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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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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멍게의 추억
    멍게의 추억

    봄에 입맛도 깔깔하여 멍게 좀 사서 김과 참기름을 뿌려 덮밥을 해먹었다. 멍게의 부드럽고 여린 살에서 좋은 향이 난다. 지금부터 맛이 좋을 조갯국을 곁들였다. 멍게는 아직 철이 이른데 깊은 맛이 제법 들었다. 멍게 특유의 향은 익히면 기분 나쁜 냄새로 바뀐다. 그래서 멍게는 탕도, 국도 끓이지 않고 대개 날로 먹게 마련이다. 요리사들은 희한한 음식을 잘 해먹는다. 늘 이런저런 재료를 다루니 융통성이 좋다. 멍게와 해삼을 넣고 식초를 넉넉히 쳐서 미역냉국을 만들면 아주 맛있다. 이탈리아는 수산시장이 잘 발달해 있다. 해안가 도시에는 한국처럼 싱싱한 생선을 파는 시장이 손님을 부른다. 그런 시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멍게는 못 봤다. 생선을 날것으로 잘 먹지 않는 그네들의 관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해삼은 ‘바다 오이’라고 부르면서 먹긴 하는데, 흔하지는 않다. 말린 해삼을 좋아하는 중국을 빼면 아무튼 멍게와 해삼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재료가 아닐까 한다. 횟집에서 밑 요리로 나...

    2016.03.31 20:33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봄에 먹는 일
    봄에 먹는 일

    남도에는 계절이 일찍 들었다. 꽃의 잔치가 시작되었다. 겨울 꽃인 동백과 매화가 여전한데 개나리가 노란 잎을 피워냈다. 남쪽에서 온 훈풍이 볼을 간질인다. 남쪽 바다는 잔잔하게 일렁이며 부드럽게 몸을 낮췄다. 하얀 부표를 띄운 바다는 안쪽에서 무럭무럭 무언가 생물을 키워내고 있다. 언젠가부터 시중의 미식가들이 계절의 별미로 챙기는 도다리쑥국 한 그릇을 받았다. 이 국은 통영이 유명하지만 남도의 많은 지역에서 먹는 봄의 시식(時食)이다. 남해와 삼천포, 고성, 창원에서도 잘하는 집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겨우내 바람 흠뻑 맞고 자란 여린 쑥이 도다리 뼈가 풀어낸 달콤한 국물에 녹아 있다. 한 숟갈, 국물을 뜬다. 바싹 마른 논에 첫 물꼬를 열 듯, 몸이 활짝 열린다.천천히 젖어드는 몸을 느낀다. 온갖 자극적인 음식과 공장에서 만든 재료로 이루어지는 음식에 녹아나는 내 몸이 놀라는 것이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 도다리를 사서 국 끓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다. ...

    2016.03.24 21:11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식어버린 ‘한우 사골’
    식어버린 ‘한우 사골’

    아내가 커다란 곰솥에 곰국이나 사골을 끓이면 덜컥 겁이 난다는 유머가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렇게라도 사골이 많이 팔렸으면 하는 게 요즘 축산 쪽의 희망이다.사골은 오랫동안 비싼 값을 유지했다. 사골은 곧 영양 보충의 대명사였다. 사골이란 소의 네 다리뼈를 말한다. 모두 8개의 사골이 한 마리의 소에서 나온다. 사골은 젤라틴이 많아 국물이 잘 나오고, 진했다. 인기가 높았다. 몸보신하면 사골이었다. 명절에 백화점은 물론 시장에서 사골이 포장되어 팔렸다. 인기 선물 품목이었다. 허한 영양 부족의 시대에 사골은 귀품이었다. 황소 사골, 그중에서도 앞다리 쪽 부위가 특히 귀했다. 체중을 버티는 앞다리에서 더 좋은 국물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정신적인 면도 있었다. 밭 갈고 온갖 무거운 것을 거뜬히 운반하는 묵묵한 황소의 튼튼하고 힘 센 이미지가 일종의 토템으로 여겨졌다. 1960년대 신문을 보면, 사골이 명절을 맞아 품귀현상을 빚는다는 뉴스가 흔했다. 사재기를...

