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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602
  • [공감]비일관성을 허락하기
    비일관성을 허락하기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때는 비일관적인 성격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어느 날은 다정했다가 어느 날은 차가우면 아이 입장에서 불안할 것이다. 팀원이 많은 상사가 기분이 오락가락하면 일하는 사람들은 그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그러나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마음은 끊임없이 요동치고 변화한다. 어느 날은 기분이 좋았지만 다음날이 되면 우울해진다. 어제는 사랑스러웠던 친구와 오늘은 절교하고 싶다. 몇년간 홀딱 빠졌던 취미가 어느 날 아침 하기 싫어지고, 오랫동안 미워했던 아버지를 갑자기 용서하게 되기도 한다.관계에서의 비일관적인 성격과 태도는 상대를 불안하게 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나도 일기를 읽어보면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성격파탄자가 따로 없지만 수업을 할 때는 의젓하고 격려하는 오은영 선생님 자아가 운전대를 잡는다. 반대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 때야 천방지축 자아가 나타나기도 한다. 누군가 일관적으로 다정하다...

    2025.08.26 21:42

  • [공감]싸구려 커피
    싸구려 커피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갓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가까운 후배가 이 노래 한번 들어보라며 동영상 링크를 보내줬다. 제목이 ‘싸구려 커피’라 했다. 후배와 달리 당대 국내 인디 음악계를 거의 알지 못했던 난, 별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고 저편에 앉아 책을 펼쳤다. 몇 소절 지나지 않아 책에서 눈을 뗀 채 노랫말에만 귀를 쫑긋했다. 이제껏 경험 못한 독특한 감각이면서도 정서적으론 친숙했다. 몇번씩 반복해 들으며 이 ‘화상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랩인지 타령인지 모를 톤으로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라 읊조리는 대목에 이르면 매번 웃음이 터졌다. 그게 어떤 상황일지 그려져서였다. 요컨대 이런 장면이었다.늦여름 오후, 공강 시간에 학회실로 들어서니 실내금연 규정에 아랑곳하지 않은 선후배들이 몰래 피워댄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구멍 숭숭 난 낡은 소파에선 몇몇이 기타를 딩둥거리고 있고, 허세 넘치는 고뇌와...

    2025.08.19 20:00

  • [공감]가상현실로 떠나는 시니어들의 설레는 여행
    가상현실로 떠나는 시니어들의 설레는 여행

    “다리가 떨릴 때 말고, 가슴이 떨릴 때 여행 가라”는 말이 있다. 여행은 설렘이나 열정이 있을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면 이미 늦었다는 뜻일 것이다. 혹은 망설임과 두려움에 다리를 떨지 말고, 가슴이 뛸 때 과감히 도전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인생에서 행동의 타이밍과 동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나는 여행이 주는 설렘을 좋아한다. 어릴 적 소풍 갈 때면 너무도 설레어 잠 못 이루곤 했다. 나는 여행 갈 곳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 또한 즐긴다. 여행 책자, TV 속 여행 프로그램이나 여행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며 마치 그곳에 다녀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의 마음은 어릴 적 소풍 때처럼 설렌다.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지면서 여행은 점점 힘들어진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여행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동행이 없어 혼자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좁은 생활 공간에 자신을 가두게 되며, 여행의 설렘은 추억...

    2025.08.12 20:52

  • [공감]에어컨의 안과 밖
    에어컨의 안과 밖

    1901년 미국 브루클린의 한 인쇄소는 여름마다 잉크가 번지고 종이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으로 골치가 아팠다. 문제 해결을 위해 버펄로 포지라는 회사의 젊은 엔지니어 윌리스 캐리어가 파견됐다. 몇달간 골머리를 앓던 캐리어는 늦가을 기차역에서 안개를 보고 번뜩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안개와 같이 포화된 공기를 파이프로 통과시키는 방식을 개발해 공기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지금은 “에어컨의 아버지”라 불린다. 에어컨은 덥고 습해 살기 힘들던 미국 남부, 중동, 동남아 등의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전환했다.내가 어릴 때 에어컨은 은행이나 백화점에 가야 경험할 수 있는 사치재였지만 이제는 보편적 가전이 됐다. 지금 한국의 에어컨 보급률은 약 85%로 세계 최상위권이다. 특히 올여름 같은 심한 더위에 에어컨의 존재가 무척 고맙다 보니 캐리어의 생일에 기념우표를 발행하자는 청원이라도 넣고 싶을 정도다.열사병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고, 냉방병 몸살 기운으로 병원을 ...

    2025.08.05 21:07

  • [공감]‘지옥에서 보낸 한 철’ 묘사하기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묘사하기

    얼마 전 나는 글쓰기 모임에 온 사람들에게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글감으로 글을 쓰자고 했다.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쓴 동명의 시집에서 영감을 얻어 정한 글감이었다. 고통스러운 시기를 통과하는 데에 힘이 되어주는 글쓰기를 함께 연습해보고 싶었다. 나는 고통이 있어야만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생각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창작 활동이 고통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해준다는 데에는 크게 동의한다. 수많은 예술가가 어두운 시기를 통과하기 위해, 어두운 기억을 소화하기 위해 창작을 시작한다.어떤 사람은 가볍고 즐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테고, 어떤 사람은 무겁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고통이 너무 버거울 때 인간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쓰게 된다. 술을 마시기도 하고, 가족이나 연인을 향해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게임·쇼핑·도박·약물 등에 중독되기도 한다. 중독자들은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을 피하고자 중독 행...

