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공부할 때, 관련 기록을 보며 처음 든 의문은 ‘이웃이 왜 몰랐을까’였다. 첩첩산중도 외딴섬도 아닌 도심 부랑인시설에서 감금·폭행과 강제노역으로 수백 명이 죽어갈 동안 어떻게 그랬을까. 그러다 한 인터뷰에서 그곳을 ‘걸뱅이들 살던 데’라 복기하는 주민을 보며 짐작했다. 어쩌면 다수는 몰랐다기보단 모르고 싶었던 것 아닐지. 추운 날 내 호주머니 속 동전에 호소하여 마음 산란하게 했던 ‘걸뱅이들’을 먹이고 재워준다니 다행이라 자위하며 말이다.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1980년대 중반 아일랜드 소도시에서 기득권을 지닌 수녀원이 갱생의 명목 아래 ‘타락한’ 소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함을 이웃이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닫힌 문 저편에서 모종의 불의가 일어나고 있음은 감지했을 테다. 이런저런 소문이 돌지만, 누구도 더 캐묻진 않는다. 가여운 애들이 굶진 않으니 감사한 일이라 안위하는 게 속 편했을...
2024.12.31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