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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사주와 MBTI가 궁금하신가요
    사주와 MBTI가 궁금하신가요

    취업 현장에서 MBTI 유형을 묻는다는 기사를 접했다. 한때 B형 남자들이 미팅에서 혈액형을 숨긴다 하더니 이건 웃기엔 다소 심각하다. 정치권이 미신에 휘둘리는 모습도 걱정스러운데 젊은 운명들마저 허술한 성격유형론에 휘둘린다니. 21세기에. 기업에 근무할 때 협력사 대표 중에 점술에 빠진 분이 계셨다. 회의하러 오는 길에도 단골 점집에 들르는 경우가 많아서, 왜 그리 자주 가서 뭘 그리 의논하시냐고 물었다. 새로 구입할 차 색깔부터 진행하는 일들까지도 묻고 의논한다는 대답이었다. “저한테 오시지 말고 아예 거기서 기획서 컨펌도 받으시죠” 하고 웃었지만, 그렇게까지 점술에 종속된 삶이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물론 나도 7~8년 전까지 종종 점을 보긴 했다. 마음 고달플 때의 심리적 카운슬링에 가까웠지만 그마저 안 하게 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마지막 점집에서 해준 이야기가 강렬해서다. “이런 곳에 오시지 않아도 돼요. 본인의 판단력이 충분히 좋으니...

    2022.03.02 03:00

  • [공감]노무현의 고뇌를 아는가
    노무현의 고뇌를 아는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국가 미래를 위한 담론은 보이지 않고, 국민 통합을 위한 길잡이 대신 기생충, 파시스트, 주술사 등 막말이 오가는 역겨운 선거로 치닫고 있다. 와중에 대선 후보들 너도나도 선거운동에 노무현을 소환했다. 그들은 노무현이 품었던 고뇌를 가슴 저리게 한 번만이라도 느껴 보았을까? 그가 꿈꾸었던 세상을 알기는 하는 것일까? 그가 남긴, 미완성 <진보의 미래> 책자를 다시 꺼내 들었다. 노무현의 고민은 ‘힘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로 시작한다. 그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소득 불균형에 주목한다. 상위 10% 소득증가분이 평균 소득증가분보다 높고, 하위 90%의 소득증가분은 평균 이하에 머문다. 시장의 힘이 아닌 사회 규범과 제도 변화가 소득 불균형을 확대하는데, 그 뿌리가 정치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상위 25%가 순자산의 75%...

    2022.02.23 03:00

  • [공감]운명이 아픈가, 안 아픈가
    운명이 아픈가, 안 아픈가

    조선시대의 서얼이라고 하면 우리는 ‘불평등’이나 ‘억울함’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인간은 모두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성리학의 전제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리학에 기초한 사회였던 조선은 불평등을 양산했다. 의학, 언어, 수학 등의 전문가로 관직에 올랐으나 양반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중인, 사회적 욕망을 거세당한 여성, 인간이지만 누군가의 소유였던 노비, 그리고 양반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능력이 있어도 펼쳐볼 기회를 갖지 못한 서얼은 조선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노비도 재산 축적이 가능했던 조선에서 이들을 괴롭힌 것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기회가 없거나 지극히 적은 선택지만이 주어진 삶이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었다는 사실, 그것이 이들에게 깊은 우울감을 가져다주었다. 조선 후기에 문장으로 이름난 죽계 김소행(1765~1859)은 벌열인 안동 김씨 집안에서 서얼로 태어났다. 달변가이나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김소행은 현달한 관료이자 정조...

