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공감
  • 전체 기사 608
  • [공감]악한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악한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악을 지칭하는 영어 evil을 거꾸로 하면 live, 삶이다. ‘영어 철자처럼 악은 우리 삶을 거스르는, 삶의 생명력을 파괴하는 과정이다’라는 조크를 대중에게 알린 사람은 정신과 의사 스콧펙이었다. 스콧펙은 <거짓의 사람들>이라는 역작에서 ‘악의 심리학’에 관해 기술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대다수 악한들은 자신이 악한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진료나 검사를 받지 않고, 또 연구의 대상이기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스콧펙은 악한 사람들의 행동 특징을 자신의 임상 사례를 통해 검토하면서 다음과 같은 특징들로 정리를 했다.첫째, 악한 사람들은 자신의 악을 볼 수 없고, 감내할 수고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악을 저지를 수 있다. 둘째, 악한 사람들은 책임 전가의 달인들이다. 악한 행동을 저지르고 어떻게 해서든 남 탓을 한다. 악이 자행되는 이유는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서이다. 셋째, 악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미워할 수 없고,...

    2024.12.24 21:02

  • [공감]나는 효율에 반대합니다
    나는 효율에 반대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은 기질적인 것부터 사회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불일치와 피로와 고통을 바라보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며 인간에 대해, 마음에 대해, 사회에 대해 생각했다. 많은 일이 일어났던 지난 2주간, 더 많이 생각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왔을까.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릴 때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차근차근 듣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같은 기전으로 근대사를 돌이켜보면, 한국은 식민지배와 전쟁 이후 효율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아 지금까지 달려왔다. 가난과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속도와 생산성, 효율은 꼭 필요했을 것이며, 우리가 윗세대들의 고생과 노력으로 풍요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이 효율 추구가 불가피한 선택인 동시에, 상실과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기 위한 안쓰러운 방어기제로 느껴진다. 식민지배, 전쟁, 독재상황을 거치면서 우리는 두 가지 소중한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선...

    2024.12.17 20:58

  • [공감]정치 참여는 공허함에 특효약이다
    정치 참여는 공허함에 특효약이다

    사회 격변 시기에 그 변화에 동참할 기회를 갖는 일은 행운이다. 대학 내에서 존경하던 스승에게 연달아 성폭력을 당하기 전까지 나는 그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 반복되는 성폭력은 모범생으로 지내온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종국에는 거리에서 소리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되게 했다. 이후로 낯선 사람들로부터 공격과 비아냥을 받으며 지냈다. 당초 이 일들은 내 인생에 일어난 비극처럼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들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분명해졌다. 스승을 상대로 한 몇년간의 재판은 압도적 권위를 가진 존재를 대상으로 싸워 이길 수도 있음을 알려줬다. 내가 그를 두려워했던 것처럼 그도 날 두려워할 수 있었다. 난 내 안의 힘을 발견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호감인 정체성, 페미니스트라는 라벨링을 수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타인의 칭찬과 승인을 기준으로 더 이상 삶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를 향한 오독에 점차 의연해진다는 의미다. 돈...

    2024.12.10 20:50

  • [공감]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수년 전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했을 때 고 김민기씨는 몹시 경직돼 보였다. 노련한 진행자는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본인도 오늘은 긴장된다며 “선생님은 긴장 안 되십니까?”라고 말을 건넸다. 그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두 손을 모아쥔 채 입술만 간신히 떼어 답했다. “죽겠죠, 뭐. 여기 있는 게.”보통 저렇듯 긴장하면 감정을 숨기고자 짐짓 너스레를 부리거나 어색함을 깨려고 아무 말이나 던지기 마련이다. 내 경우엔 그랬다. 그러고선 두고두고 자책하곤 했다.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말했다. 원래 그런 거라고. 내키지 않으면 먼저 입을 열지 않아도 괜찮을 만한 사회적 위상을 지니지 않은 한, 우린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며 순간순간 타개할 수밖에 없다고. 살다 보면 어느 시점부턴 수치심이나 자괴감에 둔감해진 채 ‘뭉개고’ 가기 마련이라고.김민기씨는 내키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아도 될 위치의 다른 몇몇 대가들과 달리, 그렇게 할 수 있었음에도, 질문을 회피하거나 ...

    2024.12.03 21:47

  • [공감]샤머니즘이 더해진 ‘다크 트리아드’
    샤머니즘이 더해진 ‘다크 트리아드’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연설과 유세 내용에 충격을 받은 하버드대 주디스 허먼 정신과 교수가 제기한 문제다. 허먼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선인인 트럼프의 정신감정을 요구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후 2017년 4월 하버드대 허먼 교수와 예일대 밴디 리 교수가 주축이 된 미국 정신과 의사들 20여명은 예일대에 모였고, ‘우리의 직업적 책임에는 경고할 의무도 포함되는가’라는 제목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골드워터’ 원칙-직접 진료하거나 검사하지 않은 사람의 특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진단하거나 임상적 발언을 하는 것은 윤리를 위반하는 것-의 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위험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핵무기를 포함한 중대 결정권이 있는 미국 대통령직을 ‘위험한 사람’인 트럼프가 맡는 상황에 대해 사회적인 경고를 했다. 그리고 추가된 100여명의 전문가들은 이 사회적 경...