    2016.03.17 20:54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선술집 순라길
    선술집 순라길

    어렸을 때 서울 종로 낙원동 근처는 정말 ‘낙원’이었다. 근처 파고다공원에서 소일하던 할아버지들 틈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싸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문난 집’ ‘이름난 집’이라고 해서, 어쩌면 정식 상호도 아니었을 두 해장국의 맹주가 있었다. 깍두기 양념이 얕고 국맛도 대단한 건 아니었다. 바로 값이었다. 헐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아니 이렇게 받고도 가게가 굴러가?” 뭐 이런 반응들. 거기 오는 이들에게는 묵직한 가격일 수도 있었겠지만. 파고다공원은 이미 구한말 이후에 노인들의 주요 휴식 공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가벼운 주머니에 한 그릇 끼니를 해결해야 하고, 그 수요는 주변에 싼 밥집을 남겼다. 일제강점기에 명동과 을지로, 충무로를 일인들에게 내준 민족의 시장터가 종로였다. 여기서 고유음식인 설렁탕과 해장국이 명색을 이어갔다. 낙원동을 지나 순라길 쪽으로 넘어간다. 정식 명칭은 돈화문길이고, 속칭은 담벼락길이다. 종묘의 높다란 담...

    2016.03.10 21:16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참치눈물주
    참치눈물주

    그 옛날, 갑자기 참치캔이라는 환상적인 통조림이 동네슈퍼에 깔리기 시작했다. 고작 꽁치통조림이 진열되어 있던 곳에 모양도 깜찍하고 이쁜 참치의 등장은 눈길을 끌었다. 기름기 둥둥 뜨고 비린 고등어통조림 따위는 갑자기 촌스러워졌다. 하얀 속살의 참치를 가지고 만드는 온갖 요리가 탄생했다. 분식집 메뉴도 나왔다. 참치김치찌개는 마치 100년은 된 음식처럼 식당마다 팔아댔다. 김치에 소시지가 들어가서 생겨난 부대찌개를 시샘하듯, 참치는 김치와 궁합을 맞추었다. 언젠가 전방 군부대에 갔더니 군용 식량으로 공급되고 있을 정도였다. 바야흐로 온 국민의 식량이었다. 다이어트용으로, 샐러드감으로, 100년 역사의 김밥에 첫손가락 꼽는 속이 되었다. 지방과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민족에게 참치는 멋진 세례였다. 고소한 기름과 짭짤한 참치 살이 얌전히 통조림 속에 들어가서 값싸게 팔렸다. 조미료나 치약세트가 경쟁하던 명절선물세트에 참치가 빠지지 않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극장에서 틀어주...

    2016.03.03 20:34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김해 돼지국밥
    김해 돼지국밥

    돼지국밥이라면 다들 부산을 떠올리지만, 아직도 원조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경남이 먼저라는 말도 꽤 신빙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대체로 우리 민중사는 기록을 잘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교한 고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긴, 순댓국과 순대조차도 우린 그 역사를 정확히 모르고 비어 있는 공간에 추측을 더하곤 한다. 그때마다 등장하는 게 고려를 지배했던 원나라와 남방유래설(제주도의 돼지 애호 역사에 연결지어)이다. 어찌 되었든 돼지국밥은 이제 슬슬 전국적 인기 메뉴로 들어갈 태세다. 홍어가 대구에 등장할 정도이고, 음식의 지역적 경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싶다. 노무현 대통령을 소재로 했던 송강호 주연의 영화에서 돼지국밥은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했다. 극중에서 구속 학생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 바로 돼지국밥집이었다. 노무현, 아니 송강호가 배부른 변호사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정신에 눈뜨게 된 것도 이 국밥집 아주머니의 일갈 때문이었다. 국밥은 민중...

    2016.02.25 20:47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혼밥·혼술, 되돌리고 싶은 현실
    혼밥·혼술, 되돌리고 싶은 현실

    일본에 가는 이들이 시내구경을 하면서 혀를 차는 때가 있다. 이른바 독서실 칸막이 식당이다. 혼자 밥 먹는 문화 때문이다. 혼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구조의 고깃집도 흔하다. 누구도 남을 의식하지 않고 밥 먹고 고기를 굽는다. 서서 마시는 문화가 많은 것도 ‘혼술’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 서 있으면 상대보다 오직 마시고 먹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혼밥’과 혼술을 하기에 좋은 업태라고나 할까.그렇지만 디저트를 파는 카페에서 일인 탁자에 앉아 음료와 케이크를 먹는 광경은 스산할 정도다. 밥은 그렇다 쳐도 ‘대화’가 핵심인 카페에서 혼자서 즐기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카페란 본디 같은 계급의 사회적 회합 장소이기도 했다. 유럽에서 온 카페문화가 아시아에서 이질적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1인분은 아예 안 파는 한국의 고기 식당 문화에 사는 우리들은 이런 ‘혼자 즐기는’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 문장은 과거형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이미 1인...

