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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 전체 기사 327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설날 음식
    설날 음식

    설날이다. 음식과 제수 장만을 한다. 지지고 볶는다. 대개 여자들 일이다. 끔찍한 스트레스다. 남자들의 방기가 여전하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어른들 눈치에 주저앉는다. 우선 나부터도 그렇다. 어머니 생전에 차례상을 줄이자고 세게 못 나간다. 사람들은 뼛속에 골수처럼 박혀 있는 ‘제사=조상 공경’의 질긴 관념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읽어보기는커녕 표지도 못 본 <주자가례>의 여러 규정을 우리는 지금도 꿋꿋하게 실천하고 있다. 며칠 전, 한 신문에서 여성 기자들이 설날 스트레스를 털어놓은 기사를 읽었다. 모두 익명이었다. 시댁 식구가 읽으면 곤란하니까. 이런 대목이다. “밥 먹고 상 치우고 TV 보고 다시 차려서 먹고 TV 보고….” 무한반복의 설 연휴 풍경을 그렇게 기억했다. 무엇보다 “할 게 없어서 재미도 없는” 설날이라고 했다. 재미없는 설을 우리는 올해도 보내게 될 것이다. 텔레비전은 여전히 서울역과 터미널에서 ‘밝은’ 표정의 귀성객들을 찍어 전할 것이...

    2017.01.26 19:18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소주 5000원 시대
    소주 5000원 시대

    소주 값도 오른다고 기사가 나오고 있다. ‘서민 경제’라는 말에 꼭 붙는다. 한 병에 5000원 시대가 열렸다. 강남 일부이지만 4000원도 그렇게 시작해서 서울의 대세가 됐다. 알코올 함량은 떨어지는데 소주 값은 오른다. 원가 상승에 빈병 보증금 인상 때문이라고 한다. 시민들은 담배처럼 소주 값에까지 세금을 올리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우리가 많이 마시는 희석식 소주는 세율이 낮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고급 위스키나 맥주와 같은 72%다. 교육세도 추가로 30% 붙는다. ‘서민의 술’이라고 하는 희석식 소주의 세율도 이미 최고점 수준이다. 병당 500원이 넘는 세금이 붙는다. 물론 담배보다는 한참 낮다.예전에 농촌활동을 갔는데 대접한다고 나온 술이 소주였다. 막걸리보다 소주는 고급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우리에게 있었다. 마포의 돼지고기 문화를 이끌었던 ‘최대포’의 창업주 기록에 의하면, 소주를 마시면 고기 안주가 무료인 시대도 있었다고 ...

    2017.01.12 21:16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겨울요리
    겨울요리

    겨울 칼바람이 불면 늘 사십 년 전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얼마나 추웠던지 손발과 볼에 동상이 걸리는 아이들이 숱했다. 싸구려 화섬이나 거친 모직으로 만든 외투가 고작이었고, 오리털 제품은 나오기 전이었다. 나왔더라도 서울 변두리 소년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었다. 그 추위에도 노점상이 있었다. 풀빵이나 군고구마 장수였다. 호떡은 대개 화교가 운영하는 어엿한 가게였다. ‘도라무깡’을 개조하거나 벽돌로 화덕을 만들고 빈 사과 궤짝을 부수어 불을 지폈다. 화덕구이 호떡이었다. 어쩌다 이걸 하나 사먹으려면 길게 줄을 서야 했다. 가게에선 연탄아궁이를 내놓고 호빵과 국빵을 쪘다. 국빵이란 일종의 중국식 만두로 속이 들어 있지 않았다. 대신 같이 주는 걸쭉한 수프에 만두를 찍어 먹었다. 인기가 없어서 금세 출시가 중단되었다.요즘은 푸성귀며 고기며 겨울에도 언제든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볼 수 있지만, 그때는 시장도 썰렁했다. 배추나 무, 겨울 시금치나 있었을라나. 기억이 ...

