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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돼지고기 ‘판’을 갈아야 할 때
    돼지고기 ‘판’을 갈아야 할 때

    이미 작년의 일이지만, 돼지고기 가격(돈가) 하락이 심각하다. 원래 돈가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구제역 등이 없다면 조금씩 올랐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계절도 탄다. 이상하게 작년 여름, 돈가가 안 올랐다. 휴가철 특수가 있는데도 삼겹살이 남아돌았다. 어느 신문에서는 “황금돼지해, 돼지값 싸져서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돈가를 안정시킨다고, 여기에다가 주요 무역국과의 교역 문제 때문에 수입돈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돼지고기가 많이 수입되면 가격이 내려가서 소비자(국민)도 좋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위의 신문 기사가 그런 논조다. 그렇다면 축산가는 국민이 아닌가. 그동안 축산 농가는 이런저런 당국의 불편한 처사에도 입을 꾹 막고 살았다. 수입 물량을 늘려도 국산돈의 품질로 돌파하자고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손님은 좋은 국산 돼지고기를 알아준다는 심리적 방패가 있었다. 수입돈 품질이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2019.01.10 20:40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장래 희망은 요리사
    장래 희망은 요리사

    어떤 조사인지는 몰라도,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장래희망 직업에 요리사가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초등학생은 심지어 4위였다. 응답자들이 직업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결정한 후에 답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요리사가 요즘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힌트였다. 옛날에 의사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가 있었다. 당시엔 인터넷이 없었고, 아마도 PC통신을 통해 의사들의 감상평이 돌았다. 하나같이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레지던트들이 언제 저렇게 연애하고(드라마에 연애가 빠질 수 없으니까) 얼굴이 반들반들하냐는 것이었다. 두어 시간밖에 못 자서 푸석푸석하고 머리는 까치집이며, 연애는 고사하고 외박도 거의 나가기 힘든 저연차 레지던트들의 악성 근로환경에 대한 고발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의사들의 일상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외국의 한국드라마 시청자들이 한국인들은 모두 멋지고 옷 잘 입고 폼나는 사람들만 있다고 깊은(?) ...

    2018.12.27 20:32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페이스북이 5년 전의 추억을 상기시켰다. 머리엔 머플러를 친친 동여매고 입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걸치고 시장 바닥에서 떨며 밥을 먹는 여인들의 사진이었다. 나는 아마도 이 사진을 자갈치시장에서 찍었던 것 같다. 나는 짧게 사진의 제목을 달았다. “이런 장면에 ‘삶의 현장’ 따위의 설명을 붙이지 말자.” ‘삶은 이어진다’ 같은 것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통스럽지만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그것이 일상이라고. 그것을 운명이라든가 국외자의 시선을 실어서 감상적인 말로 수식해서는 곤란하다고. 언젠가 한 요리사 친구가 실직했다. 그야말로 쌀독에 쌀이 떨어졌다. 라면도 떨어졌다. 어느 날 밤에 귀가하는데, 집이 컴컴하더란다. 요금 체납으로 전기도 끊긴 것이다. 인터넷이 거의 없던 시절, 어디선가 정보를 듣고 북창동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봤다고 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골목에 불어닥쳤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겨울날이었다. 그는 그날 일을 얻지 못했다...

    2018.12.13 20:49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한잔 들게
    한잔 들게

    옆자리 어른이 술을 권한다. 외지 사람이 잔을 받는다. 드르륵, 낡아서 삐걱거리는 알루미늄 문이 열리고 노인 손님이 몇 패 들어온다. 찌개를 끓여서 막걸리를 돌린다. 미지근한 막걸리다. 여그는 차게 안 마셔. 최근 광주에 다녀왔다. 부도심 곳곳의 전통시장이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시장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남광주시장, 양동시장, 대인시장. 토요일마다 야시장이 열리는 곳도 많다. 청년과 예술가가 결합해서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 놓기도 한다. 시장의 힘이 아직은 느껴지는 도시다. 이 시장에는 대폿집이 전설처럼 남아 있다. 한 바퀴 돌면서 대폿집들의 면모를 쓱 살펴본다. 어떤 집은 “시장에서 파는 무엇이든 가지고 오면 요리해 드린다”고 써 놓았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이 무렵, 전라도 해안에서 잡은 맛있는 생선과 해물이 광주에 많이 올라온다. 그 귀하다는 노랑가오리도 별거 아니라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누워 있고, 표면이 푸르게 빛나는 제철 삼치며, 굵직한...