    2025.07.29 21:10

  • [공감]너무 잘 토라지는
    너무 잘 토라지는

    몹시 갖고 싶던 책을 선배가 내 생일에 선물해주겠다 했다. 박사과정 초반 무렵, 우리가 함께 준비하던 대학원총학생회 학술행사의 뒤풀이 자리에서였다. “정말요?” 기뻐하며 손가락을 걸어 약속했다. 여러 날 지나 생일이 되었으나 선배한테선 종일 연락이 없었다. 서운함을 참지 못한 난 늦은 시각 “약속을 지킨다고요? 지나가던 강아지가 웃겠어요”라 메시지를 보냈다. 며칠 후 만난 그는 당일 심한 몸살로 학교에도 못 나왔었다며, 이걸로 그 책을 사보라고 도서상품권을 건넸다. 난 토라져 말을 안 했다.몇 학기 더 흘러, 선배는 학위논문을 위한 자료 수집차 모스크바로 떠났다. 추운 지역에서 지낼 선배를 위해 조그만 상자에 보온물병 등속을 담아 선물 꾸러미를 만들었다. 그는 고맙다며 귀국할 때 뭘 사다 줄지 물었다. “보드카를 마시고 싶어요.” 나는 답했다. 꼭 사다 주마, 이번엔 손가락을 걸고 엄지 도장까지 찍었다. 실제로 귀국하며 근사한 보드카를 한 병 골라오셨다 전해 들었다. 나를 못...

    2025.07.22 20:45

  • [공감]다양하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양하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취미가 별로 없다. 다양하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 속에서만 살았다.” 신구 원로배우가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생을 돌아보며 꺼낸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실제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가 ‘취미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인생 후반기에 취미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우리나라 노년층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통계청의 2024년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인 삶의 만족도는 29.9%에 불과하고, 특히 여가활동 만족도는 더 낮아 16.6%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삶의 만족도는 중년기에 가장 낮고 노년기에 다시 높아지는 U자 곡선을 그리는 경향인데, 우리나라 노년층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더 낮다고 하니 씁쓸하다.학문적으로 ‘성공적인 노화’는 단순히 질병이 없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넘어 심리적 만족감, 사회적 교류, 그리고 삶의 의미가 조...

    2025.07.15 21:08

  • [공감]이제 고기집게를 넘기세요
    이제 고기집게를 넘기세요

    나는 고기에 진심이다. 적당히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 한 면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뒤집고 각자에게 잘라 놓아주는 것까지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대형 고깃집에서 회식이 있었다. 종업원이 등심 한 접시를 가져와서 불판에 무성의하게 두 덩이를 던지듯 올리더니, 마구 뒤집다 자르고 가버렸다.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제대로 구워지지 않은 고기는 질기기만 해서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짜증만 남았다.이러니 집에서도 집게는 내 차지였다. 아이가 어릴 때 한번은 구워보겠다고 집게를 들었다. 넘겨준 채 매의 눈으로 “지금 뒤집어야 해” “너무 크게 잘랐다”며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게를 허용하는 최대치는 삼겹살까지였다. 오랜만의 외식에서 비싼 고기가 타버리면 내 표정도 타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안과 달리 이것만은 관대하지 못한 탓에 아이는 ‘제가 할게요’를 하지 못했다.얼마 전 교외의 정육식당에서 등심을 먹었다. 이번엔 ...

    2025.07.08 20:56

  • [공감]무섭거나 웃기거나
    무섭거나 웃기거나

    얼마 전 내게는 혼자만의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몇년간 시달렸던 악몽을 시로 써서 사람들 앞에서 낭독한 일이었다. 이 일이 내게 특별한 이유는, 여태껏 글을 써오면서 한 번도 내 안의 어두움을 그대로 사람들에게 내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울증으로 침대에서 도저히 일어나지 못하던 때에도,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육체적으로 연약해져 있는 상태일 때에도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기만 하면 의젓해졌다. 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슬픔과 분노와 억울함이 세상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도록 마음을 달래고 누르면서 내가 받고 싶은 위로를 담은 글을 쓰곤 했다.그것은 글을 쓸 때 ‘하소연하지 말라’는, ‘독자보다 먼저 울어서는 안 된다’는, ‘감정이 과잉되어선 안 된다’는 내 안에 훈련된 비평가가 날카롭게 쏘아대는 말을 충실히 따른 결과이기도 했다. 그렇게 쓰는 것도 나름대로 좋았다. 타인을 향한 위로가 고스란히 돌아와 나를 위로해주곤 했으니까.그런데 이상하게도 시를 쓸 때는 달...

    2025.07.01 21:17

  • [공감]마음이 기억을 마시고 먹었다
    마음이 기억을 마시고 먹었다

    정서적으로 이해하면서도 경험적으로 와닿지 않던 말 중 하나가 ‘집밥이 그립다’였다. 난 어디서 무얼 먹든 집에서 먹어온 것에 비하면 대체로 맛있다며 감탄했으니까.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전에 친구들과 요기하러 갔다 순두부의 보드라운 식감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고소한 가지무침이나 꼬들꼬들한 미역줄기볶음은 대학 후문의 백반집에서 처음 접했다. 나중에 직장을 얻고 부엌과 침실이 분리된 주거공간을 갖게 된 후 이런저런 요리를 시도하며 알았다. 배달음식이든 학식이든 내가 만든 것보다는 맛이 좋다는 사실을. 손맛뿐 아니라 ‘손맛 없음’도 전승되나 싶었다. 집밥과 관련해 이렇다 할 추억이나 기술은 없지만 그렇다고 영혼의 안식을 얻을 음료나 음식마저 갖지 못한 건 아니다.고풍스럽진 않고 낡고 각지기만 한 건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파르페와 레모네이드를 파는 고전적 카페와 로즈버드나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가 섞여 있었고 일부 대학가엔 스타벅스도 들어왔지만, 일상의 일용할 음료는 ...

    2025.06.2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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