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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에서
  • [정동에서]장사란 무엇인가
    장사란 무엇인가

    중국의 사관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천하가 희희낙락하는 것은 모두가 이익을 위해 모였기 때문이고, 천하가 흙먼지가 일 정도로 소란스러운 것은 모두 이익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익을 좇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는 책상머리에 앉아 수염이나 만지작거리며 공허한 논쟁을 일삼는다고 유학자들을 질타했다. 그리고 축재를 옹호하면서 재물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사를 통해서라고 갈파했다. 입고 먹는 것이 다스림의 근원이라고도 했다.그렇다면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특산품인 인삼은 예나 지금이나 귀중한 돈벌이 수단이다. 인삼은 수익성이 높은 만큼 인삼과 모양이 비슷한 도라지가 인삼으로 둔갑해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부터 80여년 전의 일이다. 대전에서 삼장수가 도라지로 ‘짝퉁인삼’ 제품을 만들어 팔다가 잡혔다. 범인은 도라지를 바짝 말리고 머리 부분에는 인삼의 뇌두를 아교로 붙여 마치 인삼인 양 팔다가 붙잡혔다. 또 그 뒤에는 도라지를 인...

    2015.05.27 21:30

  • [정동에서]‘차떼기’와 성완종 리스트
    ‘차떼기’와 성완종 리스트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오늘 검찰에 소환된다. 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17일 만이다. 그는 “돈을 받았으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검찰은 “이 전 총리의 변명을 듣자고 불렀겠느냐”면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그간 수사결과를 보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검찰의 올무를 빠져나가기 힘들게 돼 있다. 리스트에 거명된 8명 가운데 1차 사법처리 대상자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셈이다.하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다음 수사대상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이 1순위 후보다. 성 전 회장은 지난달 9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2012년 홍문종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에게 2억원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둘도 각 2억원과 3억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들 셋은 이...

    2015.05.13 20:51

  • [정동에서]막말의 최후
    막말의 최후

    4월, 잔인했다. 말 뜻 그대로 ‘인정없고, 아주 모질었다’. 올해 4월은 벚꽃처럼 저물지 않았다. 꽃비가 돼 포도(鋪道) 위에 흩뿌려졌던 벚꽃의 운명과 같지 않았다. “등불처럼 피지만 질 때는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광고인 박웅현) 목련 꽃의 종말과 닮았다. 4월을 잔인하게 한 것은 난무했던 ‘막말’이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지만 막말은 자신을 옭아매는 ‘덫’이 될 수 있다. 중국 오대십국시대의 정치가 풍도(馮道)는 ‘설시(舌詩)’에서 “입은 화를 불러일으키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고 했고, 탈무드는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막말은 말한 사람, 듣는 사람, 대상이 된 사람 세 사람을 죽인다”고 했다. ‘충청 맹주’로 차기 대권까지 꿈꾸다 70일 만에 낙마한 이완구 전 총리를 절멸로 몰고간 것은 ‘진실하지 않은 입’이었다.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막말과 거짓 해명은 ‘역대 2번째 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씌웠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

    2015.04.29 23:11

  • [정동에서]받을 이 없는 편지
    받을 이 없는 편지

    봄날이 간다. 비 맞아 드러눕는 꽃잎들 뒤로 또 하루가 간다. 청노새 딸랑대며 지나가는 역마차 길. 헛된 맹세에 눈물짓던 연분홍 치마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별은 운명처럼 찾아왔다. 임에게 주려 품고간 편지는 차마 건네지 못하고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냈다. 그리고 만개한 꽃잎들이 그 위로 부서져 내렸다.편지는 전령사다. 손편지를 쓰는 일은 일종의 의식과 같다. 마음을 잡고 꽃향기 나는 편지지 책상에 곱게 펼친 뒤 만년필을 꺼낸다. 편지는 잉크펜으로 써야 제 맛이다. 종이의 질은 향기만큼 좋지 않다. 펜촉 사이에 지편이라도 끼면 글자는 번지고 미친놈처럼 춤추기 일쑤다.고심 끝에 완성된 편지는 대로변 소방차 색깔의 우체통으로 가져간다. 또 한번 고민의 시간이다. 저 놈이 날름 먹은 뒤에는 다시 꺼낼 수도 고칠 수도 없다. 몇 번을 고쳐 쓰고 봉인했지만 ‘혹시나’하며 스스로를 의심한다. 깔딱거리는 그 놈의 입으로 편지를 투척한 뒤엔 기다림의 시간이다. 조바심과 두...

    2015.04.15 21:29

  • [정동에서]변호사의 두 얼굴
    변호사의 두 얼굴

    # 차한성 전 대법관의 로펌행(行)을 놓고 법조계가 시끄럽다. 변협이 그의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반려한 게 발단이다. 변협이 문제 삼은 것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문제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 이유서에 찍는 도장값만 3000만원”이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대법관 이력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그간의 악습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따지고 보면 변협이 그의 개업을 막는 것은 과한 측면도 있다. 대법관 출신은 변호사 개업을 못한다는 규정도 없다. 차 변호사는 “공익소송을 하겠다는 것도 못하게 막느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변협은 법조계의 적폐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지금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법안 이름도 난해하다. ‘필요적 변호사 변론주의’ ‘필수적 변호사 대리’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과거 ‘변호사 강제주의’라는 이름으로 냈다가 퇴짜를 맞자 작명을 새로 해서 낸 법안이다. 셋은 이름만 다를 뿐 ...