    2016.12.29 20:25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계란의 경고
    계란의 경고

    AI. 공상과학영화 제목으로 오인하기 좋다. 아닌 게 아니라 AI, 즉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보도는 현실세계를 다루는 것 같지 않다. 2000만마리 살처분, 긴급 공수, 백신 확보 비상. 덕분에 국민은 국정농단 정치공부를 하는 와중에 산란계와 육계의 차이, 철새의 이동경로 분석학도 배우고 있다. 몇 해 전에도 AI와 관련한 칼럼을 이 지면에 썼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예상대로 방역선은 뚫리고 살처분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됐다. 그리고는 저절로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게 사실상 정부 대책의 전부다. 국민들은 AI 발생 뉴스를 들으면 체념한다. 끝까지 가겠군, 그렇게 생각한다. 엄청난 숫자의 닭을 살처분하고, 그 부족분을 수입하고 그러겠지 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반복되는 일에 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계란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계란 값을 또 올릴 거냐는 물음에 도매업자들은 시니컬하게 대꾸한다. “계란이 있어야 올리든지 말든지. 우리도 팔 계란이 없다”고.닭도 생명이다. ...

    2016.12.22 20:59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대통령의 혼밥
    대통령의 혼밥

    일본에 가서 우리가 놀라는 장면 중의 하나는 이른바 ‘혼밥족’이다. 거리의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이들이 흔하다. 아예 독서실 칸막이처럼 혼자 먹어도 부담 없게 준비를 해놓는 경우가 많다. 술집도 혼자서 마시는 게 유행(?)이다. 이런 이들이 서로 말을 트고 가볍게 친구를 맺는 ‘서서 마시는 집’도 있다. 개인용은 없고, 공동 탁자에서 마시면서 안주와 술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점심은 몰라도 저녁에는 혼자 식당에 가면 환영받기 힘들다. 혼자 오는 손님은 음식도 조금 시키겠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안되기 때문이다. 고깃집은 이런 현상이 심하다. 숯불을 피우자면 고기를 어지간히 먹어줘야 이른바 ‘불값’이 나오는데, 혼밥, 혼술족을 좋아할 리 없다.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앞에 혼자서도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집이 있다. 아예 ‘혼술 환영’이라고 써 있다. 그저 영업 전략이거니 하기에는 구석에 몰린 젊은이들의 슬픈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입이 쓰다....

    2016.12.15 20:28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김밥아짐들
    김밥아짐들

    지금 지구촌이 비슷하게 겪고 있는 고통의 근원은 이른바 세계화의 광풍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곳곳에서 모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가 그 예다. 세계 자본의 질서에 대한 분노가 응집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세계화의 진행과정에서 몸으로 맞서 싸운 이들이 있었다. 매일 거리에 나와 시위했다. 그때 흥미로운 인물이 있었다. 밤 카트(Wam Kat)라는 네덜란드 사람이다. 그는 박사학위를 두 개나 가진 학자인데, 책상에서 논문을 쓰는 대신 거리의 데모대로 나섰다. 단순히 싸움을 치른 것이 아니라 밥을 했다. 맞다. 밥이다. 트럭에 재료를 싣고 시위 현장에 갔다.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빌려 채소를 손질하고 고기를 삶았다. 날씨가 추울 때는 주로 수프를 끓였다. 나눠 먹기 좋고 영양가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전문 요리사가 아니다. 게다가 요리를 준비할 시간도, 인력도 늘 부족했다. 재료를 사기 위해 모금을 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스스로 요리 솜씨가 엉망이라고 자인한다...

    2016.12.08 21:15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어묵의 일상
    어묵의 일상

    퇴근길, 속 헛헛한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게 포장마차다. 정식으로 밥상을 받기는 그렇고, 간단히 속을 달래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이런 것의 통계는 없겠지만 눈여겨보면 제일 인기 있는 건 떡볶이와 오뎅이다. 값이 싸고, 간단히 먹을 수 있어서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단연 오뎅이다. 오뎅은 ‘어묵꼬치’라고 고쳐 부른다. 오뎅은 어묵뿐만 아니라 달걀, 힘줄, 무, 곤약 같은 온갖 재료를 넣어 끓이는 일본 요리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뎅이라고 해도 99%는 어묵을 꿴 꼬치이므로 어묵꼬치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후루룩, 종이컵에 국물을 퍼서 마시고 어묵을 씹는다. 단돈 1000~2000원이면 허룩해진 속이 든든해진다. 뜨거운 국물이 식도를 타고 흘러들어가며 아직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낀다고나 할까.옛날보다 어묵 맛이 덜하다고들 한다.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다. 재료가 달라졌다. 원양에서 잡은 이름도 희한한 생선을 주로 쓴다. 연근해에서 잡은 것들은 비싼 데다 엄청나게 커진 ...

