜 깁스붕대 유머가 유행하더니 다시 명절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다. 언젠가부터 명절파업을 선언했다거나, 아예 시댁과 관계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제사음식 사진만 봐도 울렁증이 일어난다는 이들도 있다. 세대차가 존재하는 고부갈등보다 기묘한 것은 시댁 또래 여성들과의 갈등이다. 시누이가 매년 친정에 와서 꼼짝 않고 놀다가, 본인의 시댁 제사에 쓸 음식으로 며느리인 자신이 만든 음식만 챙겨간다는 뉴스를 접했다. 남편에게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다는 호소에 댓글창이 폭발한다. 그런 집안의 남자가 달라질 리 없으니 이혼하라는 강성 의견이 지배적이다. 겨우 시댁 제사를 끝내고 친정에 갔는데, 시누이들 놀러오니 와서 같이 밥 먹자는 연락이 온다는 다른 이의 글...

    2022.09.14 03:00

  • [공감] 노동교육이 대한민국을 살린다
    노동교육이 대한민국을 살린다

    미국에서 공부한 고등학생 아들은 저학년 때는 어린이 캠프에서 여름 방학 내내 일했다. 대학교 지원을 마친 뒤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여러 곳에서 일했다. 아들은 용돈벌이가 목적이었지만, 노동자로 사회를 경험하는 자식을 보는 부모 마음은 차별, 안전사고 문제를 포함해 마음 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 시작 전 노동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서명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일말의 안도감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중·고교생은 사회 교과 시간에 노동운동의 역사와 노동절의 의미를 시작으로 해서 노동자의 인권, 양질의 노동 조건에 접근할 권리,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강제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차별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단체를 결성하고 교섭할 권리 등에 대해 배운다.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지는 단체 교섭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노동조합과 단체 교섭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노동자의 파업은 노동 조건을 바꾸는 수단이라 배운다. 물론 다양한 역할극을 통해 회사, 노동...

    2022.09.07 03:00

  • [공감] 영조의 정치 레토릭은 왜 실패했을까
    영조의 정치 레토릭은 왜 실패했을까

    정치 레토릭은 종종 선거철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가들의 거짓말’과 동의어로 이해되고 사용되어 왔다. 대체로 정치 레토릭은 공약과 같은 미래에 대한 약속과 관련되어 있어서 정치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레토릭은 거짓말로 전락하고 정치가는 비판받는다. 따라서 정치 레토릭을 잘 사용하고 싶다면 진부하지 않고 신선한 언어를 찾는 것만큼이나 그 레토릭이 함축하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정치가의 뛰어난 정치 레토릭은 그 정치가가 적어도 이 사회가 바라는 정치적 이상을 잘 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가끔 이러한 언어의 규칙을 벗어나서 정치 레토릭을 구사함으로써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정치가들이 있다. 조선 후기 왕 가운데 언어 게임의 규칙에서 벗어나 레토릭을 구사함으로써 신하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영조이다. 영조는 세자로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가 거칠었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그의 언어가 ...

    2022.08.31 03:00

  • [공감] 부모님들을 진료실로 초대합니다
    부모님들을 진료실로 초대합니다

    트랜스젠더 호르몬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처음으로 병원에 찾아오시는 날, 나는 그분들께 부모님 혹은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는지를 여쭤보곤 한다. 만 19세가 되면 이미 법적으로 성인이기에, 호르몬 치료를 받거나 성별 정정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20대 초중반의 경우 부모님과 경제적으로 아직 연결되어 있는 분들이 많고, 경제적으로 독립한 분들의 경우에도 원하지 않게 호르몬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가장 큰 사유가 ‘가족들의 반대’이다 보니,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쭤보는 것이다. 대부분은 “가족들은 잘 모른다” 정도로 답하시는데, 나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혹시라도 나중에 가족들과 호르몬 치료로 갈등이 생길 경우 병원에 꼭 모시고 오시라고. 어느 날 진짜로 한 트랜스남성분의 부모님이 찾아오셨다. 태어날 때는 여자로 법적 성별을 지정받았지만, 스스로 남자로 정체화하고 있...

    2022.08.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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