    2015.04.08 20:48

  • [정동에서]청춘 악담(惡談)
    청춘 악담(惡談)

    소설가 우보(牛步) 민태원이 ‘청춘예찬’을 쓴 때는 일제강점기였다. 나라를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있던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한 헌사가 ‘청춘예찬’이다. 우보는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라고 썼다. 우보는 투명한 얼음과도 같은 이성보다,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과 같은 지혜보다 청춘이 갖춰야 할 필요충분 조건은 끓는 피와도 같은 열정이라고 했다. 그런 청춘의 피가 끓지 않고 얼음에 싸여 있다면 죽어 있는 만물과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시대의 명문(名文)으로 꼽힌 우보의 ‘청춘예찬’은 세대를 이어가며 청춘들의 가슴을 덥혔다. 요즘 젊은 세대도 우보의 글을 읽으며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듣고, 그 어떤 바윗덩이도 굴리며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 힘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시인 고은)을 받을까. 딱히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되레 청춘에 대한 ‘예찬’은 없고 좌절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현실에 분노하는 게 젊은 세대다. 지난주 이기권 고용노동부 ...

    2015.03.18 21:04

  • [정동에서]밥차와 푸드트럭
    밥차와 푸드트럭

    트럭은 음식을 싣고 미래를 향해 달린다. 딱히 정해진 목적지는 없다. 바퀴 달린 레스토랑에는 그것이 더 매력이다. 촬영이 있을 때마다 스태프들과 함께 따라다니며 음식을 책임지는 밥차 이야기다. 나름 유명해진 어떤 밥차 주인은 요리책도 냈다. 낡은 봉고트럭에 인생을 걸고 핸들을 잡는다. 밥차는 희망, 보람, 미래다. 미국 도심에서는 푸드트럭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 앞 공원에 늘어선 푸드트럭에서는 음료수와 핫도그를 판다. 형형색색으로 페인팅하고 최대한 상품을 알릴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트럭을 디자인했다. 성공신화도 있다.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핫도그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셰이크 색(Shake Shack)’은 순항하며 미 증권시장까지 진출했다.이 둘의 차이는 밥차는 대부분 불법이고 푸드트럭은 합법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푸드트럭을 규제개혁의 제1안건으로 선정해 추진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서 운영되는 푸드트럭을...

    2015.03.04 20:45

  • [정동에서]이명재와 김진태
    이명재와 김진태

    대선자금 수사가 정점을 달리던 2003년 2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자금 수사가 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검찰로서는 ‘수사 가이드라인’이나 마찬가지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다음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 발언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 아닌가”라고 받았다. 과거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력에 길들여진 검찰이 대통령 발언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는 예나 지금이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가 그랬다.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내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더 썼다면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 발언이 나온 뒤 수사팀은 발칵 뒤집혔다. 격앙된 반응도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수사결과는 청와대 가이드라인과 전혀 달랐다. 당시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한나라당과 노 대...

    2015.02.04 20:47

  • [정동에서]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레바논 출신의 시인 칼릴 지브란이 쓴 <예언자>는 속독이 필요치 않다. 느릿느릿 행간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읽는 게 낫다. 난해하거나 사전지식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짧고, 평이한 글로 삶의 지혜를 일러주기 때문이다. ‘메마른 영혼을 적셔주고 삶의 나침반이 돼주는 잠언록’이란 다소 상투적이고 과한 상찬(賞讚)도 있지만 눈으로 읽기보다, 가슴으로 느끼기에 제격이다.지브란은 <예언자>에서 부모들이 새겨들을 만한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부모는 활, 자식은 화살에 비유했다. 지브란은 “활이 흔들리지 않아야 화살도 제대로 날아간다”고 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흔들리지 않아야 자식도 제대로 성장한다. 화살은 활이 많이 휘어야 멀리 날아간다. 한데 활의 휘어짐은 고통이다. 활의 고통이 클수록 화살은 멀리 날아간다. 부모도 그렇다. 등이 휘는 고통이 있어야 자식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자식이 ‘등골 브레이커’가 아니어도 부모의 등은 휘게 마련이다. ...

    2015.01.21 20:42

  • [정동에서]사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사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설마 그럴 리가. 아마도 풍자 퍼포먼스이겠지.”주말 연예 프로그램이나 봉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자한 미소를 짓던 ‘디자이너 선생님’이 착취 사업가라니…. 하지만 사실이었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최근 ‘2014 청년착취대상’ 수상자로 유명 디자이너 이상봉을 선정했다. 이들은 올해가 이상봉 브랜드를 론칭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30년에 가까운 착취로 오늘날의 부와 명예를 쌓아 올렸다고 했다.이들이 폭로한 이상봉 소유 패션업체의 근로조건은 놀랍다. 견습 10만원, 인턴 30만원, 정사원 110만~130만원이다. 주말 근무나 야근에 따른 수당은 전혀 없다. 식대로 6000원을 준다고 하나 한 달 10만원의 월급은 밥 먹듯하는 야근 교통비도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유명 디자이너의 재능을 보고 배우며, 경력증명이라도 갖기 위해 디자이너 사무실을 찾는다. 그러나 도제 두세 명이 장인과 함께 지내며 기술을 전...

    2015.01.14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