    2018.11.29 20:33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뜨거운 국물의 힘
    뜨거운 국물의 힘

    한국인은 뜨거운 국물 힘으로 버틴다고 한다. ‘밥심’ 다음으로 많이 쓰는 상징이다. 뜨거운 국에 밥 한 그릇 훌훌 뚝딱 말아먹고, 식의 표현이 흔하다. 노동하는 음식, 간편식의 골자를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식생활에서는 국과 국밥의 역사가 그랬다. 국밥의 대표격인 설렁탕이나 곰탕은 싸지 않았지만, 속이 든든하고 오래 허기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고깃국이었기 때문이다. 국밥이 노동 음식이었다는 근거는 토렴을 든다. 밥을 말아내어 들이마시듯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토렴은 밥알의 온도를 적당하게 해주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식사 속도를 높여주어서 환영받았다는 뜻이다. 전기보온밥솥이 없던 시대에 토렴은 인간이 짜낼 수 있는 지혜였다. 특히 한국처럼 대륙성의 건조하고 추운 기후에서는 더욱 필요한 기술이었을 것이다. 토렴한 국밥을 먹으면서 우리 선조가 버텨온 세월이 얼마나 길었을까. 고기에 대한 열망은 기록이 존재하는 역사시대부터 수없이 등장한다. 수천년 동...

    2018.11.15 20:47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우리의 맛, 조선간장
    우리의 맛, 조선간장

    우리 외식업을 지탱하는 조미료 중 하나는 공장에서 생산한 산분해 간장이다. 공장에서 만들었다고 달리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더 나은 간장을 찾으려는 이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업소용 재료를 파는 대형 시장에 가보면, 조선간장이나 양조간장은 찬밥이다. 값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재료비가 올라 힘들 식당 사정은 모르지 않되, 간장에 대한 이해가 애초부터 부족하거나 전무하다. 오래된 ‘노포’ 식당의 다수도 다르지 않다. 양조간장이 소량 들어간 이른바 ‘산분해 간장’을 거의 100% 쓴다. 오래된 노포의 맛, 고향의 맛이라는 근저가 실은 산분해 간장이라면 얼마나 씁쓸한 일인가. 원가 분석을 해봐도, 양조간장(우리가 전통적으로 만들어 쓰는 조선간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양조한 간장)을 쓴다고 해서 주름이 갈 정도는 아니다. 요는, 상대적으로 좋은 간장을 쓰려는 보편적 접근이 적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한식요리사 자격증 시험에는 양념 ...

    2018.11.01 20:34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동물 고통 덜어주는 요리법
    동물 고통 덜어주는 요리법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그러니 무엇이든 먹는다. 먹는 행위에 대해 논란도 많다. 개고기며, 고래고기 섭취 같은 것들이다. 개별적인 집단의 오랜 문화와 새롭게 동물을 보는 시선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동물 윤리에 대한 논의도 요즘 크게 확장되고 있다. 유럽의 몇 나라는 랍스터를 산 채로 삶는 조리법을 금지했다고 한다. 랍스터보다 훨씬 더 지능이 높은 문어는 어쩌나 싶다. 문어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이 종이 아주 영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수산시장에 가면 문어들이 답답한 망에 갇혀 수족관에 들어 있다. 그들의 지능이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문어를 삶을 때 대개는 산 채로 넣는다. 그것이 표준 요리법이다. 아마 문어와 비슷한 낙지도 지능이 높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산낙지 투하’라는 검색어를 넣어보면, 방송 화면과 개인 블로그를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다. 몸부림치는 산낙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무엇이 선이고 옳은 일인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는...

