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년 신유사옥은 정조의 죽음으로 “좋은 정치”가 끝나고 정순왕후로 대표되는 “억압적인 세도정치”가 시작되는 신호탄처럼 다뤄지며, 노론 벽파가 천주교 박해를 명분으로 다른 정파들을 제거한 권력투쟁의 결과로 묘사된다. 당쟁, 붕당정치 등 조선후기 정치사를 권력투쟁으로 이해해 온 역사관에서는 이러한 묘사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런데 정말 신유사옥을 일으켰던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는 권력투쟁과 정치탄압만을 그 목적으로 삼았던 것일까? 분명히 벽파에 의한 시파의 정치배제와 신유사옥이 동시기에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생기는 이유는 그 목적을 정쟁이라고만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권력투쟁은 정치사의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실제 정치는 권력투쟁 이상의 무엇을 요구한다. 즉 설득, 협의, 절차, 정당화와 같은 정치 기술이 필요하며, 신유사옥은 특히나 그런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규모의 사건이다.신유사옥의 복잡성은 관련 자료를 ...
2022.08.0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