    2024.11.26 20:59

  • [공감]뇌는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
    뇌는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

    고립무원하다. “3일 동안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말하려니 좀 어색하네요.”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20대 후반 지호씨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재택근무 2년차, 지호씨의 삶은 어느새 고립이라는 상태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 2010년대 이후 현대 도시의 청년들에게 혼자라는 상태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되어가고 있다. 재택근무, 1인 가구, 파트타임, 수험준비를 하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들의 일상은 점점 더 좁은 방 안으로 수렴된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빛도 부족하고, 환기할 공간도 여유도 부족하다. 건강한 생활이 불가능하다. 인간 뇌는 몸을 움직이면서, 또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발달하게 설계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일, 생명체와 접촉하고 대화하는 일은 단순한 여가를 넘어선, 뇌 성장과 발달을 위한 필수적 자극이며 영양분이다. 그러나 밀집된 도시 환경은 생물로서 자연과 동료와 움직임을 그리는 우리의 기본적 욕구를 차단한다. 오직 효율성만 추구하...

    2024.11.19 21:13

  • [공감]학살이 이루어지는 동안
    학살이 이루어지는 동안

    얼마 전부터 나는 하나의 서사, 거대한 서사, 선형적 서사로 이뤄진 글을 폭력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매끈하고 납득이 되는 서사일수록 다른 가능한 버전의 현실을 침묵시키기 때문이다. 성공적이며 심지어 윤리적으로 여겨지는 하나의 서사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제모습을 바꾸어 다른 서사를 압제하는 독재자가 된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면 “한편”이란 부사만 떠오른다. 이를테면,레바논 친구에게 편지가 온다. “상황은 참담하고 지금까지는 전망도 희망도 없어. 정말 비참해. 슬픔, 두려움, 분노… 여러 감정을 통과하고 있어. 이스라엘군은 도시에 폭격을 가하고 민간인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어. 그들의 정교한 살상 기계들은 쉬지 않고 사람들을 죽이고 파괴하는 데 사용되고 있어. 그들은 인류를 향한 범죄를 저지르는 최악의 범죄자고, 세계 대부분이 그걸 동의해주고 있어. 이건 문명의 수치이자 패배이고, 인간성의 패배야.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고 아름다운 순간...

    2024.11.12 19:54

  • [공감]유쾌한 저항
    유쾌한 저항

    살 것이 있어 구시가지에 나왔다. 초겨울 토요일 밤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대각선 맞은편으로부터 함성이 들려왔다. ‘하야하라’ 구호가 적힌 팻말과 촛불을 든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 제주시청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던 한 할아버지가 그쪽을 보더니 “와, 데모 크게 하네” 혼잣말하셨다. 그러자 옆의 할머니가 단호한 목소리로 “저건 데모가 아니라 집회지. 촛불집회!” 정정하며 “그래. 저렇게라도 해야지.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 내가 속이 상해서”라고 덧붙였다. 데모와 집회가 어떻게 다르냐고 할아버지는 질문했다. 실은 나도 궁금했던 터라 귀를 쫑긋했지만, 할머니는 그것도 모르냐는 눈빛으로 남편을 말없이 쏘아봤다. 짐작건대 그분만의 언어 감각에 따르면 두 표현은 정당성의 위계를 달리했나 보다. 전자가 쿠데타라면 후자는 혁명이랄까. 머쓱한 표정을 짓던 할아버지는 “우리도 따라가 볼까?” 제안했다. 그러곤 이내 아내의 팔을...

    2024.11.05 21:01

  • [공감]무엇이 이주노동자들을 자살로 내모는가
    무엇이 이주노동자들을 자살로 내모는가

    한국은 죽음의 땅인가? 머나먼 타국에 부푼 희망을 안고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의 자살이 늘고 있다. 2020년 이후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현재까지의 이주노동자 자살자 수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수 36명과 거의 유사한 32명이다. 네팔 11명, 스리랑카 7명이고 최근 캄보디아 노동자 자살이 늘어 캄보디아 이주자들에게 큰 슬픔이 되고 있다고 한다. 파악이 안 되는 죽음도 많아 이주노동자 건강 관련 활동가들은 자살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주노동자의 자살을 주제로 10월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위프렌즈, 대표 김성수 성공회 전 주교)와 서미화 의원실이 공동 마련한 자리다. 네팔, 캄보디아,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주로 참석했고 일부 국가의 대사관에서도 나왔다. 자살한 이주노동자들의 동료나 활동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목격을 증언하는 자리였다.내내 마음이 아프고 부끄러웠다. 동료의 자살상황을 전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마음에 원망이 가득했다. 자살한...

    2024.10.29 21:19

  • [공감]평화로 향하는 길
    평화로 향하는 길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하는 국정원의 발표와 각 부처의 대응이 보도되었다. 외신들도 이를 인용해 보도를 이어갔다.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의 지혜롭고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유튜브 등의 SNS에는 이미 전쟁이 임박한 듯한, 전쟁을 해야 할 듯한 극단적 발언과 가짜뉴스들도 우후죽순처럼 퍼졌다. 그럼에도 한국의 사람들은 일상을 이어갔다. 출근하고, 병원에 가고, 장을 보며 하루를 살았다. 그러나 과연 다들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뉴스를 검색하고, 초조해했다. 답답함과 두근거림, 불면을 호소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반려동물용 피란가방을 사야 하나 고민했다고 했다. 부모님이 외국에 계신 친구는 “외신에는 심각하게 보도되니 여차하면 오거라!”라는 통화 내용을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정신건강 전문가로서 이러한 은은한 불안과 억눌린 감정들이 걱정스럽다. 한국은 70년 이상 전쟁의 상처와 공포를 안고...

    2024.10.22 21:01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