    2018.10.18 20:32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일회용품
    일회용품

    예전 어느 정부 때 환경부 장관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고른 장소는 놀랍게도 한 햄버거 체인점이었다. 그와 점심을 먹고 나니 쟁반 위에 온갖 일회용품이 가득했다. 그를 만나 나눈 얘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쟁반 위에 쌓여 있던 알록달록한 쓰레기는 이미지로 또렷하게 남아 있다. 우리는 일회용품을 거침없이 쓴다. 심리적으로 찜찜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래도 되는 거야? 며칠 전에 한 행사에 갔더니 도시락을 나눠줬다. 먹고 나니 역시 한 보따리의 일회용품들이 남았다. 일회용 수저, 그 포장지, 국물을 담는 그릇, 반찬도 각기 다른 일회용 그릇에 담겨져 최종적으로 역시 일회용품인 ‘틀’ 안에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을 모두 담는 별도의 비닐포장지까지. 거기에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도 더해지고 말이다. 두 사람이 다 먹고 제공된 비닐에 담아보니, 쌀 한말들이 정도의 부피가 생겼다. 우리 마음에도 그만큼의 부담감이 쌓여버렸다. 일회용품은 ...

    2018.10.04 21:06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이북식 만두, 북한 만두
    이북식 만두, 북한 만두

    옛글에 명절에는 만두를 빚는다 하였는데, 어디까지나 한수 이북의 일이다. 남쪽의 만두는 중국인들의 몫이었다. 동네에 화교가 좀 살았는데, 명절에 푸짐하게 만두를 빚었다. 엄밀히 말하면 파오츠(包子)였다. 만두(만터우)는 화교들에게는 속을 채우지 않는 일상의 밀가루 음식이었다. 발효시켜 부풀린 후 쪄서 밥으로들 먹었다. 그걸 얻어먹어본 적도 있다. 짭짤한 나물과 채소 볶은 것을 그 밀가루 만두, 실은 빵이라고 할 음식에 얹어 먹었다. 소 없는 만두란 참 심심했지만, 부풀린 반죽이 씹히는 결이 인상 깊었다. 그 만두를 잊지 못해서 대림동 상가에 종종 가기도 했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진짜 ‘만두’를 판다. 거대하게 부풀려서 왕만두라고 해야 할 밀가루 빵을 팔고 있는 것이다. 민족이 정주지는 바꾸어도 음식은 쉬이 바꾸지 않는다. 내가 집에서 만두를 먹게 된 것은 호기심 많은 어머니 덕이었다. 집에서 만두를 빚지 않는 남쪽 고향 출신의 어머니는 서울에서 이북식 만두를 배웠다....

    2018.09.20 20:55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우리 입에 고기 한 점
    우리 입에 고기 한 점

    동물복지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법률 이름에도 쓴다. 특히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개에 관한 논의가 많다. 사람 눈에 잘 띄고, 오랜 애호 역사가 있는 까닭이다. 심지어 기르던 개를 잡던 시절에도 차마 제 손을 쓸 수 없어서 먼 곳의 개와 바꾸기도 했다. 개 식용 논란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게 하나 있다. 대부분의 식용 개는 음식이 될 목적으로 처음부터 사육된다는 점이다. 하나 축산 관련법에는 빠져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와중에 이들 사육견의 고통은 말도 못한다.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대부분 최소한의 사육 환경을 지키지 않는 게 보통이다. ‘지킨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이것은 법률이 아니라, 그저 인간의 양심의 한계를 의미한다. 생명을 가진 것들에 대한 인간의 연민 같은 걸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육장마다 제각각이고, 개들에 대한 연민도 결국 돈으로 바꿀 인간의 욕망 앞에서, 또 효율 앞에서 무너지게 마련이다. 개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돼지와 닭...

    2018.09.0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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