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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에서
  • [정동에서]대통령의 탈당 시계
    대통령의 탈당 시계

    대통령 가운데 “나라를 엉망으로 다스리고 반대파랑 척진 뒤 탈당해 정권을 야당에 넘겨줘야지”라고 마음먹는 이가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모두 “국리민복을 이루고 정권을 재창출한 뒤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1987년 개헌으로 5년 단임제가 된 뒤 대통령들은 대부분 궁지에 몰려 탈당했다.노태우 대통령은 1992년 9월18일 여당 민주자유당에서 전격 탈당했다. 노 대통령은 박철언 의원을 내심 후계자로 점찍고 있었다. 김영삼 대선 후보는 강력 반발했다. 노 대통령은 YS 측과 상의도 하지 않고 탈당을 발표했다. 김영삼 대통령도 이회창 대선 후보와 갈등을 겪다가 1997년 11월7일 일방적으로 신한국당에서 나왔다.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5월6일 새천년민주당을 떠났다. ‘최규선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등에다 세 아들 비리 의혹이 고개를 들며 당에 부담이 될 때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열린우리당 요구에 2007년 2월2...

    2016.07.19 21:17

  • [정동에서]‘한국 기업의 미래’를 위한 토플러의 제안
    ‘한국 기업의 미래’를 위한 토플러의 제안

    19세기의 경제 시스템 아래에서 20세기의 경영자가 21세기의 시장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시대. 우리는 혼돈의 복잡계 경제 한가운데 있다. 산업화 시대에 놀라운 성장을 이뤘지만 이젠 치열한 경쟁과 빈발하는 위기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외환위기의 파고가 진정될 무렵인 2001년 6월 서류 한 뭉치가 당시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배달됐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보낸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다. 김 전 대통령은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수감생활을 하던 중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 감명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읽고 또 읽었다고 했다. 그것이 인연이 돼 김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국의 미래에 대한 조언이 담긴 제안서가 완성됐다. 토플러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한국인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선택은 저임금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

    2016.07.05 20:38

  • [정동에서]성소수자의 ‘외로운 6월’
    성소수자의 ‘외로운 6월’

    인류학에는 현지조사(Field Work)라는 게 있다. 대학을 졸업할 때도, 박사 논문을 쓸 때도 반드시 밟는 길이다. 군대 갔다 복학한 1989년 가을 그 ‘전공필수’ 수업과 맞닥뜨렸다. 동창회·종친회·향우회·달동네…. 지도교수가 칠판에 10가지 선택지를 써갈 때 ‘우와’ 소리가 터졌다. 호모(Homo Sexual). 교수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했다. 후배들이 손을 들었다. 선착순으로 3인1조씩 메워지던 칠판에서 마감 안되는 두세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저거 호모, 복돌이 세 명이 한번 해보겠습니다.” 동의도 없이 내지른 대학 동기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나도 쓸려갔다. 아무 기초상식도 없이 시작된 호모와의 만남, 엎질러진 물이었다.9~11월의 주말 밤, 그때의 종로3가 파고다공원 안쪽 벤치엔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이 있었다. 가늘고 높은 가성으로 서로를 찾고 눈빛을 나눴다. 지금은 없어진 파고다극장, 순댓국 골목 뒤로 이어진 카페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목욕탕과 여관…...

    2016.06.28 21:43

  • [정동에서]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을 위한 변론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을 위한 변론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은 ‘일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었다.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견뎌낸 대가였다. 영국 의회가 1833년 공장법(Factory Act)을 제정해 미성년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하루 16시간에서 9시간으로 제한한 것은 참혹했던 노동여건의 실상을 방증한다.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각성이 일어난 곳은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이 아닌 호주에서였다. 멜버른의 한 시민단체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법제화에 나섰다. 뉴질랜드는 1894년 ‘산업조정 중재법’을 통해 최저임금제를 처음 도입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928년 조약으로 채택한 이후 최저임금제는 전 세계 120여개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논쟁의 중심에서 비켜난 적은 거의 없었다. 시비를 거는 쪽은 고용주와 시장만능주의에 매몰된 경제학자들이었다. 그들의 ...

    2016.06.14 20:49

  • [정동에서]간신 곽개 뎐(傳)
    간신 곽개 뎐(傳)

    고래부터 천하에 간신은 있어왔다. 기중 전국시대 조(趙)나라 대부 곽개(郭開)만 한 이도 드물 것이다. 시쳇말로 ‘역대급’이다.조나라 명장 염파는 진(秦)나라 침입에 대비해 보를 쌓고 지구전을 치렀다. 진은 세작을 동원해 “염파는 늙어 겁이 많다. 진 군사가 두려워하는 것은 조괄뿐”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한 때 염파에게 ‘소인배’라고 모욕을 당했던 곽개도 맞장구쳤다. 조 효성왕은 지휘관을 조괄로 교체했다. 조는 진과 싸워 크게 졌고, 염파는 위나라로 망명했다.효성왕 아들 도양왕은 염파에게 사자를 보냈다. 곽개는 그 사자를 금으로 매수했다. 염파는 사자 앞에서 쌀밥 한 말과 고기 열 근을 먹어 보였다. 사자는 왕에게 “염 장군은 늙었지만 식사도 잘합니다. 그러나 신과 자리를 같이하며 세 번 오줌을 지렸습니다”고 아뢨다. 왕은 염파를 부르지 않았다.도양왕 아들 유목왕 6년 지진이 나고 가뭄이 들어 민심이 흉흉해졌다. ‘진나라 사람은 웃고/ 조나라 사람은 통곡하리라...

