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다. 음식과 제수 장만을 한다. 지지고 볶는다. 대개 여자들 일이다. 끔찍한 스트레스다. 남자들의 방기가 여전하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어른들 눈치에 주저앉는다. 우선 나부터도 그렇다. 어머니 생전에 차례상을 줄이자고 세게 못 나간다. 사람들은 뼛속에 골수처럼 박혀 있는 ‘제사=조상 공경’의 질긴 관념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읽어보기는커녕 표지도 못 본 <주자가례>의 여러 규정을 우리는 지금도 꿋꿋하게 실천하고 있다. 며칠 전, 한 신문에서 여성 기자들이 설날 스트레스를 털어놓은 기사를 읽었다. 모두 익명이었다. 시댁 식구가 읽으면 곤란하니까. 이런 대목이다. “밥 먹고 상 치우고 TV 보고 다시 차려서 먹고 TV 보고….” 무한반복의 설 연휴 풍경을 그렇게 기억했다. 무엇보다 “할 게 없어서 재미도 없는” 설날이라고 했다. 재미없는 설을 우리는 올해도 보내게 될 것이다. 텔레비전은 여전히 서울역과 터미널에서 ‘밝은’ 표정의 귀성객들을 찍어 전할 것이...
2017.01.26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