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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정동에서
  • [정동에서]두 여인과 양들의 침묵
    두 여인과 양들의 침묵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산다. ‘자기 잘난 맛’은 자존심의 변형이다. 자존심은 인생의 긴 항해에서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정신적 힘이다. 하지만 이 자존심을 잘못 발휘하면 자칫 스스로를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그냥 대기업 회장의 딸로 살았더라면 우아하게 사람을 부리면서 ‘구속’이라는 굴욕도 겪지 않았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세밑을 시끄럽게 장식했다. 굴욕의 발단은 바로 자기 잘난 맛이었다.가진 것이 많거나 힘이 센 권력자는 굳이 스스로 자존심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이 알아서 자존심을 챙겨준다. 가진 자는 겉으로 적당한 우아만 떨어도 주변에서 존중해 준다. 조 전 부사장은 적어도 대한항공 내에서는 권력자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이 여인에게는 자신을 꾸중할 정도의 권력이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폭발한 성질을 한껏 부린 것이 화근이 됐다. 과도하게 내세운 오만한 자존심이...

    2014.12.31 20:24

  • [정동에서] 미생의 눈물
    미생의 눈물

    몇해 전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에는 황제펭귄의 ‘허들링(Huddling)’ 장면이 나온다. 남극의 겨울은 혹독하다.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한파와 시속 100㎞가량의 눈폭풍이 몰아치기 일쑤다. 두 발로 알을 품은 황제펭귄들은 무리를 이뤄 서로의 체온을 주고받으며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2~3시간 간격으로 이동하는 ‘허들링’으로 생존을 유지한다. 무리 안쪽은 바깥쪽보다 10도가량 높다. 그럼에도 ‘나만 살겠다’고 안쪽을 고집하는 황제펭귄은 없다. 바깥쪽에서 눈폭풍을 온몸으로 막아낸 황제펭귄들에게 안쪽 자리를 망설임없이 내준다. 공생을 위한 눈물겨운 몸부림이자 배려와 양보의 미덕이다. 황제펭귄들은 그렇게 두 달을 버티며 남극의 봄을 맞는다.일본 파나소닉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바람이 강하게 불 때야말로 연 날리기에 가장 좋은 때다”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그는 모진 바람을 피하지 않고 맞섰다. ‘경영의 신(神)’이란 별칭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초...

    2014.12.17 20:55

  • [정동에서]이케아, 니토리 그리고 마석 가구거리
    이케아, 니토리 그리고 마석 가구거리

    한 외국 가구업체의 우리나라 시장 진출을 놓고 말들이 많다. 가구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구업체가 아니라는 말부터 이들의 홈페이지와 이들이 판매하는 세계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 소비자를 ‘호갱’(바보 고객)으로 보고 외국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는 논란 같은 것들이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이케아만큼 자국의 이미지를 상품에 접목시켜 영업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 이 업체는 어느 곳에서나 매장 외부를 짙은 파랑, 로고는 노란색으로 칠한다. 매장 내에는 자국의 경관을 보여주는 각종 사진들이 걸려 있으며 매장의 동선 끝에 설치되는 레스토랑에는 스웨덴 음식이 차려져 있다. 심지어 일부 빵과 아이스크림의 색상도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구성했다. 이 두 색상은 스웨덴 국기의 내셔널컬러다. 스웨덴 국기는 짙은 파랑 바탕에 노란색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이케아는 ‘가구공룡’이다. 세계 43개국에 351개 매장을 두고 있...

    2014.12.03 20:53

  • [정동에서]군의 ‘마지막 각오’는 믿을 만한가
    군의 ‘마지막 각오’는 믿을 만한가

    미 육군은 글로벌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군구조 개혁 혁신안으로 군 부대를 모듈화하는 방안을 10년 전부터 추진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대단위 부대의 예하 부대를 하나씩 차출해 하나의 부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전투부대와 지원부대 등을 마치 장난감 블록인 레고 부품처럼 조립해 새로운 단위 부대를 구성하는 일종의 ‘편조(編組) 방식’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입각한 부대의 모듈화는 적은 인력으로 그때그때 목적에 따라 부대를 새로 ‘조립’할 수 있다.한국군도 이라크 자이툰부대 등 해외 파병부대를 구성할 때 편조 개념을 적용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한국군은 부대를 운영할 때보다는 군내 문제가 발생할 때 모듈화된 편조 개념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 군내 대형 사건이나 악성 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대처방안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계적으로 척척 나오는 곳이 한국군이다. 한마디로 사고 유형에 따라 각종 대응 방안들이 만들어지고, 종합 대책이 필요하면 여러 대응 방안들을 레...

    2014.11.19 21:02

  • [정동에서]책에 대한 예우와 모독
    책에 대한 예우와 모독

    책, 그대의 계절인 가을이 끝자락을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네. ‘독서의 달’(9월)과 ‘책의 날’(10월11일)이 지났으니 그대의 계절이 저문다는 아쉬움이 크겠구려. 지난달 파주출판도시에서 ‘2014 파주북소리 축제’가 열흘간 치러졌고, 8~9일에는 서울광장에서 ‘북 페스티벌’이 열린다지? 지방자치단체의 ‘책 축제’도 이달 말까지 줄지어 열린다더군. ‘책의 죽음’이 운위되는 때에 ‘책을 위한 향연’이 펼쳐지는 것을 마뜩잖게 여길 필요는 없겠지. 한데 마냥 달갑지만은 않구려. 책, 그대가 전국 16개 지자체가 돈벌이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연간 2400여개, 하루 7개꼴로 열고 있는 ‘수박’ ‘고추’ ‘포도’ ‘빙어’ 등의 이름을 단 지역축제의 또 다른 대상이 된 것 같은 ‘개운찮은 뒷맛’ 때문일세. 할인 판매가 주목적인 1회성 책 잔치를 열어놓고 ‘책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고 자위하는 것도 꼴사나운 일이지.이달 21일부터 시행되는 새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네...