    2016.12.01 20:43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선술집
    선술집

    예전, 동네 막걸리 파는 가게에 술심부름 가면 어른 서넛이 서 있었다. 무얼 하는가 보면, 턱밑 수염을 허옇게 물들이는 일이었다. 막걸리 술추렴이란 뜻이다. 따로 술청이 있는 집이 아니어서 그냥 서서들 마셨다. 안주를 제대로 먹는 것도 못 봤다. 주인네가 내주는 김치 쪼가리나 두부 같은 거였다고 기억한다. 이런 집을 흔히 실비집이니 선술집이라고 불렀다. 실비는 설이 여럿이나 실비(實費), 즉 싸게 낸다는 뜻이고 선술집 역시 ‘선’ 채로 마신다는 의미다. 유리창에 빨간 페인트로 실비집이라로 쓴 걸 보곤 했다. 임대료가 올라가고, ‘인건비’와 재료비가 올라가서인지 이제 이런 술집은 명맥을 잇기도 어렵다. 심지어 전국에 남아 있는 선술집을 찾는 탐방단이 있을 정도니까(나도 그중의 일원이다).선술집은 원래 우리 술 문화 중의 하나였다. 주로 거친 일에 종사하는 막노동자들의 주점으로 선술집이 있었다. 일하다가 탁주 한 잔 마실 수 있었다. 왕대포라는 말이 원래 커다란 바가지라는 뜻...

    2016.11.24 20:29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미슐랭이 빠트린 맛집
    미슐랭이 빠트린 맛집

    서울시 기준으로 식당 숫자가 약 12만개다. 인구가 1000만 조금 안되니 식당이 대략 83명당 하나다. 매일 83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다면 식당도 먹고살겠는데, 식당을 안 가거나 거의 가지 않는 사람도 많으니 이 숫자가 더 절박해 보인다. 식당 숫자가 많은 건 이유가 있다. 먹고살기 힘들어서다. 굽고 삶는 기술만 있으면 -아예 자신없는 이들은 프랜차이즈가 해결해준다고 유혹한다- 식당을 연다. 그러고는 자신의 식당에는 적어도 하루 83명이야 오겠지, 하고 기대한다. 둘째, 실업 문제다. 40~50대에 직장에서 쫓겨나면 다수가 자영업으로 들어가게 마련인데, 식당이 제일 만만해 보인다. ‘레드오션’이라는 건 뒤집어보면 그만큼 시장 자체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 또는 그 시장의 못난 이들을 꺾으면 먹고는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청년 창업의 영향이 크다. 취직이 안되니 부모 도움을 받거나 대출을 하는 식으로 식당을 연다. 한동안 카페와 ...

    2016.11.17 20:26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할머니 셰프님
    할머니 셰프님

    서울 서대문구 연남동 경성고 앞에 유명한 밥집이 있다. 둘 다 ‘할머니’라는 말이 들어가는 집이다. 생선구이를 기본으로 하고, 반찬 몇 가지를 더 낸다. 맛 좋고 소박한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바쁜 점심시간을 피하면 느긋하게 한 상 받아 즐길 수 있다. 생선은 그때그때 달라지는데, 요즘 물 좋은 고등어나 삼치가 자주 올라온다. 대개 두 가지 생선을 함께 담아낸다. 생선 양이 많아 이렇게 받아서 뭐가 남나 싶다. 생선을 굽는 건 공력이 필요한 일이고, 이런 반찬을 성실하게 만들어내는데 단돈 6000원은 참 미안한 값이다. 카드로 내면 주인 손에 쥐는 돈은 5000원 조금 넘으리라. 그 돈의 일부(아마도 원가 비율로 보면 2000원을 절대 넘을 수 없는)로 한 상 보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런 걸 마술이라고 해야 하나. 생선값은 알다시피 요즘 상당히 비싸다. 폭염이다, 한파다 늘 비싼 채소와 양념값은 또 어떻게 맞추시는지.요즘 셰프의 전성시대라고 한다. 매니저를 두고 있는 셰...

    2016.11.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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