    2016.06.07 20:58

  • [정동에서]출구가 없다
    출구가 없다

    우리는 위기라는 말에 참 무덤덤하다. 위기를 대부분 잘 극복해왔다는 자신감 때문이거나, 많이 들어와서 습관이 되어서일 것이다. 전자라면 무모함이고 후자라면 무감각함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일상화된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최근 들어 중국의 경제침체와 저유가로 인한 신흥국의 어려움 등이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이른바 양적완화라는 조치를 통해 통화량을 공급하거나 재정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미국은 양적완화와 셰일가스 혁명으로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돈줄을 죄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첫단추는 금리 인상이다. 이미 지난해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로 인상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높이는 구두 언급이 나오는 등 기정사실화하고 ...

    2016.05.24 21:11

  • [정동에서]화평법은 지금도 ‘옥시’에 뚫려 있다
    화평법은 지금도 ‘옥시’에 뚫려 있다

    2013년 4월12일. 질병관리본부에 설치된 가습기 살균제 폐손상조사위원회 민간위원 25명이 출범 넉 달 만에 일괄사퇴서를 던졌다. 피해자들의 폐 CT 촬영 같은 추가보완조사를 요구하다 보건복지부가 거부하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 원인으로 지목된 후 누적된 갈등이 표면화된 첫 사건이다. 경향신문의 단독보도는 개인적으로 3년 넘게 가습기 살균제 목격기를 쓰는 분기점이 됐다. 물살은 급류로 바뀌고, 신산한 험로를 예고한 날이다.가습기 살균제는 닦아서 쓰던 가습기를 마치 살균해서 쓸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한 제품이다. 맹물에 풀어 분무되는 살균제는 카펫 세척제나 수영장 소독제로 쓰던 유독물질로 만들어졌다. 3000~7000원에 출시된 제품에는 “세계 최초” “인체 무해” “아내가 똑똑하면 편리하다니까”식의 솔깃한 광고가 붙었다. 산모가 편해지라고 사왔던 아빠는 “내가 살인자”라며 울고, 숨가쁜 엄마는 함께 튜브 끼고 사는 아이를 돌볼 수...

    2016.05.17 21:04

  • [정동에서]심판하거나 배반당하거나
    심판하거나 배반당하거나

    총선일이다. 13일간의 선거운동이 끝나고, 유권자의 선택만 남았다. 선거판을 흐린 구태정치를 뒤로하고 전국 253곳 지역구와 여의도에선 승자의 환호성과 패자의 탄식이 가득할 터이다. 총선일은 ‘선량(選良)’을 뽑는 날로서의 의미가 퇴색한 지 오래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골라내는 날이 돼 버렸다. 정치 혐오론자들의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날”이란 비아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선거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현명한 선택’ 또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 유권자만 남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투표행위를 ‘어리석은 선택’으로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했을 땐 다른 후보자를 당선시킨 지지자들의 ‘몹쓸 선택’을 탓할 뿐이다. 그래서 선거일은 ‘집단 착각’에 빠지는 날이기도 하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이런 과정의 무한반복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무능과 배신, 부패와 탐욕, 사익과 반칙만을 얘기한다...

    2016.04.12 20:53

  • [정동에서]호랑이 굴과 뻐꾸기 둥지
    호랑이 굴과 뻐꾸기 둥지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 이는 한 명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주정의당은 125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제2당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으로, 70석을 보유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은 59석, 김종필(JP)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은 35석을 가졌다.여소야대 상황에 힘겨워하던 여권은 YS와 JP, 양김에게 손을 내밀었고 1990년 3당이 합당했다. YS는 그 당에서 대선 후보가 됐고,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다른 3당 대표들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이끄는 통일국민당이 31석을 얻어 제3당이 됐다. 그해 치러진 대선에서 그는 3위에 그쳤다. 현대그룹을 향한 세무조사와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고, 정 회장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1996, 2000년 총선에서는 자유민주연합이 제3당이 됐으나 총재인 JP는...

    2016.04.05 20:55

  • [정동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발적 실험
    마이너스 금리 -도발적 실험

    사람들은 소비할 것을 충분히 얻고 나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돈 자체를 욕망하게 된다. 그들은 수중에 돈이 생기면 은행으로 달려간다. 그곳에서는 돈을 보관해줄 뿐 아니라 불려준다.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것은 상식이다.그러나 상식에 반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자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수수료를 떼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마이너스 금리가 그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제로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다. 유로존은 2014년 6월 유럽지역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에 맡기는 초과지불준비금에 적용하는 금리를 마이너스 0.2%로 고시했으며 이달에는 마이너스 0.4%로 추가 인하했다. 일본은 지난 1월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 금리를 0.1%에서 마이너스 0.1%로 내렸다. 이런 고육책이 나온 것은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정책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유럽이나 일본뿐 아니라 각국의 정부는 시중으...

    2016.03.22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