    2022.02.16 03:00

  • [공감]약은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어렵다
    약은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어렵다

    81세 여성 환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신부전, 빈혈, 무릎관절염, 허리디스크, 비염, 백내장. 병명만 열거하기에도 숨이 찰 정도였다. 4년 전 처음 만났을 무렵 6개의 동네 의원을 다니고 계셨다. 각 의원에서 처방받는 경구약을 모두 모아놓고 보니 진통제 종류가 4종류, 진통제와 함께 처방된 위장약도 4종류였다. 분명 신장이 안 좋은데 어찌나 드시는 약이 많은지.몇 달에 걸쳐 약 개수를 서서히 줄여가기 시작했다. 신장에 무리가 될 만한 진통제를 다른 종류로 바꿨고, 위장약들도 대거 줄여 18개 약제가 12개가 되었다. 의료기관 방문 횟수도 줄었다. 약을 줄인 후 나는 뿌듯하였지만, 건강보험 심사와 함께 받은 메시지는 “한 환자에게 12제 이상의 다약제를 처방하였으니 특별 심사 대상으로 넣겠다”는 문구였다. 그 후로 매달 이분께 약을 처방할 때마다 똑같은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분이 이전에 다녔던 어떤 의료기관도 이런 경고를 받은 적은 없었을 것이다. 각 의료기관...

    2022.02.09 03:00

  • [공감]반여성주의자가 반남성주의자다
    반여성주의자가 반남성주의자다

    이상한 일이었다. 민주화 시기를 겪은 세대의 사회의식 외엔 난 그다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만으로 충분히 고달팠고, 친분 있는 이들 다수도 그러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과 촛불 정국으로 사회가 분열될 때, 서로의 생각은 비슷했다. 함께 분노했고, 울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소녀 시절 친구들도, 존경하고 친했던 직장 선배·동료들도 오랜만에 만나 같은 생각을 나눴다. 평생 서로의 정치관에 대해 물었던 적도, 알았던 적도 없는 이들이었다. 이상한 일은 SNS에서도 계속된다. 10년 가까이 온라인에서 교류하며 인간적 매력에 끌려 꾸준히 소통해 온 이들이 많다. 그들 대부분이 미투가 터졌을 때, 평소 지지정당을 떠나 분별력 있는 판단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소 보수적일 수 있는 나이, 아들 가진 엄마나 남성의 이기심을 보여줄 법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재기와 지성이 넘치거나 따스하고 지혜로운 모습에 반해 끌렸지, 정치...

    2022.01.26 03:00

  • [공감]빈 주사기를 꽂지 마라
    빈 주사기를 꽂지 마라

    자신과 자신 이외의 것을 구별하는 것이 면역의 기본 원리다. 백신을 맞는 이유는 내 몸에 들어와 생명 활동을 위협할 수 있는 이물질에 대한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으로 만들어진 항체는 혈액 속을 순환하면서 이물질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물질에 대한 정보는 기억 면역세포에도 저장되어, 유사시 이들과 맞서 싸울 전투병 세포를 동원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생명체를 온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통합 시스템이 면역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면역체계는 어떠한가? 부동산 공화국으로 빈부 차이는 더욱 벌어져 혈액의 쏠림현상이 시작되었고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는 조직이 괴사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방은 이대로 몰락할 것인가? 이대남, 이대녀로 갈라진 젊은 심장은 펌프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심방과 심실을 오가며 좌우가 연결된 한 개의 온전한 심장만이 생명체를 살린다. 이대남, 이대녀를 20대 젊은이 하나로 돌려놓아야 한다. 팬데믹과 자영업자, 노동자, 환경 이슈 등 피 순환...

    2022.01.19 03:00

  • [공감]조선 안의 타자, 향화인
    조선 안의 타자, 향화인

    지금과 비교한다면 전근대는 기술적인 이유로나 이념적 이유로 현재보다 폐쇄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교류나 이주, 망명이 없지는 않았다. 조선의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외국인이 귀화해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에서는 귀화인을 일반적으로 ‘향화인(向化人)’이라고 불렀는데 향화란 교화를 내포하는 말로, 외국인이 교화를 통해 공동체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규상의 <병세재언록>에 따르면 18세기 조선에는 전국적으로 귀화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 뿐 아니라 충청도 홍성 지역처럼 바닷가의 한 면이 전부 귀화촌인 경우도 있었다. 조선에서는 귀화한 외국인들을 어떻게 대했을까? 향화인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원칙적으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법적·사회적으로 외국인이 아닌 조선인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조선은 향화인들이 조선에 정착할 수 있도록 면세나 관직 수여 등 각종 법적·제도적 조처를 마련하였고, 조선인과의 통혼도 장...