    2016.02.18 20:53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거친 바다가 키우는 기장 미역
    거친 바다가 키우는 기장 미역

    무릇 만물의 생산은 다 때가 있다. 한겨울에 딸기를 보는 시절이지만 말이다. 여담인데, 이제 딸기 제철은 겨울이 맞다. 노지 재배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땅에는 ‘하우스’ 같은 시설 재배를 해서 제철을 바꾸는 것이 인간의 능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다는 다르다. 거대한 바다는 우리의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다. 겨우 가두리 양식 같은 게 그나마 시설답다. 멀리 기장으로 갔다. 미역을 보기 위해서다. 평소 같으면 설 전에 땄어야 할 미역이 아직 바닷속에서 조류에 흔들리고 있다. 올 겨울, 간혹 혹한이 오기도 했지만 수온이 매우 높았다. 미역은 김처럼 추운 바다에서 잘 자라고 맛도 좋다. 시절은 겨울인데 수온은 가을인 날이 오래 지속되었다. 미역이 더디 자랐다. 어민들은 한숨이다. “설밥 묵고나 따야지 멀었소.” 미역밭으로 가던 어부의 말이었다. 한때 북양어장에서 목숨 걸고 명태를 잡다 은퇴해 작은 미역밭을 일구는 늙은 어부의 한숨이 깊었다. 기장에 간 지 달포 되었으니, 이제 산모...

    2016.02.11 20:51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임종 음식’
    ‘임종 음식’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는데, “죽기 전에 꼭 먹고 싶은 음식은 뭐냐”는 질문이 있었다. 이른바 임종(臨終) 음식인가 보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사형수가 ‘최후의 만찬’을 주문할 수 있다. 거창한 음식은 별로 없고, 대부분 햄버거나 파이 같은 간단한 음식을 주문한다고 한다. 음식은 물리적으로는 영양소의 집합체이지만, 사람의 정신과 조응한다. 그래서 ‘솔 푸드’니 ‘컴포트 푸드’라는 말이 나온다. 사형수들의 그 메뉴는 아마도 그런 음식일 것이다. 그들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을 테고, 그때 먹었던 음식을 다시 찾고 싶었을 것이다. 한 냉면집 취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간혹 휠체어에 탄 노인들이 나타난다. 죽기 전에 냉면 한 그릇 드시겠다는 거다. 대부분 냉면을 남긴다. 의욕과 달리, 몸이 받아내질 못하는 거다. 어떤 냉면집은 2층에 있는데, 창밖에서 웬 고함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냉면 달라”는 노인이 서 있었다. 무릎이 아파 2층에 올라갈 수 없어 바깥...

    2016.02.04 20:46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호루몬야키를 아십니까
    호루몬야키를 아십니까

    오사카 JR 쓰루하시(鶴橋)역. 전차에서 내리면 이곳이 ‘불고기의 성지’임을 눈치챌 수 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복잡한 역전의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냄새뿐만 아니다.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연기가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자이니치(在日, ざいにち)라고 부르는 재일동포들의 고단한 세월이 묻어 있는 공간이다. 한 ‘구시니쿠’집을 들렀다. 숯불을 피워 고기와 내장을 굽느라 실내는 혼돈에 휩싸여 있었다. 빼곡한 손님들과 담배연기까지 열기를 뿜어냈다. 재일동포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이런 고기구이집들은 오사카의 한 문화를 이룬다. 몇 가지 꼬치를 시킨다. 대창과 안창, 간과 염통 같은 소 내장이 주로 나온다. 놀랍게도 ‘우루데’라는 부위도 있다. 소의 성대 쪽, 그러니까 ‘울대’라고 부르는 부위를 구운 것이다. 알려진 대로, 이런 요리를 만들어서 일본 음식문화사의 한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바로 재일동포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끌려간 후 눌러앉거나 조국의 가난을 피해 자발적으...

    2016.01.2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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