    2014.11.05 20:48

  • [정동에서]‘꼼수증세’의 결말
    ‘꼼수증세’의 결말

    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지 워싱턴은 1789년 알렉산더 해밀턴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한다. 연방정부의 살림을 책임져야 했던 해밀턴은 재정난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새 국가건설에 들어갈 엄청난 예산, 독립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밀린 월급, 프랑스에서 빌린 차관 등이 그를 짓눌렀다. 재정난이 심화되자 해밀턴은 묘책을 짜낸다. 이른바 ‘꼼수증세’에 나선 것이다. 해밀턴은 “농민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건강을 해치고 있다. 음주율을 낮추려면 증류주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의회에 법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의회는 대규모 위스키 제조업체에는 갤런당 6센트, 소규모 업체엔 갤런당 9센트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만들었다. 대규모 업체보다 소규모 업체에 무거운 세금을 물린 것이다. 게다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대규모 위스키 제조업체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은 곡물로 위스키를 만들어 팔던 농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꼼수증세’를 단행한 연방...

    2014.09.24 21:04

  • [정동에서]군 입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군 입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국방부를 출입하던 10년쯤 전에 ‘육군 병사 중 자살 우려자가 약 1만명에 달한다’는 단독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군 당국은 그런 통계를 낸 적이 없다며 기사의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던 군이 최근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10년 전 기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여러 통계자료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현역 입영자 32만2000명 중 심리이상자가 2만6000여명이었다는 수치도 그중 하나다. 그러면서 육군은 병역자원 부족으로 징병 대상자 대부분이 현역으로 입대함에 따라 심리이상자도 대거 야전부대에 배치되고, 매년 군 적응에 실패한 병사 7000명이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전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육군이 발표한 ‘군 복무환경’ 자료에 따르면 징병 대상자 현역 판정 비율은 1986년 51%에서 1993년 72%, 2003년 86%, 지난해 91%로 꾸준히 상승했다. 병역자원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2022년이 되면 현역 판정비율이...

    2014.08.27 20:48

  • [정동에서]‘왝더독’과 호위무사
    ‘왝더독’과 호위무사

    ‘왝더독’(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다. 새누리당 전·현직 주요 당직자들이 세월호 참사를 해상 교통사고로 규정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는 정부의 무능을 가리기 위한 전형적인 왝더독 발언이자 마타도어와 다름없다.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물타기식 왝더독 현상은 종교인이자 사업가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등장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 의혹이 세월호 참사와 법적으로 얼마만큼의 연관성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기도 전에 유씨 일가가 도피하면서 곁가지가 마치 줄기인 양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보도가 잇따랐다. 유 전 회장의 죽음에 이어 경찰에 검거된 그의 장남 대균씨와 도피 조력자 박모씨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왝더독’이다. 세간의 관심은 대균씨보다는 태권도 국제심판 출신인 박씨의 미모에 쏠렸다. 언론이 ‘호위무사’란 수식어를 붙여준 박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소위 인터넷상의 ‘실검’(실시간 검색...

    2014.07.30 23:50

  • [정동에서]‘피동형’ 경제수장 관찰기
    ‘피동형’ 경제수장 관찰기

    지방선거가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경질과 유임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그를 ‘교체 앞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새 경제팀 수장에 대한 하마평이 나돌지만 그의 유임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경질론에만 무게가 실리니 그로서는 부아가 치밀 노릇이다. 하지만 그는 유임 여부를 놓고 애면글면하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유임되길 바랄 수도 있겠다. 이는 ‘피동형’ 경제수장인 그가 꾸려온 삶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추론이 가능하다.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KS출신’이다.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14회)를 ‘패스’했다. 경제기획원에서 사무관으로 일할 때는 “꼼꼼하고 신중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승진도 늦지 않았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이용섭 전 광주시장 후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잘 나갔던’ 행시 동기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았다. 그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재정경...

    2014.06.04 23:10

  • [정동에서]야만의 기록
    야만의 기록

    때론 슬픔도 힘이 되는 줄 알았다. 작가 양귀자는 소설집 <슬픔도 힘이 된다>에서 “신이 인간의 눈을 만들 때 흰자위와 검은자위를 동시에 만들어 놓고 검은자위로만 세상을 보게 만들었는지…. 그것은 어둠을 통해 세상을 보라는 신의 섭리”라고 했다. 어둠 속에서 보는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듯 슬픔을 딛고 일어서면 삶에 대한 의지가 돋아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슬픔도 힘이 된다는 말은 세월호 참사 이후 ‘허언(虛言)’이란 것을 절감했다. 차가운 바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가슴에 묻거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오랜 기다림에 지쳐가는 부모들에게 그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가당찮은 일이다. 섣부른 위로의 말은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을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다. 가눌 수 없는 슬픔이 잉태하는 것은 분노이다. 분노의 공유만이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은 유가족에 대한 예의이자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이다.글로 된 기사를 신문에 활자로...

    2014.05.07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