    2022.01.12 03:00

  • [공감]경력 단절? 사실은 경력 확장 아닐까
    경력 단절? 사실은 경력 확장 아닐까

    연말에 살림 재택의료센터의 간호사, 재활치료사들과 우리의 일년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릇 직원이라면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를 ‘원장과의 일대일 면담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직원들은 재택의료를 담당하면서 느낀 점들이 무엇인지, 내년을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하면 좋을지 최선을 다해 이야기해주었다. 재택의료. 환자의 가정으로 의료인들이 방문하는 것이 재택의료이다. 사실 나도 하고는 있지만, 재택의료를 배운 적은 없다. 의료기관에서의 진료와 환자 가정에서의 진료가 어떻게 다른지 경험적으로 알아가고 있을 뿐. 게다가 한국에선 아직 재택의료가 온전한 제도로 자리잡은 것도 아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제와 일차의료 방문진료제를 통해 방문진료(왕진), 방문간호를 나가고 있지만 몇 년째 시범사업 상태이고, 우리의 방문재활은 그나마 시범사업으로조차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환자의 가정으로 처음 방문하는 날엔 가능하면 두 명 이상의 직원이 같이 나가려고 하지만, 그것은 여유가 있을...

    2022.01.05 03:00

  • [공감]모든 재능엔 독이 있다
    모든 재능엔 독이 있다

    “태희 언니는 예수님 같았다. 지나가면 주위 사람들이 홍해 갈라지듯 갈라졌다.” 미인대회 출신 배우 이하늬씨가 대학교 때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한 김태희씨에 대해 했던 이야기다. 세상엔 그런 이들이 있다. 등장만으로 공기가 달라지고, 소소한 밀당을 즐기던 보통 사람의 일상에 긴장감을 드리우며 모든 이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압도적인 존재들. 요즘 말로 외모 천재들. 절세미녀의 평범한 에피소드는 내세엔 반드시 저런 얼굴로 태어나 세상 거만하게 살아보리라 다짐하게 만드는 무수한 이들의 판타지다. 한데 나이가 들며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사의 만능 열쇠나 다름없어 보이는 이 특별한 신의 선물엔 꽤 까다로운 사용 조건이 따른다는 것이다. 여성 폭력 피해자 중에는 평균보다 미모인 분들도 많다고 한다. 미모가 인생을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위험한 환경에 쉽게 노출되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삶으로 휘둘리게 되는 경우도 많아서다. ‘미인박복, 미인박...

    2021.12.29 03:00

  • [공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사는 뉴욕주의 이타카 마을은 북위 42.3으로, 북한의 중강진 정도 위도에 해당한다. 이곳의 사계절은 우스갯소리로 “겨울, 여전히 겨울, 여름, 그리고 거의 겨울”이라 부를 만큼 겨울은 길고, 눈이 많이 내리며 춥다. 그러나 올 12월은 낮 기온이 거의 영상을 웃돌고, 눈 대신 장대비가 내린다. 지난 10일에는 초강력 겨울 토네이도가 발생해 400㎞가 넘는 이동 거리를 기록하며, 켄터키주 등 미 중부 내륙 6개 주를 관통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줬다.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더 이코노미스트는 켄터키주가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도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학자들은 12월의 이상 고온 현상이 토네이도 발생과 연관이 있는지를 주의 깊게 조사하고 있다.한반도도 기후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국립수목원은 서울대학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식물의 꽃가루 날림과 잎의 열림 시기가 앞당겨지고, 단풍 시기가 늦추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북극...

    2021.1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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